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 여단규모 희망, 정부 “신중 검토”
미국이 이라크 전후 처리 과정에서 유엔 다국적군을 파병하는 문제와 관련 한국측에 사실상의 전투병인 ‘치안유지군’의 파견을 요청해 왔으며, 정부는 이 문제를 놓고 고심 중이라고 정부의 한 당국자가 밝혔다. 이 당국자는 지난 9일 “지난 3~4일 서울에서 열린 미래 한·미동맹 4차회의에 참석했던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부차관보 등 미국측 대표단이 우리 정부에 유엔 다국적 치안유지군에 한국군의 파병이 가능한지를 타진해 왔으며,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도 지난 5일 당시 방미 중인 윤영관 외교부 장관에게 같은 요청을 했다”면서 “그동안 2~3차례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가졌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날 저녁 “최근 미국측이 이라크 추가 파병과 관련해 비공식적으로 협력 가능성에 대해 타진해 왔으며, 정부는 국제정세의 동향과 국민 의견 수렴 등 다각적이고 신중한 검토를 거쳐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측은 가급적 이른 시일 내 파병을 결정해 달라는 입장이다. 미국측은 파병 규모에 대해선 적시하지 않았으나, 여단 규모(2500~3000명)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우리 군내부에선 파병을 한다면 보병 연대(2000여명)나 특전사 여단(1600여명) 규모가 적절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각) 워싱턴의 백악관에서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라크 전후 처리를 위해 전세계 우방들이 유엔 다국적군 파병에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으나, 영국을 제외한 국제사회는 그다지 호응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한국은 지난 4월 이후 건설공병부대(서희부대) 575명과 의료지원단(제마부대) 100명 등 총 675명을 이라크 재건 지원을 위해 파견 중이다.
이라크 파병 요청 반응 ‘싸늘’… 유엔 승인 있어야 검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 이라크 전후 처리를 위한 동맹국의 지원을 요청한 데 대해 국제사회는 대체로 파병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1만1000명의 병력을 이라크에 주둔시키고 있는 영국의 제프 훈 국방장관은 지난 8일 2개 대대 1200명의 병력을 추가로 파견할 예정이라고 의회에 보고했다. 훈 장관은 부시 대통령의 지원 요청과는 별개로 이미 추가파병을 검토해 왔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노엘 르누아르 유럽문제장관이 부시 대통령의 지원 요청을 ‘좋은 소식’이라며 환영했으나, 외무부 대변인은 “이라크 문제는 유엔과 협의 중”이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독일 정부 대변인은 인도적 차원에서 이라크 재건 과정에 참여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으나 파병 가능성은 배제했다.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베를린에서 대사 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라크 재건 과정은 유엔이 주도해야 하며, 독일은 이라크 다국적군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0명의 병력을 이라크에 파견한 호주도 지난주 존 하워드 총리가 “안전보장이사회가 미국의 요청을 승인해도 병력을 추가로 파견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리스 외무부 대변인은 이라크 파병에 관한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안보리 결의안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는 유엔 승인이 있어야만 파병을 검토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브라질 파키스탄 폴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인도 총리에게 전화로 지원을 호소했다.
한편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 대표들을 만나 1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상임이사국 외무장관회의를 열기로 하는 등 이라크 문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