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간의 핵회담 직전인 지난달 20일 호주 해상에서 헤로인 밀반입 혐의로 나포된 북한 선박 ‘봉수호’에 대하여 미 FBI가 조사에 나서고 있어 국제적 사건으로 부상되고 있다.이번 사태로 호주 주재 전재홍 북한대사는 2차에 걸쳐 호주 외교부의 조치로 강력한 항의를 받았으며, 북한에 신임장을 제정할 호주 신임대사의 평양 행이 무기 연기된 바 있다. 호주주재 북한대사는 호주야당으로부터 “추방요구”를 당해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고 있다. 주재국 대사가 범죄사건에 관해 2주간에 걸쳐 두 번씩이나 주재국 외교부에 불려 가는 사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현재 마약밀반입 혐의를 받고 있는 북한선박 사건은 호주의 일간지들과 방송들이 계속 추적보도를 하고 있으며 미국과 영국 언론들이 이를 다시 인용 보도하고 있다.
호주의 일간지인 ‘디 에이지’는 지난 4일자에서 “호주정부는 신임 앨런 토마스 대사의 신임장 제정을 위한 평양 파견을 무기 연기시켰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알렉산더 다우너 외무장관이 “나포된 북한의 ‘봉수호’사건이 해결되기 까지 토마스 신임대사의 신임장 제정은 무기연기 됐다”는 성명을 인용 보도했다. 토마스 대사는 베이징 대사로서 북한대사직을 겸임하고 있다. 이번 호주정부의 북한대사 파견 연기조치는 ‘봉수호’사건이 양국간의 최대 외교분쟁 사건으로 비화됐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한편 호주의 오스트레일리언 지는 지난 3일자에서 미국 FBI가 수사팀을 호주로 파견해 북한 마약선 ‘봉수호’의 미스터리 행적과 승무원들의 신상을 정밀 파악할 것이라고 보도해 이 문제가 국제적 사건으로 크게 부각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체포된 30명의 북한 선원중 한명은 노동당 고위관리로 밝혀졌으며 일부 선원도 노동당원으로 알려지고 있다.
FBI는 문제의 ‘봉수호’가 3월27일 남포항을 출발해 태국, 중국, 대만, 일본, 베트남, 말레지아 등을 포함해 11개 나라의 23개 항구에 정박했던 것으로 포착하고 있다.
‘봉수호’의 사무장으로 있는 선원도 노동당원으로 이 선박의 모든 임무활동을 감시하고 평양에 보고하는 등 “세포조직”의 책임자로 활동한 것이 드러났다. 호주 외교부의 한 대변인은 “마치 구소련의 정치국원처럼 이 사무장이 선원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체포된 ‘봉수호’ 선원 중 노동당 고위관리 한 명의 승선이 확인되면서 호주 정부는 북한에 대해 강경한 외교대책으로 방침을 급선회 시키기로 결정했다. 알렉산더 다우너 호주 외무장관은 2일 칸베라 주재 전재홍 북한대사를 두 번째 초치한 자리에서 이 같은 사실을 통보하고 호주 정부의 강력한 항의를 전달했다고 라디오 오스트렐리아 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주간 오스트레일리언 지는 이 자리에서 다우너 외무장관이 문제의 선박이 Tuvalu국 船籍으로 한 이유 등을 질문 했으며 북한 노동당 관리가 승선했다는 것은 북한 정부가 마약 밀수 행위를 자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재홍 대사는 북한정부 관련을 부인하면서 “해당회사 직원으로 하여금 수사에 협력토록 할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나 다우너 장관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에 사기업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로 북한정부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마약조직과 연계됐다는 사실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비록 북한정부가 이 선박을 호주지역으로 밀파 시켰다는 증거물은 아직 발견치 못했으나 북한의 정부기관의 관계자가 이번 마약사건에 관련됐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는 “북한은 전체주의 국가이고 선박의 선적이 북한이라는 사실에서 그 선박은 북한정부 소속임에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호주의 야당인 노동당의 케빈 러드 대변인은 2일 “만약 북한측의 마약 밀매 행위가 확인된다면, 호주 정부는 마땅히 북한 대사를 추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존 하워드 호주총리는 2일 미국을 방문해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 정상은 회담에서 이라크 전쟁 복구사업을 비롯 아시아 태평양지역 안보문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정상은 텍사스주 크로포드 부시 목장에서 하루 밤을 묵으며 현안문제를 논의했다. 이들은 북한문제 논의 때 자연히 북한의 마약 밀반입 사건도 화제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미 국제적 마약밀매 근절을 위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미국의 콜린 파워 국무장관은 “공산국가에서 마약을 밀매하는 것은 다반사”라며 “金정일 정권은 ‘범죄집단’이다”라고 논평했다고 호주의 디 에이지 지가 보도했다
이번 나포사건에 대해 호주 수도 칸베라에 소재한 북한대사관의 마동 서기관은 ‘봉수호’가 북한정부 소유선박이라는 보도에 대해 이를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선데이 메일 지는 최근 마동 서기관이 인터뷰에서 “그 선박(봉수호)은 개인회사의 소유이다. 아마도 그 선박의 관계자들이 호주에 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마동 서기관은 “현재 (봉수호) 관계자 들이 비자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나는 그들의 이름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데이 헤랄드 선 지는 “평양의 봉수호 소유회사로 알려진 봉수해운상사로 전화했으나 녹음메시지로 등록되지 않은 전화번호라는 답신만 받았다”고 보도했다.
북한선적의 봉수호는 지난 달 헤로인 50kg(약 8,000만 달러 상당)을 호주 동남부 빅토리아주 로른해변에 밀반입 한 혐의로 호주 해군에게 나포됐으며, 30명의 승무원들은 현재 멜본 연방법원에 마약밀반입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이다.
이들은 법정의 보석금지명령으로 구금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30명 승무원 중 선장은 체포 당시 심장마비를 일으켰으며 3명의 승무원은 결핵을 심히 않고 있어 현재 의료병동에서 감시를 받으며 수사관들의 심문을 받고 있다. 자난 달 23일 법정예비심문 때 26명 승무원들은 진한 그린 색의 구치소 유니폼을 입고서 출정했다. 이들은 등에 일련번호가 매겨져 있었으며 한국어 통역관을 통해 재판과정을 듣고 있었다.
한편 AP통신은 북한 선박으로부터 마약을 인계 받은 혐의로 체포된 동남아인 4명에 대해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데 유죄가 확정되면 종신형에 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 지는 최근 체포된 북한 승무원들을 위해 스캇트 쇼딘 변호사가 선임됐다고 보도했다. 쇼딘 변호사는 “이들에 대한 마약 밀반입 혐의는 약하다”면서 “내가 검토한 기소장을 보면 검찰이 혐의 사실을 증거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문제의 북한’봉수호’는 지난 달 16일 호주 해안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동남아 마약밀매 조직원들에게 헤로인을 건네주고 도주했었다. ‘봉수호’로부터 마약을 건네 받은 4명은 나중 호주 경찰에 체포됐으며 나머지 한 명은 선박에서 마약을 받다가 폭풍우로 인한 험한 파도 때문에 익사한 시체로 발견됐다.
당시 밀매 현장을 인근에 있는 한 호텔의 관리인이 발견해 당국에 신고했다. 이후 호주 연방경찰과 해군은 봉수호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봉수호’를 나포하기 위해 호주 정부는 입체작전을 벌였는데 특별기동타격대를 출동시켰고,헬기와 C-150수송기와 잠수부 등을 동원시켰다. ‘타르탄’이란 작전명으로 실시된 북한 마약선 나포작전은 4일만인 지난 달 20일 동이 트기 전에 완료작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