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요르단의 아카바에서 2년 7개월여만에 열린 미국·이스라엘·팔레스타인 3자 정상회담에 국제사회는 과거 어느 때보다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라크 전쟁이 미국의 승리로 끝나고 중동 질서가 재편되고 있는 현 시점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뿌리깊은 불신을 메우고 ‘진정한 평화’를 정착시킬 적기(適期)로 여기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이 취임 후 줄곧 중동 문제에 방관자적 입장을 취하다가 이번에 적극적인 중재자로 나선 것도 이번 회담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키는 배경이다.
부시는 4일 3자 회담에 앞서 분위기 조성을 위해 이집트의 샤름 엘 셰이크에서 중동의 온건 국가 정상들을 만났다. 부시는 호스니 무바라크(Mubarak) 이집트 대통령,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압둘라(Abdullah)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제(王世弟), 하마드 빈 이사(Isa) 바레인 국왕으로부터 ‘테러 척결’과 ‘로드맵 지지’를 끌어냈다. 이른바 ‘로드맵(road map·갈길을 보여주는 지도란 뜻으로, 단계적 이행 방안)’은 미국이 입안하고 EU(유럽연합)와 러시아, 유엔 등 4자가 합의한 중동평화 방안이다. 3자 회담을 성공시키기 위한 미국측의 계획된 포석이자 외교적 압박인 셈이다.
3일 샤름 엘 셰이크에서 요르단으로 이동한 조지 W 부시(Bush) 미국 대통령은 4일 오전 압둘라(Abdullah) 2세 요르단 국왕과 먼저 만났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 임하는 입장과 기대를 담은 성명을 발표한다. 부시는 이어 아리엘 샤론(Sharon) 이스라엘 총리와 마흐무드 압바스(Abbas)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와 별도 양자 회담을 가진 뒤 3자 회담에 임한다.
부시 대통령은 회담에서 이라크 전쟁 승리라는 중동 정세 변화와 대(對)테러 전쟁의 지속 수행이라는 미국의 변화된 전략을 강조하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측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측도 미국의 ‘의욕’에 부응해 몇가지 양보 조치를 시사, 회담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샤론이 팔레스타인측의 태도에 따라 일부 정착촌 철수 등 대폭적인 양보 조치도 고려할 것이라고 흘리고 있다. 팔레스타인측도 호응하고 있다. 지난 3월 취임한 압바스 총리는 3일 “하마스나 이슬람 지하드 등 테러단체들이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에서 ‘군사작전’을 중단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의 최대 쟁점은 유대인 정착촌 철수 문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스라엘의 평화운동단체 ‘피스 나우(Peace Now)’에 따르면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 지구에는 현재 150여개의 정착촌에 유대인 23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샤론 총리 취임(2001년 3월) 이후 건설된 정착촌은 60여개나 된다.
팔레스타인측은 이스라엘에 대해 정착촌 철수와 함께 1967년 전쟁시 점령지를 모두 반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 소식통들은 이번 회담에서 샤론 총리가 일부 정착촌의 폐쇄를 약속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정착촌 건설을 적극 후원하고 점령지 완전 반환에 반대해온 샤론이 과연 양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연극 기자 yk-kim@chosun.com )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