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름 서울의 번화가 명동에서는 “50%할인세일”을 내건 소매점이 눈에 띈다. 돈주머니 끈을 조인 소비자를 자극하려고 상점들이 대폭할인경쟁에 들어간 탓이다.
그래도 소비는 회복기미가 안보인다. 백화점매상고는 6월까지 5개월 연속 전년비 마이너스가 되고 그 후도 계속되고 있다. 택시도 빈차의 열이 눈에 띈다. “1년 전의 축구 월드컵열기가 먼 옛날로 여겨진다”(일계 기업 주재원)고 할 정도로 경제의 활기를 잃은 모습이다. 한국은 97~98년 통화 위기때 공적자금을 대담하게 투입해 금융기관의 불량채권 처리나 도태.재편을 추진했다. 재벌해체 등 산업계 수술에도 나서 큰 위기를 단기간에 극복했다.
하지만, 그러한 “성공”도 퇴색해 올해의 실질성장률은 작년의 6.3%에서 3%를 밑도는 수준으로 감속할 전망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경기정체를 인정하고 있다.
경기의 급 브레이크의 커다란 요인은 요 몇년 복수의 크레딧 카드를 사용해 차입과 변제의 자전거조업을 되풀이하는 소비자가 급증해 가계채무가 팽창한 ‘과소비’의 반동이다.
소비과열을 경계한 정부는 작년 말 카드회사에 대해 3개월이하의 연체채권에 대한 지출준비율을 2단계로 2%에서 12%까지 끌어올렸다. 그 결과 카드회사가 채권회수를 우선하자 채무연체자가 약 300만으로 급증하는 등 카드파산이 심각화되고 있다. “정부가 단번에 너무 조여 예상이상으로 소비를 위축시켰다”(대화증권SMBC서울지점)라는 견해가 강하다.
2월에 노대통령이 취임 후 빈발하고있는 노동쟁의도 걱정거리다. 연세대 정갑영교수는 “노조는 자기들이 지지한 노씨가 당선돼 발언력을 강화하고 있다. 파업이 경제를 정체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대자동차에서는 노조가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8월5일까지 1개월이상의 파업을 펼쳤다. 현대측의 손실은 관련회사를 포함 3조6천억원이 될 전망이다. 경영측의 대폭양보로 사태가 수습된 때문에 경제계는 노조의 활동첨예화를 경계하고 있다.
이밖에 IMF후 일시 국유화했던 조흥은행의 정부 보유주 매각에 의한 경영통합을 에워싸고 고용보장 등을 요구하며 동은행 노조가 6월에 파업을 결행했었다. 국철민영화문제나 항망 등의 운송업자에 의한 대우개선을 둘러싼 쟁의 등도 계속되고 있다.
젊은 층의 실업도 경기부양을 가로막는다. 전체실업률은 3.3%이지만 20대는 7%선을 넘는다. “IMF로 기업합리화가 진척돼 채용테두리가 해마다 분명히 감소하고 있다”(연세대 취직담당자). 일정한 직장에 못나가는 젊은이들이 늘면서 작년말부터 “후리타”라는 용어가 쓰이기 시작했다. “정부가 새로운 고용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면 한국경제는 더욱 낙후한다”(한국의 대규모 조사연구기관 연구원)의 관측도 있어 취직빙하기는 한층 험해질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2월에 발족한 노무현 대통령이 김대중 정권으로부터 인계 받은 “동북아시아경제허브(거점)”구상에 노란 경고신호가 켜지고 있다. 이 구상은 일본과 중국사이에 위치하는 지(地)의 잇점을 살려 외화를 유치해서 비즈니스, 물류의 중심지를 겨냥하는 계획이다. 한국이 중장기적으로 안정성장을 유지하는데 중요전략으로 돼있었다.
그러나 미.일등 세계로부터 한국으로의 상반기 외자투자액은 전년동기비로 약 40%나 격감해 투자선의 매력저하가 심각화 되고 있다. 정부계 조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팀장은 노동쟁의나 고임금에 더해 “북한의 핵 문제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서울증시에서는 북한의 핵개발의혹으로 긴장이 높았던 작년 말 이후 외국 투자가들이 싫증내 주가가 하락국면에 빠져 4월까지 회복하지 못했다. “외자로부터 기업활동이 달갑지않게 보여져 중국에 투자를 뺏긴다(연세대 정갑영교수)라는 걱정이 현실화된 셈이다.
주가는 최근 쌀시장에 덩달아 상승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핵문제가 에스켈레이드하면 주가는 급락한다”(외자계 증권)라는 견해도 있다. 한국경제는 항상 북한 리스크와 이웃한 아킬레스건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한편 무역면에서는 한국 정세는 동남아에서 일본기업에 저가격경쟁을 걸어 소비자에의 침투를 꾀해 이익률확보를 겨냥할 태세다. 그렇다 해도 아시아에서 통용하는 한국의 “세계브랜드기업”은 삼성, LG, 현대자동차나 포스코 등 한 웅큼에 불과하다.
한국에게는 중국과의 “경쟁”도 과제가 되어가고 있다. 반도체, 조선, 철강, 자동차등 한국의 주력산업은 일본기업을 쫓아와 급성장해왔지만, 이번에는 중국에 쫓기는 걱정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산업자원부의 분석으로는 주력산업의 기술력은 현재, 중국을 4~7년 리드하고 있다. 그렇지만 “자동차부품, 건설.공작기계, 조선 등은 5년 후부터 중국과 본격적으로 경합한다”고 예측돼 고부가가치화나 브랜드力의 개발이 급선무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이수희 기업연구센터소장은 “IMF후 기업은 본격적인 투자를 태만했다. 바이오 등 차세대산업을 강화시키지 않으면 중국에 추월 당한다”고 경고한다.
한국의 대 中수출액은 01년 대 일본을 능가해, 중국은 미국에 이은 수출시장이 되어있다. 소재나 기계, 전자 등의 부품이 수출의 약 70%를 차지하고 수입은 잡화나 농산물이 중심으로 한국이 흑자를 계상하고 있다. 다만, 중국기업이 힘을 얻게 되면 대중흑자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중국이나 동남아의 시장개척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휴대전화, TV, 에어콘, 세탁기, 냉장고등의 거점을 중국에 이전하는 등 중국서의 판매를 확대하는 움직임도 가속중이다. 이 때문에 “과도한 진출이 한국국내의 공동화(空洞化)를 장차 초래할지도 모른다”라는 소리도 들려오기 시작한다.
한국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90년대 후반이래 1만달러 전후를 방황해왔다. 노정권은 ‘2만달러’달성을 목표로 내걸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안정성장을 실현해서 2만달러의 벽을 넘는 데는 통상면에서도 과제는 산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