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1의 통신사업자로 등극한 버라이존은 최근 구조조정의 방법으로부상하고 있는 기업 인수·합병(M&A)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지난 97년까지만 해도 시내전화사업자에 불과했던 버라이존은 미국 동북부지역 중심의 벨 애틀랜틱, 나이넥스 사를 합병한 데 이어 98년에는텍사스, 캘리포니아, 워싱턴 주 등 남부와 서부지역 중심의 GTE를 합병해 사업영역이 미국 전역으로 넓어졌다.
또 지난해 4월 영국 제1의 통신사업자 보다폰까지 합병작업을 마무리해명실공히 미국은 물론 유럽까지 총괄하는 세계 최대의 통신사업자로 발돋움했다.
이른바 통신사업의 변수로 꼽히고 있는 ‘공간의 시너지’를 창출한 버라이존은 지난해 매출액 기준으로 그 동안 미국 통신시장을 제패해왔던AT&T를 제치고 당당히 정상에 올랐다.
버라이존은 단순히 몸집만 비대해진 거대 공룡이 아니었다. M&A 후에도고객과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질적 경쟁력 향상에도 게을리하지않았다. 시내전화, 장거리전화, 국제전화 등 음성통신뿐 아니라 인터넷, 휴대전화 등 유·무선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통신업체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버라이존은 2000년 말 현재 1억900만 가입자회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용량 상위 100개 도시 중 67개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무선분야는 2750만 가입자와 400만 호출기 이용자로 이용량 상위 100개 도시 중 96개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전세계 40개국에 지사를 두고 21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400만접속회선 및 600만 무선가입자를 확보했다. 매출액도 647억달러를 기록했으며 시내전화 1위, 장거리전화 4위, 이동전화 1위의 시장점유율을 보였다.
버라이존은 앞으로 데이터 서비스와 이동통신사업 비중을 지난해 9%, 22%에서 오는 2003년에 각각 16%, 30%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신기술, 신서비스의 주도하에 인터넷을 주축으로 한 데이터통신 시장이 오는 2007년쯤 시장규모 면에서 음성전화 시장을 압도할 것으로 보고 올해중 데이터와 이동전화사업 부문에 각각 47억달러씩 투자할 방침이다.
전반적인 IT산업 부진으로 매출액 급감, 대량 해고, 투자 축소 등의 위기를 겪고 있는 와중에서도 버라이존이 이처럼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배경은 무엇보다 신속하고 시의적절한 M&A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서로 다른 조직이 갖고 있는 경험과 장점을 최대한 살리려는 ‘조화와 통합 경영’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통합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다. 빌링 시스템이 회사마다 달라 애를 먹었고 무선 분야에서도 가입자 수를 계산하는 방법도 달라 지난 1/4분기 중 이를 일치시키는 데 무려 90만명의 가입자가 떨어져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버라이존은 이를 통합하는 데 성공했으며 중복된 부서 직원들은 해고보다 전환배치를 통해 업무능력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탄탄한 조직력도 M&A를 성공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척 리와 이반 사이덴버그 공동 최고경영자(CEO) 아래 래리 바비오 부회장(국내 부문)과 마이크 메이슨 부회장(해외), 프렛 살러노 부회장(CFO) 등이 포진, CEO를보좌하고 있다. 합병사인 GTE의 CEO는 척 리 회장의 형제인 찰스 리가 맡아 합병 후 후속작업을 도맡아 했다.
버라이존은 앞으로 급증하는 통신서비스 수요를 맞추기 위해 서비스 분야를 더욱 확대하고 네트워크 속도의 고속화와 요금의 저렴화를 선도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