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일 뉴욕총영사의 ‘동포사회 비방’ 발언(본보 5월4일자)을 폭로했던 박관용 국회의장의 공보비서관인 손영순씨가 사이트에 올린 글이 돌연 삭제되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손영순씨는 지난 25일(한국시간) 한국 육군사관학교 32기 졸업생들의 홈페이지 (www.kma32.or.kr)에‘뉴욕총영사가 동포들을 “X새끼” 그리고 단체장을 “사기꾼들”이라고 망언을 했다’고 게재했다.
이글이 실리자 뉴욕 한인사회는 크게 분노해 뉴욕한인회를 포함한 단체들의 항의가 뒤 따랐다.
당사자인 조원일 뉴욕총영사는 “진위여부에 관계없이 물의에 대해 사과한다”며 “그러한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당시 뉴욕한인사회는 신임 한인회장 당선자를 놓고 선관위의 당선무효 공고로 한바탕 홍역을 앓고 있을 때였다.
한인회장 문제가 결말이 나지 않으면 뉴욕을 방문하는 노무현 대통령 환영준비위원장으로 한인회장이 나설 수 없어 뉴욕총영사관은 고민하고 있었다. 이당시 손영순 비서관은 박관용 국회의장의 뉴욕방문을 준비하기 위해 먼저 뉴욕에 와서 총영사관측과 일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손영순 비서관은 뉴욕동포사회 출신으로 한국에 나가 국회의장의 비서관으로 근무해 뉴옥사회와는 교류가 많은 편이다. 손 비서관은 육사32기동기생 사이트에 비교적 자주 글을 올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
손 비서관은 조원일 총영사가 어떤 환경에서 문제의 ‘X새끼’ ‘사기꾼들’이라고 했는가라는 물음에 “처음 그 말을 듣고 황당했다. 50평생에 그렇게 황당한 사람은 처음 본다”면서 “총영사관에 의장 일정 준비차 방문했는데 다른 일로 바쁜 총영사 입에서 느닷없이 그 말이 나왔다”고 말했다. 또 손 비서관은 “당시 나만 들은 것이 아니라 총영사관 입법관도 현장에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총영사관 입법관은 나중 기자회견장에서 “총영사가 문제의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손영순 비서관은 뉴욕 한국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저는 이런 걱정을 합니다. 총영사라는 자리가 막강한 자리입니다. 보안사, 경찰관, 각 부서들이 다 파견 나와 있는데 다 통솔 받기 때문에 여러가지 개인적인, 뭐 자기 모가지가 걸려 있다고 생각하면 이 세상에 못할 일이 어디 있겠어요.
대한민국 사람 특히 그런 고유관직인데… 마지막 명예직이고 뭐 못할 일이 있겠어요. 그래도 전 사실 그 일에 대해서는 한점 부끄러운 점이 없기 때문에 결코 굴하지 않고 그런 어떤…. 그게 옛날식 아닙니까? (중략) 나를 완전히 바보 병신으로 만들어 죽이려고 그러는 구나”라고 자신의 심경을 토로했다.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던 손 비서관은 갑자기 자신의 입장을 180도 변화 시켰다.
손영순 비서관의 글은 지난달 28일까지 게재되어 있었는데 29일 문제의 글은 삭제되고 대신 “저의 개인적 불찰입니다. 죄송합니다”는 제목과 함께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렸다.
<사노라면에 올렸던 글 삭제했습니다. 지난 며칠간 사무실에서 아무리 사이트에 접속하려 했지만 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모 동기생의 야단났다는 전화를 받고 PC방에서 접속했습니다. 개인적 울분을 토로한다는 것이 일파만파의 파장을 낳을 줄 몰랐습니다. 진심으로 동기들에게 미안한 마음 전합니다. 앞으로 다시는 개인적 울분을 사이트상에 토로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동기들에게 누를 끼쳤던 점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마스터님, 저의 개인적 글에 대해 관련 있는 글들을 웹관리 차원에서 모두 삭제해주시면 어떨까요. 솔직히 이런 결과가 생기리라곤 단 1%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 너무 당황스럽군요. 미안합니다. 저가 늘 쓰던 글은 이곳과 고등학교 동창회 사이트에 있는 개인 사이트 두곳에 동시에 올리는데 하필이면 이 사이트가 신문에 공고가 돼 문제가 생겼던 것 같습니다.>
문제의 손영순 비서관은 자신의 폭로성 글 때문에 뉴욕한인사회의 여론이 비등해지고 총영사관측에서는 “사실이 아니다”며 진위여부로 시끄러울 때도 “내 말이 거짓이면 총영사가 나에 대해 소송하면 될 것”이라며 자신의 입장을 강하게 표현했었다. 그러한 손영순 비서관이 갑자기 자신의 글을 삭제하라고 웹사이트 관리자에게 부탁한 사실에 대해 외부의 압력 때문이 아닌가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뉴욕지역은 노 대통령의 방미 첫 기착지로 뉴욕총영사가 대통령을 보필 해야 하는 입장이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손영순 비서관의 ‘뉴욕총영사 망언’글이 미주동포사회에서 크게 문제가 되자 육사32기 홈페이지 관리자 ‘웹머슴’은 손영순씨가 자유게시판에 올린 ‘총영사가 동포들을 X새끼, 사기꾼이라 하다니’ 제목의 글을 삭제하고 “뉴욕총영사 발언문제와 육사32기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육사32기 홈페이지 관리자는 지나달 28일 자체 웹사이트 ‘사노라면’ 자유게시판에 “육사 32기 동기생들은 어떤 경우에도 친목과 화합을 해칠 수 있는 정치·종교적 이데올로기나 신념을 주제로 한 논쟁이나 상호비방을 단호히 배격한다”며 “만일 우리의 이러한 웹정신을 고려하지 않은 개인적인 주장에 대해서는 육사32기의 공식견해와는 전혀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뉴욕총영사 발언문제, 육사32기와는 전혀 무관합니다’란 제목의 글은 “따라서 손영순씨의 ‘뉴욕총영사의 교민에 대한 발언’ 글은 육사32기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개인 견해이오니 이곳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지 마시고 본인에게 직접 문의하시기 바란다”며 손 비서관의 주소와 전화번호, 셀폰 번호, 전자우편주소 등을 게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