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대북문제 전문가들은 15일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 박건우(朴健雨) 경희대 아태대학원장
노무현 대통령을 포함해 정부가 그동안 한·미동맹 관계 안정과 신뢰회복을 위해 노력해온 결과가 잘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 재배치, 북핵 문제에 관한 우리 국민의 생각을 정확히 전달한 것으로도 보인다. ‘노 대통령이 미국에 너무 양보했다’고 보는 국민이 있을지 모르지만, 국가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외교과제에 대해 노 대통령이 자신의 철학까지 바꿔가면서 합의를 이끌어낸 것을 과감하게 평가해줘야 한다.
이번 합의 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북한이 상황을 악화시키면 ‘추가 조치’를 고려한다고 한 것과, 핵문제를 남북관계와 연계시킨 것이다. 앞으로 이런 점들을 우리가 직접 북한에 설명하는 계기가 있어야 하고, 이때 한·미 정상 합의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조치임을 이해시켜야 한다. 북한 역시 곧 미·일,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는데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단순히 한·미 간 합의가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임을 인식해 이런 평화적 해결의 기회를 잘 포착해야 할 것이다.
◆ 고유환(高有煥)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미국의 반테러,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의지에 한국이 동의해주면서 한·미 공조를 과시했다고 볼 수 있다. 한·미 공조와 북한이 강조한 민족 공조 중에서 한국이 한·미 공조를 택했기 때문에 북한이 불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공동성명은 북핵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겠다는 양국 의지를 반영한 결과로 본다.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되, 평화적 해결이 어려울 경우 미국이 주장한 추가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고 합의한 것은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했다고 볼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가 같기 때문에 조기 해결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본다.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남북관계 문제들을 풀기 어렵다고 한 것은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 그러나 당장은 북한이 불만을 가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핵문제 해결 없이는 다른 문제를 풀기 어렵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윤덕민(尹德敏)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작년 촛불시위와 대선 때 언행으로 한·미관계가 흔들렸는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에 신뢰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보여 무척 다행스럽다. 두 정상 간 신뢰 확인은 향후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있어서나, 한국 경제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또 베이징 3자회담에서 핵보유 시인 등 북한의 협박 때문에 미국이 강경해진 측면이 있었는데,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북핵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확인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3자회담이라는 대화의 계기를 살렸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한이 재처리 등 상황을 악화시킬 경우 한·미가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혀 북한에 오판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주한미군의 재배치도 한반도의 정치·경제·안보 상황을 신중히 고려, 추진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해 사실상 북핵 문제 처리 후 재배치라는 우리 정부의 입장도 많이 반영됐다. 이제 한·미 합의를 기초로 북한에 대한 공동 대응전략을 면밀히 이행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 백진현(白珍鉉)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한·미 간 신뢰 문제는 출발은 괜찮은 것 같다. 그러나 앞으로가 중요하다. 노 대통령이 미국에서 좋은 얘기들을 많이 했는데, 이것이 외교적 수사로 그쳐서는 안 되고 앞으로 행동과 실천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앞으로 상황에 따라 태도를 바꾼다면 신뢰 유지에 좋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북한 문제는 양국 입장을 절충, 현 단계에서는 평화적 해결을 추진하겠지만 앞으로 북한 행동에 따라 추가 조치를 고려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북한이 핵연료봉 재처리 등을 할 경우 경제 제재를 비롯, 미사일을 수출할 경우 해상봉쇄 등 여러 조치가 있을 수 있다. 미국이 강력한 조치를 검토할 때 한·미 공조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하지만 대북 협상용이고, 실제 군사적 옵션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도 노 정부가 어려운 결단을 해야 할 시기가 계속 올 것이다.
(김민철기자 mckim@chosun.com )
(권경복기자 kkb@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