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델라웨어에서 네덜란드로 넘어간 최순실 비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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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 한국돈 00원으로 설립된 법인의 실체는?

최순실도 모르는
최순실의 돈 존재한다

최순실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본명 최서원) 씨의 해외비자금이 다시금 본국 정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최 씨는 딸 정유라에게 자신이 갖고 있는 재산을 하나 둘 정리하고 있다는 내용의 옥중편지를 전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 씨 재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도 “최 씨의 은닉재산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 더욱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반면 최 씨는 “자신의 해외은닉재산은 한 푼도 없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최 씨의 것으로 의심되는 거액의 자금이 미국에 파킹되어 있었고, 이것이 네덜란드의 한 법인으로 넘어간 것은 <선데이저널>이 본국 기관 관계자를 통해 확인했다. 다만 이것이 최 씨 개인의 비자금인지 아니면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관리된 비자금인지 그 성격이 밝혀지지 않았을 뿐이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 씨 비자금이 네덜란드에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마 이런 내용들을 듣고 추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본국 기관도 이미 이런 내용들을 파악하고 유로폴과 네덜란드 측에 이미 2년 전 공조 요청을 했으나 이후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을 뿐이다. 최순실 은닉재산을 둘러싼 의혹의 진실은 무엇일까?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지난해 5월 <선데이저널>은 최순실 씨 해외비자금 의혹에 대해 다음과 같이 보도한 바 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한 사정기관은 소문만 무성했던 최순실 씨의 해외비자금 단초를 잡고 수개월 전부터 수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몇몇 본국 언론에서는 최 씨의 해외비자금이 독일이나 네덜란드 등에 은닉되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본지 취재 결과 여기로 넘어간 의문의 자금들은 미국 델라웨어에 파킹되어 있던 것이 홍콩을 건너 네덜란드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도 최근에야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미국 측에 수사 협조 요청을 했다고 한다. 다만 최 씨 일가의 돈으로 의심되는 자금이 어떻게 미국에서 조성되게 됐는지는 미 정부의 수사에 맡겨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고 최초로 보도하면서 최순실 해외비자금 존재 신호탄을 올렸다.

▲ 제1122호 (2018년 5월 20일 발행)

▲ 제1122호 (2018년 5월 20일 발행)

조세 피난처 두 번 거쳐 독일로 송금

뜬금없는 의혹제기처럼 들렸을지 모르겠으나 당시 본지는 본국 한 사정기관 관계자로부터 그가 취재하는 최순실 씨 관련 네덜란드 법인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이 관계자는 네덜란드에 생긴 법인의 설립자금이 ‘000원’이라는 한국 단위로 기록되어 있었고, 법인 설립과 관련한 업무를 대행한 것은 국내 한 대형 로펌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법인이 설립된 시기도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 날짜였다. 이 법인의 자금의 원출처는 미국 델라웨어였고, 거액의 돈은 홍콩을 거쳐 네덜란드로 들어왔다는 것까지 사정기관은 확인했다. 이에 미국 수사기관과 유로폴, 네덜란드 수사 기관 등에 공조 요청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최초 해외에 파킹되어 있던 비자금이었던 만큼 그 원 출처를 찾는 것에 한계가 있었던데다 델라웨어나 홍콩 등의 지역적 특성도 수사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미 알려진 대로 홍콩은 대표적인 조세 피난처로 꼽힌다. 델라웨어주의 경우도 이곳에서는 사실상 조세피난처와 다름없는 주로 알려져 있다. 즉 조세 피난처 두 번을 거쳐 송금된 돈은 그만큼 출처 확인이 어렵다고 한다.

이 때문에 국내 수사기관에서는 이 돈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자금 내지 최태민 목사 때부터 숨겨져 온 최 씨 일가 비자금 이 두가지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런 내용들이 현재 국내 정보기관과 사정기관에 공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역시 이런 근거를 가지고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이달 8일 야당 대표 예방차 민주평화당에 방문해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언급했다. 윤 총장은 민주평화당 조배숙 의원이 ‘최순실이 (딸) 정유라에게 서신을 보내 재산을 빼돌리는 문제를 어떻게 진행할거냐’라고 묻자 “검찰이 최순실과 관련된 재산을 상당히 보전 청구 해둬 이후 큰 문제는 없을 거라 본다”며 “다만 굉장히 많은 재산이 숨겨져 있는 것 같은데 그 부분에 대해 우리나라가 사유재산에 대한 정보보호가 미국에 비해 강해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답했다. 윤 총장은 “검찰은 범죄 혐의를 갖고 접근하는데, 국세청은 세무조사 차원에서 접근해 좀 더 포괄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며 “국세청과 공조해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실제적으로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최 씨 해외은닉재산 추징에 나서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최순실 “은닉재산 없다”

최 씨는 해외은닉재산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최씨는 지인과의 접견 자리에서 최근 불거진 은닉 재산 의혹에 대해 이같은 반응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본국의 한 언론은 최 씨가 딸 정유라씨에게 보내는 ‘옥중 편지’를 공개했다. 공개된 편지에서 최씨는 정씨에게 ‘추징금 70억 공탁해놓고 세(세금)해고 하면 40~50억 남는다’며 ‘그래서 너에게 25~30억 주려고 한다. 일단 현금으로 찾든지 해서 갖고 있어라’고 전했다. (아래 사진참조)

편지최 씨는 소유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재 건물을 지난 1월 판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최씨가 건물을 팔아 받은 돈 중 법원으로부터 선고받은 추징금을 제외하고, 정유라씨에게 일정 부분 건네 숨기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최씨는 편지에 적힌 필체는 “내 것이 맞다”면서도, 내용에 대해서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유라씨도 해당 편지를 받아본 적이 없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씨는 본인이 숨기고 있는 재산은 하나도 없다며 의혹에 반박했다. 최씨 측 관계자는 “공개된 편지가 인편(人便)을 통해서 전해졌는지, 건물 판매에 따른 이사 과정에서 유출됐는지 모르겠다”면서도 “최씨와 관련된 자금은 다 노출된 상황으로, 숨겨진 재산이 없다는 게 최씨 입장”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수사기관이 즉각 본인의 은닉 재산 여부를 조사해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최씨는 지인에게 “(수사기관이) 신속·철저하게 조사해도 숨겨진 재산은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윤 총장이 국회 예방 과정에서 최씨 재산과 관련해 “굉장히 많은 재산이 숨겨져 있을 것 같은 미스터리가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 것을 두고는 “결백이 밝혀지면 (발언에) 책임을 져라”며 격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데이비드 윤 키맨 될까

본지가 말한 정보 외에는 본국에서 수사할 이렇다 할 정보가 없고, 결국 해외 수사기관의 공조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은닉재산의 향방은 최 씨의 집사로 알려진 데이비드 윤(한국명 윤영식)의 입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윤 씨는 6월 1일 네덜란드 당국에 전격 체포됐다. 본국 검찰에 따르면 윤씨는 지난 1일 네덜란드 현지에서 인터폴에 체포됐다. 독일 국적인 윤씨는 2016년 말 국정농단 사태 이후 행방이 묘연했다. 헌인마을 개발비리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은 2017년 12월 윤씨를 기소중지하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인터폴을 통해 적색수배를 내린 상태였다. 법무부는 조만간 네덜란드 당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할 방침이다.

▲ 최순실의 은닉재산의 향방은 최 씨의 집사로 알려진 데이비드 윤(한국명 윤영식)의 입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윤 씨는 6월 1일 네덜란드 당국에 전격 체포됐다.

▲ 최순실의 은닉재산의 향방은 최 씨의 집사로 알려진 데이비드 윤(한국명 윤영식)의 입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윤 씨는 6월 1일 네덜란드 당국에 전격 체포됐다.

윤씨는 박 전 대통령을 움직여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이 국토교통부 뉴스테이 사업지구로 지정받도록 해주겠다며 부동산개발업자 황모씨로부터 거액의 청탁성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윤씨와 공모해 착수금 명목으로 3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한모씨는 이미 지난 4월 징역 3년6개월과 추징금 1억5천만원이 확정됐다. 헌인마을 개발비리 수사 과정에서 개발업자의 청탁이 윤씨를 거쳐 최씨와 박 전 대통령,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 국토교통부에 차례로 전달된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최씨는 2016년 4월 윤씨에게 ‘부탁한 건 지금 검토 중’이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다섯 차례에 걸쳐 헌인마을 뉴스테이 사업 지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안 전 수석의 수첩에 적혀 있다. 안 전 수석의 지시를 받은 국토교통부는 네 차례에 걸쳐 청와대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윤씨는 최씨의 독일 현지 재산을 관리하며 생활 전반을 돕는 등 사실상 집사 역할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윤씨의 아버지를 ‘삼촌’으로 불렀고 독일을 방문할 때마다 통역을 맡기는 등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돈세탁 규모 수조 원대로 파악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김창진 부장검사)는 윤씨가 헌인마을 개발비리뿐 아니라 삼성의 정유라씨 승마지원 등 국정농단에 상당 부분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네덜란드 당국에 구금된 윤씨의 국내 송환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윤씨가 현지에서 소송을 제기할 경우 송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윤씨가 삼성과 최씨 사이의 ‘말 거래’ 과정에 관여하고 이와 관련한 범죄수익 은닉에도 가담한 정황이 나와 있는 상태”라며 “조속히 국내로 송환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윤과 관련해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최순실의 자금세탁 경로를 파악할 수 있는 ‘키맨’이자 최근 정유라의 독일 이민을 준비한 인물로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안 의원은 지난 6월 본국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데이비드 윤이) 최근에는 정유라의 독일 이민을 준비했다고 제가 알고 있는데 이건 확인이 돼야 할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 의원은 그는 “데이비드 윤은 최순실의 해외은닉재산 규모와 자금세탁의 경로를 알고 있는 ‘키맨’이며 돈세탁 전문가”라며 “(데이비드 윤 체포로) 최순실이 해외에 숨긴 재산을 찾을 수 있는 ‘스모킹건’이 나와 10년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가 최순실의 한국 아바타였다면 최순실의 독일 아바타가 데이비드 윤이었다. 최근 인터폴에 수배된 후 집을 나와서 프랑크푸르트 근처에 고급 별장을 옮겨 다니면서 호화 생활을 누린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최순실의 은닉재산 규모’에 대한 질문에 안 의원은 “규모가 워낙 크고 시세차익을 고려하면 어쩌면 최순실 자신도 정확히 모를 것”이라면서 “독일 검찰을 통해 확인한 것은 독일 내 최순실의 돈세탁 규모를 수조 원대로 파악하는 듯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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