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스가 이겨 너무 기분좋다.”
경기 중 뇌진탕으로 입원했다 하루만인 9일(이하 한국시간) 퇴원한 시카고 컵스 최희섭(24)은 안정을 취하라는 의사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TV로 중계되는 뉴욕 양키스전을 시청했다. 전날(8일) 플라이볼을 쫓다 투수 케리 우드와 부딪쳐 넘어지면서도 볼을 잡은 글러브만큼은 꼭 쥐었던 최희섭이다. 병원에서 의식을 찾은 첫 순간에도 팀의 경기소식을 궁금해하던 최희섭은 팀이 양키스에 2연승을 거두자 마치 자신이 경기에라도 뛴 듯 기뻐했다.
9일 경기 후 최희섭과 전화통화를 한 에이전트 이치훈씨는 “희섭이가 퇴원 후 TV 중계를 보며 팀이 이겨 너무 좋다고 말했다. 안정이 필요해 경기 후 곧바로 잠을 청한 것으로 안다”고 근황을 소개했다.
최희섭의 응원이 함께 한 탓일까. 컵스 선수들은 9일 양키스전에서도 투지를 불살랐다. 리글리필드를 가득 메운 3만9,341명의 관중들도 전날과 다름 없이 “희섭 초이”를 외치며 일방적으로 컵스를 응원했다. 일부 관중들은 “우리는 희섭 초이를 사랑한다. 쾌유를 빈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흔들기도 했다.
컵스 선수들은 1회초 수비부터 몸을 사라지않는 플레이를 펼쳤다. 야수들은 잡기 힘든 타구에도 슬라이딩을 하며 볼을 쫓았다. 포수 데미언 밀러는 관중석으로 들어가는 파울볼에도 전력질주하며 몸을 날렸다. 하루 전 최희섭이 하던 허슬플레이 그대로였다.
컵스 타선은 1회말 모이제스 알루의 선제 3점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2회엔 라몬 마르티네스의 홈런,알렉스 곤살레스의 2루타,데미언 밀러의 적시타,코리 패터슨의 3루타로 팀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하면서 3점을 추가했다. 양키스가 제이슨 지암비,라울 몬데시의 홈런 등으로 6-3까지 추격하자 컵스는 7회말 새미 소사가 통산 2,000안타를 터트리며 2점을 달아났다. 양키스가 8-7 한 점차까지 따라붙은 9회 2사 1루. 컵스의 마무리 조 보로스키가 핀치러너인 찰스 깁슨을 견제구로 잡아 경기를 끝냈을 때 리글리필드엔 다시 한 번 “희섭 초이”를 외치는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찼다. 최희섭의 투혼이 1938년 월드시리즈(컵스 4전 전패) 이후 65년 만에 양키스를 제압하게 한 기폭제였다.
/시카고(미일리노이)=김문호특파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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