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귀임하는 LA총영사관 관세 담당 이진희 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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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파산 ‘후유증’ 비롯 여러가지 대형사건 겪으며…

‘3년 동안 많이 배우고 돌아갑니다’

서울 서초구 서초 2동 외교안보연구원에 고려의 문신으로 재상에 오른 서희의 흉상이 있다. 서희는 외교관이라는 특정 지위 이상으로 대국을 보는 시야나 장기적인 안목을 지닌 전략가이자, 원칙과 책임 의식을 지닌 훌륭한 정치인이기도 했다. 그의 흉상이 자리한 것은 아마도 한국인 외교관의 롤 모델로 정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해외에서 한국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재외 공관 영사의 제1업무는 자국민 보호이다. LA총영사관의 관세 담당 이진희 영사(Jinhee Lee, Consul/Customs Attache)는 오는 2월 임기를 마치고 지금 귀국 준비로 바쁘다. 지난 3년간(2016-2019) 공관원으로서 그에게는 일생에서 경험하기 힘든 시간이었으나 보람도 영글은 시간이었다. “LA생활이 3년간의 화려한 외출이었다”고 말한다. <성진 취재부 기자>

이진희 영사는 한국에서 경북대 회계학을 마치고, 미국에 유학해 조지아주립대에서 CPA석사를 획득해 행정고시(42회)로 관세청 공무원이 되었다. 그는 인천공항에서 여행객들의 휴대품을 검색하는 일선 공무원으로 출발해 심사, 통관, 납세, 국제협력 등등 전문분야를 거쳐 지난 2016년 2월에 LA총영사관에 부임했다. 이 영사는 관세청 재직시 미국에 유학해 조지아 주립대학에서 CPA 석사학위를 받았다. 3년의 임기가 끝나는 마당에 지난주 본국 귀임 인사차 LA지역 한인 물류업체들을 방문하면서, 특히 캄튼시에 위치한 오션블루익스프레스(Ocean Blue Express) 선성호 사장과 지난 3년간 의 LA 근무 중 가장 큰 사건이었던 2016년 한진해운 사태를 회상했다.

충격적인 한진해운 파산이 남긴 교훈

전 영사한진해운은 한때 국내 1위, 세계 해운업계에선 7위를 했던 거대한 해운사였다. 기업들의 물품들을 전세계로 배달해주는 회사인데 운송도 해주고, 선박도 빌려서도 물품을 배달하는 회사로 삼성과 LG가 주고객이었다. 한진해운은 2008년 세계적 불황과 자체 경영의 문제점 등으로 회사는 결국 자율협약을 이유로 2016년 8월 30일날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되었고 또한 한진해운이 부도직전의 회사라는 것을 눈치 챈 각 국에서는 밀린 정박료를 받아내려고 선박을 압류까지 하겠다는 사태도 벌어져 당시 한인해운 소속 선박은 정박도 못하고 배들은 각국의 바다위에 떠있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일어났었다. 그 바람에 바다위에 떠있으니 배에 실려있는 기업들의 물품이 제때 배달이 되지않아 화주(기업)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늘어나 피해를 입었다. 이 사건은 2016년 당시 세계 해운업계의 최대 사건이었다.

그 당시 한인물류업계 피해가 워낙 커서 모든 업체들이 충격에 빠져 있을때 선 사장이 이 영사에게 한진 해운 사태에 대해 한국정부에 불만을 말하고 업계 어려움을 호소하기 위해 전화로 건의 하면서 처음으로 만나게되었다. 특히 롱비치항과 LA항은 한진해운 사태 이후 최초로 선박 억류가 있었고 하역 거부된 한진 선박의 하역작업이 재개되는 등 한진해운으로 인한 피해와 해결이 가장 먼저 가시화 된 곳이었다. 사건 발생이후 빈 컨테이너 처리문제 등 한진해운 파산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피해 유형이 나타나는 곳으로 한국정부의 전 부처와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다. LA 총영사관(당시 이기철 총영사)은 사태 발생 3일 한진사태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회의를 개최하였는데 이때 많은 관계자들이 참석해 현장의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를 계기로 피해 집계와 대응 요령에 대한 정보 공유를 할 수 있는 채널을 처음으로 만들 수 있었다. 이 영사는 “되돌아 보면 우리나라 수출의 입장에서는 큰 인프라를 잃은 슬픈 사건이었지만, 사태 해결 과정에서 현지 한인물류업체들과 소통하고 업체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위기 발생시 총영사관을 중심으로 정보가 취합되고 전파되는 구심점의 역할을 처음으로 경험하였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업체들에게 발생된 경제적 피해를 보상해 줄 수는 없어도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게 정보를 공유하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요구를 이 영사는 한국정부에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해서 이곳 물류업체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를 주었다. 이를 계기로 이 영사도 한국수출제품의 미국내 물류과정과 물류인프라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고 관련 업계의 관계자들도 많이 만나게 되었고 이 영사의 업무를 도와주시는 든든한 지원군들도 많이 만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영사관의 입장도 있지만 이 영사는 국민의 입장에서 그들의 소리를 경청했다. 당시 한진사태는 이 영사가 관세영사로서 현지 물류업체들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역할을 찾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이 영사는 “이것이 아마 지난 3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다”면서 “당시 한국에서도 국정감사 시기가 아니면 하지 않을 밤샘 근무를 LA공관에서 4일 동안 하였다”고 전했다.

“근무 첫해 대형사건 조우”

글로벌 사건인 한진해운 사건의 여운도 가시기 전에 또 다른 대형 사건들이 연이어 터져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우선주의적 통상조치들로 인해 2018년 한해는 정말 전례 없던 많은 일들이 수출입현장에 있었다.
한국산 철강제품등에 대한 수입쿼터제(Section 232),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관세조치(Section 301)등 한국 수출기업들과 이곳 한인 물류, 수입업체들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입게되는 조치들이 많이 발생했다. 이러한 조치들이 시행되었을때, 통관단계에서는 바로 이것이 현실적인 기업부담으로 나타난다. 지난 2018년 5월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쿼터제가 시행되었을때 미국세관도 갑작스런 조치라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시스템 입력오류로 쿼터량이 잘못 적용되는 일이 있었고, 수입 쿼터가 이중계산되어 조기에 쿼터소진되어 한국산 제품이 통관이 되지 않는 일도 발생하였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였을때, 업체들과 세관 현장직원들은 통관지연의 이유를 알기가 어렵다.

다행히 여러 관세사들과 시행초기에 수시로 소통하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CBP LA 지역청과 워싱턴 CBP 본부에 문제발생 원인과 시정조치 요구를 한 결과 우리 업체들의 물품의 통관애로를 직접적으로 해소해 줄 수 있었다.
미국세관은 보통 잘못한 사항이 있어도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거나 신속한 시정조치를 하지 않는데, 이 영사가 조사 자료를 근거로 미 측에 지적하자 이를 감사하다는 입장을 나타내면서 신속하게 시스템을 고쳐주는 등 조치를 하였다.
그리고 2018년 7월 중국산 물품에 대한 25% 추가관세 부가조치로 수입업체들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기업 수

▲한미택스 세미나-오른쪽 두번째가 이진희 영사

▲한미택스 세미나-오른쪽 두번째가 이진희 영사

출제품에 이와 관련하여 피해가 있지 않을까에 대해 현장조사한 결과, 한국과 중국에서 연결공정이 수행되어 한국에서 수출되는 우리 기업의 제품들이 관세부가의 기준이 되는 원산지 기준에 따라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영사는 이와 관련하여 미국 원산지기준과 사전판정제도 등 제도를 조사하여 보고하고 우리기업 지원을 위한 대책수립을 건의하여 8월 한국관세청에서 미국 301조 조치에 따른 통관 지원 특별 대책을 발표하게 되었다. 이후 중국과 연결된 공정을 수행하는 우리 대미 수출업체들을 집중 지원 한 결과 동 사업이 2018년 적극행정 최우수 사례로 국무총리 표창을 관세청이 수상하게 되었다. 당시 이 영사는 “비록 본인이 상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저의 작은 시작과 관찰이 적극적인 정부 대책을 이끌어 냈고 우리 수출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어 참으로 뿌듯하였다”면서 “이렇게 트럼프 행정부가 취하는 통상조치들이 과거 80-90년대 뉴스에서나 또는 책에서만 듣던 이야기가 아닌 현장에서 조치에 직접 영향을 받는 업체들과 함께 고민하고 대응해 나가는 시간들은 약 20년정도의 공직생활에서 정말 값진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동포업체들과 함께 고민”

이 영사는 지난 2007년 9월 관세청이 문을 연지 37년 만에 최초의 여성 서기관에 임명된 화제의 공직자이다. LA에서의 3년간의 관세영사로 근무하면서 그간 그가 해왔던 공직에 대한 관점의 전환과 확장은 아마도 개인적으로 얻은 가장 큰 성과라고 자부했다. LA 공관 부임전까지 그는 15년간 한국관세청에서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경제를 신고된 서류나 데이타로만 접해왔다. 항상 법 규정을 집행하고 단속하며, 걷어야 할 세금을 잘 걷어 들이는 일에 초점을 맞추어 근무했다. LA에서 관세담당 영사로서 활동하면서 때로는 한국세관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일도 있지만 무엇보다 많은 시간을 우리 동포기업, 물류업체, 한국의 수출업체들의 미국내 통관문제를 해결 하고 상담해 주는 지원업무를 해왔다.

관점의 전환이었다. 지난동안 관의 입장에서 집행만 하다가 민의 입장에서 규정을 준수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필요한 사항을 살피는 일 등등… 수출입 업무를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 바뀌게 되었다는 것이 이 영사에게는 가장 새로운 경험이 되었다. 불필요하게 많은 서류들, 까다로운 공무원들의 집행 관행, 선뜻 이해하고 다가가기 어려운 규정들… 기업하는 관계자들이 그렇지 않아도 신경쓸 일이 많은데 무역과 관련된 규제와 규정을 알면 알수록 무역하는 일이 쉽지 않

▲2016년에 발생한 한진해운 사태로 한인물류업계도 큰 피해를 당했다.

▲2016년에 발생한 한진해운 사태로 한인물류업계도 큰 피해를 당했다.

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그는 항상 물류나 무역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행사에 가면 이렇게 말하곤 했다. “저는 정말 공무원 하기 잘한 것 같다고… 무역하는 역군들이 얼마나 신경쓰고 걱정해야 될 일이 많고 어려운지 뼈져리게 느낀다고요…” 그에게는 정말 관점의 대전환이 있었다. 특히, 한국세관의 입장, 한 점에서 모든 사안을 바라보다가 우리가 처리하는 한국 수출물품이 미국으로 오는 과정과 미국 항구에 들어와서 통관과정을 거치고 소비자에게까지의 과정을 보면서 점이 아닌 선의 개념으로 무역과 물류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관점의 엄청난 확장을 경험하였던 것이다. 미국은 수입물품에 대해 규제가 많고 수입관련기관이 많아서 우리업체들이 제대로 하자면 준비할 것들이 너무 많다. 또한 미국 특성상 문제가 발생하고 사후에 해결한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대가를 치뤄야 한다.

이 영사는 지난 3년간 우리 수출기업과 동포 수입업체, 그리고 물류업체들이 미국의 규정을 잘 이해하여 법을 잘 지킬 수 있도록 관심을 유도하고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는 일에 미국 연방정부 기관인 CBP LA 지역청과 FDA 서부지역청과의 법규준수도 제고 세미나 개최등의 합동 아웃리치 활동도 기억에 남는 일이었다. 한-미 FTA 원산지 검증, 지적재산권 문제, LDP 불법신고관행 개선, 세관인증 무역안전인증제도 활용, 해외공급자검증프로그램 구축, 한-미 통상현안 세미나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었다. 이 영사는 지난 3년간 총 451건의 기업지원, 관세통관 및 세무상담을 해왔다. 엄청난 활동 사항이다. 평균 1주에 3건을 처리했다는 것이다. 거기에 최대한 주 2회는 현장과 호흡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정말 많은 관계자들을 만나고,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우리 수출에 위험이 될 만한 요소들을 찾아 보고하고 전파했다. 또한 이 영사는 전문 담당 분야는 아니지만 동포들이 원하고 궁금해 하는 민원도 도왔다. 최근에는 유학생 취업안내도 상담하여 왔으며, LA한인 동포들이 총영사관에 문의하는 내용 중에 한국 부동산 처분과 재산증여 등과 관련한 세금 문제를 상담해 주면서 동포들의 주요 관심 사항과 궁금점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동포들의 한국 부동산 처분과 관련한 세미나에서 강의를 하기도 했다. 이진희 영사는 귀국을 앞두고 지난 3년의 세월에 이렇게 말했다. “임기를 마치고 들어가는 시점에서 LA 생활에 대해 별다른 미련과 아쉬움이 없이 잘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 것는 그만큼 LA에서의 많은 것들을 얻어 돌아가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남은 공직 생활에서 LA에서의 3년은 늘 미소짓게 하는 화려한 외출과도 같은 시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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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 영사 약력

<학력>
2000.2. 경북대학교 회계학과
2012.12. 미국 조지아주립대 회계학 석사
<경력>
2000.4 ∼ 2001.7. 관세청 사무관(제42회 행정고시)
2001.7. ∼ 2002.7. 인천공항세관 휴대품검사관
2002.7. ∼ 2003.11. 관세청 심사정책국 종합심사과
2003.12. ∼ 2004.12. 관세청 통관지원국 공정무역과(FTA)
2005.1. ∼ 2005.12. 성남세관 납세심사과장
2007.12. ∼ 2008.12. 대구경북본부세관 통관지원과장(서기관)
2009.1. ∼ 2010.12. 관세청 규제법무관리관
2013.7. ∼ 2014.1. 관세청 국제협력과장
2014.2. ∼ 2016.2. 관세청 세원심사과장
2016.2. ∼ 주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 관세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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