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모자·가정부 살인사건” 둘러싼 한국일보 VS 중앙일보 “도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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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된 것은 지난 6일 자 중앙일보가 “송 씨 살해용의자는 가까운 한인남성”이라는 제목의 톱기사였다. 이 기사는 한인사회에 충격을 준 르네상스 아파트에서 발생한 한인모자와 가정부 살해사건을 담당하는 LA경찰국 미첼리노 캡틴과의 인터뷰를 실은 것이다.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미궁에 빠진 사건을 담당한 수사반장과의 인터뷰는 시의적절한 인터뷰라고 볼 수 있다.

인터뷰 내용을 보면 사건 해결을 위한 중요한 내용은 없으며 단지 수사반장의 이야기를 다소나마 들을 수 있었다는 점 이외 특출한 내용은 없었다. 만약 기자가 사건취재에 경험이 많았으면 조금 더 수확을 얻을 수 있었을 터인데 아쉬움이 남는 기사였다. 그러나 한국일보 측으로서는 조금 뼈 아픈 기사였던 것이다.

성 진 기자 / [email protected]

수사반장 인터뷰 기사가 중앙일보에 보도되기 전 한국일보는 사건 발생 초기부터 민첩한 취재로 중앙일보 보다 앞선 기사들로 지면을 채웠다. 한 예로 살해된 송 여인의 남편 업소를 경찰이 압수 수색하는 작전을 취재한 것이다. 그 것은 특종기사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다시는 그 압수수색 장면을 다른 언론사가 취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로서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이 같은 특종에 반사적으로 중앙일보가 수사반장을 인터뷰한 것이다. 이 기사에 대해 지난 18일자 한국일보의 오피니언 란 ‘기자수첩’에서 한인모자와 가정부 살인사건 취재 뒷이야기를 하면서 ‘모 언론사가 보도한 사건수사반장의 인터뷰 기사가 조작됐다’라는 내용이 실렸다. 여기에 나타난 ‘모 언론사’는 중앙일보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중앙일보 기사가 잘못된 보도라는 것이다.

‘한인언론 외면당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한국일보 기자수첩에서 중앙일보가 사건과 관련해 인터뷰한 경찰 수사반장의 기사를 지칭하면서 “기사 내용의 50%는 소설(조작이라는 의미)이다. (수사반장은)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을 어떻게 이런 식으로 쓸 수 있나” 고 지적 했다.
이 기사에 대해 중앙일보는 22일 자 오피니언란 ‘시티 패트롤’이란 기자칼럼을 통해 “모 언론사가 본보가 직접 취재한 수사반장 인터뷰 기사의 50%가 소설이다” 라고 했다면서 “(자신들이) 낙종을 했다고 특종한 기사를 놓고 이런저런 트집을 잡는 것은 옹졸한 짓”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여기서 나타난 “모 언론사”는 한국일보를 가르키는 것이다.

이번 한국일보와 중앙일보의 기자들이 쓴 칼럼은 양쪽 모두 정확히 무슨 내용을 독자들에게 주는 것인지 분간하기가 혼란스럽다. 왜냐하면 기자 자신들이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서 객관적으로 쓴 글이 아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상부의 지시를 받고 상대 경쟁지를 흠집 내기 위해서 할 수 없이 쓰다 보니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쓴 글을 부장 선에서 다시 회사 경영진의 입맛에 맡게 고치다 보니 애초 기자의 글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 가버린 것으로 보인다.

일선 기자들에게 이 같은 상대방 흠집내기 기사를 쓰게 하는 것은 좋지 않은 편집 자세이다. 정말로 상대 경쟁지의 기사가 문제가 있었다면 경력 있는 기자가 심층취재를 벌여 정확한 기사로 보도 했어야 했다. 그런 것은 상대 신문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실보도’를 위해서 중요한 것이다. 그런 중요한 기사를 어설프게 대응한 양쪽 신문사의 편집국장은 이성적 논리보다는 감정에 치우쳤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것이다. 기사에 그런 감정이 그대로 베어 나왔던 것이다.

또 이 같은 사태는 경영진에서 은근히 편집국에 대해 주문할 수도 있고 또는 편집국 상층부에서 경영진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 발생할 수 있다. 좋은 기자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편집국의 시스템을 쇄신할 필요가 있다. 기자 한 사람이 법정의 판사처럼 누구의 간섭을 받지 않고 기사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쓸 수 있어야 한다. 편집국을 그런 분위기로 성숙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단한 훈련 시스템이 활성화 되야 한다. 지금처럼 기자들이 지면 메우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현실에서 “기자 훈련 운운”은 사치스런 요구일지도 모른다.

금번 한국일보가 왜 중앙일보의 수사반장 인터뷰 기사를 ‘조작기사’로 몰아 간 것에 대해 중앙일보에서 보는 시각은 수사반장을 인터뷰한 ‘특종 기사’가 보도되자 한국일보 상층부에서 편집국에 대해 ‘왜 우리는 인터뷰를 못했는가’ 라는 싫은 소리를 했을 것이고 그것이 편집국으로 내려오면서 사회부 쪽이 침울해져 반사적으로 튀어 나온 기사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일보의 글을 본 중앙일보 편집국은 발끈했다고 한다. 조금씩 밖으로 새어 나오는 이야기 중에는 ‘한국일보가 수사반장 인터뷰를 하지 못한 낙종의 분풀이로 그런 기사를 내 보낸 것’ 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편집국의 일부 기자들은 ‘이번 기회에 한국일보에 본 때를 보여 주자’ 라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한다. 중앙일보 편집국 내부에서는 한국일보 기자수첩 내용이 “오히려 소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중앙일보측은 “우리의 인터뷰 기사에 대해 수사반장이 만족을 표시하고 좋아했다”는 것이다.

만약 이 같은 보도를 들을 당사자인 LA경찰국(LAPD) 한인모자살해사건 수사반장이 알게 된다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아마도 한인 언론의 수준에 대해서 나름대로 평가를 내렸을 것이다. 얼굴 붉어질 현상이다.
중앙일보나 한국일보 양측 모두가 ‘특종’과 ‘낙종’에 대해 그 개념을 잘 이해 못하고 있다. 이번 한국일보와 중앙일보가 싸움을 벌인 ‘수사반장 인터뷰’건은 사실 특종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사건 취재기사로서 좋은 참고가 되는 기사인 것만은 분명하다. 상대편 언론사 보다 먼저 취재했다고 해서 특종이라고 함부로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다.

특종이란 어떤 신문사나 방송국이 다른 신문사나 방송국에 앞서 독점 입수하여 먼저 보도한 중요한 뉴스. 영어로는 스쿠프(scoop) 또는 비트(beat)라고 한다. 그러나 타 언론사 보다 먼저 보도했다고 하여 모두가 특종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보도가 사건자체 해결과 커뮤니티에 영향을 크게 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뉴스나 기사를 위해 언론사들의 경쟁은 매우 심하며 특종을 하면 커다란 명예로 생각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특종 뉴스를 다른 언론기관에 빼앗기는 것을 낙종이라고 한다.

그러나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한국일보는 ‘중앙일보 인터뷰 기사가 50% 조작’이라고 하면서도 어느 내용이 조작된 것인지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이는 상당히 중요한 것이다. 많은 독자들이 인터뷰 기사를 읽었을 터인데 독자를 상대로 한 기사에서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고 막연히 ‘50%가 소설’이라고만 보도해서는 안된다. 조작했다면 반드시 이를 규명해야 한다. 이는 한 신문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확한 보도를 위해서도 한국일보가 책임을 지고 규명해야 한다. 만약 규명을 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한국일보가 중앙일보를 음해하기 위해서 기사를 조작 보도한 것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또한 ‘기자수첩’에서는 “인터뷰한 수사반장이 ‘기사를 제멋대로 쓴 기자가 전화를 걸어 올 경우 강력한 경고 조치를 취할 것’ 이라고 했다”라고 적었다. 만약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중앙일보 해당기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인사회 언론이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것이다. 정말로 수사반장이 “경고 운운”을 했는지 규명해야 할 과제이다.

중앙일보도 마찬가지다. 상대 언론이 ‘50%가 소설’이라고 한 점에 대하여 분명한 대답이 있어야 한다. 막연히 상대방 언론이 낙종한 분풀이로 자신들을 공격했다는 이론만으로는 답변이 되지 않는다. 조작 기사가 아니라는 증거를 내 놓았어야 했다. 수사반장 인터뷰 기사에서 “범인은 한 명, 가까운 사람”이라는 제목을 달았는데 이는 매우 중요한 내용이다. 그럼에도 인터뷰 기사 내용에서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 그렇게 될 경우 이 기사는 조작된 혐의가 농후해진다. 공연히 수사반장의 이름을 걸고 자신의 의도대로 기사를 써 나갔다는 의혹을 받게 되는 것이다.

중앙일보의 수사반장 인터뷰가 보도된 후 라디오코리아 뉴스보도에서는 직접 수사반장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앙일보 보도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고 한다. ‘송 씨 살해용의자는 가까운 한인남성’이란 중앙일보 제목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나 중앙일보 모두 불충분한 보도를 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것이다.
어느 한쪽도 사실보도에 충실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 이 같은 평가는 양쪽 신문 모두 기사에 신빙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증거이다.

이 곳의 한인 일간지들에게는 못된 병폐가 있다. 우선 경영주들의 언론관 문제이다. 무엇보다 언론사를 경영하는 철학이 없다. 신문을 자신들의 비즈니스 도구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편집권과 경영권을 혼동하고 있다. 한마디로 언론의 정의에 대한 바른 이해가 없는 것이다. 신문사의 회장이나 사장이면 자신들도 편집국 간부를 겸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물론 어떤 사장은 발행인과 편집인(Publisher & Editor)을 겸임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편집인에 대한 훈련을 받았어야 한다. 신문사의 발행인이나 사장이 편집국장을 임명하고 해직할 수 있는 권한은 있으나 편집국장에게 기사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중앙일보와 한국일보와의 닭싸움 하듯 티격태격 하는 짓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앙일보 서울본사의 회장이나 고위 간부진들은 미국에 올 때 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미주에서는 중앙일보 보다 한국일보 우위”라는 소문이다. 한국에서는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 다음에 한.경.대(한겨레, 경향, 대한) 등 순위인데 미국에서는 그 순위가 엇갈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앙일보 서울본사측은 미주본사에 대해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한국일보를 꺾어라’는 것이다.

(다음 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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