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나는 5 년간 대중과 대중 사이를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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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데스크 칼럼은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 9월 27일자에 게재된 칼럼이며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수 있으나 박지원씨가 법정진술에서 증언한 언론인들과의 촌지 문제가 화제로 떠올라 전면 게재합니다.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언론간부 거액촌지 의혹을 접하고

“나는 5년간 대중과 대중 사이를 오갔다”. 본국의 한 언론인이 김대중 정권의 실세들과 어울렸던 시절을 회상하며 내뱉은 말이다. 실제 이 언론인은 박지원씨와 어울려 회식자리에서 부장은 5백만원, 차장은 3백만원씩 촌지를 제공했고 회식비용은 5천만원이 든다고 알고 있었고 김영완씨의 진술서도 이를 신빙성 있게 뒷받침 해주고 있다. 허나 각 언론사들은 이런 사실을 보도자체를 자제하거나 한다 해도 신문 귀퉁이 조그만 구석에 보도한 것으로 마무리 했다. 기괴한 동조이자 침묵이다. “가장 유능한 기자는 먹고도 조지는 기자”? 이같은 언론의 기괴한 대응은 박지원 전 실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세간에 크게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어 짚어보았다.[편집자 주]

“내가 지난 5년간 한 일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대중 조선일보 주필 사이를 오간 일이다.” 검찰에 구속되기 직전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한 지인에게 했다는 말이다. 이 지인은 기자에게 다음과 같은 박 전 실장의 말도 전해줬다. “김대중 주필이 아무리 홀대를 해도 끈질기게 찾아가 만나고 또 만났다. 그렇게 몇 년을 만나다 보니 김 주필도 나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더라. 나중에는 나를 대하는 김 주필의 태도가 아주 달라졌다. 내가 구속되려 하니, 누구보다도 걱정을 많이 해 줄 정도였다.” DJ정부 5년간 DJ정부와 언론간 ‘역학관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증언이다.

언론의 기괴한 침묵

지금 언론계가 신문, 방송 할 것 없이 ‘폭풍전야의 고요’를 연상케 하는 묘한 침묵상태에 빠져들어 있다. 지난 26일 박지원 재판과정에 검찰이 인용한 ‘김영완 진술서’의 몇몇 대목 때문이다. “돈 세탁을 맡았던 김영완씨의 진술서에는 피고인이 ‘언론사 간부들을 만나는데 돈이 많이 든다’고 푸념하면서 수십차례에 걸쳐 30억원 가량을 받아썼다고 돼 있는데 사실이냐.”
“김씨는 또 진술서에 ‘박 전장관으로부터 언론사 간부들을 만나 부장은 5백만원, 차장은 3백만원씩 든 봉투를 주고 한번 회식에 5천만원이 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적고 있는데 사실이냐.” 이같은 질문에 대해 박 전실장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박 전 실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이같은 ‘김영완 진술서’ 내용은 메가톤급 파괴력을 가진 뉴스임에 불구하다. 언론은 그동안 박지원 비자금과 관련된 ‘김영완 진술서’의 일부가 외부로 흘러나올 때마다 이를 신문의 1면 톱 뉴스와, TV의 머릿기사로 시끌벅적하게 장식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달랐다. 지난 26일 밤 TV 뉴스에서는 아예 이 기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27일 아침 조간 신문들의 경우에서도 아예 글을 볼 수 없는 신문이 태반이었다. 일부 신문의 경우 간단한 사실 보도를 하는 수준에 멈추면서 그 기사를 거의 눈에 안띄는 제2사회면이나 정치면 하단에 자그마하게 처리하는 데 그쳤다. 한 신문은 “한번 회식에 5천만원이 든다”는 구절만 인용할 뿐, “부장은 5백만원, 차장은 3백만원씩”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기도 했다. 언론의 정치적 차별성을 떠나 보도태도가 거의 한결 같았다.

기괴한 동조이자 침묵이다. “가장 유능한 기자는 먹고도 조지는 기자”? 이같은 언론의 기괴한 대응은 박지원 전 실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세간에 크게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만에 하나, 김영완 진술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 파괴력은 예측을 불허할 정도로 엄청날 것이다. 박 전실장이 만났던 당시의 부장급, 차장급 기자들은 지금 각 언론사의 핵심 간부들로 언론 현장에서 활동중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과거형 스캔들’이 아닌 ‘현재형 스캔들’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 전 실장은 26일 법정에서 “언론사 간부 등을 일주일에 4~5차례 만났다”며 DJ정부 재임기간중 활발했던 언론 접촉 사실을 시인했다. 그가 만난 언론인은 단순한 출입기자들 정도가 아니라 위로는 사주에서부터 시작해 편집국장, 주필, 논설위원, 부장, 차장 등 다양했다는 게 언론계와 정가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박 전 실장의 이같은 빈번한 언론 접촉은 DJ정권과 언론간 관계 회복을 위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DJ정부에 가장 비판적이던 조선일보의 김대중 당시 주필이 질릴 정도로 빈번히 찾았고, 다른 언론들에 대해 쏟는 정성도 대단했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현대 한국사에서 언론과 권력은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감싸안는 애증관계를 계속해왔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이 애증의 과정에 ‘돈’이 윤활유처럼 개입돼 왔다. ‘김영완 진술’은 그같은 이너서클 내부의 한 단면을 드러내준 증언일 수도 있다. 언론계에는 “가장 유능한 기자는 얻어먹고도 잘 조지는 기자”라는 말이 떠돌아왔다. 이제는 이런 말이 사라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이번에 제기된 의혹을 유야무야 넘어가려 해선 안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잘못을 범할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이제 의혹의 대상으로 떠오른 언론 당사자들이 입을 열어야 할 때다.
[Pressian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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