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聲人聲 – ‘희망’이 ‘허탈’로 바뀐 2003년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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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허탈’로 바뀐 2003년을 보내며…

고국과 우리 미주교포사회에도 함께 해당되는 어둡고 스산한 연말을 맞게 되어 가슴이 무겁다. “4강신화”를 이뤄냈던 작년 여름의 월드컵 위업으로 한껏 고양됐던 한국의 <젊음>은, 고스란히 고국 전역을 “오_ 대한민국”찬가와 선풍에 들뜨고 휩싸이게 만들어 급기야 나라의 ‘최고지도자’를 뽑는 12월 대선서 젊고 기백에 찬 새 대통령을 탄생시키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올 2월25일 노무현 참여정부출범에 내외 국민모두가 ‘희망’에 부풀고 들떴었다.

김광해 <본보 편집위원>


‘대한민국’이란 국호 외에는 모두 바꾸겠다는 새 대통령의 호언에 우리 모두는 ‘기백이 좋아라’고 웃어 넘겼고, 소위 386세대의 측근배치를 그 숱한 대선공약(거의 150가지 모두를 실현시키려면 150조원 예산이 소요된다는 말도 있었지만)중에서도 으뜸이자, 상식적으로 급선무라 여겨진 ‘국민통합’에는 지장이 가지않는 ‘청결 이미지’의 상징쯤으로 보아 넘겼었다. 그런데 ‘대화와 토론’의 정치, 그리고 ‘시스템’체제가 운위되더니 “코드”화된 통치이념이 활개를 치면서 우리의 최대 폐해인 이념갈등이 새삼 조성돼 국민분열이 심화되기 시작했다.

출범100일부터 다소 시비가 일기 시작하더니 ‘참여정부 3개월’부턴 여론조사에 의한 노무현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가 앞 다퉈 나오면서 국민들은 ‘내리막길 지지도’를 접하게 된 것이다.

노대통령의 마크와도 같은 ‘말의 향연’이 때로 자주 바뀌는 버릇이 돼 국민적 입방아에 올랐어도, 경제정책만은 확고하게 한 책임자를 내세워 전적으로 위임.추진하는 원칙을 세워서 고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가장 크다. “개혁”일변도의 구두선이 아무리 자주 외쳐져도 배 고픈 서민에게는 들리지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현실이자 진실인 것이다.

북핵문제나 이라크 파병, WTO협상 등 중차대의 대외난제도 많다. 그런 와중에 ‘신당’을 강제 창당시키고 내년 4.15총선을 겨냥한 ‘소란스런 정치쇼’를 벌이다니 모두들 아연했다.

국내사회 전반에 번지고 더욱 만연하는 부패와 부조리 풍조를 어찌 하려는가. 가짜가 판을 치다 못해 식품, 약품에까지 마수가 뻗쳐있는데 철저단속에 나서야 할 검찰은 대기업주들을 들쑤시며 야당에 준 대선자금을 고백하라며 다그치는데 여념이 없다.

민주주의의 근본도 망각한 막가파식 편가르기의 이념갈등이며 타락의 맨 밑바닥까지 간 문란한 성풍 속이 횡행하는 정신문화의 황폐상을 왜 방치하고 있는가.

카드남발로 경제적 마비환자가 수백만명에 이르는데 대부분이 청장년층이라는데서 충격이다. 1년전만 해도 팔팔하게 “대한민국”을 소리높이 외치던 젊은이들이 지금은 반수가 ‘나 죽었소‘하고 부모의 도움으로 겨우 연명해 가고 있는 기막히고 쇠잔한 역전현상은 방치하고 방관만 하고 있는가. 이 모든 것이 “개혁”의 과정이며 그 중 “정치개혁”이 이뤄져야만 해결이 가능하다는 강변은 할 수 없을 것이다. 한다 해도 믿을 사람은 없을 테지만…

최근 각 언론들에 칼럼 등을 기고하는 대학교수 등 72명이 올 한해를 고사성어로 표현한데 있어 1위가 ‘우왕좌왕(右往左往)’이라니 서글프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자금 수사에 모든 것을 거는 ‘정치 도박’은 아무리 좋게 이해하려 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정치가 만사”이긴 하나 전부는 아닌 것이다. 특히 그 방법은 정치보복의 도를 넘어 ‘권력에 대한 망집’이란 표현을 면치못 할 구석이 있다. 국회를 장악하지 못하면 대통령을 하나마나 라는 전제에서 시작했다면 더욱 그렇다.

한나라당의 정체가 이렇고 이런 못된 수법으로 대선자금을 긁어 모았다고 폭로함으로써 친위세력의 비교우위가 증명될지는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결코 깨끗하지 못한 자기진영의 부정자금 취득도 드러나 국민으로 하여금 “그 작자가 그 작자”란 오십 보 백 보의 인상을 주게 된다면 모험의 보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차라리 명쾌하게 “정치개혁 입법을 해달라”고 내놓고 요구하는게 떳떳하며 또 정치의 정도이다. 설사 총선에서 패배 하더라도 할말은 있게 된다. 더티플레이로 일관했다가 역전패를 당하느니 “ 신당이 10석, 15석만 차지해도 좋다”던 초심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다.

LA를 위시한 미주한인사회도 고달프기는 매 한가지다. 올해 들면서 경제가 나아진다는 바람에 다소 희망이 되살아났지만 곧 시들해졌다. 미국의 주류경제가 회복된다 해도 그 여파가 소수계에 까지 혜택을 미치는데는 거의 반년이 소요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고국은 잘 되려니…

그리고 북핵문제도 평화적으로 해결돼 나갈 것으로 점치기도 해 그런대로 괜찮은 편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원래가 고국지향성이 강한 민족이기에… 본보 또한 오랜만에 ‘복간’을 하며 우리들 내외에 널린 사회적 부조리를 불식하는 데 일조가 되는 앞장을 다짐하며 희망찬 재출발을 내딛기도 했던 것이다.

재미 국민이라 해서 미국과 한국의 어느 쪽을 편드느냐의 편가르기 경향이 생겨난 점은 마이너스라 하겠지만, 우리 지역사회 나름의 공통분모를 찾아서 정립시킨 후 앞으로 닥쳐올 그 어떤 사태에 대해서도 타당성 있게 당당한 자세로 한 목소리를 내는 입장의 확립 필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지경이다. 이민의 제2세기(실상은 100년을 진작 넘겼지만)를 맞으면서 미주 교포사회는 새로운 시련과 도전을 맞고 있다. 문자 그대로의 자급자족권(圈)을 형성하는 일이다.

그래야만 희망에서 시작되어 허탈로 이행되고 마는 듯한 본국의 바람직스럽지 못한 그늘 영향권을 벗어날 호기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토대는 이미 마련되어 있다고 보여진다. 최근 한미은행의 당당한 PUB합병을 그 상징으로 삼을 수가 있다. 현지 자본력이 30억달러 자산의 흡수를 독자적으로 이뤄낸 점 하나만으로 재미 한인경제사회의 저력을 나타낸 것이라 한다면 자찬일까.

근래 본국정세의 불안을 틈타 (특히 400조원이 넘는 부유자금이 ‘부동산투기의 실종’현상으로 불안한 증시에의 투자는 꺼린채) 중국이나 미국, 특히 LA쪽으로 밀려 들러온다는 설이 파다하다. 자금유입이 덮어놓고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의 자주역량을 시험받는 하나의 계기로 삼고 그것을 멋지게 초극하여 우리사회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흡수 소화하는 예지와 역량을 발휘하는 하나의 커다란 전환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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