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SARS) 경위,대책

이 뉴스를 공유하기

지난 19일 WHO(국제보건기구)는 사스감염자가 세계 32개국에서 7,864명에 달하며 사망자는 634명이라고 발표했다. 3월초 ‘괴질’이 홍콩에서 첫 발견된후 2개월여만에 이토록 확산된데는 첫째로 병원체 규명부터 어려운 데다가, 둘째로는 원 발생지인 중국측의 대처가 느슨했던 탓으로 밝혀졌다.

홍콩서 발견된 첫 환자는 64세의 의사였다. 그는 이웃 광동성 광주시 병원에서 근무하다 2월말 홍콩에 여행왔다가 사스(신형폐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증상_고열, 두통, 근육통, 심한 기침으로인한 호흡곤란 등으로 3월4일 수용된 병원에서 사망했다. 그후 그 의사가 묵었던 호텔에 체재했던 남성과, 또 수용됐던 병원의 의사나 간호원 등이 차례로 발병해 단기간에 피해가 확대돼갔다. 그런데 공식적으로 사스 첫사망자인 64세의사는 수용된 병원에서 관계의사나 간호원 등에게 경고했었다 한다. “이것은 특수한 감염증이다. 나를 격리시켜달라.”고.
즉 그는 광동성에서 이 괴질이 발생해 유행했으며 자기도 감염, 발증된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셈이다.
‘괴질’은 중국남부, 특히 광동성과 인접한 홍콩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여객기라는 운송수단을 타고 번져나갔다. WHO는 감염자의 발생상황으로 미루어 광동성을 “발상지”로 상정하고 전문가팀을 보내려했으나 중국정부가 인정하려들지 않았다.

WHO는 4월2일 광동성과 홍콩에 대한 여행을 자숙하라는 “여행연기권고”를 발했다.
데이비드 헤이만 감염증대책부장은 권고이유로서 “감염경로가 아직 미상이고 유호한 치료법도 찾지못하고 있는 터에 홍콩에서는 감염의혹이 있는 환자가 계속 증가중이고, 광동성에서는 최대의 감염자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권고에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동지역의 경제력에 큰 타격을 줄 뿐아니라 국제적 비판이 중국정부에 쏠릴 것이 자명하므로 4월3일 중국의 위생장관이 북경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중국에서 비정형형 폐렴(사스를 칭함)의 환자를 처음 확인한 것은 작년11월중순께였지만 신형 폐렴인줄은 몰랐으며 올해초가 되어 그것이 감염력이 강한 신형질병임을 알았다.
또 중국에서는 非정형형 폐렴은 보고를 의무화한 법정전염병이 아니며, 병원체를 알려고 해도 일정한 시간이 걸리고, 또한 발증자가 난 성(省)은 극히 적다면서 정보공개를 태만히 한 것에 대해 변명하기 급급하였다.(그와 북경시장은 후에 파면.)

원래 중국내서는, 특히 감염자가 속출한 광동성에서는 올 2월초께부터 주민들사이에 불안이 널리 퍼졌었다. 당황한 성당국이 혼란을 막기위한 캠페인을 벌였는데 이런 투였다고.

병원 침대에서 상반신을 일으킨 여환자가 TV카메라를 향해 “ 난 이제 나았어요. 겁낼 필요가 없어요.”하는 내용의 증언을 하고 그 뒤에 서있는 의사인듯한 인물이 “발병해도 해열제와 항생물질을 투여하면 금방 회복합니다”라는 코멘트를 하는 따위다.

감염증에 대해 조금이라도 상식이 있다면 이런 엉터리 코멘트는 말도 안된다. 해열제는 단순한 대중요법이고 항생물질이 이런 신형폐렴에는 효과가 없음이 그 시점선 이미 널리 알려져있었다. 항생물질은 원인이 되는 병원체가 세균인 경우는 유효하지만 바이러스라면 전혀 효과가 없다. 덮어놓고 항생물질을 남용하면 ‘내성’이 생겨 더 악화시키게 된다.

중국정부는 불결한 환경에서 유래된 못된 병의 만연이 널리 알려지면 세계의 비난에다가 경제전반에도 큰 타격을 입을까 두려워 정보공개를 꺼리고 비밀주의로 일관해 더 큰 화를 자국은 물론 다른 국가들에도 입히는 우를 범했던 것이다.

중국정부는 5년전에도 그랬다. 즉 97~98년 홍콩을 중심으로 크게 번졌던 신형 인플루엔자A(H5NI)의 현지조사를 위해 WH0가 중국정부에 신청했던 조사단 멤버의 사증(비자)이 일부 인사는 교부가 거부됐고 외국언론기관 기자들의 동행취재도 막았었다.

사스 대책

세계의 의료관계자들은 사스의 공포와 확산을 막기위해 광범위한 분야에서 노력하고 있다. 의사들은 사스의 진단과 치료, 바이러스억제를 위해 애쓰는 중이고 과학자들은 배양접시를 사용한 실험에 몰두하는가 하면 공중위생당국자들은 치료약과 왁친개발을 위한 전략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허나 이 새로운 적(敵)과의 전쟁에서 승리가 쉽지않다. “이 일은 아직 미완성이다. 공부해야 할 것이 산처럼 있다”고 CDC(미 질병대책센터)의 주리 거바딩소장은 말했다고 뉴스위크지는 전하고 있다.

SARS의 수수께끼를 해명하기 위한 출발점은 감염자의 폐를 조사하는 일이다. 홍콩의 헨리 류쿤 챙 의사(34)는 근무하던 병원에서 감염, 고열에다 심한 기침으로 괴로워했다. 걱정돼 전화한 친구는 괴로움에 허덕이는 챙의 소리에 비명을 질렀다. 발증한지 열흘만에 촬영한 가슴X레이사진에는 물 그림자가 나타나 있었다. 이젠 살기 틀렸다 고, 챙은 생각했다. 그로부터 6주후, 챙은 체중이 4~5kg줄었지만 무사히 회복했다. “ 나는 공격적인 성격이니 꼭 사스를 정복해 보이겠다고 굳게 결심했었지요”라고 그는 말했다.

이런 생각은 과학자들도 마찬가지다. 캐나다의 연구그룹은 고도의 테크노로지와 국제적 협조체제 덕에 한 종류의 SARS바이러스의 게놈(全유전정보)를 1주일 못돼서 해독해내, 곧 사스바이러스가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임을 알아냈다.그 후로 10종류이상의 사스바이러스의 게놈이 세계각지의 연구시설에서 해독되어 WHO의 웹사이트에 게재되어 있다. 각각의 바이러스는 유전정보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약 3만의 염기배열이 조금씩 달랐다.

DNA를 유전자로 하는 보통의 생물과는 달리, RNA에 유전정보를 갖는 코로나바이러스에는 자기복제때 생기는 유전정보의 전사(轉寫)미스를 체크하는 기구(機構)가 없다. 그 때문에 코로나바이러스는 복제때마다 조금씩 변이(變異)한다. “ 코로나바이러스는 변이하는게 일인 것 같다”고 미 반다빌트대 의료센터의 바이러스학자 마크 데니슨은 말한다. 환자에 따라서 증상의 정도가 꽤나 차가 있는 것은 그때문인 것 같다.
97년에 홍콩에서 대유행한 신형 인플루엔자는 원래 물새의 병이었던 것이 바이러스의 근소한 변이에 의해 인간에게 치사성을 갖게된 것이었다. SARS의 경우도 감염과정에서 바이러스가 갖가지로 변이한 결과, 바이러스의 병원성(病原性)의 강도에도 차등이 생기는게 아닌가하고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카멜레온 처럼 자꾸만 ‘변신’해가는 코로나바이러스는 감염자의 정확한 진단법확립을 가로막고있는 셈이다.

불안과 편견도 감염확대 원인

현재로서는 의사가 발증의환자를 진단할 때, 담이 안나오는 기침이나 고열등 증상, 감염지역으로 갔는 지 여부, 발증자와의 밀접접촉 여부, 가슴 X레이 사진등을 참고할 수밖에 없다. 그에 기초해 더 확정적인 진단을 내리기 위해 쓰이는 검사방법은 혈액검사와 포리메라제연쇄반응(PCR)법의 두가지가 있다. 그러나 현재 사용되고 있는 검사방법은 음성이 양성으로 판단되거나 혹은 반대의 경우도 있다는 등 전문가들이 주의를 주고 있다. 확실히 검사방법에는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다.

캔자스주에 사는 마크 번캠프(49)는 지난 3월 부인과 함께 중국남부의 광주로 가서 양자로 맞은 여아를 데려왔다. 귀국후 몸이 안좋와진 그는 “캔자스주의 사스환자 제1호”란 진단을 받았다. 허나 그후, 병에서 회복되자 사스가 아니라 무거운 페렴이었다고 진단이 바뀌었다.
그런데도 탁아소는 양딸의 시중을 거부하고 근처 식당에 갔다가 마주친 주치의 부부는 그를 피해 딴 자리로 옮겨가더라고.

SARS에 대한 이런 공포의 최대원인은 아직껏 감염경로가 확실히 究明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채기나 기침이 튕겨서 감염된다고 알려졌었지만 최근 WHO는 공기감염은 아니라고 발표해 더욱 헷갈린다. 변을 통해 바이러스가 감염된다는 설에도 찬 반이 엇갈렸다.

이렇듯 감염경로부터 수수께끼에 쌓여있으니 효과적인 치료법도 확립되지 못한다. 사스의 병원체는 세균이 아니라 바이러스이므로 항생물질은 효과가 없다.

홍콩의 의사는 항바이러스제인 리바비린을 (많은 경우 스테로이도제와 병용해서) 투여하고 있는 데 미국의 연구자에 따르면 연구실 실험에서 리바비린이 사스를 억제하는 효과는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메릴랜드주에 있는 육군감염증연구소에서는 치료법의 ‘정답’을 찾고자 기존의 갖가지 약품이나 개발중의 신약에 이르기까지 닥치는 대로 SARS바이러스에 부닥치게 한다.

HIV(에이즈바이러스)나 헬페스, 인플루엔자, 간염등에 쓰이는 각종 항바이러스제나, 항암제, 항염증제, 천식약 등 1000이상의 약품을 시험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기대를 걸만한게 일부의 인터페론제이다.(단 본격적 실험은 이제부터) 그러나 이 약은 억울증상이나 근육통등 무서운 부작용이 우려된다.
지난 14일 독알 뤼벡대 연구팀은 코로나바이러스가 빨리 확산되게끔 복제를 일으키는 효소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그래서 몇 달안에 사스바이러스 억제약이 발견될 가망이 커졌다고 보도되었다.

그런데도 불안은 여전하다. 지난주에는 홍콩연구팀이 불길한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미 증상을 회복한 사람도 감염원이 된다는 즉, 2차감염이 대두된 것이다. 또 근절시키는데 시일이 오래 걸리면 “풍토병”으로 자리잡는다는 공포의 새 예측도 나오는 등 SARS와의 전쟁은 앞날이 아직도 험난하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선데이-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