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곤, 벙커 파괴 소형 핵탄두 개발한다.

이 뉴스를 공유하기

지난 5월 14일 미 의회는 그 동안 공화 민주 양당간에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방사능 소량 방출 핵 무기 (Low-yield Nuclear Weapons) 연구비로 155억불을 2004년도 국방예산 (총 4천억불)에 포함 시켰다. 이 예산은 핵 탄두 개발 연구비에 불과하지만 지난 10년간 묶여 있던 전술 핵무기 개발 금지의 빗장을 열었다는데 더 의미가 있다.

펜타곤은 미의회에 강력한 지하 침투용 핵 탄두 (Robust Nuclear Earth Penetrator)를 의회가 승인한대로 연구 활동에 그치지 않고 핵 탄두를 제작하여 실전 배치하는데 필요한 예산을 신청하였으나 의회에서는 연구 단계만 승인하였다. 의회는 우선 155억불로 연구하고 실험하여 실전 사용에 필요한 경우 제작을 추가 승인한다는 조건부 예산 승인이다.

펜타곤이 지하 벙커 파괴용 무기로 EPW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 이유는 아프카니스탄 동굴 폭격에 재래식 고폭탄(HEW) 사용 결과, 고폭탄의 한계를 느꼈고 장차 이란, 북한 핵 시설을 폭격할 경우 지하 깊숙이 설치된 핵 무기 제조 시설을 일격에 정밀 폭격하여 핵 제조 시설을 제거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는 계산의 결과였다.

지금까지 미국은 대량 살상 무기로 핵 탄두를 개발하여 그 파괴력을 메가톤급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런 메가톤급 핵무기는 실전에 사용할 경우 인류 멸망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위험이 있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제외하고 아직 사용한 예가 없다. 히로시마의 원자탄의 경우는 고작 20 KT였다.

그러나 현재 핵무기 보유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핵 탄두는 파괴력이 메가톤 급이다. 이런 핵 폭탄은 보유해도 실전에 사용하지 못해 무용지물이다. 그 결과 미국이 소유한 메가톤급 핵 탄두는 러시아 및 중국과 같이 핵 탄두 보유국의 주변국 침략을 억지시키는 효과는 있었으나 소국들의 도전에는 무용지물이었다.

펜타곤은 히로시마형(20 KT)의 절반 (10KT) 또는 4분의 1 (5KT) 정도의 폭파력을 가진 전술 핵탄두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으며 보유해 보았자 사용도 못하는 덩치 큰 핵 탄두보다 실전 사용이 가능한 소형 핵탄두로 무장한다는 것이다.

럼스펠드 국방은 지난 5월 13일 (화) 상원 예산승인 청문회에 출석하여 이런 소형 전술 핵탄두가 필요한 이유로 적성국이 소유하고 있는 지하 벙커 파괴용은 물론 이런 전술 핵 탄두는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화학탄 및 생물학 병기를 파괴할 수 있는 유일한 탄두라고 주장했다. 적성국 특히 북한은 이런 생화학무기를 대량으로 제조하여 실전 배치하고 있다. 일설에 의하면 북한은 4,500톤의 생화학 병기를 지하 벙커에 저장하고 있다고 한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펜타곤이 이러한 무기를 개발하자는 것도 아니고 실전에 배치한다는 것도 아니고 사용한다는 것은 더욱 아니다. 다만 연구를 하여 두겠다는 것이다. (The administration just wanted to study these weapons, “not to develop, not to deploy, not to use” them)”. 라고 청문회에서 답변하였다. 물론 이것은 펜타곤의 입장이 아니라 의원들을 설득하는 럼스펠드의 술책이었다.

의외로 민주당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은 소형 전술 핵무기 개발에 찬성하였다. 그는 핵전쟁이라고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히로시마 절반도 좋고 4분의 1도 좋다고 하며 펜타곤의 손을 들어 주었다.

럼스펠드 국방과 마이어 합참의장은 만일 적이 보유하고 있는 생화학 무기를 재래식 폭탄으로 공격할 경우 생화학탄이 파괴되면서 그 피해가 그대로 확산되지만, 전술 핵 폭탄으로 공격하면 그런 위험성이 적다는 주장이다.
마이어 대장은 전술 핵탄두에 있는 감마 레이는 탄저균(anthrax)의 포자를 파괴한다고 주장하였다. 민주당측은 비록 전술 핵탄두가 폭발한 다음 소량의 방사능을 방출한다고 하나 아직 그런 보장은 없고 여전히 방사능 낙진 (radioactive fallout)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 예산은 51대 43으로 통과되었다.

현존하는 벙커 파괴용 폭탄들

펜타곤은 이미 재래식 벙커 파괴용 폭탄으로 GBU-28과 GBU-37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서 사용하였다. GBU-28은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 후세인 상살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고폭탄 630 파운드의 위력을 가진 지하벙커 파괴용 폭탄이다.

GBU-37도 마찬가지.
두 벙커 파괴용 폭탄은 미사일 (토마호크 포함)과 폭격기에서 공히 투하 가능하다. 이 폭탄은 콘크리트 구조물에는 6 미터까지 침투하여 지하 구조물과 저장물을 파괴한다. 맨 땅의 경우는 30 미터까지 침투 가능하다. 이 폭탄은 북한이 휴전선 부근 지하 벙커에 전진 배치한 방사포 폭격에 적합하다. 이 두 폭탄의 차이는 GBU-28은 레이저로 목표물에 유도되고, GBU-37은 인공위성에 있는 GPS로 목표물에 유도된다. 정밀 폭격이 가능하다.

미국은 이미 실전 배치를 하지 않았지만 벙커 파괴용 핵탄두를 1991년 걸프전 이후 개발하여 보유하고 있다. B61-11이 그것이다. 이 핵 탄두는 작게는 0.3 KT (300톤)에서 크게는 340 KT까지 파괴력을 갖는다. 이 작은 300톤 위력을 가진 핵탄두는 공중 투하할 경우 지하 콘크리트나 화강암 벙커 15 미터까지 침투 파괴가 가능하다.

340KT의 경우는 같은 지질을 70미터까지 침투 파괴가 가능하다. 펜타곤은 이외에도 1980년대 퍼싱 II 미사일과 지상 대 지상(STS) 미사일에서 발사 가능한 W86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실전에 배치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펜타곤은 이런 전술 핵탄두를 50기 보유하고 있다.

이번 벙커 파괴용 핵탄두 연구는 이런 기존 핵탄두를 더 연구하는 것이 아니고 이 예산으로 현재와 같이 폭탄이 지면에 접촉하면서 작동하는 지상 폭파가 이니라 일단 지하에 깊숙이 침투하여 신관이 작동하는 지연 (delay) 신관(smart fuzes)을 개발하고 지금보다 더 정밀 폭격이 가능하도록 유도 장치를 개발한다.

핵 탄두 EPW (Earth Penetrating Weapons) 등장 후 한반도 상황

내년 대통령 선거전에 미국은 예정대로 핵 탄두 EPW의 실전 배치가 가능하다. 이 폭탄을 펜타곤은 인정하지도, 부인도 하지 않지만 폭탄의 성능으로 봐서 현재 북한 지하 핵 시설, 생화학탄 저장소, 그리고 휴전선에 전진 배치된 방사포 진지가 목표가 된다.

북한은 1994년 제네바 핵 동결 협정을 위반하고 그 후 계속하여 핵 개발을 추진해 왔다. 북한은 동결된 핵 연료봉 8천본을 그대로 두고 비밀히 영변에서 동북으로 4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지하 핵 연구시설을 설치하였다. 이 곳에서 북한은 방사능 발생으로 인명 살상이 가능 한 고농축 우라늄을 개발해 왔다.

이 방사능 폭탄은 미국이 테러용으로 사용 가능한 Dirty Bomb 제조가 가능하다. 원자탄 제조는 연료봉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여서 만들 수도 있고 고농축 우라늄을 재료로 사용하여 만들 수도 있다. 미국은 1998년 북한에서 고농축 우라늄 제조에 참여하였던 탈북 과학자의 증언으로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임기 말 농땡이로 기회를 놓쳤다. 그러나 작년 10월 평양을 방문한 켈리 특사는 북한에게 이 증거를 제시하며 몰아 부치자 북한은 이 사실을 인정했다.
북한은 현재 영변 5 MW 원자로 이외에 20 MW 원자로를 지하에 건설하고 있으며 곧 100 MW 원자로를 건설할 계획이다.

북한의 계획대로 진행되면 북한은 연간 50기의 핵탄두를 제조하는 플루토늄 생산이 가능하다.
북한은 현재 휴전선 일대에 2천400문의 각종 구경(170-240 미리) 방사포를 배치하여 남한 수도권 양민을 인질로 공갈 외교를 일삼는다.
이 시설중 일부는 지하 벙커에 배치되어 있다. 그 밖에 북한은 스커드 미사일 500기를 실전 배치하고 있으며 이 미사일도 일부는 지하에 배치하고 있다. 이런 방사포와 스커드 지하 기지들이 모두 벙커 파괴용 핵 또는 재래식 탄두의 목표가 된다.
이런 사태가 오지 않는다 해도 이번 펜타곤의 방사능 소량 배출 핵 탄두 개발은 정치적 의미가 크다.
<종 황 / 전 육사 교수>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선데이-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