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 홈팬 모독 편집 빌미삼아“분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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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 드러낸 「한국일보」… 「일간스포츠」 때리기

한국 최고의 스포츠 신문으로 알려진 일간스포츠 신문에 대해 한국일보(회장 장재구)가 비판성 기사를 게재해 눈길을 끌고 있다. 또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한국일보는 독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가십성 기사를 게재하는 등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선 최근에 갈라져 나간 일간스포츠에 대한 분풀이성 보도를 보자. 일간스포츠(사장 장중호)와 한국일보는 원래 한 지붕 신문사였으나 최근 서로 남남으로 갈라지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일간스포츠가 증자를 하며 중앙일보(회장 홍석현)와 제휴하면서부터 한국일보의 심기는 더욱 불편해졌다. 한국일보는 이 불편한 심기를 엉뚱한 방법으로 쏟아 내고 있어 독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본보 취재팀>

기사게재·배포하고는 항의 빗발치자 뒤늦게 능청맞게 “책임전가”
분가한 「일간스포츠」에 불편한 심기‘숙질지간’서 ‘원수지간’으로

지난 7일자 한국일보 본지 사회면에는 “미 한인언론 ‘BK 불똥’ 불미스런 사진·욕설게재…”독자모독” 항의전화 빗발”이란 제목의 박스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 내용은 지난 6일자 일간스포츠가 보도한 보스턴 레드삭스의 김병현(24) 선수의 ‘가운데 손가락’ 표현의 “F… 관련기사와 사진 때문에 미주 동포들의 항의가 많았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일간스포츠가 저속한 표현을 함부로 쓰는 바람에 미주에서 한인 언론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기사 내용을 다시 보자. <6일 로스앤젤레스의 한국일보 미주본사 등 한인 언론사에는 이날 함께 배달된 국내 스포츠 섹션 기사를 보고 놀란 독자들의 항의 전화가 이어졌다. 이날 신문에는 김병현이 4일 열린 오클랜드와의 디비젼 시리즈 3차전에서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든 문제의 사진과 함께 ‘fuck’이라는 영어 욕설 단어가 실려 있었다. 동포들은 한국 언론들이 문제가 된 제스쳐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욕설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미국에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으며, 더구나 일부 신문 헤드라인에 제목으로까지 나온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 단어를 기사에 쓰지 않고 불가피할 경우 ‘f***’ 또는 ‘f-word’ 등으로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보통이다. 미국인과 함께 근무하는 한인들은 미국인들이 그 신문을 본 뒤 소스라치게 놀라 “모든 한국 신문들이 그러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신문 발송을 담당한 일부 우체국은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공중도덕에 위배되는 인쇄물로 배달할 수 없다”고 알려왔고 비슷한 일이 재발하면 정기간행물 취급인가를 취소시키겠다고 경고했다. 미국 현지 언론은 김병현의 불미스런 제스처 사진을 게재하지 않았다. 그 같은 사진을 신문에 썼다가는 독자 전체에 대한 모독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 기사에서 지칭한 ‘국내 스포츠섹션’은 다름아닌 ‘일간스포츠 신문’이다. 일간스포츠 신문은 아직까지는 한국일보가 판매하는 신문이다. 따라서 자신들이 판매하는 신문을 자기들이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격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다. 물론 신문이 자신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있을 수 있다. 또 신문 윤리상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에 한국일보가 사회면에서 일간스포츠를 비난한 것은 자기반성과는 멀리 떨어진 것이다. 마치 자신들과는 전혀 관계없는 제3자의 신문에 대해 비난하는 투의 글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한국일보 사회면에 일간스포츠 신문을 비난한 것은 과거에는 한 식구였으나 이제는 갈라져 나간 것에 대한 분풀이로 볼 수 있다.

이번 비난성 기사는 한국일보 미주판에는 게재되지 않고 서울 본지에만 게재됐다는 사실만 보아서도 알 수 있다. 서울 본지에 게재된 미주본사 발신 기사는 대부분 미주판에도 게재되는 것이 상례였다. 그러나 이번 일간스포츠에 대한 비난성 기사는 서울본지 사회면 박스로 처리됐으나, 미주판에는 같은 날짜에 실리지 않았다. 말하자면 서울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서울의 한국일보가 떨어져 나간 일간스포츠를 꼬집기 위한 어설픈 편집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타사 기사에 대한 비난성 기사를 게재하려면 보통 회사의 상층부의 허가를 받는 것이 상례이기 때문에 아마도 회장실의 사인을 받았을 것으로 추론된다.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과 일간스포츠의 장중호 사장은 삼촌과 조카 사이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들 “숙질지간”이 “원수지간”이 되어 버렸다. 일간스포츠가 분사해 나가면서 중앙일보와 제휴하는 바람에 한국일보는 스포츠지를 잃게 되고 중앙일보는 새로이 스포츠지를 얻게 되는 양상이 됐다. 이 같은 상황은 한국일보의 추락을 의미하고 중앙일보는 날개를 달았다는 의미가 된다.

이미 온라인상에서는 일간스포츠와 중앙일보의 ‘조인스 닷컴’이 함께 뜨고 있다. 과거 한국일보 온라인에 뜨던 일간스포츠는 사라져버렸다. 따라서 일간스포츠를 애호하던 많은 네티즌들은 중앙일보의 ‘조인스 닷컴’으로 몰리고 있다. 한편 종이신문에서 일간스포츠는 내년 3월까지 한국일보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계약이 되어 있기 때문에 배포가 가능했지만, 그 이후로는 한국일보에서 더 이상 일간스포츠를 배포할 수 없게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일보는 한때 자매지였던 ‘일간스포츠’에 흠집을 내려고 갖은 수단을 펴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미디어오늘’은 최근 종합일간지인 한국일보와 문화일보가 연예인의 가십성 기사를 게재한 것을 두고 “이효리 신드롬에 편승해 판매부수를 올리려고 했다는 곱지 않은 눈총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이효리의 바쁜 스케줄로 모교 대학축제 일정이 바뀌었다는 박스 기사”였다. ‘미디어오늘’은 “종합일간지에서 연예인을 다뤘다고 비난하는 건 아니다. 넓은 의미에서 신문도 대중문화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문은 대중문화를 감시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기사의 대부분은 알맹이가 없는 가십이었다”고 밝혔다. 알맹이 없는 기사였지만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서 종합일간지의 품위도 져버렸다는 비판이었다.

최근 ‘미디어오늘’은 중앙일보가 일간스포츠 지분 일부를 인수하면서 한국 내 판매 지국도 덩달아 어수선한 분위기였다고 밝혔다. 중앙일보가 일간스포츠 지분에 참여하면서 한국일보가 그간 맡아왔던 인쇄와 판매, 발송업무까지 인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는 것이다. 지역에 따라서 중앙일보 지국이 일간스포츠를 배달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있다. 대전 지역의 한 지국장은 “중앙일보 쪽은 대전 지역 지국장들에게 ‘한국일보가 사정이 어려워 지국장들에게 권리금을 안 줬기 때문에 인수할 수 있으면 빨리 인수하라’고 말하고 다닌다”고 전했다.
다른 지국장은 “판촉할 때 스포츠지를 끼워서 파는 게 관행”이라며 “중앙일보가 그 동안 스포츠지가 없었기 때문에 애로 사항이 많았는데 일간스포츠를 배달하게 된다면 중앙으로서는 날개를 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문이 번지자 한국일보는 각 지역 한국일보 지국에 사장 명의의 공문을 보내 “내년 3월 31일까지는 한국일보가 일간스포츠의 인쇄 및 판매, 발송을 하기로 계약이 돼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을 전달했다. 한국일보 경영전략실 쪽은 공문을 보낸 배경에 대해 “소문 때문에 판매지국의 동요가 있어서 원칙적인 차원에서 사실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무튼 한국일보가 또 무엇을 들고 나와 일간스포츠를 험담할 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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