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씨 “나를 모함·음해 하려는 세력들의 술수 일고가치 없다” 일축… 진원지는 한국정부쪽 지칭
황장엽 방미와 ‘망명설’의 진상은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방미여행과 관련해 “미국 망명설”과 함께 “북한임시정부 수반취임설”이 나돌고 있다. 이 같은 설에 대해 일부에서는 황씨의 방미를 저지시키기 위한 음해라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과거 DJ정부나 현재의 노무현 정부 모두 황씨의 미국행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왜냐하면 DJ와 노 정권의 “친북행위”가 발각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수 차례 황씨의 미국 행을 이런저런 이유로 막아 오다가 체면상 더 이상 막을 수 없자 “망명설”을 퍼뜨리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황씨의 망명설은 미국에서 나오는 것과 한국에서 나오는 것은 크게 다르다. 미국에서 나오는 망명설은 황씨의 인권적 차원에서 자유를 주자는 것이고, 한국에서 나오는 망명설은 황씨를 한국에 묶어 두기 위해서 퍼뜨리는 것이다. DJ는 김정일과의 정상회담과 노벨상을 위해, 망명한 황씨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황씨가 망명한 이유를 한국 국민에게 전하려는 모든 수단을 막아 버린 것이다. 김정일로서는 그처럼 고마울 수가 없는 것이다.
한국정부에 “미운 오리새끼…” 입막기에 “전전긍긍” 방미 막을 구실 없어
북한 고위층들은 지난 97년 2월 황장엽 노동당 비서가 한국으로 망명하자 한동안 위기상황에 빠졌다. 소위 “주체사상의 원조”로 알려진 황씨의 망명은 북한 김일성.김정일 체제를 여지없이 망가뜨리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그토록 자랑하는 ‘주체사상’이 남쪽으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북한은 그 보복으로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를 납치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명은 ‘모란봉 ! ‘이었다.
이 ‘모란봉’ 계획에는 김현철을 포함해 YS 친인척과 측근등 4명인데 대상인물은 매제 김창원, 김정원, 엄기현 등이었다. 물론 북한의 이 계획은 실패로 끝났다.
당시 북한은 황장엽 전 비서의 망명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어떠한 대가를 치루더라도 한국행을 막아야 한다는 김정일의 지시로 중국측과 치열한 막후협상을 벌였다. 만약 이것이 여의치 않다면 황장엽을 중국에서 살도록 하고, 이것조차 안 되면 사살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당시 외신은 평양에서 특수대원 200여 명이 황장엽을 사살하기 위해 베이징에 도착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고 월간지 신동아는 보도했었다. 하지만 당시 중국 정부는 황씨 일행의 의견을 존중해 한국 총영사관 경비를 강화하면서 북한에 이들의 망명이 자유의사이며 한국행을 원한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북한은 “한국행만은 절대로 안 된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난처해진 중국은 결국 그를 제3국으로 인도한다는 방향으로 결론을 냈고 황씨는 결국 한국망명에 성공했던 것이다.
DJ는 김정일과 야합해 계속 황씨를 묶어 두었다. 그러나 황씨가 “자유가 있는 남한 땅에서 말도 못하는가”라고 반항하자, DJ정권은 ‘까불면 목숨도 보장 못한다’고 위협하기에 이르렀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호 월간조선은 황장엽씨가 DJ정부아래서 신변이 위험하다는 메모를 입수해 특종보도했다. 2001년 7월 3일자로 된 메모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적들이 우리를 살해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조건에서 지금 당장 미국 대사관에 망명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암호는 ‘돈문제’로 한다”
국정원의 24시간 감시를 받고 있었던 황씨가 쓴 메모의 전문을 소개한다.
<적들이 우리를 살해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조건에서 두 가지 방법을 고려함이 필요. 첫째는 미국으로 망명하였다가 야당 집권 후 다시 돌아오는 방법(위험을 피하여 적을 폭로하는 방법). 둘째로 지금 언론에 공개하고 투쟁하는 방법(공개적 투쟁 방법) 등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지금 당장 미국 대사관에 망명할 수 있다면 그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이 문제를 미측과 협의하고 방도를 확정하면 좋겠다. 망명문제는 만일의 경우를 생각하여 반드시 서면으로만 협의하도록 할 것. 전화통화는 위험함. 지금은 상대방을 안심시키고 망명문제에 결론이 날 때까지 시간을 끄는 것이 유리할 것같이 생각됨.>
이는 황씨가 죽음을 무릅쓰고 작성한 비밀문건이다. 비록 그는 한국에 망명했으나 평양에서 숙청당해 있는 신세와 다를 것이 없었다.
지난 8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통일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미국 방문을 앞두고 있는 황씨의 망명설이 다시 노무현 측근 의원에 의해 제기돼 관심을 끌었다. 민주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정대철 의원은 이날 “황씨가 방미중 망명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고, 미국도 황씨가 초대 북한 망명 정부의 적임자이기 때문에 망명을 수용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다”면서 “황씨 문제가 북핵 6자회담에서 악재로 등장하면 문제가 복잡해지고 심각해질 수 있다는 차원에서 청와대와 통일부 등이 잘 대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답변에 나선 정세현 통일부 장관은 “(황씨의 미국 망명)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으며 결국은 황씨의 신변안전 문제인데 우리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고…또 그렇게 되면(황씨가 망명하게 되면) 여러가지가 복잡해지고 어려워진다”고 답했다.
질문한 정 의원이나 답변을 한 정세현 장관이나 한 통속이라 북치고 장구 치는 격이다. 정 장관은 이어 “미국내 대북압박론자들이 얼마든지 일(황씨의 미국 망명)을 벌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미 정부 당국자들과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며,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마치 미국측에 모든 책임을 지우겠다는 속셈을 털어 논 답변이다.
정 의원 역시 국감 직후 조선일보 기자와 만난자리에서 “황씨의 미국 망명설에 대해선 아직 딱딱한(믿을만한) 근거는 없지만 내가 들은 것만 해도 정보기관에 있는 사람을 비롯해 5~6차례 정도이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얘기할 순 없는 문제”라며 “미국으로선 족히 쓸 수 있는 카드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철저하게 대비할 필요가 있으며, 만사불여튼튼 아닌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정 의원 당사자 말대로 근거도 없는 소문만을 마치 확실성이 있는 것 처럼 내뱉어 “아니면 말고”식의 행태를 보였다.
이 같은 정부와 여당 의원의 이야기에 대해 네티즌 들도 불쾌감을 표명했다. 네티즌 정백규(nuri53)는 “송두율 간첩 사건도 황장엽씨가 주장안했으면 그냥 넘어갔을 일을 황장엽때문에 들켰으니, 오죽 황장엽씨가 미울까… 이해는 간다…”고 적었다. 또 정백규(nuri53)라는 네티즌은 “황장엽씨가 말한 것 중에 뭐 하나 틀린 말 없더만… 아무리 말해도 윗자리 계신분이 귀가 꽉 막혔으니, 오죽 답답하면 미국 망명까지 생각할까.. 정 의원은 황장엽씨 빨리 죽기만 학수고대하는 것 아닐지…”라고 말했다. “망명설”에 대해 박문수(mauricepark)는“선상님 정부와 자칭 참여정부 하에서 오죽 상처받았으면 망명설까지 나오겠는가? 그저 정일이 자극하지 않을려고 노심초사하고 못갇다 바쳐 안달을 하는구나. 수백만의 인민들이 죽어나가고 수십만명의 탈북자들이 오늘도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는데 당신들 햇볕에 환장한 사람들은 역사의 단죄를 받을 것이다.”라고 한마디. 또 다른 네티즌인 심준보(publius)는 “ 이제껏 한 짓이 있으니 미국 내보내기에 찝찝한 모양이군. 대철아, 그래서 어쩌자구? 내보내지 말자구?”라고 했다.
특히 조성룡(chomnd)이란 네티즌은 “ 가고싶다면 가도록 놔둬야 하는것 아닌가? 대한민국이 무슨 공산정권이냐. 망명이란 단어는 맞지않다. 이 나라가 아니라면 가야하는것은 당연한 것이고 선택권은 황장엽씨한테 있다고 본다. 뭐해준게있다고 통제하려고 하냐.”고 현정부를 꼬집었다.
한편 황장엽씨측은 국감에서 정 의원이 ‘망명설’을 제기하자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황씨의 한 측근은 “황 선생이 ‘망명이란 국가관이 똑바로 서지 않은 사람이나 하는 것이며, 한국을 조국으로 찾아온 내가 왜 망명하느냐’며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황씨측은 나아가 “증거는 없지만 이 같은 소문은 황 선생의 미국 방문을 반대하는 세력이 퍼뜨린 음모”라고까지 주장했다. 황씨측은 망명설의 진원지로 정부 쪽을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황씨를 오랫동안 보호해 왔던 관계 기관에선 망명설이 미국과 황씨 주변에서 흘러 나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황씨 망명설은 황씨가 실제로 미국 땅을 밟은 뒤에야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황씨의 방미를 준비하고 있는 워싱턴 교민 단체의 한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황씨의 망명 가능성을 오래 전부터 우려해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나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황씨를 초청한 ‘디펜스포럼재단’측도 황씨가 워싱턴에서 28일부터 1주일 동안 머물며 미국 의회와 행정부 관계자들을 면담하는 등 일정을 보낸 뒤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황씨의 방미는 미 안보재단인 디펜스포럼재단(회장 수잔 숄티·Scholte)이 97년 황씨 망명 이후 방미 초청장을 보내 시작됐다. DJ 시절부터 논란을 빚어온 황씨의 방미문제는 노무현 정부 들어 본격적으로 추진됐는데 디펜스포럼재단측은 한국 정부가 협조하지 않자 과거처럼 미국 상·하원 의원들과 국무부를 통해 황씨의 초청을 지속적으로 한국정부에 요청해 결국 오는 28일 방미를 허가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