노숙자 셸터 설치문제로 한인사회 ‘내우외환’ 빠진 이유들

이 뉴스를 공유하기

허브웨슨은 ‘들불같은 한인들의 민심을 들어야…’

‘집토끼’ 지키려다  ‘산토끼’ 놓칠 수 있다

임진왜란의 충신 이순신을 발탁한 서예 유성룡은 전쟁이 끝나자 ‘징비록’을 남겼다. 이 책의 목적은 ‘내 지난 날을 반성하고 훗날에 근심이 없도록 한다’는 뜻이다. 400여년이 지났으나 ‘징비록’의 가치는 오늘의 한인사회가 본받을만한 가르침이 있다. 지금 한인사회는 ‘노숙자 셸터’를 두고 LA시와 논쟁을 벌이고 있다. 코리아타운 지킴이 주민투표를 성공적으로 이룩한 한인사회가 ‘노숙자 셸터’ 선정을 두고 단체장끼리 갈등을 보이고, 동포들도 집단 이기주의 현상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의 한인사회 갈길을 모색하면서 지난날의 우리들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으며,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오늘 우리 커뮤니티의 과제이다. 한인타운은 지금 최악의 불경기 여파로 이중고를 치루고 있는 가운데 노숙자 셀터 문제까지 겹쳐 삼중고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이 문제이고 해결책은 무엇인지 짚어 보았다. <성진 취재부 기자>

‘징비록’을 쓴 유성룡은 임진왜란이라는 조선의 미증유의 국가 위기를 극복한 충신(리더)이다. 그의 리더십은 오늘날에도 담아야 할 교훈과 지혜가 있다. 첫번째, 천심과 인심(人心, 사람의 마음)을 아울러 헤아릴 줄 아는 리더였다. 하늘의 순리와 인심의 가는 방향을 세심히 살펴 전란기에 갈팡질팡하는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愛民)정신으로 실천해 백성들을 우선 심리적으로 안정시켰다. 지금 우리 커뮤니티의 동포들의 진정한 바램이 무엇인지 읽어야 한다. 두번째, 그가 이순신이나 권율같은 구국 영웅을 알아보고 등용시키는 인재등용의 혜안이다. 오늘날 미주한인사회는 커뮤니티를 이끌 참

 ▲ 「노숙자 셸터」 문제를 논의하는 한인타운 홀 미팅에 많은 사항을 토론했다.

▲ 「노숙자 셸터」 문제를 논의하는 한인타운 홀 미팅에 많은 사항을 토론했다.

된 봉사자가 필요하다. 인재를 구할 때 폭넓은 시각으로 그 사람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함을 유성룡은 강조했다. 우리사회의 봉사자라고 자처하는 사람들 자신부터 새로 태어나야 한다. 세번째, 외교적인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취할 수 있었던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이 시점에서 우리 한인사회가 미 제도권에게 요구할 명분과 실리를 취해 커뮤니티의 앞날을 기약해야 하는 것이다. ‘징비록’의 유성룡은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에 원군을 청할 때 구걸하지 않고 임진왜란 원인이 “명나라를 치러가는 길을 내달라”는 일본 요구를 조선이 거절해 일어났다고 주장하고 명과의 의리를 지키려다 일본의 침입을 받았기에 명이 조선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지금 우리도 당당하게 우리 권리를 주장함에 있어 정정당당한 명분을 내세워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커뮤니티에 도움이 되는 실리를 택하여야 한다. 네번째, 유성룡의 리더십 중심에는 항상 충효(忠孝)가 자리잡고 있었다. 나라사랑과 법도의 중요성이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언제나 어떤 판단, 결정에도 나라사랑 바로 커뮤니티 사랑이 우선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개인적 사심을 버리고 살신성인의 대의명분의 자세로 펼친 동포애와 커뮤니티 사랑 정신으로 이어진다면 길이길이 이민 역사에 기억될 것이다.

‘왕따 당하는 코리아타운’

이미 LA한인사회에는 코리아타운 지킴이 투표와 ‘노숙자 임시셸터’라는 두 가지의 큰 사건이 대두 되어있다가 코리아타운 지킴이 투표는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그러나 끝이 아니다. 코리아타운 주민의회를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 나가야 하는 큰 과제가 남아있다. ‘노숙자셸터2노숙자임시셸터’ 문제는 한인사회의 재검토 요구에 그동안 불응하다가 코리아타운 지킴이의 한인들의 투표 결집에 놀라 겨우 허브 웨슨 시의장이 ‘만나서 얘기 해보자’라는 단계에 와있다. 우리 커뮤니티가 과연 어떻게 대책을 세우고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4·29 폭동 당시 ‘평화대행진’으로 우리 한인사회가 폭도들을 용서하고 평화를 주장해 전세계로부터 창송을 받았으나, 우리 내부가 단합하지 못하고 반성도 하지 않고 내일을 기약하는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서로 분탕을 지르는 바람에 1200여만 달러에 이르는 성금은 온데간데 흐지부지 없어지고 동포사회와 주류사회로부터도 왕따를 당했다. ‘노숙자 셸터’가 미주류사회에서 논쟁이 심화될 때까지 한인사회는 거의 피부적으로 느끼지 못했다. 매일처럼 코리아타운 길거리를 지나며 노숙자 텐트를 보면서도 그것이 일상처럼 보여 졌다. ‘노숙자’를 보는 눈도 인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는 함께 할 수 없는 “마약 중독자”로 보는 경향이 높았다. 지난 5월 2일 코리아타운 중심지역인 버몬트와 7가 근처 시공영 주차장에서 “이곳이 ‘임시 노숙자 셸터가 들어설 자리다”라고 에릭 가세티 시장과 허브 웨슨 시의장의 기자회견으로 알려 지자 “왜 하필이면 코리아타운이냐?”면서 코리아타운은 크게 반발하기 시작했다. 이어 ‘공청회도 없이 왜 정했는가’라며 급기야 시위에 돌입했다. 그런데 우리 한인사회 역시 시위에 나서기전에 공청회나 타운홀 같은 모임없이 우선 길거리 시위부터 나섰다.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우리도 공청회를 안하면서 상대방에게 공청회를 안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목소리만 높고 실리 없었던 타운홀 미팅

지난 25일 오후 1시 30분 LA한인회관에 약 100여명의 동포들이 모였다. 일부 단체장들도 모였다. 이날이 ‘노숙자 셸터’ 문제로 온 타운이 분노로 시위를 벌였던 지난 50일만에 처음으로 열린 공청회 비슷한 타운홀 미팅이었다. 이날의 모임은 그동안 한인사회의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던 허브 웨슨 시의장이 ‘유나이티드 웨이’라는 단체의 중재로 한 한인

 ▲ 시당국「노숙자」부서책임자(위)와 봉사자 캘롤라이나 심과 방준영 KAC국장이 설명하고 있다.

▲ 시당국「노숙자」부서책임자(위)와 봉사자 캘롤라이나 심과 방준영 KAC국장이 설명하고 있다.

사회 대표자들과의 미팅을 처음 시작한 이래 처음 갖는 동포사회의 모임이었다. 이자리에는 중재자 유나이티드 웨이와 LA시에서 노숙자문제를 다루는 부서의 책임자들이 직접 나와 그동안의 과정을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설명하고 질문을 받기도 했다. 또 이자리를 마련한 로라 전 LA한인회장은 동포사회의 의견수렴을 통해서 향후 시당국자들과의 만남에서 이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자리에 모인 참석자들 대세론은 애초부터 코리아타운에 ‘노숙자 임시셸터’ 선정과정이 주민 여론 수렴없이 진행된 것을 다시 지적하면서 원점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일부 단체장들은 ‘지금이 시당국과 새로운 담판을 시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 이를 살려야 한다’며 명분과 실리를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단체장들도 서로가 다른 마음이었고, 참석한 동포들도 사분오열(四分五裂)로 갈라져 있었다. 일부는 동원된 분위기도 보였다. 결과적으로 합의를 이루는 토론문화를 이루지 못하고 난상토론으로 일관해 모처럼의 타운홀 미팅이 좋은 결실을 맺지 못하고 흩어졌다. 이날 ‘우리는 민주주의를 원한다’면서 남의 말을 듣기를 싫어했다. 민주주의를 주장하면서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웠다. 권리만을 주장하고 책임을 회피했다. 결국 2시간 30분 동안 ‘떠들다가’ 끝내 회의장 밖에서 싸움판이 벌어지고 경찰까지 출동하는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일부 참석자들은 타운홀 미팅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경청하기 보다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고 중간 중간 마다 “No! Koreatown!” “유나이티드 웨이는 물러가라!” “시작부터 틀렸어요!” “무조건 안됩니다!”와 함께 야유와 반말도 섞여 나왔다.

상대방 의견은 무시하고 우리 생각만

이자리에 온 많은 참석자들은 노숙자를 바라보는 자세도 달랐다. 말은 ‘우리도 노숙자를 돕고 싶다’ 라고 했지만, 결국은 ‘노숙자 셸터는 코리아타운에 세워저서는 안된다’였다. 한 단체장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중재자 유나이티드 웨이의 설명을 듣자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한인사회에서 정치인들에게 준 것을 제대로 받아내자’며 ‘홈리스들은 60%가 정신질환자라며 5월2일 기자회견을 사과하고 다시 시작하자’고 주장했다. 또 다른 단체장은 ‘시의장이 노숙자셸터 최종 표결을 8월까지 연기하기로 했다’면서 ‘지금이 우리들이 시당국과 좋은 결실을 맺도록 기회가 온 시간’이라고 설득했으나 일부 참석자들은 들으려 하지 않고 분위기를 망치는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시위를 주도했던 모 변호사는 이자리에서 민주주의 원론을 주장하면서 ‘우리가 국민학교 5학년에서 배운 민주주의의 원칙대로 나가야 한다’면서 ‘오늘 이자리에서 무엇이 결정되도 그것이 우리 모두의 결정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는 ‘중대 문제는 카톡방에 먼저 알려야 한다’고도 했다. 민주주의를 설파한 그 법률 전문가는 한쪽의 민주주의만 주장했지 다른 한쪽의 민주주의 원칙은 몰랐다. 상대방의 주장에도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하고, 피치못할 경우에 투표로 결정 하려할 때 다수결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가장 좋은 제도는 아니지만 지금 우리 시대에 그것이 다른 제도보다 좋다는 것이다.
요즈음 이 시위에 나섰던 사람들이 올리는 카톡방이 또 문제다. 마치 그 카톡방이 민주주의의 토론장인양 설치고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집단이기주의의 형태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그 카톡방에 최근 상공희의소 관계자가 올린 글이 또다른 문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코리노숙자셸터4아타운 지킴이 투표 결과에 대한 글에서 ‘2천표 정도로 이길 수 있는 사안을 이슬람표가 몰려온다는 등 선동으로 캠페인을 벌인 것은 문제다’라고 썼다. 그 관계자는 최근 ‘노숙자 임시셸터’ 문제를 두고 상공회의소 자체 투표를 시도했다가 무산되기도 했는데, 지금 한인사회가 어떻게 돌아 가는지 인심(人心)을 모르고 있다. 이날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던 한 여성봉사자는 ‘나와 다른 의견을 지닌 사람에게도 존중하는 배려를 하자’고 호소했으나 좌석에서는 “우…우…”라며 야유가 터져 나와 그 발언자는 마이크를 돌려야 했다. 25일의 타운홀 미팅은 고성과 난상토론으로 귀중한 시간을 허비했다. 미팅이 끝나고 흩어지는 사람들 속에서 한 주부는 ‘우리사람들 미팅하는 것 더 배워야 한다’면서 ‘미팅에서 서로 논쟁을 벌일 수 있지만 한마음으로 나갈 수 있는 결정을 마련해야 한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 주부는 ‘우리의 소리를 미주류사회에 더 알리기위해 미주류 언론과도 상대해야 하고, 정치인들과 만남도 성숙되어야 한다’며 ‘앞으로 우리 모두가 어떻게 가야할지를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따 당하는 LA 한인타운’을 걱정하는 그 주부의 말대로 한인커뮤니티는 무엇을 해야 할까를 두고 고민하고 그리고 실천해야 한다. 한인들은 마음을 합쳐서 하나가 되어 봉사하는 단체장들이 잘못 된 길을 가면 항의해야 하고, 한인타운을 잘 관리하고 다스려 아름다운 코리아타운을 외국인 들이 먹거리 볼거리로 전세계에서 찾아올 수 있도록 한인타운으로 거듭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자칫하면 제2의 4·29 폭동 올 수도

지금 코리아타운과 LA시 전역에 퍼져있는 노숙자들이 그들대로의 조직을 구성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일부 사회학자들이 우려하고 있다. 만약 이들이 조직화가 되어 거대한 세력 집단이 되어서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키기라도 한다면 문제다. 더군다나 이들이 자신들을 배척한다고 생각해서 한인타운을 상대로 문제를 일으킨다면 또 다른 4·29의 악몽이 재현될 수도 있다. 많은 한인단체장들은 아직도 타이틀을 명예와 권력으로 생각하고 있다. 책임감도 결여되어 있다. 단체장이라는 것은 분명 권위와 명예가 우선이 아니고 책임감이 우선이다. 그런데 책임감에 대한 소홀함은 너무도 많이 나타나고 거기에 책임회피까지 지니고 있다. 단체장이 되었다면 희생과 책임감이 분명히 뒤따라야 한다. 그 단체에 일반 회원이나 소속된 사람이 실수를 범하였다하더라도 단체장이라는 책임은 면하지 못하는 것이다. 책임을 다할 줄 아는 단체장들이 되어야 한다.

단합된 지혜 모아 새로운 판부터 짜야

우리사회에 많은 한인단체나 한인들은 자부심이 없다. 정의감과 명분을가지고 활동해야 한다. 무슨 일이 생기면 뒤꽁무니를 빼는 듯 한 모습과 행동을 많이 취한다. 지도자가 되기 이전에 진정한 봉사심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문제는 한인단체들이 너무나도 불법을 많이 자행한다. 불법으로 타락하고, 단체장들의 고집과 자기만의 주장으로 인하여 소통이 어려운데도 자신들의 잘못을 관행으로 여기고 있다. 단체가 정직하고 진실하고 깨끗한 단체가 될 때 한인들이 비로소 동참하게 된다. 400년 전에 국난을 이기고 초야에 묻혀 ‘징비록’을 써낸 유성룡은 “앞으로 나아가려면 지난일을 거울로 삼아 앞을 보라”고 했다. 이제 한인사회도 단체장이나 동포나 모두 손을 가슴에 얹고 숨을 고르고 ‘우리 땅에 노숙자 셸터는 안된다’라고만 소리치지 말고 ‘우리 함께 지혜를 모아 새로운 판을 만들어 보자’고 권해보자. 비록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로 힘들겠지만 끈기를 갖고 대화를 계속하는 것이 지금은 필요하다. 이날 타운홀 미팅이 진행되는데 문앞에서 「잠언」1장을 기억하라는 1인 시위가 벌어졌다. 「잠언」1장은 “지혜를 모으라”이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선데이-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