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는 다른 사람의 인권을 보호하고 대변해 주는 법률 전문인이다. 그러나 이런 고귀한 임무를 져버리고 돈에 집착하는 변호사를 보통 “악덕 변호사”로 부른다.
악덕 변호사는 세상 어디에도 많다. 한국에도 미국에도 그리고 일본 등등 여러 나라에 있다. 한국계 변호사들 중에도 있고 미국인 변호사들 중에서도 많다.
미국에 사는 한국인들 중에는 한국계 변호사들보다 소위 백인 변호사들이 더 우수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일부 한인들은 백인 변호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우수한 백인 변호사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백인 변호사들이 한국계 변호사들보다 항상 잘한다고 말 할 수는 없다.
성진 (취재부 기자) [email protected]
‘남의 불행’‘나의 행복’
벼랑끝 위기 재소자 상대 호객행위
착수금만 챙기고 ‘나 몰라라’ 외면
LA카운티에는 여러 개의 구치소가 있다. ‘노스 패실리티’도 그 중의 하나이다. 한인 수감자도 매일 드나드는 곳이다. 일반적으로 1년 이상의 중범 형기를 마친 사람들은 미정부의 추방조치 강화로 형기를 마친 한인들도 상당수가 추방재판에 회부되는 실정이다. 폭행사건으로 실형을 선고 받은 K씨(29)는 이민국으로 이관되기 전 노스 패실리티에 수감됐다. 새로 구치소에 들어 온 수감자들은 자신의 처지를 말하게 된다. K 씨는 자신이 추방대상자가 될 것에 무척이나 고민하고 있었다. K 씨가 구치소로 들어 온 다음 날 같은 동에 있는 C씨(35)가 말을 걸어 왔다. C씨는 한국인들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백인계 변호사를 소개하겠다는 것이었다. 솔깃해진 K 씨는 C씨로부터 변호사 전화번호를 받았다. K씨는 가족에게 변호사 사무실에 전화를 하도록 전했다. 다음 날 백인 변호사 E씨가 구치소에 나타났다. 한국어로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고 간단한 인사말도 한국어로 한 변호사는 ‘추방을 면하려면 우선 형기를 1년 미만으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K 씨는 형기를 감소시켜 줄 수 있다는 말에 선뜻 그 변호사를 선임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가족을 시켜 착수금을 보내도록 조치했다.
그런데 다음 날 새로 구치소로 이감되어 온 한국인 L 씨로부터 자신도 백인 E 변호사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중에 안 이야기이지만 E 변호사는 수감자 C씨를 통해 새로 들어 오는 수감자들을 알선 받고 있었다. 말하자면 구치소에 있는 C 씨는 임시 브로커인 셈이다. E 변호사는 자신에게 의뢰한 일부 수감자들에게 ‘다른 수감자들을 소개해주면 변호비를 깎아 주겠다’면서 고객을 유치해왔다. 이런 형태로 E 변호사는 수많은 한인 수감자들에게 접근해 왔다는 것이다. 일부 수감자들은 문제의 변호사가 착수금만을 챙기고는 형식적인 일 처리만을 해 불평을 했었다. 그러나 상대가 백인 변호사이기에 제대로 불평도 못하고 지쳐 버린 경우가 많았다는 이야기만 구치소 내에 돌고 있었다. K 씨는 E 변호사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다. 처음에는 콜렉트 콜을 잘 받았던 그 변호사 사무실은 K 씨의 콜렉트 콜을 거절했다. 할 수 없이 가족을 시켜 변호사 선임을 파기하고 환불을 받도록 했다. 이것 저것 명목을 부쳐 환불 받은 돈은 얼마되지 않았다. 8개월 후 K 씨는 자진출국의 형식으로 한국으로 추방됐다. 그는 추방당하기 전 날, 동료 수감자들에게 “더 이상 변호사를 믿지 말라”고 말했다.
“불평전화”
지난해 11만건 이상
지난 해 말 현재 캘리포니아주에는 142,913명의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 변호사협회에는 변호사로 인해 피해를 당한 의뢰인들로부터 진정서를 받아 처리하는 기구(OCTC)도 있고 변호비 보상을 담당하는 부서(CSF)도 있다. 지난 한해동안 OCTC는 변호사로 인해 피해를 당한 고객으로부터 불평전화를 받은 건수만도 11만 건이 넘었다. 통계적으로 보면 변호사 14명 중 11명이 평균 한 건의 불평을 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변호사에 대한 불신의 단면을 보여 주는 증거이다. 이 중에서 OCTC가 공식적으로 변호사 부정행위를 조사한 케이스만도 1만 여건(9,384건)에 가깝다. 고객들의 불평 중 가장 많은 부문은 ‘변론을 잘못 한 것’으로 전체의 34%였다. 고객에 대한 변호활동을 제대로 해주지 않은 케이스였다. 두 번째로는 ‘고객에 대한 의무’를 제대로 해주지 않은 것이 15%였다. 다음이 기금관리의 문제와 개인적 자세문제가 각각 13%였다. 변호사가 제 임무를 소홀히 하면 징계 당할 수 있고 심지어 형사범으로 기소 당 할 수도 있다.
‘트윈 타워스’(Twin Towers)는 LA카운티 구치소의 또 다른 이름이다. 쌍둥이 빌딩으로 건축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평균 제소자 수 만도 약16만 명으로 미국내에서는 최대규모의 구치소인 셈이다. 이곳에는 미결수와 기결수들이 수감되어 있는 곳이다. 이곳의 많은 수감자들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지내게 된다. 수감자들이 구치소내에서 쏟아 내는 불만 중에서 변호사에 대한 증오감이 가장 높다. 일부 수감자들은 “차라리 변호사 없이 내가 했더라면…”이라는 자조 섞인 말을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변호사의 도움 없이 소송을 처리한다는 것은 매우 힘들다. 우선 까다로운 법 해석은 물론 한국과 다른 법시행 제도 등등이 ‘나홀로 소송’은 엄두도 못낼 일이다. 더군다나 언어가 생판 다른 미국환경에서 웬만큼 영어를 구사한다는 사람도 법정문제 만큼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미국에서 ‘나홀로 소송’은 거의 불가능 하다. 우선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하다. 그래서 변호사를 찾게 된다. 그러나 정작 어떤 변호사가 좋은지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설사 ‘나홀로 소송’을 결심하지만, 미국법원은 ‘나홀로 소송’을 달가워 하지 않는다. 법원은 법정에서 피고인과 직접 대화하는 시간이 별로 없다. 또한 판사들이 관여할 사건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나홀로 소송’ 피고인과 오랫동안 심리를 할 수 없다. 많은 변호사들은 판사들의 눈치를 보는 입장이기에 판사들의 재판 진행에 아주 잘 협조하고 있다. 그러나 ‘나홀로 소송’은 이런 분위기에 익숙치가 않아 법원은 될수록 ‘나홀로’ 보다는 변호사가 있기를 바란다.
한국의 법정에서는 이런 ‘나홀로 소송’에서 자주 듣는 소리가 있다고 한다. ‘나홀로 소송’ 피고인에게 판사가 답답한 나머지 “제발 법률을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고 재판 좀 하십시오” 라든가, “소장의 체계가 틀렸으니, 다시 검토해 제출해 주십시오”, “준비서면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요. 주장을 정확히 하세요” 등이라는 핀잔을 듣는 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법원이 변호사들에게 일거리를 주는 것이나 다름 없다라는 소리가 나올 만 하다.
미국법원에서 자신이 변론한다는 것은 법률지식이 없는 일반인으로서는 매우 힘든 작업이다. 수년 전 한 동포가 실지로 소송에 관한 책을 도서관에서 찾고, 무료법률사무소에서 상담을 받으며 자신의 케이스에 변론해 끝내 승소해 ‘인간승리’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그가 이렇게 직접 자신의 문제를 ‘나홀로 소송’으로 일관한 가장 큰 이유는 ‘변호사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홀로 소송’에는 많은 난관이 따른다. 변호사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해보겠다는 것은 웬만한 법률지식이 있지 않고서는 자칫 낭패를 보기 쉽다. 또 법 이론적인 문제등 복잡한 케이스에 ‘나홀로 소송’은 정말로 위험하다. 그래서 변호사를 선임할 수 밖에 없는데 문제는 ‘누가 정말로 좋은 변호사인가’이다. 또 우리 주변에는 양심적인 변호사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의 참여연대는 악덕 변호사 문제, 법원과 검찰, 변호사 사회의 윤리적인 문제, 전관예우 문제 등을 계속 발굴해서 언론에 제공하고 공론화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시민 운동체가 생겨나 우리사회를 밝게 할 환경이 태동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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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작품에 나타난 악덕 변호사
문학이나 예술작품에서도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이 많다. 이들 작품들에서 좋은 변호사를 그리기 보다는 악덕 변호사를 그린 작품들이 더 많다. 세상에는 좋은 변호사 보다 악덕 변호사가 더 많은가?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존 그리샴의 ‘불법의 제왕’은 악덕 변호사의 세계를 그린 법정스릴러 작품이다. 그 자신도 전직 변호사였던 작가의 글이기 때문에 현실감이 농후하다. 이 작품은 남의 인권보다는 돈에 집착하는 변호사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주인공은 악덕 변호사다. 그저 시간만 보내는 관선 변호사가 부도덕한 브로커를 만나면서 타락의 길로 접어 들어 돈 되는 일이면 법을 교묘히 이용해 돈을 우려낸다. 부정 기업들을 상대로 단체소송을 제기하면서 승소해 명성을 얻으면서 남녀관계의 애증이 섞이고 음모도 날뛰게 된다. 그러나 권선징악의 말대로 악덕 변호사는 정상에 오르기 전에 추락하고 만다.
존 그리샴이 쓴 소설 중에 인간미를 찾는 변호사의 이야기도 있다. 바로 “유언장”이란 소설이다. 역시 변호사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비록 소설이지만 전직 변호사인 그리샴은 현실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내용을 담았기에 재미있다. 각종 비리로 억대의 돈을 모은 악덕 재벌이 의문의 자살을 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자살한 재벌은 유언장에서 상속에 대한 글을 남겼다. 유언장이 공개되기 전에 그 재벌과 관계를 맺었던 전 부인들과 그들의 자식들 또 여기에 편승한 변호사들이 남겨둔 유산을 뜯어먹기 위해 추악한 싸움을 벌인다. 드디어 유언장이 공개됐다. 거기에는 지금까지 아무도 몰랐던 재벌의 또 하나의 딸에게 모든 것을 상속한다는 것이었다.
이 불명의 여자 상속자를 찾기 위해 한 변호사가 고용됐다. 여자 상속자는 사생아로 태어났으며 남미 아마존 정글에서 선교사업을 하고 있었다. 변호사는 갖은 고생 끝에 정글에 들어가 상속녀와 대면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 아버지의 유언장을 읽어 준다. ‘수십억 달러의 재산을 상속하게 됐다’라는 변호사의 말에 상속녀는 “나는 상속에 대해 관심이 없어요. 나는 이 땅에서 선교하면서 일생을 보내겠어요”라고 말한다. 지난세월동안 갖은 불법으로 돈을 모았고 명예와 쾌락을 즐겼다가 마지막 부에 집착했던 변호사는 상속녀의 뜻밖의 말에 충격을 받는다. 그 변호사는 진정 인생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를 아마존 정글에서 한 여성을 만나면서 느끼게 된다.
악덕 변호사를 그린 영화도 많다. “체인징 레인스”도 그런 작품 중의 하나이다. 영화 ‘노팅 힐’을 연출했던 영국의 로저 미첼 감독이 할리우드 데뷔작으로 만든 것. 주인공들은 대형로펌에서 전도가 양양한 젊은 변호사와 알코올 중독으로 이혼까지 당하고 자녀 약육권까지 빼앗기게 된 중년의 남자다. 이들은 법정에 가다가 중간에서 서로 자동차 접촉사고를 일으키게 된다. 이 사고로 두 남자는 인생의 커다란 회오리 바람을 만난다. 사고 때문에 중년남자는 법정출두시간을 넘기게 되어 양육권을 뺏기고, 젊은 변호사는 사고 때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중요한 서류를 분실한다.
악덕 기업가가 세금을 포탈하기 위해 유령재단을 만들어 돈을 빼돌렸는데 그 서류에는 재단을 관리하는 책임을 젊은 변호사가 속한 법률사무소에 위임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던 것이다. 만약 그 서류를 찾지 못한다면 젊은 변호사는 일생일대의 챤스를 영원히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동료 변호사들은 ‘서류를 위조하라’고 충동질한다. 주인공 변호사는 ‘어차피 악덕 변호사가 나쁘게 모은 돈인데 내가 관리하면 어떠냐’라고 정당화 시킨다. 주위의 변호사들도 ‘우리들은 이 세상을 위해서 그래도 좋은 일을 했다’고 자위한다. 정의를 구현한다는 변호사들의 외침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행위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