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송두율 사전 치밀한 귀국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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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 교수 전향 자술서… 「믿을 수 있나」

“북한 노동당 고위간부 ‘김철수’인가 아닌가”로 오랫동안 국내외로 논란을 불러 일으킨 송두율(59, 뮌스터 대학)교수가 한국에 지난 달 22일 입국해서 크게 논란을 빚고 있다. 37년만에 귀국한 송 교수는 국정원에서 그의 친북활동에 대해 일차 조사를 받았으며 곧 검찰의 추가 조사를 받아 기소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그는 “앞으로 대한민국의 실정법에 따라 살겠다”며 자술서를 국정원에 제출함으로서 과거 방북활동과 간첩혐의 등으로부터 정상참작의 조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송 교수는 이번 해외반체제인사의 귀국 중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이기에 많은 화제가 뒤따르고 있었다. 한편에서는 그가 ‘위장귀순’했다고 수근거리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송 교수가 입국 전에 사전 국정원과 교감을 갖고 ‘조사에 응하겠다’고 언급하고, 국정원은 ‘출국금지’ 등을 흘려 보수층의 반발을 무마시키는 작전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반체제인사들의 귀국은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고영구 국정원장 등이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진 <취재부기자>[email protected]

송 교수는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97년 한국으로 망명한 후 그의 저서 <북한의 진실과 허위>에서 “송두율 교수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후보위원인 김철수”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국내외로 크게 논쟁거리로 등장했던 인물이다. 송 교수는 당시 이 같은 황씨의 주장에 대해 “독일 국적을 가진 내가 노동당원이라니, 엉터리 같은 얘기”라며 곧바로 서울지법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었다. DJ 정권 당시인 2001년 8월 23일 서울 지방법원은 “송두율이 정치국위원 김철수라는 주장은 진실이라고 보기 어렵다” 며 송 교수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러나 황장엽씨는 이 재판에서 자신이 재독학자 송두율(56)씨를 “김철수라는 가명의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고 주장한 것은 김용순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로부터 그와 같은 말을 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황씨는 “지난 91∼92년쯤 김용순 비서가 2차례 전화를 걸어와 「송씨를 앞으로 김철수라고 부르고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임명하려고 하는데 자본주의 물이 많이 들어 있으니 황비서가 주체사상에 대해 교양을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황씨는 이어 “지난 94년 김일성 주석 장례식에 앞서 김용순 비서가 ‘해외동포중에서는 송씨만 초청하라고 김정일이 지시했다”고 밝혔으나 “김주석의 장례식에 조총련계를 제외하고서도 해외동포 2백여명이 참석한 사실을 모르느냐”는 송씨의 변호인인 안상운 변호사의 질문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앞서 국정원은 송씨의 정체와 관련한 재판부의 사실조회 신청에 대해 “송씨는 황씨 주장대로 김철수라는 가명을 쓰는 정치국 후보위원인게 사실이지만 그 근거는 공개할 수 없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제출한 바 있다.

실지로 송 교수는 91년 북한 사회과학원 초청으로 처음 북한을 방문한 이후 김일성 주석을 수 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지는 등 한국 정보기관의 주시 대상 인물이었던 게 사실이었다.
그러한 송 교수는 독일에 있으면서 일관되게 “나는 ‘김철수’가 아니다”면서 계속 오리발을 내밀었다. 최근 귀국 직전까지도 베를린에서 한국특파원들과 회견에서도 ‘김철수’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버티었다. 당시 언론들은 인터뷰 내용을 송 교수의 엠바고 요청을 받아 들여 즉각 보도하지 않은 배려(?)도 했다.

그러한 송 교수는 이번 국정원 조사에서 자신이 그토록 부인해왔던 ‘김철수’임을 자인했다. 그러면서 그 핑계를 북한쪽과 국정원측에 미루었다. 북한이 그의 방북신분 노출을 염려해 ‘김철수’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며 자신은 이에 화를 냈다고 까지 설명했다. 또 한국 국정원측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과거 이 같은 사실을 밝힐 수 있었음에도 그는 감추어왔다. 그리고 때가 되자 입국했던 것이다. 노무현 정권의 강금실 법무장관은 송 교수가 ‘김철수’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고위 인사들이 오고 가는 마당에 설사 그가 ‘김철수’라도 벌 주기에는 무리다’라는 망발을 하기에 이르렀다. 지금 서울은 그냥 서울이 아니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평양인 것 같다”라는 말이 실감나는 것이다.

국가정보원측은 DJ정권 당시 국정감사 때도 “송 교수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의 후보위원이 분명하다”며 94년 7월에는 김 주석 장례위원 명단에까지 올랐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2001년 ‘늦봄 통일상’ 시상식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오려다 무산된 일도 있다. DJ정권의 초대 국정원장을 지낸 이종찬 전국민회의 부총재도 국정원장 퇴임인터뷰에서 “송두율은 분명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고 말했다. 또 이 전국정원장은 “북한측 중요한 인물이 분명한 증거를 가지고 왔어요. 황장엽씨의 주장은 분명히 맞습니다. 송 교수 보고 들어오래도(귀국하라 해도) 지금 못 들어오는 거 보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박원홍 의원은 2001년 당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한겨레신문’에 연초부터 칼럼을 기고 중인 독일 뮌스터 대학의 송두율 교수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박 의원은 임동원 통일부 장관을 상대로 한 보충질문에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국가정보원 산하 통일정책연구소에서 발간한 ‘북한의 진실과 허위’라는 책에서 송 교수에 대해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와 동일인물, 독일의 한국인 유학생을 북한측에 끌어들이는 북한 공작원’이라고 폭로했고, 작년 11월 3일 국정감사에서 김은성 국정원 2차장도 ‘송 교수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 분명하고, 김일성 장례위원 명단에도 올랐다’고 증언했다”면서 “그런 인물이 한겨레신문에 ‘가리사니’라는 고정칼럼을 쓰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임동원 통일부 장관이 “(그런 사실을)잘 모르겠다”고 답변하자, 박 의원은 당시 3월 30일자 한겨레신문 11면을 제시했다. 박 의원은 이어 “그렇다면 국정원장 출신인 임 장관은 개인판단으로 송 교수가 북한의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와 동일인물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임 장관은 “정보기관에서 그렇게 판단하고 있고, 나도 그렇게 믿고 있다”고 답변했다. 임 장관은 “(송 교수가) 친북성향이라고 믿고 있느냐”는 박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도 “그렇다”고 대답했다.

임동원 통일부장관은 당시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독일 뮌스터대의 송두율 교수가 바로 북한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고 확인하면서도 송 교수가 한겨레신문에 여러 차례 칼럼을 쓴 사실은 몰랐다고 했다. 왜 그런 답변을 한 건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임 장관은 이날 답변에서 송 교수가 김철수와 동일인물이냐는 질문에 대해 “우리 정보기관이 그렇게 판단하고 있고 나도 그렇게 믿는다”고 말했다. 임 장관은 송 교수의 입국 문제 역시 국정원 내부에서 논의된 적이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당시 한 언론은 사설을 통해 <국정원장을 지낸 장관이 송 교수의 칼럼이 일간 신문에 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니, 임 장관의 답변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송 교수의 칼럼은 다섯 차례나 한겨레신문에 게재됐다. 임 장관이 ‘모르쇠’ 발언을 하기 보름 전만 하더라도 대북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그에 대한 정책적 판단을 내렸던 국정원의 최고 책임자였던 것이다. 그 같은 임 장관이 국회에서 “모른다”고 한 답변의 속셈이 무엇인지, 무슨 말못할 사정이라도 있는 건지 더욱 관심을 갖는 것이다>이라고 비판했다. DJ정권이 친북인사들을 비호했다는 의혹이 가는 대목이다.

송 교수는 1944년 일본 도쿄에서 출생해 1963년에 서울대 철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1967년 독일로 유학을 떠나 훔볼트대학, 뮌스터 대학 등지에서 철학, 사회학, 경제사를 연구했으며 교수를 지냈다. 1972년 하버마스 교수 지도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4년 박정희 군사독재시절 재독 민주사회 건설협의회 초대의장으로 반독재 투쟁에 나섰다가 1991년 북한 사회과학원 초청으로 처음 방북 후,김일성 주석과도 여러 차례 만나고 김주석 사망시에도 조문에 참석하는 등 친북활동을 벌여왔다.

송 교수가 북한 사회과학원 초청으로 북에 들어가 김일성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김일성과 단독 면담하는 등 친북성향의 학자란 사실은 알려져 있었다. 1988년부터 국내 일부 잡지들을 통해 국내에 소개된 송 교수의 ‘내재적 방법론’은 동구 사회주의 국가의 붕괴와 함께 사회주의 이론이 위기에 몰리고 있던 시점에 발표되어 국내 좌파 지식인들에게 국면 전환의 논리로 지원되었다. 국내에서 출간된 그의 저서 ‘통일의 논리를 찾아서’, ‘역사는 끝났는가’ 등은 친북 운동권 학생들 사이에 필독서로 꼽혀왔다. KBS는 지난 5월 ‘일요스페셜’ 프로그램에서 송 교수에 관한 다큐멘테리 홍형숙감독의 ‘경계도시’를 방영했다. 이 프로는 홍형숙 감독이 송 교수의 재독생활과 그의 통일철학을 담은 내용이다. 홍 감독은 문익환 목사를 기리는 기념사업회에서 2000년도 <늦봄 통일상> 수상자로 선정하자 송교수의 귀국을 추진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송 교수는 지난 6공과 김영삼 정부 시절 그리고 DJ정권 시절에도 귀국 움직임이 있었으나 국정원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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