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재처리 미국판단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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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구(高泳耉.사진)국정원장을 비롯해 국내외의 정보 당국자들이 잇따라 북한의 사용후 핵연료봉 재처리와 고폭실험(高爆實驗)을 언급함에 따라 최근 이 문제가 국제사회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정보 당국자들의 발언과 뉴욕 타임스 등 외신의 보도에서 북한의 사용후 핵연료봉 재처리 등에 대해 새롭게 드러난 사실은 없다.

高원장이 9일 국회 정보위에서 밝힌 “영변 재처리 시설에서 8천여개의 사용후 핵연료봉 중 소량을 북한이 최근 재처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는 내용도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 발언은 지난 4월 30일과 5월 1일 영변의 방사화학실험실에서 연기가 발생한 것을 미국의 인공위성이 관측한 것을 설명한 것으로 이미 본지가 5월 8일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재처리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에서 연기만 관측됐을 뿐 명백한 재처리 징후인 방사능과 수증기, 다량의 비활성기체인 크립톤(Kr)이 발견되지 않아 본격적인 재처리는 하지 않은 것으로 우리 정보당국은 판단해왔다.

정영섭 국방부 군사정보부장(육군 소장)도 지난달 19일 국회 국방위에서 “지난 4월 말 재처리시설 내 굴뚝 3개 중 1개에서 일부 연기가 나온 것이 식별됐다”며 “낮은 수준의 재처리 징후일 수 있지만 한.미는 이를 본격적인 재처리로 보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윤영관(尹永寬) 외교부장관이 최근 “아직 북한이 핵 재처리에 나섰다는 징후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나 미 정보당국은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북한이 재처리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高원장의 이날 재처리 가능성 확인 발언은 우리 정보당국이 미 정보당국의 정보판단을 받아들였다는 의미가 있다.

국정원 측이 이날 북한이 1997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평북 구성시 용덕동에서 70여 차례에 걸쳐 고폭실험을 실시했다고 밝힌 것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한편 고폭실험(High Explosive Test)은 핵실험의 전 단계로 핵분열 물질을 주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폭장치의 작동상태와 성능을 실험하는 것으로 핵분열 물질 대신 폭발 염려가 없고 물리적 성능이 유사한 감손 우라늄 등을 장입해 실시한다.

이철희 기자
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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