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저널리스트 가토씨의 모스크바취재팀은 이밖에 러시아인 과학기술자의 귀중한 증언도 얻었다고 한다. 러시아연방 핵에너지부 정보국의 U.코트로프가 그 한사람. 전에 영변의 핵시설 건설에도 참여했었다는 그의 증언은 아주 상세했는데 특히 인상적인 말은 다음의 두 대목이었다는 것.
“북한과학자들은 러시아에 오면 누구나가 판에 박은 것같이 묻곤 했다. ‘이걸로 플로토늄을 추출할수 있는가’라고 “제일 이상한 것은 영변의 핵시설에는 송전선이 하나도 보이지않는 점이었다. 이것은 발전, 즉 평화이용은 절대로 아니다”.
또다른 한사람의 말은 더욱 충격적이다. 러시아연방 산업부 일반기계제작국장(미사일 및 우주개발기술 담당) 바렌틴.스테바노프는 92년 쿠데타를 일으켜 고르바초프를 내몰았던 옐친 정권 때 북한과 러시아 사이에 공장시찰을 포함한 미사일기술원조나 우주개발에 서로 협력하는 취지의 비밀협상을 했었다고 시인했다는 것.
김일성.김정일부자는 소련붕괴 후 새삼스레 러시아의 무기개발지원을 얻으려 한 것인데 그 같은 협정협상과는 별도로 러시아인 과학자들을 개별적으로 스카우트를 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스테바노프의 증언내용도 그랬다. “나는 실제로 북한의 미사일공장을 견학했다. 거
기서 만난 북한 미사일연구자는 매우 높은 수준에 달해있다고 느꼈다. 러시아에 와도 충분히 감당할만 하였다. 러시아와 북한사이에 새로이 연구개발을 위한 협상을 하고있었는데 그 사이에 얼핏 러시아의 로케트개발 현황이라던지 그 분야를 어느 과학자가 담당하고 있는지를 누설해 버렸다. 후에 생각해 보니 이것이 그들이 노림 수였다.”
말하자면 북한측은 러시아의 로케트개발담당자들에 접근해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러시아과학기술부문의 첨단과학자들 이름을 알려고 했다. 나중에 그 당자들과 직접 교섭해 영변에 데려가면 되니까 말이다. 스테파노프가 북에서 귀국한지 불과 한 달 후에는 주요과학자 7명이 러시아에서 자취를 감추었다는 것이다.
구 소련시대에 핵개발은 폐쇄도시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그들 모스크바취재팀은 리가등 폐쇄도시로 가서 북한과 접촉했던 러시아인과학자를 취재했다. 그러나 그들은 북한측으로부터 엄중한 함구령을 받았던 듯 좀처럼 결정적 단서가 될만한 얘기는 얻어낼수 없
었다.
스테파노프가 북한의 속셈을 알아차리면서 러시아 방첩조직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르푸초프 라는 러시아인과학자(탄도학의 권위)가 떠올랐다.
러시아공안당국자에 따르면 그가 북한당국의 의향에 따라 러시아과학자들을 평양으로 보내려한 장본인이었다
는 것.
모스크바주재 북한대사관 주재무관 남계우소장의 부탁을 받아 모스크바교외에 위치한 이사에프, 제르진스키, 카잔 등 핵연구소를 중심으로 도합 196명의 러시아국적 과학자를 북한에 보내려고 획책했다는 것이다. 모두 제일급 과학자들로서 물리학자나 탄도학의 권위, 혹은 액체역학의 대가 등 쟁쟁한 멤버였다. 그러한 인재를 북한에 스카우트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92년10월 그 멤버와 가족들 도합 42명이 셰레메체포 제2공항을 통해 출국하려다 공안당국에 의해 전원 체포됐다. 구인후 스테파노프는 북한대사관 욱소장을 불러 엄중 항의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르푸초프사건’이라 하여 파라니코프 보안장관에 의해 러시아인민대의원대회에서 공표되었다. ‘르푸초프사건’은 핵개발을 위해서 라면 체면이고 앞뒤 없는 북한의 횡포를 방치해 둘 수 없음을 단적으로 나타낸 사건이었다.
사람뿐만 아니라
물자입수도 같은 수법
북한은 또 핵개발을 위한 물자의 비합법적 조달에도 열심이었다. 92년에는 체첸으로부터 대량의 질코늄합금(질카로이)을 구입했다. 이 물질은 “원자력개발 외에는 쓸 모가 없는” 것으로 원자력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는데 150톤어치나 북한으로 간 것이다. 무기상인을 취재한 결과 그것은 러시아에서 체첸 경유로 북한에 보내졌음이 확인되었다고. 이밖에 미그29의 부품을 비롯 스카드미사일등도 카자크스탄 등을 통해 북한에 밀수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한 결과로 아키라씨는 이미 93년단계에서 “김일성체제의 북한은 핵을 갖고 있다”는데 대한 확신에 흔들림이 없게 되었다고 술회하였다. 게다가 그 핵개발은 김일성의 사후(94년7월) 김정일체제로 이행한 후에 급속히 확대된 것이었다.
94년 미.북합의 이후에도 김정일은 핵개발과 나아가 미사일개발도 가속화 시켰다.
98년8월 대포동1호를 발사, 태평양에 떨어지게 한등 90년대후반 북한의 미사일기술은 비약적 진전을 보여준다. 이 사이 북한은 어디서 그러한 기술을 획득했을까.
여기에 또 하나 러시아국방부가 작성한 기밀문서가 있다. ‘북한에 있어서 미사일의 전술적 기술적사용의 전망’(99년1월15일 작성)이다. 이내용은 지금도 러시아국방부의 최고군사기밀로서 내용은 러시아영토에 직접 미사일을 닿게 할수 있는 나라들에 관한 군사적 분석이다
대포동1호의 발사실험을 북한측은 “인공위성 발사”라고 얼버무렸지만 국방부는 이를 ‘미사일무기개발계획’에 근거한 전역탄도미사일 실험이라고 단정했다. 보고서는 이렇게 적었다.
< 탄도미사일 대포동1호 및 2호에는 보통탄두의 장착이 예정돼있으며 그것들의 완전한 개발예정은 늦어도 2003년보다 이전으로 되어 있다.> 보통탄두장비를 예정했다지만 ‘가능장착탄두’의 항목을 보면 <핵. 화학. 생물>로 돼있다. 그리고 결론이라 하여 <북한은 2010년까지는 사정거리 1만1000KM超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대포동3호’를 보유하는 것은 확실하다고 분석된다.>
북한이 “진짜 적”인 미합중국에 탄두를 도달하게 하는 미사일개발을 하고있다는 것이다. 사정거리 1만1천KM라면 수도 워싱턴에도 직격이 가능하다. 미국이 “북한은 이라크보다 더 위협”이라고 떠든 이유를 알만하다. 그런데 이 문서를 본 군사전문가가 최대포인트라고 지적한 점은 다음과 같다.
<러시아국방부의 평가에 따르면, 중거리탄도미사일 ‘대포동1호’는 최대사정 2천KM의 액체2단식 미사일이다. 그 설계의 유형의 하나로서 ‘노동1호’를 제1단으로 ‘스카드B’ 또는 ‘스카드C’를 제2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검토되고 있다. 차세대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대포동2호의 제1단에는 중국제 탄도미사일 ‘동풍(東風)3호를, 제2단은 ‘노동2호’를 기초로 개발됐다고 추정된다.>
만약 중국의 미사일기술이 ‘대포동2호’에 전용되어있다고 한다면 미국본토공격의 가능성은 극적으로 높아진다. 그 증거로 켈리 미국무부 차관보가 작년 10월20일 방일전에 북경에 들렸던 사실을 상기할 만 하다. 그것은 말하자면 북한의 핵개발과 중국과의 관계를 따지는 게 목적이 아니었나 싶다. 부시정권은 북한이 정말 ICBM를 개발하고 있다고 여겼을 때, 종전처럼 북한을 방치해서 “김정일체제의 붕괴를 기다리는”전략을 계속 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기도 한다.
중국의 원자력기술이 북한에 들어가지 않았나 라는 의혹의 주인공은 박옥경(朴玉京)이다.
그의 직함은 <영변원자력연구소 부소장>이었다. 박은 99년4월에 “미국에 간다”는 말을 남기고 북경에서 모습이 사라졌다. 김정일은 그의 목에 500만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다 한다.
“북한 핵개발의 최고기밀을 아는 사나이” “중국으로부터 ‘동풍3호의 미사일기술을 북한에 가져가려고 공작하고 있었다”(미국무부 관계자)고 하는 朴은 지금 미국정부의 보호아래 있다고도 하는데 진상은 알 길이 없다.
이상이 일본 저널리스트 가토 아키라씨가 지난 12년간 러시아 한국 미국등에서 수집한 북핵에 관한 취재결과의 개요인데, 그는 결과적으로 말할 수 있는 포인트라며 첫째, 북한은 확실히 핵을 갖고있다는 것. 둘째로 대륙간탄도미사일에 관해 개발이 완료됐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중거리미사일(사정거리 1000KM)을 보유하고 있다는 두 가지라고 단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