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국의 한인들은 IMF때보다도 더욱 힘든 경제적 위기에 있는 “돈 까먹으며 산다.”라는 말이 심상치 않게 하고 있다. 더욱이 충격적인 사실은 구매력과 저축률의 급격한 하락으로 마치숫자로 입증이라도 하겠다는 듯 보여지고 있다. 이런 체감경기뿐만 아니라 실질경제적 지표도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보여주는 수치에 본국 한인들은 한숨만 늘어가고 있다.
또한 미국의 경기 역시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는 자료들이 나와 미 경제팀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다우지수가 9천포인트가 넘어섰고, 나스닥 지수가 상승했지만, 6월의 소비자 신뢰지수가 떨어지면서 부시의 감세정책안 마저도 실효를 거두기가 쉽지 않은 것이라는 전망에 찬물을 껴앉고 있다.
한국
“IMF 보다 더 힘들어” 구매·저축 곤두박질
“외환위기 때보다 어렵다”는 세간의 극심한 체감경기를 뒷받침하는 수치가 나왔다.
체감경기를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는 지표인 실질 국민소득(GNI)이 올해 1·4분기(1~3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나 줄어든 것으로 실질GNI는 구매력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이다. 이는 실질 GDP에서 교역조건의 변화에 따른 무역 부문 손익과 임금·이자 순유입액(국내에 들어온 임금·이자에서 해외에 나간 것을 뺀 것)을 더한 수치다.
구매력과 저축률 급격한 하락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4분기 국민소득 잠정 추계 결과’에 따르면,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1.4분기에 1백47조4천3백8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3% 증가했으나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1백1조7천1백44억원으로 1.8%가 감소했다.
실질 GNI가 줄어든 것은 2000년 4.4분기(-0.6%) 이후 2년만의 일이며, 감소폭으로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4·4분기(-7.2%) 이후 가장 커, 작금의 경기불황이 얼마나 극심한지를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1.4분기 GDP 성장률이 3.7%에도 불구하고 실질GNI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교역조건 악화로 국민소득의 실질 구매력이 줄었기 때문이다. 교역조건은 수출가격에 비해 수입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바람에, 같은 조건일 때 수출로 교환할 수입 감소액을 뜻하는 1.4분기의 실질무역 손실 규모는 23조9천1백억원에 이르렀다.
실질무역 손익은 지난 1995년 이후 9년 연속 손실을 기록하면서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나날이 손해보는 무역거래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총저축률도 26%로 17년만에 최저치로 급락했다. 저축률이 이처럼 낮아진 것은 가처분소득 증가율(5.8%)이 소비지출 증가율(6.9%)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경기가 나빠졌으나 소비를 갑자기 줄이기는 힘든 법이라 소득증가율이 소비증가율을 밑돌면서, 1·4분기 중 총저축률은 전년 동기 대비 0.8%포인트 떨어진 26.0%로 86년 1·4분기(25.5%) 이후 가장 낮게 나타난 것이다.
아파트 투기로 ‘거품 성장’
경제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성장률과 저축률, 투자율이 같이 움직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저성장 단계’로 본격 진입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저축률 26%란 대만(25.6%·2002년),일본(23.7%·2000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최근 하락 속도가 급속히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총투자율은 설비투자가 소폭 증가에 그쳤으나, 아파트 투기붐을 타고 건설 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재고 감소 폭도 축소되면서 전년 동기보다 2.6%포인트 상승한 26.1%를 기록했다. 한마디로 말해 아파트 투기 붐에 힘입어(?) 간신히 숫자를 맞췄다는 얘기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총저축률(26%)이 총투자율(26.1%) 밑으로 내려갔다는 대목이다. 총저축률이 총투자율 밑으로 내려간 것은 외환위기 직전인 97년 3.4분기(총저축률 31.9%, 총투자율 32.9%) 이후 처음이다. 외환위기 이후 총저축률은 평균 5%포인트 가량 총투자율을 웃돌았으나, 지난해부터 소비가 늘어나면서 그 차이가 계속 감소하다가 마침내 이번에 역전되기에 이르른 것이다.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얼마 전 작금의 경제불황과 관련, “1.4분기 성장률 3.6%는 중국(9.9%)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것”이라며 결코 위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은이 이번에 발표한 수치는 요즘 들어 소비자들의 실질구매력이 급락하면서 과거에 번 돈을 곶감 빼먹듯 까먹고 있으며, 3.6% 성장이라는 숫자도 대부분 아파트 투기 붐에 편승한 ‘거품 성장’이었다는 점을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김진표 경제팀의 맹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미국
급락 “소비자 신뢰지수” , 상승 “다우지수”에 찬물
다우존스 지수가 이달 들어 10개월만에 9천선을 넘어섰고 나스닥지수는 3월 이후 30% 가까이 상승하는 등 증시가 살아나면서 미국 경제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는 주장들이 갑자기 찬물을 만난 듯 시들해졌다.
6월 미국 소비자신뢰지수가 낙관론을 펴던 전문가들 예상과 달리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미국 미시간대학은 13일(현지시간) 6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전달(92.1)보다 하락한 87. 2로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블룸버그뉴스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당초 전문가들은 6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소폭 상승한 93.1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시간대학에 따르면 소비자신뢰지수가 하락한 요인은 주로 실업률 상승 등으로 소비자들이 미래에 대해 불안하게 느끼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인력 채용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이 소비자들에게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 통신도 13일(현지시간) “소비자 신뢰지수가 8개월만에 가장 크게 떨어진 것은 실업률이 상승하면서 2.4분기에 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 회의적인 시각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미시간 대학 소비자 신뢰지수의 핵심요소로 향후 1~5년 사이의 낙관도를 나타내는 `기대지수’는 5월말의 93.2에서 84.2로 크게 떨어졌다.
J.P 모건 증권 뉴욕의 이코노미스트 제이언스 나자레스도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감세안 통과가 소비심리를 진작시키지 못했으며 노동시장에 대한 우려는 증폭됐다”고 지적했다.
5월중 미국의 실업률은 9년래 최고치인 6.1%까지 치솟는 등 고용불안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 24∼25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 금리 추가인하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월가의 대형채권기관들은 고용과 물가를 떠받치기 위해 연준에서 최소한 0.25% 금리 인하를 할 것이라는 일치된 견해를 보이는 것으로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위스도 지난 12일 간담회에서 미 경제 회복의 관건으로 꼽히고 있는 기업들의 자본 투자 전망을 그리 낙관적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기업 투자가 살아나려면 가동률이 80% 수준은 회복돼야 하지만 현재 20년이래 가장 낮은 72.5%에 그치고 있다”면서 “2분기 이후 교체 수요를 통해 투자가 재개되더라도 왕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년간 3천5백달러 규모의 감세안이 단기적 경기부양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했던 조지 부시 대통령이 내년 재선을 위한 관건인 경제 회복에 다시 초조해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