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활발한 여성활동을 장려하고 있으며 실제 여성들의 활동을 위한 사회적 시스템 구축이 잘 되어 있다. 따라서 많은 여성들이 미국 전반에 걸쳐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IT업계의 CEO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칼리 피오리나(HP)ㆍ멕 휘트먼(e베이)ㆍ앤 멀케이(제록스)ㆍ패트리샤 루소(루슨트) 등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잘 나가는 IT기업의 수장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칼리 피오리나의 남편은 칼리 피오리나가 HP의 CEO가 되자 유능한 아내를 돕기 위해 회사를 사직하고 집안 일을 맡기도 하여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IT업계에는 이 같은 CEO 여성 외에도 전도유망한 차세대 여성주자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야후 CFO인 수잔 데커, AT&T사장인 베시 버나드, 버라이존CFO인 도린 토번, 패킷디자인 회장인 쥬디 어스트린, 인텔의 공동CIO인 산드라 모리스, 또 오라클CSO인 매리 앤 데이비드슨 등이 그들이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스페셜리포트로 `IT업계의 여성`을 집중 조명하며, IT 산업에서 여성 파워가 신장한 이유를 IT산업의 특성과 실리콘밸리 문화에서 찾았다.
실리콘밸리는 남성 의존도가 미국 전체보다 심화되고 여전히 남성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여성들이 유리천장처럼 보였던 것들을 깨뜨리게 도와주는 것이 엘리트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사람들은 IT처럼 신산업 분야에서는 과거와 달리, 여성이나 소수민족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한다고 비즈니스위크는 지적했다.
특히, IT산업의 짧은 개발 사이클과 치열한 경쟁 분위기는 여성의 지위 향상에 한몫을 한 것으로 평가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중역의 골프 점수보다는, 분기별 매출실적과 마케팅 목표를 달성했는지, 프로젝트를 제시간에 완료하였는지 등의 평가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기업의 시스템화된 평가제도는 여성들에게는 이득이 된다.
또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보았다. 일례로, 앞서 열거했던 인물들 중 버나드, 토번, 피오리나, 루소는 모두 AT&T에서 경력을 쌓았다. AT&T는 한 때 남성중심적인 문화의 본산으로 간주되었던 기업이다.
1970년, 이 회사의 극심한 여성차별은 평등고용기회위원회측에 보고되었고, 결국 AT&T는 정부가 지적했던 `극심한 불법적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3천 800백만 달러의 합의금에 서명했다.
이로 인해 AT&T는 여성들에게도 특별 매니지먼트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를 주었고, 칼리 피오리나, 패트리샤 루소, 도린 토번을 비롯해 스위치앤데이터의 패트리샤 히긴스CEO, 립와이어리스의 수 스웬슨CEO 등을 배출하기 이른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이와 같은 여성들의 사회적 활동의 비약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IT업계에서 여성의 지위향상은 시간이 걸릴 전망을 내놓았다. 카탈리스트 조사에 따르면, 상위 500대 미 IT 기업의 중역중 단 11%만이 여성인 반면, 500대 대기업의 비율은 15.7%다. 또 이사회서도, IT산업에서 여성 비율이 9.3%인 반면, 전체 대기업에서는 12%를 상회한다. 1996년부터 2002년까지, IT전문가중 여성 증가율은 25%에서 25.3%로 단 0.3%가 증가했을 뿐이다. 오히려 일반 산업보다 증가율이 더딘 셈이다.
또, 여성의 대학 졸업률이 57%에 이르지만, 이들 중 컴퓨터 사이언스와 엔지니어링 분야 학위자는 단 22%다. 법과대학ㆍ의과대학의 절반이 여학생이나 비즈니스스쿨의 단 30%만이 여학생이다. 더욱이 10대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여학생의 17%만이 비즈니스 경력을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