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노동계, 마주 달리는 기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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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은행 파업이 끝나자마자 전국이 다시 파업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24일 새벽 부산·인천·대구 지하철 노동조합이 전격적으로 파업에 돌입한 데 이어 25일 민주노총은 전국 8만여 노동자가 참여하는 4시간 시한부 경고 파업에 돌입한다. 28일에는 전국철도노조 파업이 예정돼 있으며, 30일에는 한국노총의 금융·택시·버스노조의 총파업, 다음달 2일에는 현대자동차 등 금속연맹이 참여하는 총파업이 예고돼 있다.

이에 재계는 감원과 공장 해외이전도 불사하겠다며 노동계의 파업에 공세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노동계는 재계가 일자리를 볼모로 압박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성실 협상을 배제한 채 막다른 골목으로 나간다면 커다란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재계 “양대 노총이 국가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은 24일 오전 철도노조·금속연맹 등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개혁정책 후퇴 등에 항의하기 위해 오는 25일 오후 1시부터 100여개 사업장 8만여 노동자가 참여하는 4시간짜리 시한부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오는 30일 금융·택시·버스·공공부문 노조원 20여만명이 참가할 예정인 총파업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재계는 노동계의 총파업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총파업 강행시엔 감원이나 공장 해외이전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이는 더 이상 노동계에 밀리지 않고 강하게 대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재계는 화물연대 파업부터 조흥은행 파업 처리과정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엄정한 법 집행이 사라졌다고 판단, 정부와 노동계를 동시에 압박하고 나서는 모습이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5단체는 지난 23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회장·부회장단 긴급회동을 열고, 노동계의 총파업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재계는 이날 성명서에서 “양대노총이 국민을 볼모로 총파업을 기도함으로써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노동계는 국가를 혼란으로 몰아넣고 경제를 파탄케 하는 총파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명서는 이어 “정부가 노동계의 총파업 위협에 밀려 주요 정책을 변경하는 등 법과 원칙을 훼손한다면 경제회생이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는 법과 원칙을 지키려는 강력한 의지와 결단력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남홍 경총 부회장은 이날 “재계의 요구를 계속해서 수용하지 않는다면, 결국 투자를 줄이고 장사를 안 하거나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방법 밖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은 좀더 분명히 말했다. 그는 “정부가 재계의 요구를 수용치 않을 경우 기업은 경쟁의 원리에 의해 국내든 해외든 경쟁력이 더 나은 곳으로 갈 것”이라며 “불법 행위는 고발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가 노동계의 파업을 앞두고 투자조정과 공장 이전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은, 이번에 노동계에 밀릴 경우 향후 주5일 근무제 입법화 과정 등 제도개선에서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 “무책임한 발언이며 재계는 불법행위 먼저 반성해야”

이에 대한 양대 노총의 입장도 강경하다. 민주노총은 경제5단체가 이같은 입장을 보이자 23일 ‘재계는 대정부 협박 말고 노조와 성실하게 대화해야’라는 성명서로 응수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재계는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뒤부터 보수언론과 손잡고 ‘규제완화’란 이름으로 재벌개혁을 포기시키는 한편, 사사건건 노무현 정부가 노동계에 끌려다닌다고 ‘친노정부’ 운운하며 노(盧)-노(勞) 싸움을 부추기기에 바빴다”면서 “이는 사실상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을 정부가 경찰병력을 투입해 진압하고 노동계와 정부가 장기 정면대결로 나아가는 과거와 같은 노동정책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재계를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민주노총은 “사용주들이 노사대화를 성실히 한다면 파업 이전에 충분히 타결이 가능하고, 설사 파업에 들어갔다 하더라도 조기 타결이 가능하다”며 “재계는 파업수습 책임을 정부에 넘기기 전에 먼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또한 재계를 향해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을 불법파업으로 몰아 엄벌을 요구하기 전에 SK 분식회계 등 재벌의 불법행위에 대해 먼저 반성해야 하며, 수십 조를 빼돌리고 해외로 도주한 김우중 전 전경련 회장의 귀국과 정경유착 내용을 고백하도록 해야 한다”고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도 24일 기자회견에서 “경제 5단체장이 고용을 줄이고 기업을 해외로 이전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는데, 이는 무책임하고 비도덕적인 발언”이라며 “생존권 투쟁을 불법으로 몰고 경기침체 주범으로 매도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재계를 비판했다.

30일 총파업을 예정한 한국노총 역시 경제5단체의 발표 내용을 비판했다. 한국노총 강훈중 홍보국장은 “경제계는 노동계의 파업이 경제를 어렵게 한다고 몰아세우기에 앞서 기업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경영개선은 인건비만 절약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기술혁신, 설비 투자를 통해 가능한 만큼 경영계의 발상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국장은 노동계의 파업이 계속되는 이유에 대해 “노 대통령은 노동계가 정부를 길들이기 위해서 파업을 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상당히 잘못된 인식”이라며 “고용허가제, 비정규직 차별 철폐, 경제특구법 등 노 대통령이 약속한 노동정책이 후퇴하는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출처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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