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언론들 “반갑지 않는 손님”노골적 반감 노출

이 뉴스를 공유하기
英 언론들 “반갑지 않는 손님”노골적 반감 노출

가시방석 부시대통령… 사상 첫 英 국빈 방문 “초라한 행보”

힘에 의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가치 「네오콘」 세계관에 회의
웨슬리 크라크 민주 대선주자 부시의 행동·언동들이 새로운 장막


反美·反 부시 감정 악화 4P이론으로 부시대통령 개성 빗대

영국마저 등돌린 미 대통령 부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월 18일 영국 왕실에서 깔아준 붉은색 카펫을 내려 밟으며 의기양양 국빈 방문에 나섰다. 1918년 우드로 윌슨 전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했을 때 국빈 대우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이번이 미국 대통령으로선 사상 첫 국빈 방문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부시는 나흘 간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 길에 오를 때까지 줄곧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으로 지내야 했다. 할아버지의 나라이자 이라크에 젊은 자손들을 함께 보내놓은 혈맹 국가임에도 불구, 왕실과 총리실 바깥 영국인들 상당수는 싸늘한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일부는 부시 형상을 한 인형을 길거리에 내동댕이치며 “Stop Bush”를 외쳐댔다.

그도 그럴 것이 부시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영국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대상자의 60%는 부시가 세계 평화에 위협적인 존재라고 응답했다.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 찬반이 43% 대 45%로 엇비슷하게 나타난 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이었다. 응답자의 37%는 부시 대통령이 어리석다고 했고, 33%는 그가 사리가 맞지 않는 인물이라고 대답해 부시 개인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결혼식장에 나타난 스트립쇼 무희”에 비유하면서 달갑지 않은 손님에 대한 노골적 반감을 드러냈고, 초대국가의 수도 런던의 시장이라는 사람은 “부시는 우리가 지금까지 본 것 중 지구에 가장 큰 위협이며, 그가 추진 중인 정책들은 우리 인류를 멸종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

“반 부시 현상, 4P이론으로 설명 가능”

하물며 아랍세계는 차치하고 다른 국가들의 반미(反美) 감정, 특히 반부시 정서는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악화돼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복잡다단한 요소들이 게재돼 있지만, 최근엔 상당 부분 ‘4P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4P란 파워(Power) 폴리시(Policy) 퍼포먼스(Performance) 퍼스낼리티(Personality)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미국이 유일하게 구가하고 있는 초강력 수퍼 파워, 일방적인 친(親)이스라엘 노선의 중동정책, 유엔과 여타 국가들을 무시하는 일방주의적 태도, 텍사스 카우보이를 연상시키는 부시 대통령의 독특한 개성을 빗댄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부시 대통령의 거침없고 일방적인 태도와 언동이 지구촌의 반미 감정을 더욱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7월 부시는 이라크에서 잇따라 발생한 저항세력의 미군 공격을 언급하면서 “덤벼보라고 해(Bring them on)”라고 말해서 물의를 빚었다. 미국 국내에서조차 “자유세계의 지도자가 아니라 깡패 두목의 말처럼 들렸다”고 비난 여론이 비등했다. 2004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 나선 뉴욕의 알 샤프턴 목사는 CBS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Face the Nation)’ 프로에서 “대통령이 덤벼보라고 말하는 것은 이라크인들에게 미군들을 죽여보라고 도발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면서 부시 대통령의 경박함을 질책했다.

이런 점에서 얼마 전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부시, 메이드 인 텍사스’라는 책은 부시의 성향이 형성된 배경과 그것이 급기야 세계 정세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경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미국 역사상 가장 보수적인 행정부, 기도로 국무회의를 시작하는 백악관, 제국주의적인 대외정책을 노골적으로 밀어붙이는 워싱턴, 그래서 미국 외에선 가장 인기가 없는 정권이 부시 출신지역인 텍사스의 특수한 환경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흥미롭다.

미국 남쪽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프랑스 크기의 텍사스주는 1964년 이후 린든 존슨(민주당), 아버지와 아들 조지 부시(공화당) 등 대통령 셋과 아버지 부시, 로이드 벤슨 등 부통령 둘, 대통령 후보였던 로스 페로를 배출했다. 텍사스에선 존슨·페로 진영이 대변하는 근대주의와 부시 가문이 대표하는 전통주의가 격돌, 부시 가문이 이끄는 남부 보수주의가 패권을 장악했다.

텍사스는 교육 수준이 낮은 주민이 농업·축산업·원유·탄광 등의 낡은 경제권을 이루고 있다. 그 상층에는 부유하지만 냉혹한 백인 과두 지배층과 전문직 하수인들이 군림하고 있고, 그 아래에는 다수의 일반 백인들과 중남미계, 흑인 노동자들이 보이지 않는 위계 질서를 떠받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보수주의 환경에서 백인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앵글로ㆍ켈트 이주민이 몇 세기 동안 다른 집단들을 정복하고 추방하며 지배인종 민주주의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종교적 근본주의와 군국주의적 가치관이 파생하게 됐다. 작금의 부시 행정부 대외정책의 뿌리를 찾아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일부에서 부시 행정부는 부시 개인의 귀족적 전통주의를 주축으로 기독교 우파라는 대중적 기반, 네오콘(Neo-conservatism·신보수주의)이라는 두뇌가 결합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17세기의 종교, 18세기의 경제학, 19세기의 제국주의가 결합되고, 미국 동부 출신의 대부분 유대계 1·2세인 네오콘들이 남부의 정서를 자신들의 화두로 삼아 강경한 대외정책을 선도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미국 장래는 텍사스주 분석해 보면 안다”

그러고 보면 군수산업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고, 석유와 같은 자원을 중시하는 정책에 집착하며, 부유층에 대한 세금 감축안을 강행하는 한편, 유럽 중에서도 영국과의 유대를 강조하는 현재의 미국 대내외 정책은 전통적인 텍사스 특유의 정치문화를 고스란히 반영한 것처럼 보인다. 부시 행정부의 등장으로 텍사스 전통의 정치이념이 워싱턴 중앙정치에 투영됐고, 이어서 미국의 국제적 위상에 힘입어 전세계에 투사되고 있다는 해석도 무리는 아닌 듯싶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불황 타개를 위해 뉴딜정책을 추진할 때는 활기찬 뉴욕주의 특성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에는 첨단기술산업이 꽃피던 캘리포니아주의 특성이 미국의 앞날을 가늠하게 했었던 사실을 적시하며, 미국의 장래는 텍사스주(州)를 분석해보면 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최근의 부시 행적을 좇아가 보자. 그는 영국 방문 중이던 11월 19일 런던 중심가 화이트 몰 연회장에서 행한 기조연설을 통해 힘에 의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의 확대를 골자로 하는 ‘네오콘’적 세계관을 다시 한 번 피력했다. “미국과 영국은 힘의 균형이나 단순한 이익의 추구를 넘어서는 임무를 공유하고 있다”면서 “자유 국가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공격적인 악(惡)들이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선(善)의 세력이 테러를 일삼는 악의 세력을 응징해야만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부시는 ‘사탄과의 전쟁’ 등 이슬람을 적대시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윌리엄 보이킨 육군 중장에 대해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또 11월 18일엔 텍사스 석유업계의 대표적 로비스트로 부시 가문과 매우 절친한 사이인 제임스 오버웨터 헌트오일사(社) 수석부사장을 사우디아라비아 주재 미국 대사로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오버웨터는 석유와 천연가스 산업의 모든 부문을 망라한 400여개 기업·사업자 협회를 대변하는 로비단체인 미국석유연구소(API)의 전 회장이자 현 커뮤니케이션 총괄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텍사스 속내를 들여다보면 부시의 최근 이러한 행적들의 배경이 보이는 듯도 하다.

문제는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지명전에 출마한 웨슬리 클라크 전(前)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령관이 지적하는 것처럼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행동과 언동이 아랍세계와는 물론, 미국과 우방국들 사이에도 새로운 장막을 드리우고 있다는 점이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