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나팔수 노무현과 결탁한“정권방송’방만한 운영 다시 “도마위에’
국민의 혈세로 호화판 해외취재 여행길 가족 동반까지
「PD 가족 관광비용까지 출장비로 정산」KBS의 관행
영국의 공영 BBC 방송은 영국인들이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이다. BBC의 간부는 정부에서 임명하지만, 이들은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언론의 사명을 위해 독자적으로 활동한다. 그러나 한국의 KBS는 항상 ‘정권의 나팔수’ 역할로 제구실을 하자 못하고 있다. 최근 KBS의 방만한 운영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프로를 제작한다며 외국취재에 나선 PD가 가족까지 동행하며 국민의 혈세를 흥청망청 써버린 사건으로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 사건은 어쩌면 밝혀지지 않았을 것이지만 한 용감한 시민의 ‘양심고백’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조선일보와 ‘미디어오늘’은 사건 전말을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이번 사태가 ‘문제’로 떠오른 것은 KBS의 외국출장 제작에 참여했던 영남대 박홍규 교수가 신문 지상을 통해 ‘고해 성사’를 하면서 비롯됐다.
박 교수는 신디케이트 칼럼 <전망대: 부끄러운 고백>(대구매일 8월21일자), <부일시론: 혈세 낭비 부끄러운 고백>(부산일보8월 21일자)을 통해 “나는 공적으로 일한답시고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 탓으로 솔직히 국민 앞에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고자 한다”며 KBS 유럽 촬영 당시 있었던 일을 소상히 밝혔다. 박 교수는 칼럼에서 방송사와 프로그램 이름을 적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이 모든 사실을 알고 KBS에 항의했다.네티즌들은 즉각 해당 프로그램 홈페이지(www.kbs.co.kr/1tv/book)에 항의하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이에 담당 책임PD가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는 글을 게재했다.
박 교수는 애초 6월 말부터 유럽 현지에 체류 중이었는데, KBS
박 교수는 또 PD가 정작 프로그램 제작에는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3일째 첫 촬영을 하려고 했으나 미리 연락을 하지 않은 탓으로 촬영이 불가능했고 △촬영 현지에서 촬영을 하게 해달라고 PD가 한 시간 이상 사정을 했다가 사전 허가가 없어 약간의 돈을 내야 한다는 말에 촬영을 포기했으며 △겨우 촬영을 하려다가도 별안간 부인이 쇼핑을 해야 한다며 몇 시간 걸려 호텔에서 부인과 아픈 아기를 데려왔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애초) PD와 상의한 (주제)대로 사전 답사와 조사를 열심히 했으나 PD가 유럽에 오기 직전 촬영 내용이 바뀌어 허사가 되었다”는 말도 했다.
박 교수는 “더욱 괴로운 것은 사적인 대화나 행태”였다며 “예컨대 PD는 시골 사람인 나에게 시골 사람을 폄하하며 자신은 절대 시골에 가지 않는다고 했다. 식당에 가서는 별안간 먹기 싫다고 하며 다른 고급 식당에 혼자 가서 먹었다. 늘 밤늦게 먹는 저녁은 분위기 좋은 곳을 찾는다고 더 늦어졌다.…나는 값싼 호텔에서 자자고 했으나 냉장고가 없다고 비싼 호텔로 옮겼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나는 그들과 함께 한 숙식 밖에 제공받지 못하고 1주일을 노예처럼 보내며, 노예여서 괴로운 것이 아니라 아무리 노예라도 공적으로 할 일은 해야 하는데 아무 것도 못하고 혈세를 낭비한다는 점이 너무나 괴로웠다”며 “(귀국을 위해 원래 자신이 예약했던) 표를 바꿀 수 없게 되자 나는 이 촬영을 그만 두자고 말했으나 자신들이 사주겠다고 했다. 바로 그 때 그만두어야 했으나,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래서 엄청난 혈세를 낭비했다. 피땀 흘려 그 혈세를 낸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한 네티즌은 <담당 PD를 즉각 교체하라> 제하의 글에서 “30권이 넘는 저서를 낸 저자이자 현직 교수를 노예처럼 부릴 수 있다면 저와 같은 일반 서민을 KBS가 어떻게 대할 지는 불을 보듯 자명한 것 아닙니까”라며 “KBS는 즉각 이 거액의 출장비를 국민에게 되돌려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다른 네티즌도 “KBS는 담당PD를 즉각 교체하라! KBS는 이번 사건에 대하여 사과하라”며 항의했다.
한편 KBS는 최근 인사위원회를 소집, 책 소개 프로그램 ‘TV, 책을 말하다’ 유럽 취재에 가족을 동반해 물의를 빚은 PD를 해임 조치했다. 이 문제를 영남대 박홍규 교수가 목격하고 고발한 KBS ‘TV, 책을 말하다’ PD의 해외취재 행태에는 기본적인 도의나 염치조차 없어 쉽게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다. 박 교수는 이 PD가 출장이 누적돼 생긴 공짜 비행기표로 아내와 아이를 동반했고, 가족 뒷바라지와 쇼핑을 앞세우느라 취재는 뒷전이었다고 증언했다. 더구나 박 교수는 “PD가 가족과 관광을 즐기면서 비용을 출장비로 정산하려고 영수증을 챙겼다”고 전했다.
이 KBS PD의 행태는 그가 국민으로부터 시청료라는 사실상의 세금을 거둬 운영하는 공기업의 직원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PD가 방송사 돈으로 가족여행을 시켜주는 것을 노골적으로 자랑했다”는 박 교수의 증언은 이런 행태가 관행이 돼 있음을 드러낸다. 그래서 이번 일은 특정 PD의 예외적인 사례로 보아 넘길 수 없다.
KBS가 비대해지면서 프로그램 하나에 수십억원까지 들이는 상황에서 협찬이나 외주, 출연자 선정에 이르기까지 ‘복마전’이라는 의혹의 눈길을 받아 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실제로 연예분야를 중심으로 몇몇 PD들이 뇌물과 향응을 받았다가 법의 단죄를 받곤 했다.
KBS의 예산과 지출 내역은 감사원 감사와 국정감사로도 투명하게 밝힐 수 없다는 사실이 이번 일로 새삼 드러났다. KBS가 최근 평양에서 제작한 ‘전국 노래자랑’의 경비를 공개하라는 안팎의 요구를 끝내 거부한 것도 뭔가 떳떳하지 못한 구석이 있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KBS는 지난 7월 국회가 KBS의 방만한 재정 운용을 이유로 결산동의안을 부결한 것에 반발했던 근거를 스스로 무너뜨린 셈이다.
KBS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난 5년을 반성한다는 방송을 내보내고는 다시 새 정권의 충직한 머슴으로 복무해 새로운 반성 재료를 만들어 왔다. 정권과 손잡은 정연주 사장을 비롯해 몇몇 인맥이 주동이 돼 본격적인 ‘정권 방송’의 길로 나선 KBS가 국민의 시청료를 들인 해외취재 길에 가족관광까지 시키는 마당에 과연 이 방송을 위해 시청료를 납부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영남대 박홍규 교수는 누구인가?
박홍규(51) 영남대 법과대 법학부 교수의 관심사는 전공인 법학부터 예술, 교육학까지 다양하다. 저서만도 40권이 넘는다. 그는 자본주의 국가의 사회 시스템을 비판한, 프랑스의 신부 출신 철학자이자 교육운동가인 이반 일리히를 국내에 처음 소개했고, 중동과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를 뭉뚱그려 생각하는 서구인의 몰이해를 비판한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을 번역했다. 그는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대표로 배심원제 도입을 10여년 전에 주장하기도 했으며, 개인의 권리를 극대화하고 정부 권한을 최소화하자는 ‘한국 아나키즘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박 교수는 노무현 정부 출범후 자신이 창립멤버인 대구의 대구사회연구소와 참여사회연구소를 탈퇴하기도 했다. 대구사회연구소는 윤덕홍 교육부총리, 권기홍 노동부장관,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 이종오 대통령직 인수위 간사 등을 배출, 노무현 정부의 ‘싱크탱크’로 불린다.
그는 영남대에서 ‘노동법’, ‘법과 예술’ 등의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 및 역저로는, ‘세계의 최저노동기준(85년)’, ‘자본주의법과 사회주의법(88년)’, ‘시민이 재판을(2000)’, ‘베토벤 평전(2003)’ 등이 있다.
KBS에 대한 시민들 분노, “시청료 돌려달라”
KBS 프로그램 ‘TV, 책을 말하다’의 PD가 유럽 취재에 가족을 동반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시청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KBS의 이 프로그램 인터넷 게시판은 최근 만 하루 동안 400여 통의 글이 떴다. “정연주 사장 물러나라” “공영방송 PD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 “수신료를 돌려달라”는 격앙된 의견이 동정론을 압도했다. 특히 준조세적 성격을 띤 수신료가 수입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영 방송에서 이런 일이 터진 데 분개하는 의견이 많았다. 공영방송인 KBS는 광고수익과 수신료를 두 축으로 운영되며, 수신료 수입은 작년 기준 4820억원으로, 전체 수입(1조3217억원)의 36%이다.
아이디가 ‘정해광(s206)’인 네티즌은 “(이번 일을)만약 그대로 용납한다면 KBS는 시청료를 반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이디가 ‘정호균(chk2024)’인 네티즌은 “공금을 사적으로 이용하면서 시청료를 높이겠다고 말할 수 있는가? 정연주 사장은 공개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 옳다.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시청료를 내고 싶지 않다”고 썼다.
언론학자들도 대체로 이번 사건이 언론 윤리에 위배되는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강형철 교수는 “공영방송 임직원에게는 공무원 수준의 도덕성과 중립성이 요구된다”며 “공무 출장에 가족을 동반한 행동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다만 이번 사건은 해당 PD의 개인적 잘못일 가능성이 있어, 현 시점에서 PD 사회 전체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한양대 사회과학부 이재진 교수는 “이번 일이 과연 일회성 사건인지 PD 사회 전체의 관행인지 KBS가 자체적으로 조사하고 논의해야 하는 것은 물론, 언론계 전체적으로도 취재 윤리에 대해 심도 깊게 논의하는 계기가 되야 한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담당 PD를 즉각 교체하라> 제하의 글에서 “30권이 넘는 저서를 낸 저자이자 현직 교수를 노예처럼 부릴 수 있다면 저와 같은 일반 서민을 KBS가 어떻게 대할 지는 불을 보듯 자명한 것 아닙니까”라며 “KBS는 즉각 이 거액의 출장비를 국민에게 되돌려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다른 네티즌도 “KBS는 담당PD를 즉각 교체하라! KBS는 이번 사건에 대하여 사과하라”며 항의했다.
한편 길환영 책임PD(교양국 주간)는 25일 미디어오늘과의 전화 통화에서 “일단 책임PD로서 도의적 책임을 느끼며 이에 대해 박홍규 교수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고 게시판에도 사과문을 올렸다”고 말했다. 길 PD는 “현재 회사 감사실에서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 중에 있으며 만약 회사의 명예에 누를 끼친 일이 밝혀지면 규정에 의해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담당 PD에게는 교양국 차원에서 감사실 조사가 끝날 때까지 제작 업무를 정지시켰다”고 말했다.
책임PD가 사과 입장을 밝혔지만 게시판에는 “책임프로듀서님의 사과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자체 프로그램의 이름과 명예를 걸고서 확실하게 사과하길 바랍니다. ‘책을 말하다’의 팬으로서 이번 사태에 얼마나 분노와 배신감을 느꼈는지!” “분노할 뿐입니다. 사과를 하시려면 똑바로 하십시오” 등의 글이 이어지고 있어 사태의 추이가 주목된다.(조선일보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