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산산조각난 10년 우정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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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대 LA 한인회 내우외환(內憂外患) 풍파에 부딪혀 자멸위기

LA 한인회 하기환 회장과 정인철 이사장간의 10여년 넘은 오랜 우정에 마침내 금이 가고 말았다. 과거 90년대 초반 하기환 씨는 LA 상공회의소 회장을, 정인철 씨는 부회장을 역임, 서로 런닝 메이트로 함께 뛰며 한인 단체장으로서 인연을 맺었다. 이후 지내온 숱한 인연을 계기로 지난해 제26대 LA 한인회에서는 회장과 이사장 직에 각각 선출됨으로써 또 한번 한인 봉사단체의 부흥을 꿈꾸며 두 사람은 손을 맞잡았던 것이다.
하지만 임기가 9개월 여 남은 시점에서 그 동안 알지 못한 앙금(?)이 쌓였는지 다소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이던 두 사람은 그 간의 우정을 뒤로 한 채 서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끝내 넘고야 말았다.

지난 14일 열린 제26대 LA 한인회 정기이사회에서 전격적으로 정인철 이사장의 3개월간 정직처분이 결정된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지게 된 것은 이날 보도된 모 라디오 방송 ‘기자 Report’가 발단이 되었다.
모 방송 ‘기자 Report’에 녹취된 정인철 이사장의 녹음 cut부분이 문제가 되어, 때마침 이사회에 참석하다가 이를 청취한 하기환 회장을 비롯 이사진들이 즉각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즉 ‘한인회 정관 제11장 37조(본회 임원, 이사 및 사무직원이 고의로 한인회 명예를 훼손하거나 업무를 방해하거나 유언비어 날조 등 회의화합에 해를 끼칠 경우 이사회는 해임 혹은 제명을 의결할 수 있다)를 들어 정인철 이사장에게 책임을 물은 것이다.

이번 결정과 관련 정인철 이사장은 이 같은 독단적 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난 15일과 21일 두 차례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하기환 회장과 동반사퇴’를 제의하고 나서 향후 ‘한인회 내분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상균<취재부 기자> [email protected]

‘한인회 내분사태’의 전모

우선 이번 사태에 발단이 된 모 라디오 방송 Reprot 기사를 살펴보겠다.

[ 배부전씨가 제기한 한인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이 다가오는 가운데 LA 한인회 이사진이 양분돼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정인철 이사장을 중심으로 한 이사들은 이번 소송에서 하기환 회장이 패할 경우 피해소송과 관련된 모든 책임은 이사들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주장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정인철 이사장 녹음 cut)
특히 이들 이사들은 자신들은 하기환 회장이 회장직을 수행하는 것에 동의하는 데는 서명은 했지만 이 서명으로 인해 이번 소송에 대해 책임을 질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평소 한인회와 관련,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가 잦았던 정인철 이사장은 이날도 담당기자가 전화인터뷰를 요청하자 흔히 말하는 몇 마디 커멘트를 했고, 위 기사와 함께 LA 한인회 정인철 이사장의 ‘녹음cut’이 녹취되어 나간 것이다. 이날의 리포트는 공교롭게도 LA 한인회 정기이사회가 열리는 바로 그날 때마침 전파를 탔고, 이사회에 참석하기 전 방송을 듣거나 전해들은 하기환 회장을 비롯 측근(?) 이사진들이 분개했다는 후문이다. 일부 언론보도에 의하면 “하 회장은 문제의 라디오 방송이 나가기 전 가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사회에서 정 이사장의 발언을 문제 삼겠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돼 이번 처벌이 ‘다분히 의도적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어 이에 대한 논란 또한 뜨겁다. 이날 모 방송에 나간 기자 리포트를 떠나 ‘괘씸죄’를 적용해 이미 정인철 이사장에 대한 징계 움직임이 사전에 준비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정기이사회가 열리자 일부 이사들은 “정인철 이사장이 한인회장 당선 무효 소송 항소심에 대한 인터뷰에서 한인회장이 재판에서 지면 큰일이 발생하는 것처럼 말했다”며 이사장의 즉각적 사과를 요구했고, 이에 대해 정인철 이사장은 “기자가 전화로 묻기에 평상적인 대화로 여러 가지 걱정을 토로했을 뿐”이라며 “문제점이 있는 것이 뻔히 알려져 있는데 문제점을 덮어둔다고 될 일이냐”며 강력히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 언론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한인회 정기이사회에서 다뤄진 ‘정인철 이사장의 징계안’은 ‘1안’과 새로이 제기된 ‘개의안’에 대한 투표가 먼저 실시되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1안은 ‘모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 이사장이 한인회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정인철 이사장에 대해 3개월간 정직을 내리자는 내용의 안이었고, ‘개의안’은 엄익창 간사가 제기한 ‘방송을 듣지 못한 이사들도 있으니 방송을 듣고 나서 이사장 정직에 대해 결정을 내리자는 안이 제기되어 두 안을 놓고 우선 표결에 부쳐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세는 이미 ‘징계’ 쪽으로 가닥이 잡혔고, 1안을 놓고 표결에 부친 결과 35명의 재적인원 중 총 18명이 참석한 가운데 12명이 1안에 찬성하고 5명이 반대, 1표가 무효 처리되었다는 것이다. LA 한인회 허상길 사무국장은 본보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주며 “과반수 이상이 출석했고,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습적 ‘징계조치’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정인철 이사장을 비롯 일부 이사들은 “너무 섣부른 결정이었다”며 “과거 전례를 비춰볼 때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매달 열리는 정기 이사회를 감안할 때 한차례 조사를 거쳐 11월 정기이사회 때 징계안을 다룰 수도 있었다”며 ‘개의안’ 등이 묵살된 것 또한 다분히 의도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된 직무가처분 신청과 향후 움직임

당초 지난 22일 열리기로 했던 ‘제26대 LA 한인회’ 하기환 회장의 직무가처분 신청(T.R.O.) 항소심은 재판일정이 다가오자 그 결과 여부가 최근 타운 내 초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이 항소심은 예상대로(?) 11월 16일로 연기되며 당초 ‘제26대 LA 한인회 임기가 끝나기 전에는 항소심의 최종판결이 나오기 어렵다’는 기대에 부응하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최근 정인철 이사장이 하기환 회장을 비롯 한인회가 소송에 패했을 경우 ‘이사진들의 책임한도가 어디까지인가’를 놓고 문제점을 제기하고 나서자 하 회장과 정인철 이사장간에 묘한 기류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정인철 이사장이 지적한 책임한도 문제에 대해 소송 원고인 미주통일신문 배부전 발행인은 본보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항소심을 꼭 이길 자신이 있다. 이렇게 소송을 끌면 끌수록 소송비용이 더 가중될 것이다”라고 전하며 “항소심 승소시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게 되어있으며, 피고는 분명히 비영리단체인 LA 한인회 하기환 회장을 비롯 이사진들이 포함되어 있다. 들리는 바로는 보험에 가입되었다고는 하나 이를 확인할 수 없고 만약에 커버하지 못할 경우 과거 전례를 비춰볼 때 이사진들의 연대책임이 불가피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처음에는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 ‘불법 정관개정’을 통해 연임하고 있는 하 회장을 끌어내리는 것이 오로지 목적이었으나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며 “소송이 지연되며 받은 정신적 피해소송까지 포함해 100만 달러의 소송을 준비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본 한인회 관련 소송은 앞으로 이민 후배들에게 이와 같은 부정한 역사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본보기를 보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우정이 깨지기까지…

사실 끈끈했던 두 사람의 우정의 금이 가게 된 결정적 계기는 올 초부터 타운 내 센세이션과도 같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제26대 한인회’와 관련 미주통일신문 배부전 발행인이 제기한 소송의 1심 판결문이 나온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지난 1월 14일 LA 수퍼리어 코트 레카나 담당판사는 1심 판결문에서 “하기환 회장이 잘못 개정된 정관에 의해 선출됐으므로 한인회장으로서의 모든 권한과 활동을 영구히 금지하며 한인회의 모든 재산은 지난 99년 변경 전 정관에 따라 5인의 분쟁 조정위원회에 이관토록 하라”라는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 판결문이 나오자 타운은 술렁됐고, 하 회장이 한인회에서 손을 떼는 것은 기정사실화 된 것으로 보였다.
하기환 회장 역시 1심판결과 함께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항소하지 않겠다”라고 밝히며, 한인회장직을 물러날 뜻임을 밝힌 바 있었다.
이렇게 되어 상황이 급박히 돌아가자 한인회 정관에 따라 변호사 협회 회장, CPA 협회 회장, 남가주 교회협의 회장, 불교사원 연합회장, 카톨릭 평신도 협의회 회장 등 5인으로 구성된 5인 분쟁조정 위원회가 긴급 소집되기에 이르렀다. 이어 현 이혁 수석 부회장을 직무대행자로 임명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이 때만 해도 분위기는 조속한 시일 내에 ‘재선거’가 실시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에 따라 이혁 수석부회장, 정인철 이사장 등 많은 자천타천의 한인회장 후보들이 ‘공석이 된 한인회장’ 자리를 놓고 한차례 격돌이 불가피해 보였다.

하지만 하 회장 등 한인회가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심’을 제기하게 되면 ‘항소심’ 최종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회장직을 수행할 수 있는 묘안(?)이 제기되었다. ‘항소심’을 통한 일종의 ‘지연책’을 구사하면 제26대 회장직 임기를 끝마칠 수 있게 되자 일순간 상황이 뒤바뀌었던 것이다. 한인회장 ‘재선거’가 기정 사실화되는 분위기에 편승해 일부 차기 회장 후보자들이 ‘출사표’를 던지기 직전인 상황에서 완전히 반전시킬 수 있는 ‘묘안’이 나와 버린 것이다.

바로 이 당시 이러한 항소심 제기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한 임원이 ‘정인철 이사장’이었다. 어떻게 보면 ‘입바른 직언’을 한 것이겠지만, 이 같은 반대제기 이후 둘 사이에는 우정이 금 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한인회는 이혁 수석부회장 직무대행 체제를 거쳐 다시 하기환 회장체제로 돌아서기에 이르렀고, 이때부터 시작된 두 사람의 ‘앙금(?)’은 해소되지 않은 채 지속되었던 것이다.

정인철 이사장 ‘동반사퇴’ 제의

다시 이번 ‘LA 한인회’ 내분사태를 다시 살펴보자.
정기 이사회에서 징계처분이 내려지자 이사회의 결정이 내려진 다음날인 지난 15일 정인철 이사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정인철 이사장은 타운 내 한 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모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사회에서 논의될 안건 등을 언급하며 가볍게 인터뷰에 응한 것에 대해 마치 ‘대담‘을 나누었다는 말도 안 되는 억지성 이유를 들어 곧바로 당일 ‘명예훼손’이라는 굴레를 씌워 정관에도 제대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사상 초유의 이사장 정직 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며 “하기환 회장과의 동반사퇴 제의’를 하고 나서는 등 폭탄발언을 한 것이다.

정인철 이사장은 지난 15일과 21일 두 차례에 걸쳐 기자회견을 통해 “더 이상 신뢰를 잃은 한인회를 지켜볼 수 없다”며 “하기환 회장에게 공식적으로 동반사퇴를 하자”고 제의하고 나섰다. 또한 정 이사장은 “하기환 회장이 이사회와 이사들을 무시하고 권위주의적인 횡포를 부리고 있으며, 한인회 예산도 유용하고 있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한인사회로부터 모금한 35만 달러 중 29만 달러를 사용했다지만 이에 대한 결산보고 등 사용출처를 정확히 밝힌 적이 없고 불투명하게 예산을 운용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이사장은 다소 분한 감정을 실어 “이사장조차 할 말을 하지 못하는 현 한인회 풍토가 걱정스럽다”며 본인과 하 회장의 동반사퇴를 통한 재선거 모색 등 본격적인 ‘한인회 살리기’에 나서겠다는 뜻을 비춰 이번 사태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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