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카운티 구치소에서 동료 수감자들에게 피살된 한인 홍씨 케이스는 여러모로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이 사건은 LA일원에서 가장 경비가 삼엄한 구치소 안에서 수감자가 무기와 폭력에 의해 피살됐다는 것과 알려지기로는 최초의 한인 구치소 피살사건이란 점에서 한인사회에 큰 충격과 문제점을 던져 주고 있다. 우선 한국인이 피살된 사건에서 LA총영사관이 미국 당국으로부터 신속한 통보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서 한국인들은 범법행위로 체포되어 수감을 당할 경우 또 다른 위험이 구치소내에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구치소는 여러 인종의 사람들이 수감되어 있는 관계로 항상 인종갈등이 벌어지는 곳이다. 과거 이곳에 수감 경험이 있는 한인들과 재소자 사목자들 따르면 구치소내에서는 밖에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폭행과 싸움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갱들은 이곳에서도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본보는 교도소 사역자와 과거 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한 사람들을 통해서 이번 사건의 발생 여건과 예방차원의 문제점을 특별 취재했다. 누구든지 구금당할 수 있는 경우가 있을 지 모르기 때문이다.
LA구치소 홍씨 피살사건 계기로 본 LA 구치소 실태와 문제점
홍씨의 피살은 구치소 내 관리 ‘구조상 문제점’으로 부각 구치소내 폭력은 사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공포 분위기
LA 총영사관(총영사 이윤복)은 지난달 21일 LA카운티 다운타운 구치소에서 피살된 홍씨의 가족을 방문했다. 총영사관측은 최근 홍씨의 부모를 만나 이번 사건에서 홍씨가 인종 차별 등 불법조치 등을 당하지 않았나 등에 대해 경찰 당국과 연락 체계를 통해 공정한 수사를 펼치도록 모든 채널을 동원 하겠다고 약속 했다. 그러나 이는 “사후 약방문”이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총영사관은 이번에도 사건발생을 언론을 통해 알았다고 한다. 평소 미 사법당국과 공조가 긴밀했다면 사건을 미리 통보 받을 수도 있었다. 왜냐하면 이번 사건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구치소내 살인사건이기 때문이다. 최근 총영사관은 법률 담당 변호사를 고용하고 있으나 적극적인 미 사법당국과의 채널 확보에는 미흡한 것으로 보여진다.
LA카운티 구치소에서 수감자가 정식으로 구금되는 수감자입소센터(Inmate Reception Center) 벽면에는 한국을 포함해 약 100개 국가의 LA주재 공관의 전화번호가 개별 국가 국기와 함께 적혀 있다. 수감자들이 자국 공관의 도움이 필요하면 해당 전화번호를 이용하라는 것이다. 미국은 1969년 비엔나협약에 따른 국제조약을 비준했는데 이 조약은 외국인을 구금했을 경우 “귀하는 귀국 공관에 도움을 청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을 알려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도 이 조약에 가입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이 같은 권리보호를 더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1999년에 캘리포니아주는 모든 사법관련 당국에 대하여 “외국인을 체포했을 경우 적어도 2시간 이내에 당사자에게 해당국 공관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알려야 한다”고 법으로 정했다. 그러나 이 규정대로 실시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벌칙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다. 만약 LA구치소에 구금당한 사람이 영사보호를 원할 경우 LA카운티 세리프 당국은 이를 해당 총영사관에 통보할 의무가 있다. 현재 LA카운티셰리프국에는 풀타임 경찰이 이 같은 외국인 전담연락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평소에 LA총영사관이 이 같은 연락기관과 접촉을 가져 왔다면 이번 사건 실태파악에도 크게 도움을 얻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 같은 권리를 알고 있는 한국인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 가? 지금까지 총영사관이 한인사회에 대하여 이런 사실들을 홍보했는지 의문시 되고 있다. 지난 해만도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출국한 한인들이 70만 명에 이르는데 이들 중 과연 어느 정도가 이런 권리가 있는 것을 알고 여행했는지 역시 의문이 가고 있다. 최근 본국의 외교통상부가 해외여행하는 한국인들에게 ‘위급시 도움을 청하는 방법’을 담은 책자를 각지역 공관에도 배포했다. LA총영사관은 이런 책자를 한인사회에 효과적으로 홍보에 나설 필요도 있다. 이민 온지 20년이 됐다는 피터 리(57, 상업, 터스틴 거주)씨는 “지금까지 구금시 영사보호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들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오렌지 카운티 구치소에 수감된 경험이 있는 한 영주권자 동포는 “수년 전 음주운전으로 체포당했는데 영사보호 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LA 카운티 중앙 구치소는…![]() 한인 홍씨 피살사건이 발생한 LA카운티 중앙구치소는 계약에 의해 LA카운티 셰리프 국에서 관리한다. 이 구치소는 쌍둥이 빌딩 구조로 되어 있어 ‘트윈 타워스(Twin Towers)’로 불리고 있다. 이 구치소는 LA카운티 구치소 중 가장 큰 시설일 뿐 아니라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이다. 2,000개의 감방(Cell)이 있으며 병상 침대만도 200개가 된다. 정신질환 수감자만도 2,000명에 이른다. 이를 합해 평소 수감자만도 8천명 정도에 이른다. 여기에는 미결수와 일부 기결수들이 수감되어 있는데 남성구치소, 여성구치소, 메디칼 센터, 수감자 병동 등으로 구분되어 있다. 이 곳은 약 400여명 이상의 셰리프국 경찰들이 수 억 달러 상당의 감시장비를 동원해 24시간 수용 중인 죄수들을 감시하는 최첨단 수용시설을 자랑하고 있다. 홍씨가 살해당한 야간시간대에 근무 중이던 셰리프 경찰은 100명 내외로 알려지고 있다. 이곳은 과거 OJ심슨도 수감된 적이 있고 세상을 놀라게 한 각종 사건의 혐의자들이 갇혀 있었고 정계에서 활동하다 비리에 걸린 사람도 철창생활을 하던 곳이다. 대부분 수감자들이 흑인과 라티노들이며 한인들도 많을 때는 수십 명 정도이다. 하루에 보통 18,000 명분의 식사가 만들어 진다. 면회는 일주일에 2회에 30분간을 할 수 있다. LA카운티 지역에서 일단 체포된 사람들은 각 경찰서별로 호송해 다운타운 중앙구치소에 수감한다. 이곳에 처음 수감된 사람들은 우선 수감자입소카운터(Inmate Reception Center)에서 1차 신체검사를 받는다. 소지품은 물론 몸에 지닌 모든 것을 꺼내 놓아야 한다. 신발도 벗으면 세리프 경찰관이 한짝 씩 비틀어 보면서 검사한다. 혹시나 칼이나 기타 마약이나 담배 등을 감춘 것이 있는가 보는 것이다. 물론 벗어 논 양말도 검사한다. 이 콘크리트 바닥에 푸른 줄이 그어져 있는데 그 줄을 따라 가라고 한다. 약 30 미터쯤 걸어가면 다시 검색대가 나온다. 이곳에서 각자 바코드가 담긴 수감번호로 적힌 띠가 손목에 채워지고 지문채취 사진촬영 등을 하게 된다. 그후 수감자에게 비닐봉지가 제공되는데 체포당시 입었던 옷을 벗어 넣게 된다. 나체가 된다. 그런 다음 미결수복을 받아 입게 된다. 불루진 상하에 내복상하 그리고 검은색 운동화를 지급받게 된다. 갱조직 범죄자들은 흰색에 줄이 처진 수감복이 제공되고 건강상 문제가 있는 수감자들에게는 노란색 수감복이 제공된다. 그 다음 기본적인 신체검사와 건강상담을 받게 되는데 수감자들이 많아 몸무게 한번 체크하는데 한 시간 정도 대기하게 된다. 건강상담은 “에이즈 감염됐는가” “동성연애자인가” “채식주의자인가” 등등을 묻는데 이 상담을 받는데도 한두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수백명의 새로운 구금자들이 한데 뒤섞여 북적 대면서 최소 6시간에서 12시간 정도 지루하게 수속과 검사를 마친 다음에야 비로소 감방에 들어 가게 된다. 처음 구금되어 이 구치소에 수감되는 사람들은 이 같은 지루한 수속에 기진맥진하게 된다. 구치소에 수감 중 법정에 출정하게 되는 날은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한다. 매일 수백 명씩 법정에 나가는 수감자들은 일단 지하동굴 같은 여러 감방 대기실에 분산 수용되어 대기한다. 아시안 수감자들도 별도의 대기 감방에서 기다리게 된다. 그런다음 각 지역법정 마다 가는 수감자들을 모아 수갑을 채우고 다시 철사 줄로 여러명을 한데 묶어 호송 차량에 태운다. 멀리 밸리지역이나 산타모니카 지역에 가는 수감차 호송 차량은 7시쯤에 출발한다. |
총영사관 영사보호 대책 마련 시급
홍씨는 이곳에 수감 된지 1주일도 되지 않은 지난달 21일에 칼로 상체를 난자 당한 후 쓰레기 카트에 버려졌다. 그날은 홍씨가 경범죄로 재판에서 5일 실형을 선고 받고 구치소로 돌아온 날이었다. 보통 재판을 받은 수감자는 호송버스로 구치소에 돌아와 바로 대기실에 보내진다. 수감자가 많으면 아시안들과 다른 인종들을 분리해 나눠 수용한다. 보통 한 시간이나 두시간 정도 대기한다. 재판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많아지면 다시 수감자 감방 근처 대기실로 분리 수용한다.
여기서도 길면 또 한시간 이상 대기해야 한다. 이 같은 대기실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수십개가 있다. 바닥이 콘크리트이고 벽을 따라 알루미늄 벤치가 있다. 한 코너에 변기와 싱크대가 있는데 칸막이 벽돌 벽이 한쪽만 가린 채 용변 보는 사람의 상체는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복도쪽에 출입문과 두터운 파이버 글라스 창문이 있다. 한마디로 밀폐된 공간에 수십 개의 대기실을 만들어 논 것이다. 이곳에서 가끔 수감자끼리 다투는 수가 있다. 웬만한 소리는 바깥에서 들리지 않는다. 인터콤 장치가 있다. 비상시 에만 사용하라는 주의가 적혀있다.
수시간 동안 대기실에 갇혔던 수감자들은 다시 자신의 감방 근처 대기실이나 운동실 근처에서 신체검사를 받는다. 수감자들은 벽쪽으로 일렬로 세워지고 옷을 완전히 벗어 나체가 된다. 신발과 양말 그리고 내복 수감복 등을 바닥에다 벗어 넣는다. 그런다음 교도관의 지시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입을 벌이고(입안에 숨긴 것을 찾아낸다) 기침도 해보고 고개를 숙여 머리카락을 흐트러 보인다(머리숫이 많은 사람들이 면도칼 등을 감출 수 있다). 발바닥도 보인다. 그리고 교도관 쪽으로 궁둥이를 보여 허리를 굽힌다음 양손으로 궁둥짝을 벌여 항문이 보이도록 한다. 이럴때 교도관은 후래쉬로 항문속을 비춰본다. 이 신체검사가 끝나면 비로소 수감자들은 자신들의 감방으로 들어가게 된다. 재판을 끝내고 트윈타워스에 도착해서도 적어도 3시간 정도가 지나서야 자신들의 감방에 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이날은 대기실에서 차가운 샌드위치로 저녁식사를 때워야 한다.
이번에 피살된 홍씨는 트윈타워스의 남성구치소 내 2501 아시안 돔(Asian Dorm)에 수감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통 아시안 수감자들은 대부분 라티노들이 수감된 2층의 마지막 섹션인 2600 섹션이나 그 옆에 별도로 만들어진 2501 돔에도 수감된다. 2600 섹션에는 약 15개의 감방이 한줄로 자리잡고 있는데 여기에 한국인, 베트남, 필리핀, 중국, 남태평양계인 사모아, 통가 피지 등 인종도 수감된다. 한국인들은 보통 6, 7번 감방(Cell)에 수용되는데 한방 정원이 4명이지만 보통 8명 정도 수용된다. 여기에 보통 2-3주 수감됐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홍씨가 수감됐던 2501 돔은 원래 창고였으나 늘어나는 수감자들 때문에 이곳도 감방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 감방에는 가운데 알미늄 테이블이 4개정도 있으며 벽쪽으로 2층 철제 침대가 20개 정도 자리잡고 있어 40명 이상을 수용한다. 출입구는 육중한 철제 문이 유일하며 이문도 전기장치로 열고 닫게 된다. 철제 문에는 아주 조그만 파이버글래스 창문이 있어 이를 통해 유일하게 복도를 볼 수가 있다. 감방은 사면이 벽으로 둘려 싸여 밀폐된 공간이다. 침대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별도의 공간이 없어 수감자들이 감방 내에서 돌아다니기에도 불편할 정도이다. 일부 수감자들은 침대시트로 자신의 침대를 커튼처럼 가리우고 있어 침대 안에서 무슨 짓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물론 교도관들은 순찰 시에 이 같은 시트로 침대를 가리고 있는 것을 적발하고 있지만 순찰이 지나가면 다시 시트로 가린다. 순찰도 보통 한 두시간에 한번 정도이고 야간 점호도 10시30분과 자정인 12시에 실시하는 관계상 5시에 저녁 식사 후 점호 때까지는 약 5시간 정도는 감독이 없는 실정이다. 그 동안에 감방 내에서 싸움이 일어나도 밖에서는 들리지 않는다. 만약 저녁식사가 끝난 후 감방 내에서 홍씨가 피살됐을 경우 가해자들은 홍씨의 시체를 침대시트로 덮어 두었다가 식사 찌꺼기 등등 쓰레기를 치운다는 명목으로 쓰레기 카트를 빌려 그 안에 유기 시킬 수도 있다. 아니면 홍씨가 재판정에 갔다 와 감방으로 옮기기 전 세탁장 수거물 대기장에서 다른 수감자들과 대기 중에 피살되어 주위에 있던 쓰레기 카트 안으로 유기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경우 홍씨는 재판에 출두했다가 마지막 그룹에 포함되어 구치소에 늦게 도착했을 경우가 된다.
이 같은 아시안 돔 감방과 2600 아시안 섹션 입구 복도 한편에 세탁물 창고가 있다. 이곳에서 각 감방 수감자들의 세탁물을 받아 임시로 두었다가 대형카트에 담아 메인 복도로 나간후 엘리베이터를 통해 지하로 보내진다. 이 엘리베이터를 통해 쓰레기물도 치워지고 수감자 식사도 날라오게 된다. 자연히 이 엘리베이터에는 각종 카트가 드나들게 된다. 이들 각종 카트들을 운반하는 사람들은 수감자들 중에서 뽑아 일을 시키는 것이다. 이들을 보통 “트러스티”라고 부르고 있다. 잠자러 가기 전 까지 이들 트러스티들은 교도관의 지시에 따라 청소도 하고 세탁물도 나르고 물품도 운반하는 일을 한다. 교도관들이 이들 주변에서 감시도 하지만 보통은 지시만 하고서는 딴 일을 하게 되는 것이 일반화 됐다.
이번 홍씨의 시체 발견은 밤 10시 30분에 실시하는 점호시간에 홍씨의 실종을 파악한 교도관들이 수색 중에 쓰레기 카트를 발견할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야간점호는 직접 교도관이 감방으로 들어와 일일히 확인하는 경우도 있으며 때로는 모두 복도로 불러내 일일히 호명한 뒤 감방으로 돌려 보내는 경우도 있다. 또 교도관이 직접 감방 안으로 들어 오지 않고 출입구 철제 문 앞에 서서 수감자 이름을 불러 확인하기도 한다. 만약 점호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즉시 비상이 걸리고 수색작업에 나서게 된다. 이 경우 모든 감방은 폐쇄된다. 이번 사건이 우연히 쓰레기 카트를 검색하다 시체를 발견된 경우라면 당일 점호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