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당선 이후 <오마이뉴스> <문화일보>에 이어 <한겨레>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27일 오후 1시간20분 가량 진행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은 정치·경제·외교는 물론 ‘화법’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 평소처럼 ‘솔직하게’ 답변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는 위기감이 든다’ ‘배신감이 든다’는 등의 발언 때문에 거꾸로 지지층으로부터 대통령이 바뀌었다는 배신감이 들게 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배신감 느끼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말한 것도 아니”라며 “국민들을 상대로, 지지자를 상대로 항상 모든 사람 의견이 획일적으로 일치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때 그때 다소 섭섭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신당 창당, 정계개편 등 최근 정치권의 지각변동 움직임에 노 대통령은 “제도를 개편하든, 정당이 스스로 개혁하든 결과적으로 어느 한 지역에서 어느 당이 의석의 3분의 2를 독식하지 못하도록 또는 독식하지 않는 정치적 환경이 만들어지길 간절히 바랄 뿐”이라며 ‘지역구도 타파’를 강조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저는 당 소속이 될 수 없다. 어느 당에도 충실할 수 없는 당원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어느 당에) 충실하면 지역 대통령이고, 지역 대통령을 안하려면 당에 충실할 수 없는 그런 고민이 있기 때문에 여대다 여소다 이 문제보다는 지형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방미 중의 친미 발언을 둘러싸고 대통령이 변한 것 아니냐는 세간의 문제제기에 대해 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와 대통령 간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선거 때 많은 사람들이 혹시 제가 반미 성향이 있는가 기대한 것 같은데 본시 저는 반미적 성향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친미 발언에 대해서는 “(방미중에) 미국 사람들이 한국을 칭찬하기에 저도 미국을 칭찬했다”며 “주거니 받거니 칭찬했는데 조금 오버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언론개혁’과 관련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언론의 압력에 굽히지 않는 게 전부”라며 “언론의 압력에 굽히지 않는 대통령, 굽히지 않는 정부를 원한다”고 단호히 얘기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정말 굽히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위기감을 느낀다”며 “공무원들이 불편하고 해서 이 불편을 감당하고 견뎌내줄지 불안하고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다음은 노무현 대통령의 <한겨레> 인터뷰 내용 가운데 주요 대목을 발췌한 것이다.
[대통령 어법] “배신감 느끼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말한 것도 아니다”
편집국장=대통령이 취임한 지 3개월도 안돼 갑자기 대통령직 못해먹겠다고 말씀해 놀란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실제로 어려운 일을 많이 겪으면서 어려움을 토로한 것인지, 아니면 세간에는 대통령이 일부러 의도적으로 그런 말을 했다는 시각도 있다. 거기에 대해 대통령의 진의를 듣고 싶다.
대통령=별로 심각하게 한 이야기가 아니다. 대체로 그 이야기를 신문을 통해서 전해본 사람들은 좀 걱정스럽게 이야기를 하고 텔레비전 화면을 직접 본 사람들은 분위기를 다르게 느낀 것 같다.
편집국장=기자들이야 지근거리에서 보겠지만 국민들이야 신문 방송 매체를 통해 보겠는데 그동안 대통령 말씀 중에 내가 이렇게 직을 맡아서 애를 쓰고 노력도 했는데 많은 사람이 고마워하긴 커녕 도리어 더 비난만 해서 배신감을 견디기 어렵다는 그런 말씀도 있었다. 대통령이 실제 일을 맡으면서 어떤 일에 배신감을 느끼는지, 역으로 대선때 대통령을 지지했던 국민들 가운데 전체는 아니겠지만 일부는 도리어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배신감 느낄 수도 있을 텐데 그런 분들은 또 앞으로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대통령=그렇지 않다. 배신감 느끼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말한 것도 아니다. 그렇게 제가 순진하지도 않다. 구체적으로 공무원 노조와의 관계에서 지난 연말까지 대개 직·간접 대화를 통해 확인되고 약속된 부분이 있는데 그 약속보다 좀더 나아가서, 좀더 전향적인 정책을 내놨는데 걷어차 버리고 완전히 노동3권을 다 내놓으라고 새롭게 시작하니까 이렇게 해서 되느냐, 그때 아마 배신감이란 말 썼는지 모르겠다.
국민들을 상대로, 지지자를 상대로 항상 모든 사람 의견이 획일적으로 일치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때그때 다소 섭섭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고, 그걸 가지고 배신감 느끼고 할 정도로 그렇게 순진하지는 않다. 그때도 못해먹겠다고 해서 문장이 끝난 게 아니라 못해먹겠다는 위기감마저 든다고 이야기한 것인데 그 나름대로 메시지가 있다.
편집국장=지금 상황을 보면 옛날 권위주의 시대와 달라져서 그렇기도 하지만 노사관계를 비롯해 사회적 갈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와 대통령도 대처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은데 각 분야에서 터져 나오는 갈등이 원인이 어디에 있고 앞으로 어떻게 해소해 나갈 것인지 기본방침을 말해 달라.
대통령=모든 갈등은 다 뿌리들이 있다. (잠시 생각한 뒤) 서로 상대를 이해하고 성실히 대화하고 조금씩 양보하고 타협하는 것이다. 별다른 무슨 묘수가 있는 것은 아니고, 비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것을 원칙으로 삼고 성실히 임하는 것이다. 대체로 갈등이, 지금의 상황이 아주 심각한 것처럼 다들 이야기하지만 여느 정권의 초기나 다른 해에 비해 올해가 특별히 사회적으로 혼란하거나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 않나.
다만 신문의 기준이 좀 달라졌다. 신문이 상황을 보고 평가하는 기준이 많이 달라진 모양이다. 실제 내가 보기엔 그전보다 갈등이 훨씬 많거나 더 심각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보도들을 보면 아주 심각한 것으로 돼 있다. 나는 그렇게 본다. 그리고 실제로 또 올해 다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들이 발생했는데 이런저런 비판이야 받고 있지만 대화로 잘 해결되고 있지 않나.
제가 짧은 판사 생활이었지만 들은 이야기 중에 많은 법조인들이 공감하는 이야기중 하나가 어떤 명판결 보다 화해가 그중 낫다고 하더라. 그래서 너무 양보한 것 아니냐고 하지만 나는 그것이 공권력으로 수백명을 해고하고 사법처리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이 있다. 내가 원칙대로 이번에 전교조 문제는 한번 단호하게 하자고 했는데 협상의 일선에 나선 사람들이 옛날에 그 사람들하고 날카롭게 대립했던 사람들이 아니고 서로 공감하고 이해하던 사람들이고, 그러다보니 모질게 못하는 것 같더라.
예를 들면 이번에 문재인 수석도 끼고, 이미경 의원도 당을 대표해서 나오고 했는데 이 사람들에게 이번에는 아무리 법대로 하자고 해도 잘 안되는 모양이더라. 교육부 장관도 민교협 교수 출신이다. 그러니까 자꾸 그런 경향이 있다.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 그러니까 서로 대화가 됐고 결과에 대해 이의들이 있더라도 풀린 것이 안 풀린 것보다 낫다. 그렇게 생각한다. 갈등 부분은 사실은 취임 초기부터 리스트를 만들어서 관리하고 있다. 그 모든 부분에 대화를 요구했고 그냥 대화가 아니라 시스템을 만들자고 제안하고 지시했고 그렇게 관리하고 있다. 오히려 잘 작동하고 있는 면도 있다.
[신당 문제] “어느 당에도 충실할 수 없는 당원일 수밖에 없는 처지”
편집국장=민주당이 신당 창당 문제로 흔들리고 있다. 대통령은 당정분리 원칙에 따라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민주당 내분이 장기화되니까 국민들도 진저리를 내는 것 같은데 대통령이 이 시점에서 입장을 표명하는 게 책임 있는 자세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또한 지난번에 이메일을 통해 잡초론을 이야기한 적도 있는데 내년 총선을 통해 정치지형이 어떻게 바뀌리라 기대하나?
대통령=잡초론은 대선후보가 되기 이전부터 강연 때 단골로 썼던 유권자들에 대한 일반적 원론적 호소였다. 유권자도 책임 좀 져달라는 취지로, (웃으면서) 우리 어머니는 농부였다, 곡식을 가꾸는 농부에 비유해서 유권자의 역할을 강조하는 일반론적인 의미 이상이 아니었는데 시기적으로 민감한 사항이 있더라.
당 문제에 관해서 저도 생각이 있지만 무슨 말을 하면 일파만파 시비에 휩쓸리는 게 보통이다. 그 때부터 공작설이 나오기 시작한다. 대통령이 아무런 공작할 수단을 갖고 있지 않은 게 현실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이 작용하면 공작으로 이 현상을 몰고 가고 싶어한다. 일부 한때 잠시 보도를 그런 방향으로 몰고 갔던 적도 있다. 개인 의견을 이야기 안해도 당이 다 알아서 할 일이고 괜히 공작설이나 나올까봐 말을 하지 않고 있다. 내년 총선에 어떤 정치지형을 원하느냐.
나는 어느 쪽이 과반수냐 이것보다 지난번 대정부 국회 연설 때 밝힌 게 간절한 소망이다. 제도를 개편하든, 정당이 스스로 개혁하든 결과적으로 어느 한 지역에서 어느 당이 의석의 3분의 2를 독식하지 못하도록 또는 독식하지 않는 정치적 환경이 만들어지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렇게 되면 어느 쪽이 다수당이 되든 견뎌나갈 수 있다. 그 지형이 아니니까, 이 지형 위에선 제가 다수당 위에 있더라도 지역의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지 않나.
저는 당 소속이 될 수 없다. 어느 당에도 충실할 수 없는 당원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느 당에) 충실하면 지역 대통령이고, 지역 대통령을 안하려면 당에 충실할 수 없는 그런 고민이 있기 때문에 여대다 여소다 이 문제보다는 지형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소수당이라도 지역당의 대표, 지역 대표라는 혐의를 받지 않으면 대통령 하기가 수월할 것이고 아무리 다수당이라도 지역대표라는 의심을 받으면 어려워진다. 정당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제 위치가 달라질 수 없다.
“친미 발언, 칭찬 주고받다 조금 ‘오버’
언론압력에 굴복않는 정부를 원한다”
노무현 대통령, 27일 <한겨레>와 단독인터뷰
이한기 기자
▲ 28일 오전 10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자신의 주변인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 이후 <오마이뉴스> <문화일보>에 이어 <한겨레>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27일 오후 1시간20분 가량 진행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은 정치·경제·외교는 물론 ‘화법’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 평소처럼 ‘솔직하게’ 답변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는 위기감이 든다’ ‘배신감이 든다’는 등의 발언 때문에 거꾸로 지지층으로부터 대통령이 바뀌었다는 배신감이 들게 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배신감 느끼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말한 것도 아니”라며 “국민들을 상대로, 지지자를 상대로 항상 모든 사람 의견이 획일적으로 일치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때 그때 다소 섭섭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신당 창당, 정계개편 등 최근 정치권의 지각변동 움직임에 노 대통령은 “제도를 개편하든, 정당이 스스로 개혁하든 결과적으로 어느 한 지역에서 어느 당이 의석의 3분의 2를 독식하지 못하도록 또는 독식하지 않는 정치적 환경이 만들어지길 간절히 바랄 뿐”이라며 ‘지역구도 타파’를 강조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저는 당 소속이 될 수 없다. 어느 당에도 충실할 수 없는 당원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어느 당에) 충실하면 지역 대통령이고, 지역 대통령을 안하려면 당에 충실할 수 없는 그런 고민이 있기 때문에 여대다 여소다 이 문제보다는 지형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방미 중의 친미 발언을 둘러싸고 대통령이 변한 것 아니냐는 세간의 문제제기에 대해 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와 대통령 간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선거 때 많은 사람들이 혹시 제가 반미 성향이 있는가 기대한 것 같은데 본시 저는 반미적 성향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친미 발언에 대해서는 “(방미중에) 미국 사람들이 한국을 칭찬하기에 저도 미국을 칭찬했다”며 “주거니 받거니 칭찬했는데 조금 오버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언론개혁’과 관련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언론의 압력에 굽히지 않는 게 전부”라며 “언론의 압력에 굽히지 않는 대통령, 굽히지 않는 정부를 원한다”고 단호히 얘기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정말 굽히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위기감을 느낀다”며 “공무원들이 불편하고 해서 이 불편을 감당하고 견뎌내줄지 불안하고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다음은 노무현 대통령의 <한겨레> 인터뷰 내용 가운데 주요 대목을 발췌한 것이다.
[대통령 어법] “배신감 느끼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말한 것도 아니다”
편집국장=대통령이 취임한 지 3개월도 안돼 갑자기 대통령직 못해먹겠다고 말씀해 놀란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실제로 어려운 일을 많이 겪으면서 어려움을 토로한 것인지, 아니면 세간에는 대통령이 일부러 의도적으로 그런 말을 했다는 시각도 있다. 거기에 대해 대통령의 진의를 듣고 싶다.
대통령=별로 심각하게 한 이야기가 아니다. 대체로 그 이야기를 신문을 통해서 전해본 사람들은 좀 걱정스럽게 이야기를 하고 텔레비전 화면을 직접 본 사람들은 분위기를 다르게 느낀 것 같다.
편집국장=기자들이야 지근거리에서 보겠지만 국민들이야 신문 방송 매체를 통해 보겠는데 그동안 대통령 말씀 중에 내가 이렇게 직을 맡아서 애를 쓰고 노력도 했는데 많은 사람이 고마워하긴 커녕 도리어 더 비난만 해서 배신감을 견디기 어렵다는 그런 말씀도 있었다. 대통령이 실제 일을 맡으면서 어떤 일에 배신감을 느끼는지, 역으로 대선때 대통령을 지지했던 국민들 가운데 전체는 아니겠지만 일부는 도리어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배신감 느낄 수도 있을 텐데 그런 분들은 또 앞으로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대통령=그렇지 않다. 배신감 느끼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말한 것도 아니다. 그렇게 제가 순진하지도 않다. 구체적으로 공무원 노조와의 관계에서 지난 연말까지 대개 직·간접 대화를 통해 확인되고 약속된 부분이 있는데 그 약속보다 좀더 나아가서, 좀더 전향적인 정책을 내놨는데 걷어차 버리고 완전히 노동3권을 다 내놓으라고 새롭게 시작하니까 이렇게 해서 되느냐, 그때 아마 배신감이란 말 썼는지 모르겠다.
국민들을 상대로, 지지자를 상대로 항상 모든 사람 의견이 획일적으로 일치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때그때 다소 섭섭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고, 그걸 가지고 배신감 느끼고 할 정도로 그렇게 순진하지는 않다. 그때도 못해먹겠다고 해서 문장이 끝난 게 아니라 못해먹겠다는 위기감마저 든다고 이야기한 것인데 그 나름대로 메시지가 있다.
편집국장=지금 상황을 보면 옛날 권위주의 시대와 달라져서 그렇기도 하지만 노사관계를 비롯해 사회적 갈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와 대통령도 대처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은데 각 분야에서 터져 나오는 갈등이 원인이 어디에 있고 앞으로 어떻게 해소해 나갈 것인지 기본방침을 말해 달라.
대통령=모든 갈등은 다 뿌리들이 있다. (잠시 생각한 뒤) 서로 상대를 이해하고 성실히 대화하고 조금씩 양보하고 타협하는 것이다. 별다른 무슨 묘수가 있는 것은 아니고, 비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것을 원칙으로 삼고 성실히 임하는 것이다. 대체로 갈등이, 지금의 상황이 아주 심각한 것처럼 다들 이야기하지만 여느 정권의 초기나 다른 해에 비해 올해가 특별히 사회적으로 혼란하거나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 않나.
다만 신문의 기준이 좀 달라졌다. 신문이 상황을 보고 평가하는 기준이 많이 달라진 모양이다. 실제 내가 보기엔 그전보다 갈등이 훨씬 많거나 더 심각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보도들을 보면 아주 심각한 것으로 돼 있다. 나는 그렇게 본다. 그리고 실제로 또 올해 다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들이 발생했는데 이런저런 비판이야 받고 있지만 대화로 잘 해결되고 있지 않나.
제가 짧은 판사 생활이었지만 들은 이야기 중에 많은 법조인들이 공감하는 이야기중 하나가 어떤 명판결 보다 화해가 그중 낫다고 하더라. 그래서 너무 양보한 것 아니냐고 하지만 나는 그것이 공권력으로 수백명을 해고하고 사법처리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이 있다. 내가 원칙대로 이번에 전교조 문제는 한번 단호하게 하자고 했는데 협상의 일선에 나선 사람들이 옛날에 그 사람들하고 날카롭게 대립했던 사람들이 아니고 서로 공감하고 이해하던 사람들이고, 그러다보니 모질게 못하는 것 같더라.
예를 들면 이번에 문재인 수석도 끼고, 이미경 의원도 당을 대표해서 나오고 했는데 이 사람들에게 이번에는 아무리 법대로 하자고 해도 잘 안되는 모양이더라. 교육부 장관도 민교협 교수 출신이다. 그러니까 자꾸 그런 경향이 있다.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 그러니까 서로 대화가 됐고 결과에 대해 이의들이 있더라도 풀린 것이 안 풀린 것보다 낫다. 그렇게 생각한다. 갈등 부분은 사실은 취임 초기부터 리스트를 만들어서 관리하고 있다. 그 모든 부분에 대화를 요구했고 그냥 대화가 아니라 시스템을 만들자고 제안하고 지시했고 그렇게 관리하고 있다. 오히려 잘 작동하고 있는 면도 있다.
[신당 문제] “어느 당에도 충실할 수 없는 당원일 수밖에 없는 처지”
편집국장=민주당이 신당 창당 문제로 흔들리고 있다. 대통령은 당정분리 원칙에 따라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민주당 내분이 장기화되니까 국민들도 진저리를 내는 것 같은데 대통령이 이 시점에서 입장을 표명하는 게 책임 있는 자세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또한 지난번에 이메일을 통해 잡초론을 이야기한 적도 있는데 내년 총선을 통해 정치지형이 어떻게 바뀌리라 기대하나?
대통령=잡초론은 대선후보가 되기 이전부터 강연 때 단골로 썼던 유권자들에 대한 일반적 원론적 호소였다. 유권자도 책임 좀 져달라는 취지로, (웃으면서) 우리 어머니는 농부였다, 곡식을 가꾸는 농부에 비유해서 유권자의 역할을 강조하는 일반론적인 의미 이상이 아니었는데 시기적으로 민감한 사항이 있더라.
당 문제에 관해서 저도 생각이 있지만 무슨 말을 하면 일파만파 시비에 휩쓸리는 게 보통이다. 그 때부터 공작설이 나오기 시작한다. 대통령이 아무런 공작할 수단을 갖고 있지 않은 게 현실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이 작용하면 공작으로 이 현상을 몰고 가고 싶어한다. 일부 한때 잠시 보도를 그런 방향으로 몰고 갔던 적도 있다. 개인 의견을 이야기 안해도 당이 다 알아서 할 일이고 괜히 공작설이나 나올까봐 말을 하지 않고 있다. 내년 총선에 어떤 정치지형을 원하느냐.
나는 어느 쪽이 과반수냐 이것보다 지난번 대정부 국회 연설 때 밝힌 게 간절한 소망이다. 제도를 개편하든, 정당이 스스로 개혁하든 결과적으로 어느 한 지역에서 어느 당이 의석의 3분의 2를 독식하지 못하도록 또는 독식하지 않는 정치적 환경이 만들어지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렇게 되면 어느 쪽이 다수당이 되든 견뎌나갈 수 있다. 그 지형이 아니니까, 이 지형 위에선 제가 다수당 위에 있더라도 지역의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지 않나.
저는 당 소속이 될 수 없다. 어느 당에도 충실할 수 없는 당원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느 당에) 충실하면 지역 대통령이고, 지역 대통령을 안하려면 당에 충실할 수 없는 그런 고민이 있기 때문에 여대다 여소다 이 문제보다는 지형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소수당이라도 지역당의 대표, 지역 대표라는 혐의를 받지 않으면 대통령 하기가 수월할 것이고 아무리 다수당이라도 지역대표라는 의심을 받으면 어려워진다. 정당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제 위치가 달라질 수 없다.
[재벌정책] “재벌총수들과 대화하고 다투고 적절하게 서로 조화해갈 일”
경제부장=재벌정책이 정권 바뀔 때마다 계속 나온 것은 잘 안되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에 대해 재벌정책 관련 기대가 컸는데 아직 별다른 성과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방미 때 재벌 총수들과 처음으로 직접 만나 이야기하면서 받은 느낌이 있을 텐데. 재벌개혁은 어떻게 해나갈 지?
대통령=지금 3개월이다. 효과있는 정책은 3개월만에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에 재벌정책과 제일 관계있는 것이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위원회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입법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집행을 주로 하지만 정책도 나오지 않나. 중요한 곳이다. 여기에 의지가 있는 사람이, 확실한 의지가 있는 사람이 책임을 지고 있으면 그때그때 정책은 나온다고 본다.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온다고 본다. 간판만 그럴 듯한 정책이 아니고, 또 추진된다고 본다.
이 두 자리의 책임자을 선임할 때 각별히 이 부분에 원칙을 갖고 있는 사람을 선임했다. 이게 가장 중요한 것 아니냐. 백 마디 제도를 이야기하는 것보다 확실하게 일할 사람을 그 자리에 책임자로 맡겼다. 그 다음에 구체적인 정책에 관해서는 집단소송제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정부 안만 해도 많은 예외적인 제도를 두어서 남소 가능성을 배제했는데 여기다 소송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여러가지 조건들을 국회에서 붙이려고 하고 있으니까 이 부분은 답답하다.
제가 지금 여기에 집중해서 여론을 모아갈 여유가 없다. 다른 급한 일을 다 해소하고 이 문제에 집중할 때 여론 모으도록 하겠다. 다음에 재벌 총수들이 미국에 동행했는데 참 고맙게 생각한다. 그분들과 함께 동행하면서 그분들과 같이 있는 자리에서 미국에 대해 보낸 메시지는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질서였다. 투명하고 공정한 질서를 위한 시장개혁을 단호하고 강하게 이야기했다. 그분들도 그 내용을 다 아시면서 함께 동석했다.
지금 제일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회계투명성에 관해서 의심들을 가지고 있지만, 이 부분은 시간표를 만들어서 반드시 보통의 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게, 그러나 반드시 추진하는, 시간표를 만들어서 안을 내라고 지시해두고 있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투명성을 해나갈 것이다. 다만 지배구조에 관해선 아직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지배구조에 관해 저도 혼돈스럽다.
예를 들어 국민은행 지배구조, 주택은행 지배구조, 케이티 지배구조, 포철의 지배구조, 한국수력원자력 즉 한수원의 지배구조마다 각기 어떤 것은 공기업에서 출발했고 어떤 것은 사기업에서 출발했고, 또 삼성은 그 나름의 지배구조를 갖고 탄탄하게 경영하고 있고…. 혼란을 느낀다. 지배구조의 문제점은 여러 사람이 이야기하지만 합리적인 모델에 관해서는 누구도 저에게 답을 안주더라.
여러 사람에게 의견을 구했는데 지배구조에 문제가 많다고는 말하지만 답이 뭐냐고 하면 딱히 안주더라. 그런데 지난번 뉴욕 증시에 갔더니 그랏소 회장이 우리는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 두어 토론과 합의구조를 가졌느냐 안가졌느냐에 따라 규제한다고 하기에 제가 그것 한번 연구해봐야겠다고 하고 온 수준이다. 그만큼 참 어려운 문제다.
경제부장=재벌총수 여러분을 직접 보고 느낀 점은?
대통령=그분들이 저를 굉장히 불안하게 생각하다가 안도하는 것처럼 느낀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이 체제하에서 경제를 다시 한번 해보자, 협력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지난번 미국 방문에 다들 동행해줬는데 동행 취지는 미국 경제계, 한국 재계와 미국 재계가 협력해서 경제를 일으켜 보려 한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 성과 아닌가 싶다. 또 한편으로는 그분들은 참여정부 경제정책에 비판적 문제제기도 많이 한다. 그런 것들은 서로 대화하고 때로는 다투고 적절하게 서로 조화해갈 일이라고 생각한다.
[방미 중 친미발언] “한국을 칭찬하길래 미국 칭찬하다 조금 오버했다”
정치부장=미국에 다녀온 다음에 대통령 말씀 때문에 찬반이 엇갈려 지금까지 후유증이 있다. 당선자 시절과 취임 이후 취했던 태도와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방미 전후에 무슨 사정이 있었나.
대통령=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선 선거 때 많은 사람들이 혹시 제가 반미 성향이 있는가 기대한 것 같은데 본시 저는 반미적 성향은 없었다. 김대중 대통령(야당 시절에) 대변인을 하면서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해 입장이 정리돼 있었고. 그러나 또 매사 미국 눈치만 봐선 안된다고 생각한 것도 사실이다.
당선되고 나서 제가 미국, 말하자면 구체적으로 누구 이야기는 아니라도 미국 신문에 자주 이름이 오르내리는 사람들과 각이 서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무력사용 안된다. 지금도 미국에서 같은 톤으로 무력사용 이야기가 빈번하게 나온다면, 그것이 우리 국민에게 불안감과 위기감을 조성한다면 저는 또 무력사용은 안된다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그 이후에 미국이 무력사용 이야기는 접어놓고 평화적 해결을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제가 취임할 때쯤 해서는. 평화적 해결만 계속 반복하고 있는데 거기에 대고 제가 무력사용 안된다고 계속 외칠 이유는 없지 않나. 고맙다고 해야지.
미국쪽에서 전해오는 메시지의 느낌이 달라졌기 때문에 저도 거기에 대한 대응이 달라진 것이다. 이 흐름, 평화적 흐름에 쐐기를 박자는 게, 그것이 방미의 목적 아닌가. 어떻게 쐐기를 박냐. 미국과 돈독한 우호관계를 갖고 대북정책 모든 것에 대해 우리와 사전에 협의하자, 우리는 당신들과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협력하자고 하는 것을 갖고 갔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이 한국을 칭찬하기에 저도 미국을 칭찬했다. 주거니 받거니 칭찬했는데 조금 오버했다. 오버했다는 표현이 조금 어떨 지 모르겠는데, 조금 그 말은 안했으면 하는 것도 없지 않아 있지만 저는 변화라기보다는 상황의 변화에 따라 대응이 그렇게 되어간 것일 뿐이다. 현실의 정책 담당자는 해야될 일 열 가지를 다 못하고 그중 가장 바쁘고 가장 중요한 것 하나부터 시작하게 된다.
지금 한미관계라든지 가장 바쁜 것 한 가지, 북핵문제, 평화적 해결에 초점을 맞춰 일하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과정에서 남북관계도 깨지고 이렇게 모든 것이 깨지는 게 우려되어서…. 굳이 왜 미국에 고분고분 좋은 말만 했냐? 북한에 대해서도 그렇게 한다. 고분고분 좋은 말만 한다. 김정일 위원장에게도 왜 할 말이 없겠냐? 할 말이 있어도 함부로 말하지 않고 다 좋은 말로, 좋은 말로 한다. 북한에 대해서도 미국에 대해서도 좋은 말 하고, 그렇게 해서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 조성하고 평화 분위기에서 핵 문제 해결하고 그 다음에는 한국의 국민들과 훌륭한 지도자들이 또 다음 단계로 가는 것 아니냐. 너무 욕심들이 많은 것 같다.(웃음)
[언론개혁] “나의 원칙은 언론의 압력에 굽히지 않는 게 전부다”
편집국장=참여정부 들어 언론의 취재관행이 많이 바뀌었다. 브리핑 시스템이 도입되고 관료들에 대한 취재가 제한되고 해서 많은 불협화음이 있다. 반면에 김영삼 정부 때나 김대중 정부 때나 뭔가 개혁을 하려 해도 수구나 보수언론이 자꾸 딴지 걸어 못한다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언론개혁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가.
대통령=취재관행이 바뀌면서 여러가지 불편을 드린 점 미안스럽게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 부처 책임자나 책임있는 공직자들이 브리핑에 활발하게 친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가 바뀌어서 불편이 더 크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정상상황으로 가는 과도기이니 서로 협력해서 정상적인 상태로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언론개혁과 관련해선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언론의 압력에 굽히지 않는 게 전부다. 언론의 압력에 굽히지 않는 대통령, 굽히지 않는 정부를 원한다. 너 한번 해보자라는 투의 기사가 많이 있다. 거기에 굽히지 않는 정부가 됐으면 좋겠다는 게 지금 생각의 전부이다. 정말 굽히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위기감을 느낀다. 공무원들이 불편하고 해서 이 불편을 감당하고 견뎌내줄 지 불안하고 걱정스럽다. 사실 보도에 관해서 대응을 다 해왔다.
판단에 관한 보도는 그야말로 부당하다고 느껴도 대응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혼선, 난맥, 구멍 등 많다. 우리 정부가 비틀거리고 있다는 수식은 다 나오는 것 같다. 제가 봐선 물새는 것 같진 않은데. 대응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대응까지 정부도 숙달돼야 한다. 당당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 이건 특정 언론과의 문제도 있지만 이 과정에서 언론인들의 일반적 자존심을 건드려놓은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고 불편이 많다. 한겨레신문도 좀 껄끄럽고….(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