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교장-교감들만 국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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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해 7월 보증금 1300만원에 월 85만원(실제계약서는 금액이 적음)을 주고 또한 권리금 및 시설비(3000만원)를 들여 꽃집을 개업한 지 11개월째 되고 있습니다. 계약기간은 내년 3월 25일인데 신축한다는 이유로 이 달 말일까지 비워달라는 통고문을 받고 어처구니없어 이 글을 띄웁니다…. 아직 계약기간도 남았는데요. 정말 가족생계가 여기에 걸려 있는데 보증금만 받고 나가기가 억울합니다. 보증금이 권리금보다 적어서 받아도 대출이니 뭐니 해서 빚만 질 상태입니다. 정말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설마 하는 일을 당하고 보니 우리 주위에 정말 서민들이 설 자리가 없음을 다시금 뼈저리게 느낍니다.”

위 글은 ‘꽃집’이라는 ID를 사용하는 한 네티즌이 민주노동당 민생보호단 홈페이지 상담실 게시판에 올린 하소연이다.

이미 작년 11월에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제정됐지만, 이전에 계약을 맺은 임대차 상인들은 이 보호법을 적용받을 수 없다. 보호는커녕 상가주인들이 이전 계약자들의 월세를 올리면서 피해를 입는 것이 이전 계약자들의 상황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지만 국회의원들은 이 법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는 임대차인 수십만명의 기대를 저버렸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안’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그간 “신용 불량자가 300만명을 넘어서면서 국가경제의 건전성 악화는 물론, 음독자살·유괴납치·존속살인 등 강력범죄에 따른 경제·사회적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며 신용불량자 구제 입법을 촉구해왔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이조차 외면했다.

반면 국회의원들은 2만명의 퇴직 교장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심한 반발여론에도 불구하고 교장, 교감들의 친목단체에 예산을 지원하는 이른바 ‘삼락회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매년 되풀이되는 ‘식물국회’ ‘뇌사국회’ ‘민생실종 국회’의 현주소다.

잠자는 국회, 쫓겨나는 서민들
민주당 신당 창당, 한나라당 당대표 선출 등의 정치일정과 특검연장에 관한 여야공방으로 국회가 산적한 민생현안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어제 7월 1일, 6월 임시국회가 막을 내렸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은 모두 36개. 경차에 대한 도심혼잡통행료 50%를 감면하는 도시교통정비촉진법 개정안, 소비자단체협의회의 자율적 분쟁조정을 보장하는 소비자보호법 개정안 등이 통과됐다.

그리고 그린벨트 자동해제와 환경영향평가 축소 논란을 빚었던 국민임대주택건설특별법은 시민사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본회의에 서둘러 상정되었으나 본회의 자유투표에 부쳐진 끝에 부결됐다.

한편 국회에 계류중이거나 정부 심사도 거치지 못한 현안들이 많은 상황에서 통과에 신중해야 할 법안들은 서둘러 통과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국회는 모든 세입자로 적용범위를 확대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나 서민금용보호를 위한 고금리제한법, 신용불량자 문제해결을 위한 채무자회생법 등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민생현안들을 외면했다. 또한 연내 통과 여부에 국민적 관심이 모아진 호주제는 아직 법사위 심사도 거치지 못한 상태다.

반면 퇴직 교장, 교감들의 친목단체에 예산을 지원하는 이른바 ‘삼락회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어 교육관련 단체들의 ‘선심성 특혜’라는 반발이 예상된다. 그리고 학교급식법, 철도구조개혁법 등 심도깊은 국민적 논의가 필요한 법안들 또한 서둘러 통과시켰다.


퇴직 교장-교감 기살리기 위해 혈세 지원?

다른 퇴직공무원 단체와의 형평성 문제와 관변단체 지원축소라는 시대흐름에도 어긋나는 ‘삼락회법’은 어제 본회의에서 퇴직교원 평생교육활동지원법(한나라당 이규택 의원 발의)이란 이름으로 통과되었다.

이에 전교조는 1일 성명을 통해 “국회의원들이 법안통과를 서두른 것은 내년 총선에서 교육계 보수층을 끌어안으려는 정략적 판단에서 나온 것”이라며 이번 법안에 찬성한 의원들의 실명과 지역구를 공개할 뜻을 밝혔다.

6월 17일 열린 교육상임위 회의에서 삼락회법에 대해 일부 의원들의 논지는 소위 ‘사기 진작론’이었다.

김정숙(한나라당) 의원은 “교장 정년단축으로 억울하게 나간 퇴직교원들의 사기를 올려줘야 한다”고 말했고, 현승일(한나라당) 의원 역시 “우리 사회 현재 원로가 없고 그런 점에서 사기를 진작시키는 의미에서 하나 정도 해주는 것이 어떻냐”며 삼락회법 제정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특히 김정숙 의원은 젊은 교사 퇴직자들의 단체 설립 움직임에 대해서는 “다른 단체들은 사단법인으로 하라고 해요, 더 이상 못 해줘요”라고 말해 형평성 논란을 일축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집단이기주의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젊은 교원들이 ‘으싸으싸’해야 또 하나의 이기적인 집단이 되는데 연세 드신 양반들이 뭐 바랄 것이 있어서 집단 이기심을 발휘하겠냐”며 시종일관 삼락회를 감싸는 태도를 보였다.

여야를 막론하고 교육 상임위 의원들은 대체로 삼락회 법안 통과에 수긍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교육관련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범위 안에서’ 보조금을 교부할 수 있다”는 지원범위 규정과 관련, 의원들 사이에 별다른 이견은 없었다.

하지만 이는 관변단체에 대해 사업비 외에 운영비는 지원하지 않겠다는 행정자치부의 방침을 정면으로 역행한 것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한 일선 교사는 “300만 명 신용불량자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채무자회생법은 손도 안 대고 있으면서 고작 2만 명 회원의 봉사단체에 대해서는 ‘사기’ 운운하며 지원금에 보조금까지 줄 수 있냐”며 국회를 강하게 질타했다.


‘300만 국민’ 외면한 국회
국회에서 넉 달째 표류하고 있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안'(약칭 채무자회생법)은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통과되지 않았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신용 불량자가 300만명을 넘어서면서 경제·사회적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며 각당의 대선 공약이자 대표적 민생법안인 채무자회생법에 대해 국회의 신속한 결단을 촉구했지만 또 다시 다음 회기로 미뤄졌다.

지난 26일 참여연대의 “국회 상임위원 대상 여론조사에서 ‘개인회생제도’ 도입에 찬성한 국회의원이 고작 28%에 불과했다”며 “의원들의 무관심이 향후 개인회생제도 도입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이번 임시국회에서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국회는 법안이 상정된 후 지난 4개월 동안 내내 법안심사를 미뤄왔다. 그러다가 지난 23일 법사위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처음으로 개인회생제도를 다뤘으나 발의자의 제안설명만 있었을 뿐 별다른 토론 없이 법안심사소위로 넘겨졌다. 또한 추후 심사일정에 관해서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의 정지인 간사는 “이번 법률안의 경우 반대세력의 저항보다는 국회의원들의 이해와 관심 부족으로 지연되고 있다”며 ‘공부하는 국회의원’의 자세를 촉구했다.

출처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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