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는 테러의 시험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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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권 계속 장악하면서 UN에 부담 국제사회 “거짓말로 시작된 전쟁” 외면

이라크 전쟁 종료를 선언한 이후 이라크 주둔 미군의 사망자가 전쟁 중 사망자를 추월한 지난 26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주둔비 추가증액을 시사해, 미국이 점차 ‘이라크의 늪’에 깊숙이 빠져들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라크 늪에 빠진 부시, 주둔비 증액 시사
“상당한 시간과 자원 필요, 매달 40억달러 소진

이날 부시 대통령은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재향군인회 전국연맹 연차총회 연설에서 “자유롭고 평화로운 이라크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자원이 요구된다”면서 “그러나 그 대가로 미국과 세상은 더욱 안전하고 튼튼해질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같은 ‘상당한 시간과 자원’이라는 표현은 이라크 주둔의 장기화와 이에 따른 주둔비 증액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부시는 “이라크는 테러와의 전쟁의 시험대가 되었다”면서 “테러리스트들이 이라크에 집결해 자유의 진보를 훼손하고 있다”고 말해 주둔비 증액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현재 이라크에는 미군 13만6천명과 영국, 호주, 한국 등 동맹국이 지원한 2만명의 군인들이 주둔하고 있으며, 이라크전 당시와 동일한 액수의 매월 40억달러의 천문학적 비용이 지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1일 이라크전 종전을 선언한 이래 이라크에서 테러와 게릴라전 등으로 사망한 미군은 26일 현재1백40명으로 지난 3월20일 발발해 43일간 지속된 이라크전쟁 기간중 사망한 1백38명를 추월해, 부시 대통령은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에게서 비난을 받고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곤경에 처해 있다.

부시의 추가 병력과
자금 요구에 국제사회 냉담

뉴욕타임스는 ‘추가병력’ 파병 가능성과 관련해서 “병력 증파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면서도 “국제공조를 위해 유엔에 군사활동에 대한 통제권을 이양하겠다는 의향을 시사하지도 않았다”고 보도해 추가 파병 가능성을 남겨 놓았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재건에 시간과 자금이 요구된다’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전선에 보다 많은 나라들이 참여하도록 설득하겠다’ 말했다”고 보도해 부시 대통령이 가급적 다른 나라로부터 필요한 자금과 병력을 지원받으려는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라크의 주도권을 계속 장악하면서 부담만 유엔 등 국제사회로 떠넘기려는 부시의 전략이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이라크 전후 복구 참여의 조건으로, 현재 미국이 독식하고 있는 전후 복구권을 국제사회와 공유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라크에서 테러가 계속되면서 사상자가 급증하자, 당초 하반기 파병예정이던 일본이 파병시기를 내년으로 늦추기로 하는 등 미국과 함께 ‘이라크의 늪’에 빠져들기를 원하는 나라들은 찾기 힘든 상황이다.

더욱이 당초 부시가 이라크 유전 가동을 통해 이라크 원유를 세계원유시장에 공급, 국제유가를 20달러이하로 끌어내림으로써 미국경제 및 세계경제를 호황으로 반전시킴으로써 내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고자 했던 전략도 최근 이라크 반군의 끊임없는 송유관 공격으로 무산됨에 따라 부시는 진퇴양난의 곤경에 처해 있다. 이라크전은 아직 끝나지 않은 셈이다.

미군을 당장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라 BTHN 단체,
부시 비난하며 이라크
주둔 미군 귀국 촉구

국내 경기상황 뿐만이 아니라 이라크전에 대한 여론 악화로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이 더 조급하게 생겼다.

이번에는 이라크주둔 미군 가족들이 미군의 귀국을 촉구하며 부시가 휴가를 보내고 있는 크로포드 목장에까지 몰려가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거짓말로 시작된 전쟁을 위해 더 이상 이라크에 머물 이유 없다”
미군 가족들과 평화운동단체 및 퇴역군인단체들이 “미군을 당장 가족 품으로”(Bring Them Home Now, BTHN)라는 단체를 조직해 “전쟁으로 파괴된 이라크에서 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미국 오하이오주 일간지 코셔튼 트리뷴(Coshocton Tribune)은 지난 25일”이 단체는 6백여 가족으로 구성돼 있는데 상하원 의원들에게 로비를 벌여 미군을 이라크에서 철수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이들은 “미군을 철수시킬 가능성이 매우 적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으나 “이라크 점령 반대 운동이 2004년 대선과 의회 선거에서 주요 문제로 대두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바는 간단하다. “부시가 전쟁에 관해 거짓말을 했고 미군이 이라크에서 침략자로 죽어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이라크에 머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부시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과 테러단체인 알카에다 사이의 연루설을 입증할 증거를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BTHN 단체 회원들은 “이라크전은 미국의 안보를 위한 전쟁이 아니라 석유를 위한 전쟁이라고 하는 게 더 타당하다”고 강변했다.

게다가 그들은 이라크에서 미군이 죽어가고 있는 현실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가족을 이라크 주둔 미군으로 보낸 이들은 “미군은 이라크에서 해방자가 아니라 침략자로 간주돼 이라크 공격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군은 부시 대통령이 주요 전투의 종전을 선언한 지난 5월 1일 이후로 1백38명이 사망했다. “1백38명 가운데 62명만이 이라크 무장공격을 받아 숨진 것이긴 하지만 이 추세대로라면 연말에는 5월 1일 이전에 죽은 미군 사망자보다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26일(현지시간) 우려했다.

특히 워싱턴포스트는 “미군은 점차적으로 후세인 충성파와 이라크로 들어가고 있는 이슬람 무장단체들의 조직화되고 폭력적인 공격에 직면해 있다”면서 “전쟁의 성격도 변했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이라크 정규군과의 대규모 재래식 전투였다면 이제는 게릴라식 공격과 테러리스트들의 치고빠지기식 전술에 휘말리고 있다”는 것이다.

부시 휴가지 근처서 시위
부시 “후퇴는 절대 없을 것”

이런 상황에서 미군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이들 단체들은 부시 대통령의 휴가지인 크로퍼드 목장 근처에서 시위를 벌이고 나섰다.

이들은 과거 부시 발언을 언급하며 부시 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 회원은 “부시는 전에 아무 생각 없이 우리 군대를 공격목표로 삼고 있는 사담 후세인 충성파들에게 ‘덤벼봐’라고 자극하기까지 했다”면서 “이제 부시는 그런 말 대신에 미군을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댈러스 모닝 뉴스가 지난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또 “어떤 시위자들은 부시가 전쟁을 정당화하려고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시위자는 단지 그가 오해한 것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한 회원은 미군의 즉각적인 철수를 요구하는 반면 다른 회원은 미군은 이라크 재건을 위해 유엔에 도움을 청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면서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는 그들의 가족은 가능한 한 빨리 집으로 돌아오기를 목 놓아 기다리고 있다”고 신문은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이런 가족들의 소망은 쉽게 이루어질 것 같지 않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주말 라디오 연설에서 “테러와의 전쟁에서 절대 꽁무니를 빼지 않을 것이며 후퇴도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이어 “이라크는 점차 안정을 찾고 있다”면서도 “이런 상황으로 테러리스트들은 더욱 자포자기에 빠져 유엔과 같은 질서와 희망의 상징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또한 딕 체니 부통령도 지난 주 “수백 명의 미군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희생됐으나 이들의 희생은 미국에 대한 또 다른 테러를 막아냈다”면서 “미군은 대량살상무기를 발견하고 이라크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이라크에 주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미국 정치인들의 주장이 과연 미군 가족들과 관련 단체 회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쟁이 한참일 때보다도 더 많은 미군이 죽어나가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그들의 임무를 완수했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올 시간이 됐다.” 가족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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