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통 100명의 채점은 47점
美 시장 점유율 韓 쮬 中 쮪 현상
노무현정부 출범6개월은 “임기의 10분의 1”에 해당되기도 하고, 국정방향이 확고하게 잡혀가는 준비기간이기도 하여 매우 주목되어 왔다. 각 언론기관이나 미디어매체들이 앞다투어 여론조사 등을 통해 그 윤곽을 잡으려 한 까닭이기도 했다. 결과는 한마디로 실망이었다. 특히 “살아서 움직이는” 경제분야가 제일 나쁜 ‘성적’을 드러낸 것이다.
예컨대 친정부격인 MBC방송의 여론조사로는 현 경제상황을 “IMF때 보다 더 심하다”가 45.8%에 달했으며 “최우선 과제”로는 취업난 해결을 들었다.
경제전문가 50명에게 문의한 문화일보 조사(8/22~23)에서는 “정부의 경제운영 잘못”이 다수였다. “매우 잘못” 20%에 “다소 잘못’ 56%로 합계 76%. “다소 잘했다”는 4%뿐이고 중간인 “보통”이 20%였다. 경제정책에서 “가장 부적절 한 것”으로는 노동정책의 72%를 위시하여 부동산정책 12%, 금융과 재벌정책이 각 6%로 나타났다.
또 포부스 코리아가 노무현정부 6개월의 경제성적표를 매긴 결과는 46.56이란 낙제점이었다. 국내기업체 임원 90명과 학계전문가 10명이 내린 평가이다. 100명중엔 “0점”평가자도 2명.
이 내용을 다시 세분해 보면 * 대기업 임원 40명의 점수는 평균 53.7점, *외국계 기업 임원 20명 평균 50.5점, * 중소기업임원 30명은 37.5점 * 학계전문가 10명 평균 37.3점이다.
그러면 경제실태는 어떤가. 생활경제에서 생필품,가전소비 등 모두 격감이다. 한국은행의 <2/4분기 주요상품소비증가추이>에 의하면 경기위축과 가계부채 누증으로 인한 “졸라매기”현상이 뚜렷하다. 쇠고기 돼지고기의 육류소비는 3.5%, 채소는 2.0%, 음료는 3.4%씩 작년동기비 감소했으며 화장품 10.5 % 주류 7.0% 책 14%는 지난1/4분기 보다 각각 10.8% 4.2% 7.5%의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가전품 소비는 더 심해 승용차 마이너스 17.6%, 에어컨 마이너스 18.7%, 냉장고 마이너스 23.6%씩으로 다른 제품보다 현저한 소비 위축이다.
카드빚 2개월이상 연체자의 69%는 2개사이상의 카드를 가진 다중(多重)채무자로 알려져 유행화 하는 ‘카드빚 자살’의 악몽은 계속 도사려있다. 최근 신용불량자 340만명중 빚 1천만원미만의 81만명에게는 새로 은행대출을 받게 해 ‘신용불량’딱지를 벗겨주어 총인원을 줄이는 꼼수가 나왔는데 “반쪽 대책”이란 비아냥만 받았다.
2/4분기 GDP(국내총생산)은 작년동기비 1.9%에 그쳐 98년이래 최악상황이다. 낮춰 잡았던 3%선이 2%대로 곤두박질한 것. 좌승희 한국경제원장에 따르면 앞으로도 정책기조의 획기적인 전환이 없는 한 2%대를 벗어나기도 힘들 것이란 비관도 나오고 있다.
제조업계에 ‘공동화’우려가 확산되어가는 요즈음이다. KBStv가 최근 한 공단의 기업실태를 보도했는데, 중소기업들이 살 길을 찾아 우왕좌왕하고있다는 것. 이미 폐업이 속출했고 급매물과 세 놓기가 한창이며 또 12%정도는 중국 등으로의 이전을 도모하기도. “주국에 가면 80%는 죽는다지만, 여기서 100%죽는 것 보다는 낫다”라는 풍조라고.
올해 파산한 기업들의 은행 빚은 13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수치를 보여주는데, 상반기중 APT의 신축 및 재건축사업에 “집단융자”형태로 11조원이 나갔다니 저금리시대의 무한발행으로 시중에 넘쳐 나는 돈뭉치는 400조를 넘어 앞으로 어디로 흘러갈지 우려된다.
더욱 우려되는 현상은 외자기업의 후퇴와 철수 기세다. 세계제일의 식품업체 스위스의 네슬러회사가 청주공장의 50여일 파업에 손을 들고 폐쇄에 들어간 일. 외자계 기업으론 올들어 7번째이다. 3월초부터 공장문 앞에 부친 “OO을 빼서 OO을 해먹자”등 글에 재미교포출신 으로 30년만에 모국에 갔던 이삼휘씨는 “노동문화가 너무 살벌하다”고 치를 떨기도.
미국제일의 월 마트는 08년까지 1조6천억불이상을 투입하려던 한국진출계획을 “재검토”한다고 정식 발표했다. JP모건은 한국에 필요한 것은 기업투자라고 했는데 학술강연차 방한한 글렌 허버드 전 미경제자문위원장은 한국에서의 외국투자위축은 “북핵과 노사문제때문”이라고 지적하였다.
한국제품의 미시장점유율은 위기에 처해있다. 99년 3.1%였던 것이 올해 상반기 2.85%로 떨어졌다.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에 8%에서 11%로 크게 신장한 것. 한국으로서는 고급품은 선진국기술에 밀리고 중급품은 이제 중국의 저임금공세에 무력화되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현대자동차가 진출한지 얼마 안된 현재, 중국의 자동차생산량이 한국을 앞질러 세계5위가 됐다고 신문들은 전하고 있다.
‘운영시스템’실험은 언제까지 하나
양산된 TF들 서로 발목잡기추태
지난 8월26일자 AWSU(아시안 월스트릿)는 의미심장한 보도를 했다. “내수둔화와 설비투자 부진으로 2/4분기 경기하락 등 한국은 98년이래 초유의 경기후퇴기에 접어들었나 싶었는데 심각한 디플레는 피해갈수 있을 듯 하다. 정책담당자나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수개월내에 회복기조가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
반짝 수출증가와 주식시장 호황을 두고 경제는 “바닥을 쳤다”고 경제관료들이 좋아하고 앞날을 낙관한다. 심지어 김 부총리는 “ 내년 5%성장”을 점치기도 하는데 과연 그것이 가능이나 할까?
노무현정부는 당초부터 “시스템 운영”을 장담해 왔다. 그런데 반년이 지난 지금 와서도 “새로운 국정운영시스템의 정착과정에서 정책의 혼선이 야기돼”라면서 아직도 가동 안된 상태임을 고백하고 있다. 그러면 실험가동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란 말인가. 도대체 시스템은 무어고 주체는 누구인가. 경제에 관한 참여정부의 주체는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연구실장의 투 톱체제로 되어있다. 정책의 수립(연구실)과 집행(부총리)의 분담으론 그럴듯 하나 역할면에서 매끄러운 작용을 기대 못한다. 그 위에 “토론”공화국을 자랑하는 대통령의 ‘잦은 말’이 군림하니 더욱 그러하다. 시스템의 구성은 가히 “TF공화국”이다.
우선 장관급인 정책연구실장 직속으로 ‘빈부격차’와 ‘차별시정’등 3개 특별위원회(TF)가 있다. 그위에 대통령직속의 ‘정부혁신. 지방분권위. 국가균형발전’의 3개 특위가 또 있다.
그밖에 각 부처에도 TF가 있어 정작 시스템이 가동하려면 자주 혼선과 개입과 혼란이 야기된다. 예를 들어본다. 시장개혁TF는 재경부.공정거래위,산자부와 재계, 시민단체, 학계를 망라한 큰 기구로 “출자제한” 등 대기업규제정책을 다루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방지하기 위한 TF가 따로 있고, 신용불량에 관한 TF도 최근 금융감독위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각기의 목표나 나름대로의 과제가 많아 헷갈리기 일쑤다.
가령 ‘금융소득 과세’에 관해선 대통령직속 정책혁신TF와 빈부격차TF가 중복 연구한다. 충돌도 생긴다. 삼성전자의 기흥공장 증설문제에 재경부와 산자부는 수용하는데 대통령직속의 국가균형발전TF가 제동을 걸었다. 노동개혁TF는 6개월째 ‘노사모델’에 매달렸다가 결국 노사정위원회에 넘겨버린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시장개혁TF가 대기업정책 수립을 준비코자 각계인사를 초청한 자리는 찬 반의 공방전이 되어 국회제출은 요원한 형편이라고.
국정집행원칙도 자주 부대끼며 변모했다. 당초 내걸었던 <토론과 대화>가 판을 쳤었다. 젊은 검사들과의 대화가 크게 돋보이며 “검찰 장악”에 성공한 이래 대통령이 주도, 참석한 집회는 96회로 기록되었다. 그러다가 5월의 철도파업 등 일련의 노동 대공세에 부닥치자, <법과 원칙>을 내세워 진화에 부심했다. 그런데도 ‘당근’이 가미되었던 수습책이 한계에 부닥쳐 제2차 물류대란이 터지는 등 기미가 게세여 가자 ‘채찍’을 더 크게 휘두르는 <법대로>를 내세워 몰아부치고 있는 형국이다.
“경제 중점”언급 후 “관료들 主導로” 딴소리
‘미국식 대통령’제는 國會역할에의 양보 뜻?
노정권6개월의 제1실정이 “경제”로 나타나자 노대통령은 “경제에 주력하겠다”고 반응했었다.
그러다가 다시 ‘낙관’으로 돌아섰다. 그 근거로 “주가가 오르고있지 않느냐”고 했다.
확실히 연일 올라 금방 750대까지 왔다. 하지만 사계의 분석은 심상치 않다. 외국인의 투자가 급증한 것뿐이다. 지난5월28일부터 순매입으로 돌아선 외국자본이 매일 수천억원씩 총 5조6,200억을 쏟아 부은 반면 국내서는 기관이 3조이상, 개인도 4조3,2OO억어치를 팔았으니 DJ정권 때 재판이다. 증권소식통은 외국인의 주가 평가액이 26조(5월27일 당시는 약10조 8천억)에 달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앞으로 만약 외자가 “팔자”로 일제히 돌아서면 주가폭락과 그에 따르는 심각성은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國富유출”이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무현대통령은 구체적 대책의 제시는 않고 우야무야로 넘어가고 있다. 경제부처의 낙관론_예컨대 재경부가 6개월시책의 총괄로 내놓은 “경기 안정, 성장잠재력 확충”등 두리뭉실 하고 추상적인 자화자찬에 물들었는지 25일 6개경제신문과 가진 원탁식 공동회견장에서도 “경제정책을 관료들이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대 대통령중 경제를 살린 대통령은 미국의 루즈벨트뿐이고, 박정희대통령은 “예외적 상황”이라 코멘트.
“대통령이 경제에 너무 자주 깊이 개입하면 도움이 안 된다”는 명언(?)도 남겼다.(젊은 시절 손댔다가 참담한 실패로 시종한 생수회사의 쓴 경험탓 이었을까. 괴물 취급하듯 경원하니)
그러면서도 국정전반에 관한 묘한 뉘앙스를 풍겼다. 미국대통령식 통치를 예고했다.
언듯 보면 ‘당정 분리’원칙의 재강조 같고, 앞으로 국회의원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직접정치 방향을 점치게 하나, 정계일각서는 이를 취임초 언급했던 프랑스식 대통령제의 답습발언을 철회했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즉 당시 노대통령은 1년 후 총선의 제1당에 총리지명권을 주겠다고 말했었다. 다음으로 노대통령은 전국공무원 1만5천명을 상대로 한 인터넷강연에서 3가지 비전을 제시했다. * 동북아시대 * 지방화시대 * 혁신. 3대비전 가운데 특히 “혁신”을 대표적으로 꼽으며 “시장개혁, 기술혁신”을 강조하였다. 언론개혁도 제자리를 찾게 된다고 부연하기도.
다만, 연합뉴스는 노대통령의 일련의 언급에서 ‘경제기조’의 방향에 변화가 올 가능성을 점치고 있어 주목된다. 예를 들어 노사문제에서 대화와 타협 보다는 ‘법적 대응’에 무게를 두어 노사정책의 격상(格上)을 보류한듯한 느낌을 주며, 말썽 많던 “출자제한제’에 관해 “당분간은 유지”하지만 “무리”가 있음을 인정한 대목은 앞으로 국회에서 집단소송제나 기업회계법규 개정 때에 재검토 용의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이번을 계기로 각계에서는 여러 가지 건의와 제안이 나오고 있다. 요컨대 기본적으로는 정책기조에 일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우리 경제는 어둡지 않다”거나 “기업인들의 불안감은 편견”이라고 일축하는 위정자의 견해는 일말의 우려를 자아내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 재경부등이 삼성전자의 기흥공장 증설을 허용하는 방침을 밝혀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경제부총리출신 김만제의원의 제언처럼 투자 진작책을 써야만 위축된 기업심리를 되살릴 수 있다면 과감하게 발벗고 경제관료들이 나서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법인세 인하’문제는 이미 김 부총리뿐 아니라 노 대통령도 필요성은 인정한바 있다. 기타 대기업출자제한 폐지문제, 해고기준 완화 등 투자증대유도정책은 국회가 주가 되어 추진할수 있을 것이다. 지난날 최병렬 한나라당대표가 제안했던 4자회담이 9월 4일 자민련을 포함시킨 5자회담으로 열리게 되었다.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한 우리 경제를 다시 본연의 기조와 궤도로 올라서게 하는 계기로 삼아야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