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장관 검찰수사 계기로 짚어 본 한미 공권력 집행과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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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피의자 사실공개와 법무부의 알권리 침해 신설 논란

‘사생활 보호’보다 ‘국민의 알권리’가 우선

조국

▲조국 법무장관

 “노블레스 오블리주”(프랑스어: noblesse oblige)라는 말이 있다. 프랑스어로 “귀족은 의무를 갖는다”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지식과 직위 그리고 부를 지닌 자들은 사회정의를 누구보다도 앞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사회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은 솔선수범과 국민을 위해 희생하고, 국민의 의무를 먼저 실천하는 도덕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뜻으로 쓰여진다. 영국 왕실의 왕자들이 전쟁이 발생하면 누구보다 먼저 병역의무를 실천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지금 한국은 논란속에 법무장관이 된 조국과, 그 조국 일가의 의혹사건을 두고 검찰과 법무부가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그 중에서 최근 불거져 나온 사항은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피의자의 피의사실 공개를 원칙적으로 가로막는 규칙을 법무부가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하여 미국 검찰의 수사상항에 대한 언론 공개 지침을 소개한다. <성진 취재부 기자>

우선 미국에서는 헌법정신에 따라 피의자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그리고 공평한 재판진행(정의 실현)을 위한 기본정신에서 출발한다. 미국 검찰과 언론의 관계는 국민의 ‘알 권리’(Right to Know), 사건 당사자의 사생활보호 (Right to Privacy), 그리고 효율적인 공권력 집행과 공평한 재판(Fair Treatment) 보장이라는 세가지 가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연방 법무부의 수장을 Attorney General이라고 부른다. 한국의 검찰총장과도 비슷하게 해석이 될 수 있는데 한국으로 치면 법무부 장관을 가리키는 말이다. 연방 정부의 다른 부서들은 다 secretary(우리의 장관)라는 직책이 붙는데 유독 법무부의 최고 자리만 이런 독특한 이름을 갖고 있다. 이유는 Attorney General이란 자리가 법무부 탄생 전 먼저 생겼기 때문이다. U.S. Attorney는 대통령이 임명해 상원의 인준을 받는다. 한편 각 주에도 법무부가 따로 있는데 주의 법무부 최고 책임자들을 역시 Attorney General이라고 부른다. 주 밑의 행정단위에선 카운티의 경우는 District Attorney 그리고 시는 City Attorney라고 불리는 자치단체의 민‧형사 소송 등 법률문제를 담당하는 조직이 있다. 한국에서는 오래전부터 검찰 권력과 개혁에 대한 논의와 논란이 많았고 요즘 부쩍 이 사안이 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의 검찰 개혁을 위해 과거에는 일본 검찰제도를 많이 받았는데, 이번 계기를 통해 미국이나 영국 등의 검찰 제도도 비교 운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보겠다. 특히 한국 검찰과 법무부에 대칭되는 조직이 미국으로 치면 연방 법무부와 US Attorney다.

한국과 미국의 검사는 우선 모두 검사가 되기 위해선 변호사 자격증을 따야 한다. 검사는 사회적으로도 엘리트 부류에 속한다. 그렇다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검사가 되는 길은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바로 검사가 되는 길이 있다. 이 경우 검사가 되기 전 로스쿨을 다닐 때 검찰에서 무급 인턴을 하면서 경험을 쌓고 자리가 나오면 인터뷰 기회를 받는다. 서면시험, 구두시험, 구두 인터뷰를 다 보는데도 있고 구두 인터뷰 만을 보는 데도 있다. 다른 길은 변호사를 하거나 다른 공무원으로 일을 하다가 지원하는 경우다. 한마디로 한국처럼 인력 충원을 일원화하지 않고 있다. 인력은 시시때때로 필요에 따라 예산에 따라 충원되고 성별, 인종, 연령에 개의치 않고 다양한 학교와 백그라운드를 가진 변호사들이 들어온다. 따라서 미국 검찰은 한국 검찰처럼 기수에 따른 병영 문화가 형성될 수가 없다. 물론 미국 검찰도 상하 위계질서는 있지만, 각자가 양심에 따른 법집행을 한다는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

미국 검사는 양심에 따른 법집행

최근 한국에서 조국 법무장관이 취임하면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피의자의 피의사실 공개를 원칙적으로 가로막는 규칙을 법무부가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법무부는 검찰 과거사 위원회의 권고로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인 올 7월 말 초안을 마련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검찰에서는 법무부가 부적절한 시점에 사회적 합의없이 훈령 개정을 강행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법무부가 추진하는 새 훈령은 이름부터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칙’이다. 내용도 법무부가 마련해 2010년 4월부터 시행 중인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전면 개조하는 수준으로 바뀐다. 수사공보규칙이 공개할 수 있는 수사 내용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었다면 새 훈령은 피의 사실의 공개 범위를 수사 중, 기소 전, 기소 후 등으로 나눠 전방위적으로 축소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동아일보가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법무부의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안)’에 따르면 피의자가 명시적으로 동의하는 내용의 서면을 제출하는 경우에만 피의자 소환 등을 촬영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기소 전엔 수사 내용 공개가 불가능하고, 기소 후에도 피고인 죄명 기소 일시, 기소 방식만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법무부 장관이 수사 내용을 유포한 검사를 감찰 지시할 수 있는 규정도 신설했다.

법조계에서는 피의사실 공개 범위를 줄여야 한다는 논의가 이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조 장관이 이끄는 법무부가 피의사실의 공개 범위를 축소시키는 안을 추진하면서 그 배경을 놓고 의구심을 가지는 시각이 많다. 특히 새 안은 법률이나 대통령령이 아닌 법무부 훈령으로 준비되고 있다. 국회 차원에서의 논의나 국무회의 의결 등의 절차 없이 조 장관의 서명만으로 시행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훈령 개정의 혜택을 가족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조 장관이 가장 먼저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이에 검찰 내부에선 여권에서 피의사실 공개 문제를 먼저 꺼내들고, 조 장관이 새 훈령을 직접 개정하며 검찰을 우회적으로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이번 훈령은 오보에 대응할 수 없어 ‘가짜뉴스’가 범람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새 훈령엔 오보를 방지하는 방안은 빠져 있고, 오보 후에도 검찰이 오보라는 것만 답변할 수 있어 정확한 사실을 알리는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특히 <외국사례를 통해 본 수사상황 공개의 기준과 한계>라는 제목의 ‘법조 언론인 클럽’의 연구자들(당시 김승일 한국일보, 최형두 문화일보, 배혜림 뉴시스)들이 잘 설명해주고 있다. 미 연방검찰(US Attorneys)은 이런 문제를 균형있게 다루기 위해 ‘미디어 매뉴얼’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미 연방검찰은 검찰청 업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매뉴얼을 공개하고 있다. 미 연방검찰 매뉴얼(USAM)의 1편 7장1항은 바로 미디어 관계 매뉴얼의 목적을 말하고 있다. “이 매뉴얼의 목적은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등 수사관련 기관들이 민/형사 사건 및 여타 수사범죄에 대한 정보에 대한 일관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가이드라인은 연방규칙(CFR: Code of Federal Regulation)28편 50.2장(별첨)에 충실히 따라야 한다. -중략- 이런 가이드라인은 반드시 균형을 이뤄야 할 세가지 이해관계를 반영한 것이다. 첫째 공공의 알권리, 둘째 공정한 재판을 위한 개인의 권리, 셋째 정부의 효과적 법집행이다.” 그리고 CFR 50.2(형사 사건에 관한 법무부의 정보 발표)는 A4용지 2페이지 분량으로 언론 매뉴얼의 주요 골자를 정하고 있다.<비밀 유지의 필요성>(Need for Confidentiality, USAM 1-7.111)에서는 “모든 사건에서 피해자의 권리, 소송, 그리고 증인 및 다른 당사자들의 삶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신중한 조치가 반드시 취해져야 한다. 이를 위해 법원과 의회는 다음과 같은 사안에서 제한적인 비밀 유지를 인정하였다. 진행 중인 수사 사건, 대배심과 세금 문제, 특정한 수사기법, 법으로 보호된 다른 사항들”로 정했다. 이어서 <USAM 1-7.112>에서는, “모든 사건에서 헌법적인 요구에 따라 언론자유, 공정한 재판, 그리고 헌법상의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사법집행기관의 공무원, 검사와 법원 등의 행위에 대한 정보 접근권이 보장되도록 주의 깊게 배려해야 하며 이 경우에도 피의자, 피고인의 개인적 권리도 함께 보장돼야 한다. 나아가 공공의 안전, 도망자의 체포, 법집행과 시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검찰문제들에 대해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 생길지 예상할 수 없는데다 모든 경우를 문서화된 정책에 따라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알권리와 언론 자유, 공정한 재판, 피의자의 개인적 권리에 관한 원칙들은 매 사건마다 반드시 고려돼야 하며 공정하고 신중하게 그리고 건전한 판단에 기초해서 적용돼야 한다”고 규정했다. 미 연방검찰 미디어 매뉴얼은 이어 이런 문제들에 대한 최종책임을 홍보담당관(Director of the Public Affairs: OPA)에 위임하며 법무장관(Attorney General)은 모든 경우에 적절한 사안에 대해 충분히 파악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1-7.210 General Responsibility). 또한 연방 검찰청별로 언론 전담 담당자를 임명토록 하고 있다.

미디어 메뉴얼 최종책임은 홍보담당관

특히 FBI(연방수사국), DEA(마약수사국), 이민국(INS),교정국(BOP) 등 관련기관의 홍보담당자는 법무부의 홍보담당관과 상의토록 했다. 하지만 93개의 연방검찰청은 각자의 관할구역의 사정을 감안해서 독자적인 언론보도 방침을 정하도록 했다. 다만 관할구역을 넘어서거나 전국적인 사안에 대해서만 법무부 홍보 담당관실과 조율토록 함으로써 미디어 매뉴얼이 각 지역의 실정에 맞지 않게 관료적으로 운영되는 폐단을 막았다. <USAM 1-7.320)  미디어 매뉴얼에서 특별히 신경을 쓰는 부분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선입견을 줄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다. 때문에 법무부와 관련기관의 구성원들은 어떤 경우에도 판결이나 결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주는 언급을 할 수 없도록 했다.(USAM 1-7.500) 미 법무부의 미디어 매뉴얼은 또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한 사항들을 공표할 수 있도록 했지만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언급은 하지 못하도록 했다. 조사 중인 사건의 존재여부, 사건의 성격이나 진행상황, 영장 발부 여부 등에 대한 질문에 응답하지 못하도록 했다. 다만 이미 많이 알려진 사건으로써 법집행당국이 적절한 조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또는 공공의 안전, 이익, 복지를 위해서 필요할 경우 진행중인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하거나 확인해 줄 수 있다.(USAM 1-7.530) 또한 개인이나 특정조직 단체가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뒤 이를 언론에 공표했을 때도 검찰은 이 사건 접수가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언론의 질문에 대해서 검찰은 사건을 접수한 것이 곧 수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해야 한다. <USAM, 1-7.531> 특히 검찰이 수사중인 사건에 대한 선입견을 주는 다음과 같은 언행은 못하도록 하고 있다.
A. 피의자, 피고인의 성격 묘사
B. 피의자, 피고인의 진술, 범행 인정여부, 자백, 알리바이 등에 대한 공표
C. 수사진행 상황, 즉 지문, 탄도검사, DNA 테스트 등에 관한 사항 혹은 피의자, 피고인의 조사 거부 사실에 관한 공표
D. 증인의 신원, 진술, 신뢰성 여부에 대한 공표
E. 사건의 증거나 주장에 대한 언급
F. 피의자, 피고인의 유죄 여부에 대한 개인적 견해 언급
이같은 연방법무부의 미디어 가이드라인에도 불구하고 연방검찰은 법원의 별도 명령이 없는한 언론의 적법한 취재 노력, 예컨대 사진 취재, 녹화 및 녹음, 범죄 현장 촬영 및 중계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언론의 자유와 시민들의 알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법 집행에 도움이 되고, 범죄를 억제하고, 시민들의 검찰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 취재지원을 할 수도 있다. 예컨대 법집행 현장에 대한 사진 촬영, 녹음 녹화 등을 도와주는 일 등이다. 하지만 이런 취재 지원이 부당하게 다른 개인을 위험하게 할 가능성은 없는지, 다른 당사자나 개인의 권리에 대한 선입견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반드시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또한 보도발표문에서도 피고인이 법정에서 유죄가 가려질 때까지 무죄로 추정돼야 한다는 문구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USAM 1-7,600) (출처: 미국 연방검찰 규정집(U.S. Attorneys Manual: USAM) – 언론관계 매뉴얼(Media Rel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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