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정말 [조중동]에서 빠지고 싶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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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KBS 사장으로 자리를 옮진 정연주 전 한겨레 논설주간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세 신문의 제호 첫 글자를 따 만든 ‘조중동’은 흔히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거대한 권력집단, 즉 언론권력의 상징어로 불린다.

한국 신문시장의 7할 정도를 점유하면서 여전히 보수·수구 여론을 견인하고 있는 ‘조중동’ 가운데 조만간 ‘이탈자’가 나올 모양이다. 언론계, 특히 신문계는 이를 흥미진진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근 중앙일보가 그 신호탄을 쏴 올리자 ‘세 쌍둥이’ 가운데 하나인 조선일보가 그 저의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은근히 비하하는듯한 투로 이를 보도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23일자 미디어면에서 김택환 미디어전문기자(언론학 박사)의 ‘김택환의 미디어세상’을 통해 ‘중앙일보는 조중동에서 빠지고 싶다’는 의향을 은근히 내비쳤다. 비록 개인칼럼이지만 비중있는 전문기자의 글이어서 회사측의 의사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본론으로 들어가보면, 김 기자는 며칠전 한 세미나에서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이 “최근 중앙일보는 대북관계, 대통령 보도 등에서 조선, 동아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중앙을 ‘조중동’ 틀에 묶어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조중동 단어 폐지 주장)”고 한 주장을 첫머리에 인용해 글을 시작하고 있다.

조중동에서 ‘중앙분리론’을 편 최 총장의 주장에 대해 김 기자는 “그동안 진보적인 시민언론단체가 보인 한 쪽의 입장만을 부각시키는 관점을 털고 미디어 현실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비판 방법론을 여는 반가운 징조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를 한마디로 풀이한다면 ‘중앙을 조중동에서 분리시켜줘 고맙다’ 정도로 요약할 수도 있겠다.

한편 중앙의 이같은 보도에 대해 은 27일자 ‘중앙일보, 조중동에서 빼달라?’ 제하의 기사에서 그 본질을 “내부의 신문 판매전략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해 ABC 부수공사에서 조선-동아에 이어 3위인 중앙이 이같은 시도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 관심을 끌고 있다고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이 차마 표현하지 않았지만 그 속마음을 상상해 본다면, “뭐? 중앙 너희들이 조중동에서 빠지겠다구? 그래 빠질려면 빠져봐, 너희들이 빠져봐야 그게 그거지, 누가 너희들 잘났다고 알아주기난 한대?” 뭐 이런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중앙의 이같은 시도에 대해 조선닷컴식, 즉 ‘수세식 분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실지로 중앙은 최근 의 언론영향력 조사에서 전체 5위, 조중동 가운데서는 3위를 기록했다. 그동안 부수로 동아를 앞선다고 선전해왔던 중앙으로선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중앙의 ‘조중동 탈피론’은 또 다른 요인이 없지 않다. 이른바 ‘공세적 분석’이다. 즉 지금이야말로 조중동의 멍에를 벗으면서 이미지도 개선하는 동시에 부수도 늘여보자는 이중속셈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한 예로 최근 송두율 교수사건을 계기로 방송가에 번진 ‘안티 조-동’ 운동이 그것이다. KBS의 ‘한국사회를 말한다’ 프로그램에 대해 조선-동아가 융단폭격식 사상공세를 펼치자 급기야 KBS PD협회는 ‘조선-동아 취재거부를, KBS노조는 ‘조-동 구독거부’를 선언했다. 조-동 규탄 대열에는 방송계 전체가 동조하는 분위기다.

이유야 어쨌건 중앙이 조중동에서 빠지고 싶어한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단 중앙에게 이 한 마디를 던지고 싶다.

“조중동에서 중앙 빼주겠다, 단 연말까지 지켜본 후에.”

굳이 단서를 단 것은 중앙이 과거 행태로 볼 때 미덥지 못한 점이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의 발단을 제공한 최민희 총장 역시 그런 입장이다.

최 총장은 28일 오후 필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중앙 분리론’ 발언의 배경을 두고 “전체적으로 볼 때 중앙이 ‘조중동’ 맥락에서 별 차이는 없지만 최근 KBS사태 건이나 재신임정국 초기 보도태도 등 몇몇 개별사안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어 그 의미를 중요하게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보다 더 나아가 ‘중앙 분리론’이 성급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최 총장이 참석했던 그날의 세미나장에 방청객으로 참석했던 강기석 경향신문 상무(전 편집국장)는 “현재의 여론시장을 감안할 때 중앙을 조중동에서 분리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피력한 바 있다.

이같은 지적은 중앙의 ‘원죄’에서 비롯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언론사 세무조사 정국 때 중앙 기자(사원)들이 보인 ‘사장님, 힘내세요'(중앙측은 ‘홍사장, 힘내세요’라고 주장함)를 비롯해 IPI 보고서 ‘받아쓰기’ 등에서 중앙이 ‘조중동 대열’을 과연 이탈할 수 있을 것인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삼성 비판에서 축소 내지 비켜가지라든지 친재벌-반(反)노동자적 보도 태도 등에서 중앙이 공정하고 균형된 보도태도를 지속적으로 견지해 낼 수 있을지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필자는 중앙의 이같은 시도가 설사 어떤 저의가 있다고 해도 한번 믿어보고 싶고 또 기대해 보고 싶다.

필자가 소속된 에서는 그런 의미에서 연말까지 유예기간을 두고 중앙을 유심히 관찰할 생각이다. 그리고 만약 그 때 중앙의 현저한 ‘조중동 이탈현상’이 발견될 경우 ‘조중동’ 대신 ‘조-동’으로 고쳐 쓸 방침이다.

새해에 중앙의 ‘아름다운 이탈’을 기대해본다.

ⓒ 2003 OhmyNews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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