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신: 저녁 6시20분>
한나라당 “이상배 의장은 이미 사과…당 대표 사과는 없다”
“‘굴욕외교’는 수용할 수 있고, ‘등신외교’는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은 말꼬리 잡기다.”
한나라당 입장을 보여주는 박종희 대변인의 말이다. 한나라당은 이상배 정책위의장의 ‘등신외교’ 발언 파문과 관련 9일 오후 4시께 긴급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이상배 의장이 이미 성명서에서 깊은 유감을 표명한 것을 사과로 간주한다”며 “그러나 당 대표가 사과 할 수는 없다”고 결정하고, 민주당쪽에 총무회담을 요구했다.
이규택 총무는 원내대책회의 직후 “‘민주당 내부의 분열을 호도하기 위한 술책으로 국회를 보이코트 하는 것 아니냐’ ‘대통령의 굴욕외교를 호도하기 위한 술책 아니냐’는 점을 총무회담에서 강하게 제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종희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이 세 가지를 요구했지만 사실상 이상배 의장은 성명서를 통해 사과 발언을 했다”며 당 차원에서의 공식 유감 표명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대변인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의장의 발언에 대해 ‘용어 자체가 부적절했다’, ‘국회 파행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부적절했다’는 의견도 있었고, 정부여당과 노 대통령의 발언도 정제되지 않은 것이 많았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잡초·양아치·깽판 등의 발언을 할 때도 우리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그냥 넘어갔다”고 반박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민주당이 국회 정상화에 임하지 않을 경우 시급한 경제 문제, 특히 추경예산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이냐”며 “민생문제와 관련 여야를 떠나 초당적인 협력 정신을 민주당은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 단독으로 국회를 열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변인은 그러나 “이 의장의 성명서는 유감 표명보다는 오히려 여당과 청와대의 비판을 ‘망동’이라고 비난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얘기를 길게 하다보면 어느 쪽에 무게를 싣느냐에 따라 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다”며 “여당과 청와대의 비판에 대해 지적한 부분도 있지만 깊은 유감을 표명한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날 원내대책회의에는 김영일 사무총장과 이규택 총무를 비롯한 총무단, 서정화·목요상 등 전 총무, 하순봉 최고위원, 정형근 의원 등이 참석했고, 박희태 대표와 이상배 정책위의장은 불참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10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이상배 의장의 발언으로 국회가 파행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상배 의장은 이날 의총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자신이 그런 발언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미 이상배 의장의 사과 요구 등 당의 공식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반응을 보고 나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3신: 오후 4시15분>
이상배 의장 “청와대와 여권의 사과 요구가 과민반응이자 망동”
‘외교등신’ 발언 파문의 주인공인 이상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9일 오후 ‘청와대와 여당은 ‘망동(妄動)’을 즉각 중지하라’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준비가 부족하고 성과가 없는 데다 국민 자존심에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야당 입장에서 정치적 수사로 ‘등신(等神)외교’라고 표현했다”며 사과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이어 이 의장은 “청와대와 여권이 이를 두고 경천동지할 일이라도 발생한양 ‘망언’ 운운하며 사과를 요구한 것은 한마디로 과민반응이고, 그 자체가 망동”이라며 “여권이 노무현 대통령과 직접 연계시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자학이고, 감상적 대응이며 자가당착이고 제 발등 찍기”라고 역(逆)비판했다.
이 의장은 “노무현 대통령을 모욕할 의도도 초당외교 입장을 후퇴시킬 입장 전환도 없음을 확인하는 바이다. 이 점이 오해가 있었다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그것은 말 그대로 단지 청와대와 여권쪽의 오해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오후 긴급 의원간담회를 열어 이상배 의장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는 한편, 이 의장의 공식 사과와 당직 사퇴가 없는 한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혀 당분간 ‘외교등신’ 발언을 둘러싸고 여야간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이상배 정책위의장의 성명서 전문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망동(妄動)’을 즉각 중지하라
노무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준비부족 △성과별무 △국빈집착으로 △국민정서에 반하고 △국민 자존심에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야당 입장에서 정치적 수사로 “等神외교”라는 표현을 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와 여권이 경천동지할 일이라도 발생한양 “망언” 운운하며 사과를 요구한 것은 한마디로 과민반응이고, 그 자체가 망동이다.
또한 여권이 노무현 대통령과 직접 연계시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자학이고, 감상적 대응이며 자가당착이고 제 발등 찍기다.
국어사전에는 等神이라는 단어가 “어리석은 사람”을 이르는 말로 되어 있고, 경상도 지역에서 잘못 저지른 사람을 애교섞인 책망을 할 때 흔히 쓰는 일반적인 말이다. “등신”이라는 정치적 수사는 노 대통령이 소속된 민주당이 야당시절 습관적으로 자주 사용해 공식적 정치용어가 되어 있을 정도다.
△92년 2월 김영배 전 의원은 노태우 정권에게 인사등신(외교굽신)
△92년 3월 정대철 대표는 노태우 정권에게 치안등신(외교굽신)
△92년 3월 김민석 의원은 노태우 정권에게 경제등신(외교굽신)
△92년 3월 김덕규 의원은 노태우 정권에게 인사등신(외교굽신)
△92년 11월 김대중 후보유세장 플랜카드에 노태우 정권은 정책등신
△96년 3월 30일 김희선 의원은 김영삼 대통령에게 경제등신(외교굽신)
너나 없이 “등신” 용어를 사용해왔다.
이번 표현은 노무현 대통령 방일 외교성과와 행태에 대한 수사적 비판에 불과 한 것이었음을 밝혀둔다.
분명하게 말하건대 노무현 대통령을 모욕할 의도도 초당외교 입장을 후퇴시킬 입장 전환도 없음을 확인하는 바이다. 이 점이 오해가 있었다면 유감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말 그대로 단지 청와대와 여권측의 오해일 뿐이다.
단언컨대 노무현 대통령의 방일은 처음부터 준비가 부족했고, 일부 방일 일정과 방일 기간 중 일본정계 움직임, 우리측의 지나친 양보는 우리 국민정서에 반하는 것들이었고 실망과 우려를 준 것도 사실이다.
국민이 분노하고 있고, 심지어 친노 성향의 정당과 인사들, 언론, 네티즌까지도 비난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한 해명과 대국민 사과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청와대와 집권당은 총체적 국정혼선해결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포기하고 공연한 말 트집이나 잡는 유치한 충성경쟁을 즉각 중단하라.
2003년 6월 9일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이상배
출처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