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LA에서 새천년민주당 김중권 상임고문이 장기간 체류하게 되자, 어떤 연유에서인지 몇몇 한인 단체장들과 일부 인사들이 전면에 나서 일정에 없던 엄청난 칙사대접을 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기존의 계획된 방미일정이 유독 LA지역에서만 바뀌게 된 과정, 그리고 일정에도 없었던 라스베가스 지역 방문을 놓고 여기저기 의심이 가는 부분들이 많고 말들 또한 무성하다.
김중권 고문은 사적으로 딸의 박사학위 수여 축하차 오른 방미길에 ‘대선출마’ 돌출발언을 하는 등 적잖은 파문을 일으켰고, 이에 따른 대선후보후원회 결성소문이 나도는 등 미 전역 한인 단체장들의 마음도 들뜨게 했다. 자신의 방미환영 준비위원장들이 오는 7월 임명될 예정인 각 지역 평통회장감이라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6일 대한항공(KAL) 083편으로 워싱턴에 방미한 뒤 필라델피아, 뉴욕, 캔사스를 거쳐 이곳 LA에서 가장 길고도 황홀한(?) 일정을 보낸 김중권 민주당 상임고문의 방미일정에 대해 추적 공개한다.
박상균[취재부기자]sangpark@ylmedia.com
워싱턴에서 LA입성까지
워싱턴에 처음 도착한 김중권 고문은 6일부터 8일까지 대사초청 좌담회, 월드컵 후원회 환영만찬 및 간담회, 고대 교우회, 영남 향우회, 공군 전우회 등 환영 간담회를 갖느라 정신이 없었다. 또한 김 고문은 동포기자와의 만남에서 차기 대선의지를 밝혀 세인들의 촉각이 곤두세워진 시점이었다.
아무튼 김중권 고문은 워싱턴 일정에 있어 부인, 수행원들과 함께 호텔이 아닌 개인 김덕곤 씨 집에서 지냈다. 김덕곤 씨는 미주지역 9개주 월드컵 후원회 회장직을 맡았던 사람이다. 또한 김덕곤 씨는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일을 중추적으로 해냈던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김덕곤 씨로부터 남가주 월드컵후원회 상임회장을 지냈던 스칼렛 엄 씨에게 한 통화의 전화가 걸려왔다는 것이다.
“우리집에 김중권 상임고문과 부인 그리고 수행원들이 있다. 이번 김 고문의 방미는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와 때를 같이해 오게 된 것이다. 이에 9개주 월드컵 후원회 회장들이 김중권 대통령 후보 후원회 회장직을 수행키로 했다.”는 내용의 통화였다.
김덕곤 씨는 이어 “일단은 각 지역 환영식 등을 준비위원들 중심으로 후원회를 조직해 준비하게 되면 올 10월 다시 미국을 방문해 준비위원들이 중심이 돼 정식으로 후원회를 조직할 것이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또한 남가주 지역도 월드컵 후원회 중심으로 준비위원회를 조직해 환영회를 치뤄달라고 당부했다는 것이다.
‘후원회장 맡는 환영준비위원장이 평통 회장직 오른다’
“이번 후원회장을 맡는 김 고문 환영준비 위원장이 각 지역 평통 회장직에 오를 것이다.”라는 멘트였다. 이 말은 그 시사하는 바가 컸다.(추후 설명키로 함)
사실 김 고문의 첫번째 방미 목적은 딸의 캔사스 대학 박사학위 수여식에 참석해 축하해주자는 의미였다.
그런데 김 고문이 출발 전 최종본으로 미주 각 지역 월드컵 후원회에 보내온 일정표를 살펴보면, 딸의 축하방문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빽빽한 일정이었다. (참고로 김중권 고문은 경북 울진 출신이며,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다.)
특히 각 지역 일정은 온통 자신이 졸업한 고대 동문회 만찬과 출신지인 영남권 즉 영남향우회 또는 경북도민회 환영 및 만찬으로 가득 짜여져 있었던 것이다. 사적인 방문에 이렇게도 많은 일정이 잡혔는지 알 수 없는 대목이었다.
LA지역 일정이 뒤바뀌기까지……
미주 월드컵 후원회 김덕곤 회장은 2002 한일 월드컵 미주지역 후원운동이 엄청나게 성공적으로 끝났고, 이 중심에 있었던 미주 9개주 월드컵 후원회를 봉사단체인 한민족 봉사회로 개명, 전국망의 봉사단체로 탈바꿈 시키는 일을 추진 중이었다. 그 와중에 김덕곤씨와 가까운 친인척(불교계 거물로 알려진 인물)과 함께 대선 때 노무현 후보를 적극 지지했다고 한다.
한민족 봉사단으로 개명해 봉사하려던 작업이 어떻게 갑자기 김중권 대선 후보 후원회로 둔갑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김 고문을 환영하는 각 지역 준비위원장이 평통회장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말이 돌게 되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미주지역 월드컵 후원회와 김중권 고문의 인연은 2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미국지역 초등학교 학생들이 2002 월드컵과 관련해 2001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김중권 고문이 후원회 행사에 직접 방문해 관심을 가져주고 접견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인간관계는 인지상정이라 당시 푸짐한 대접을 받았던 인솔자들은 김 고문의 호의에 감사 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남가주 월드컵 후원회 임원진들도 한국에서 보내온 일정표에 따라 반가운 김 고문을 위해 흔쾌히 환영준비를 준비 중이었다.
즉 고대 동문회와 대구 경북 향우회 그리고 김 고문의 부인을 위해 이화여대 동문회까지 준비해 참석자들이 자발적으로 사비를 내 환영준비를 계획 중이었다.
평통회장 자리 유혹이……
이러한 가운데 한인사회 전직 단체장인 A씨가 남가주 월드컵 후원회에 미팅을 제의해왔다고 한다. 그러자 후원회 임원진들은 ‘이번 행사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분이 왜 이러시나’라는 생각에 잠시 의문을 가졌으나 그냥 지나쳤다고 한다.
앞서 기사화한대로 ‘이번 준비위원장이 평통회장 감이라는 소문’에 굴하지 않고 남가주 월드컵 후원회는 인간적으로 환영준비를 해주기로 했었다. 하지만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평통회장 임명설이 나돌자 A씨가 관심을 내비쳤다고 한다.
일이 이렇게 번지자 A씨의 반응에 당황한 남가주 월드컵 후원회 임원진들은 김 고문을 방미길에 수행중인 김중흠 특별보좌관에게 ‘갑자기 A씨가 왜 개입하게 되었는가’를 따져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LA 방문 이틀전인 17일 특보의 전화가 와 강 모(김중권후보 한국후원회 부회장)씨를 만나보라는 메시지가 돌아왔다고 한다.
이에 후원회 임원진들이 강 모 (1938년 생으로 알려진 유도선수 출신)씨를 만나기에 이르렀고 강 씨로부터 스폰서를 구한다며 “남가주 지역은 후원회가 조직이 안되었기 때문에 내가 관리를 하겠다. 환영행사에 오는 사람들한테 돈을 안 받아야 한다. 김 고문이 밥을 사는 형식으로 해야한다” 라며 기존의 계획을 엎는 뉘앙스의 발언을 풍겼다고 한다.
LA에 도착한 김중권 고문 일행의 일정은 바뀌고……
김중권 상임고문은 본래 주요 일정인 딸의 박사 학위 수여식 축하를 캔사스에서 끝마치고 지난달 19일 아메리칸 웨스트 항공편으로 LA에 도착했다. 도착하자 마자부터 한인 사업가 K씨가 준비한 리무진을 탑승하고 숙소인 옥스포드 팔레스 호텔로 향했다.(여기서부터 이미 준비위원장과 일부인사들의 환영준비가 시작됨)
도착부터 기존의 일정은 무시당하기 시작했다. 기존 일정표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원래 월드컵 후원회, 경상북도 도민회, 고대 동문회, 그리고 이대 동문회까지 따로 계획일정이 잡혀 있었다. 하지만 도착 첫날(19일) 월드컵 후원회와 경상북도 도민회가 준비한 환영준비 행사(용수산)를 빼놓고는 일정이 싹 바뀌어 버렸다.
다음날(20일) 이대 동문회(용수산)와 고대 동문회(옥스포드 팔레스) 등은 갑자기 같은 날 행사를 치러 김 고문 부부가 흩어지는 등 정신이 사나웠다는 후문이다. 내막을 모르는 교민들만 김 고문을 반기며 식대 및 비용을 지불했다.
21일부터의 일정이 가관이다. 물론 관광이라 할 수 있겠지만 김중권 고문 일행은 라스베가스 행을 택했다.
제보자의 말을 빌리면 “김중권 고문과 덩치 큰 사람이 바베리 코스트 호텔 카지노(한인 호스트 마이클 킴)에서 도박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갑자기 일정을 바꾸어 무슨 돈으로 도박을 했는지 알 수는 없다. 심증만 갈 뿐이다.[본보는 이들을 봤다는 증인을 확보했음을 밝혀둠]
김중권 고문 대선후보 준비위원장(?)
정황을 살펴보면 A씨가 ‘새천년민주당 김중권 대선후보 준비위원장(?)’이라는 큰 감투를 쓰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일설대로라면 꿈에 그리던 평통회장 자리까지 운운하니 솔깃한 제안이었을 것이다.
이에 A씨는 환영 준비위원회를 만들었고, 가까운 한인단체장 H씨, 리무진을 제공한 사업가 K씨 그리고 여성단체장 K씨까지 끌어들였다.
어렵게 입수한 이곳 LA 김중권 고문 준비위원회의 일정표는 한마디로 놀자 위주로 짜여 있었다. 13일의 일정 중 3일은 라스베가스, 4일은 골프로 가득하다. 모르긴 해도 대단히 피곤했을 일정이다.
28일에는 대망의 환영행사가 준비되었다. 김중권 후원회, LA한인회, 주부클럽 등 여러 단체가 준비한 행사가 타운 내 JJ 그랜드 호텔에서 성대히 치루어진 것이다.
(기자는 A씨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A씨는 이번 후원회 행사와 일정이 변경되게 된 경위에 대해서 ‘나는 김중권 고문의 외사촌형인 이 모씨와 김 고문과 친분이 있는 강 모씨로부터 연락을 받고 사적으로 김 고문 환영 준비를 하게 되었다. 으레 정치인이 오면 식사대접을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라는 답변과 함께 일부 환영식 식사비 등을 같이 대준 여성 단체장이 모든 준비를 했다는 모호한 답변을 했다.)
B씨 얘기를 짧게 덧붙이자면 한나라당 김덕룡 후원회 회장이었다. 고등학교 동창이기도 한 김덕룡 의원은 호남 출신으로 한나라당 의원이다. 또한 반 DJ인사라 볼 수 있다.
지금은 어떠한가? 경상도 출신으로 호남당이라 할 수 있는 새천년민주당의 대표위원 출신인 김중권 씨는 누가 뭐래도 친 DJ인사이다.
상반된 두 사람을 후원하는 A씨가 ‘평화통일’을 논할 수 있을는지 정말 의문이다. 5년 뒤 치루어질 대선에 출마한다는 김중권 씨 후원회장 자리를 평통회장 자리가 탐나 가로채듯 빼앗아 버리는 사람으로 이번 사태는 비춰질 수 있다는 평이다.
이번에 사적인 일로 방문해 좋은 맘으로 행사를 준비하려던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민주당 김중권 상임고문 또한 그렇다.
이미 김중권 고문은 워싱턴에서 기자들에게 대선출마 돌출발언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비위를 건드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고문은 사석에서 내년 총선 출마를 한다는 이야기였다고 둘러댔다고 한다. 이는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즉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한 인물을 놓고 LA지역에서만 벌어진 해프닝일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편 김중권 고문은 한국에 도착해 이곳 남가주 월드컵 후원회 임원진들에게 수고했다고 친히 전화를 걸어왔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