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협상,어디까지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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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협상,어디까지 갈까?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유일하고도 중요한 창구이던 ‘6자협의 북경2차회담‘이 계속 표류하고 있다. 미국으로선 ‘다자 협상’이란 틀마련에 일단 성공해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인데서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정작 핵포기에 따르는 댓가, 즉 북한체제 용인문제와 핵 포기문제를 어떻게 연계시키느냐의 방법론을 둘러싸고 지리한 신경전을 북한과 거듭해왔다. 미국은 <선 핵포기>방침을 고수하며 타협적으로 ‘체제 보증’을 위한 문서화방안을 내놓았지만, 북한은 <동시행동>을 요구한 2~3단계마다의 상응적 조치를 굽히지 않아, 해를 넘겼던 2차북경회담의 개최시기가 새해초에서 다시 2월상순께로 연기되더니 그나마도 실현성이 의문시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게 그간의 경위이다.

6자협의-작년8월 1차후 北측 지연전술
미국측- 뉴욕창구 차단, 중국역할 기대

부시, ‘위험한 무기’ 강력경고

새해들어 먼저 움직인 것은 북한이었다. 미 민간시찰단에게 6일부터의 영변 핵시설을 시찰토록 허용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 “공개”의 속셈을 싸고 여러 억측이 분분했다. 미국측에서는 북한이 이른바 ‘핵억지력’을 과시하면서 빨리 미국측이 타협적으로 나오길 기대한 것으로 보았다. 일본정부도 북한은 6자협의에서 빨리 핵동결 여부를 논의하지 않으면 챤스를 놓지는것이란 메시지를 미측에 보낸 것으로 해석하였다. 즉, 북한은 시찰허용과 동시에 ‘핵동결’안을 내놓았다.

파워 국무장관도 한때 북측의 유연자세로 오인한등 북한의 대폭 양보로 보았었지만, 북한측이 “ 핵실험을 하지않고 평화목적의 원자력산업도 정지시킨다”는 제안에 잇따라 중앙통신에 의하면 (그러한 핵동결의 대가로) “ 미국측도 제1단계 행동조치를 취해야된다”고 하였다. 그 내용은 미국이 1) 테러지원국대상에서 (북한을) 해제 2) 정치, 경제, 군사적제재 철회 3) 미국과 주변국들의 에너지 지원”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핵의 ‘포기’가 아닌 ‘동결’로 매듭을 짓자고 한 셈이다. 북한은 12일에도 “핵프로그램의 동결용의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동결대상은 <흑염감속로>라고 북한 외무부측이 밝히기도. 북한은 핵시설을 공개하여 ‘핵억지력’을 갖추었다고 과시하면서 (94년 1차 핵위기때와 같이) <핵동결>틀합의를 재현시키려던 속셈을 드러냈던 것이다.

그러나 결국 <검증가능한 핵의 완전포기>를 요구한 부시정부의 태도는 변치않았다. 미강경파측에선 북한이 6자협의와는 별도의 미.북한채널을 만들어 미국을 흔들려는 속셈(미 외교전문가)이라고 경계하였고 비둘기파에서도 북한행 민간시찰단 출발에 즈음 “ 우리는 반대하지는 않지만 관여도 하지않는다”던 방침을 견지, 냉담분위기였다.

근래 북한측 논평에서 ‘안전 보증’을 요구하는 표현이 사라지고 대신 경제지원을 바라는 소리가 많아진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찰단 방북에 맞추어 ‘핵동결’용의를 비치며 에너지지원을 운운한 것도 그 증좌의 하나. 미국은 핵의 완전포기가 없는 한 ‘안전 보증’에도 응하지 않을 방침을 재천명해 미국 태도가 다시 강경해졌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파문 던진 미시찰단 보고

지난6~10일 영변핵시설을 시찰한 미국민간시찰단의 보고내용은 또 한차례 파문을 일으켰다. 우선 북한측이 동결됐던 핵연료처리봉 8천본이 사라진 사실이 문제였다. 약50t에 달하는 연료봉만으로94~98%의 플루토늄 28~35kg의 생산이 가능한데, 이는 5kg당 1개의 핵탄두를 만들수있으므로 북한은 곧 5~9개의 핵탄두를 갖게된다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그러면서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전세계에 알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에 두따라 영국 전략무기연구소(IISS)의 보고서도 나와 주목되었다.

120페이지 보고서를 26일 서울에서 설명하는 자리에서 게리 세이모이 IISS연구실장은 북한이 손에 넣은 플루토늄의 양이 “그다지 많지않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5MW원자로에서 나온 8천본의 핵폐기연료봉을 모두 재처리한다 해도 추출할수 있는 플루토늄의 양은 모두 17.5~27kg로 핵폭탄 2~5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고농축우라늄 정보에 대해서도 북한이 작년3월 유럽에서 200t가량의 고강도 알루미늄을 수입하려다 적발당한 사건을 들며, 이는 3천5백개의 원심분리기를 제조할수 있는 것으로 연간 3개의 핵폭탄제조가 가능한 75kg의 고농축우라늄을 추출할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원심분리기를 제조하려면 이밖에도 상당수의 첨단부품과 함께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그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농축시설은 빨라도 05~10년께나 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아직은 북한과 협상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것이었는데 실상은 어떨지 의문이다.

부시 미대통령은 지난주 상하원합동회의에서 행한 일반교서연설에서 ‘위험한 정부가 갖는 위험한 무기”는 절대 허용하지않겠다고 선언하였다. 북핵문제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재천명한 것. 이와 더불어 최근 불거진 북한의 우라늄농축에 의한 핵개발 여부에 관해 미국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22일 워싱턴서 열린 한미일3국 국장급 비공식협의에서 미국은 그 계획의 유무를 확인할수 있는 사찰을 북한에 요구키로 하자는 의견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북한은 우라늄농축의 핵개발도 성공했을 까?….

문제의 발단은 북한핵시설 시찰단일원이던 존 루이스 스탠포드대 명예교수가 방북시 얻은 02년10월4일 미북고위협의회담의 북측 의사록 내용을 교도통신에 공개하면서다. 동 의사록에는 이번 핵문제의 발단이 된 우라늄농축에 의한 핵계획을 인정했다던 강석주 제1부외상이 “핵무기를 가질 권리가 있다”고 언명. 그후의 주고 받기서도 미국측에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발언이 있다고 했다. 루이스교수는 “핵계획이 폭로된 9일후에 북한은 계획을 부정했다”면서 미북간에 괴리가 생긴건 한어에서 영어로의 통역에 문제가 있은게 아니냐고 지적. 이에 관하여 협성주역이던 켈리 국무차관보는 “북한이 계획을 인정했다고 여전히 확신하고 있다”고 코멘트하였다. 김정일의 외교최측근인 강석주가 “그보다 더 강력한 무기를 갖고있다”던 발언에 대해 켈리 차관보가 “ 우라늄농축형을 말하는 것이냐”고 따지자 강은 “그렇게 생각하는건 당신나름이다. 우리는 통역할 수고를 하지않겠다”고 응수한 바 있었다.

미국은 북한과의 또하나의 주요창구이던 <뉴욕 채널>을 차단했다고 26일자 워싱턴 포스트는 보도했다. 북한 UN대표부를 가리키는 뉴욕채녈을 없앤 이유에 관하여 국무성당국자는 뉴욕창구가 “ 협상창구는 아니다”는 말을 했는데 이는 (북측의) 비공식적 흔들기에는 상대하지 않겠다는 미정부의 단호한 태도로 풀이되고 있다. 아울러 일부관측통은 미국정부가 이제는 중국을 경유해서만 상대하겠다는 창구의 일원화로 보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햐력을 믿는다면서 철저히 그걸 이용하겠다는 자세로 간주돼 앞으로 6자회담 협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될 공산이 커보인다.

2월하순? 아니면 봄철에나?

다시 엇박자가 생겨나 새로운 숨고르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이제까지 6자협의 2차회담 시기에 관하여는 2월상순설이 유력했다. 작년10월 중국의 제2인자 우방귀 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2차회담촉구차 평양에 갔을 때 12월중 성사를 염두에 두고 무상원조 5천만달러를 약속했다는 내막이 최근 알려졌다. 그것이 해를 넘겼고 다시 1월설도 연기된데다 2월상순도 무산되면 중국의 체면도 있거니와 무상원조는 어찌될지 북한도 무턱대고 버티지못하리라는 관측에서였다. 하긴 북한측서도 그간 여러 가지 신호가 있었다. 새해초이던 1월5일 노동신문은 6자회의는 “미국의 준비여하에 따라” 언제든 열수있다는 제스쳐를 보였고(그것이 ‘핵동결’이란 미봉책 전술의 전주였겠으나) 19일엔 “2월23~24일 6자회의개최 희망”이 보도(세계일보)되기도 하였다. 당시, 즉 17일 평양에 간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사절단이 열심히 설득했던 탓인 듯 하다. 20일자 일본신문에는 김정일이 왕가서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회담하고 다시 만찬도 함께 했다고 전해지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경회담은 일단 물건너간 느낌이 깊다.
우선 미국의 입장부터 살펴 보자.
부시 대통령이 여전히 북핵은 용인하지않는다는 강경태도를 천명했지만, 당장 어떤 행동을 취할 것 같지 않다. 아니, 어쩌면 하고 싶어도 하지못할 처지일 것으로 보여진다. 이유는 두가지로서 이라크테러전과 11월대선때문. 부시대통령은 올해 정책을 천명한 일반교서연설에서 전기한 바 “위험한 무기”에 대한 규탄외에 다채로운 올해 시책을 내놓았다. 연설에 담겨진 테마로서 테러와의 싸움외에 이라크부흥, 고용, 감세, 의료보험 개혁, 동성애문제, 교육, 운동선수의 약물사용 제한등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것. 레이건 전대통령의 스피치라이터였던 사람은 마치 세일즈 맨이 손님에게 상품이름을 빠른 말로 줏어대는 것 같았다고 비아냥거릴 정도. 다양하고 다방면에 걸친것이라며 그만큼 실천력은 계산밖이란 지적도 나왔다. 말로는 일단 강하게 나오지만 실제론 안전운전을 도모하려는 자세란 얘기다.

북핵문제에 관한 한, 이라크사태가 진정되기전엔 협상밖에 할 일이 없다는 셈이다. 금년6월말 예정대로 주권을 넘겨준다해도 치안유지 관계로 쉽사리 그곳에서 손을 빼기란 어려운 상황이다. 4월까지의 이라크주둔군 교체기에 오죽했으면 오끼나와주둔 미해병대 병력의 전진배치가 예정됐겠는가. 동북아 군사력배치면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대신 중폭격기등 추가배치도 발표되고 있는 처지다. 그러면서 중국의 ‘끈질긴” 북한설득을 기다려 보자는 방침으로 점쳐지고 있다.

다른 한가지 걸림돌은 물론 11월 대통령선거에서의 재선여부.
부시 대통령의 재선문제는 거의 따놓은 당상이나 마찬가지 양상이다. 그런데도 부시진영이 전력투구 하는양, 혹은 하는것처럼 보이려는 것은 여론이 따갑기 때문이다. 민주당후보의 케리 상원의원이나 딘 지사보다, 회복기의 경제살리기를 외면한다거나 군사비의 과다지출로 모험주의에 전념한다고 보고 느끼는 국민의 눈과 입이 겁나 자숙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라크사태를 프랑스, 러시아등을 껴안은 UN에게 맡기는 큰 양보를 하지않는 한 북핵문제는 이러쿵 저러쿵 하다가 해를 넘겨야 결말이 나게될지도 모른다. 만약 그사이 북핵위협이 방치못할 정도로 극대화된 사태가 돌출한다면 모르겠지만…..

북한 입장은 어떻게 돌아갈까….

한마디로 종전의 벼랑끝외교라는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고 보는게 현실적이다. 경제- 특히 에너지난으로 미국과의 조기 화해를 시도한 것 같지만, 그실은 또한번의 시간벌기작전이란 의혹을 떨칠 길이 없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 우야무야로 봉합했던 1차 핵위기때의 재판을 노린 것이었다. 그러면서 (이미 마련 했을지도 모르는) 또다른 곳에서의 핵계획 완성을 서둘 심산인지도 모른다. 질주하는 말에서 뛰어내릴 엄두도 못내는 격이 돼버린 것.

하긴 이라크전쟁을 교모하게 이용해온 북한이다. ‘동결작전’에는 일단 실패했지만 재선이 걸린 11월대선등 아지 시간이 많다고 여기고 야금야금 협상카드를 유리하게 구사할 방책을 계속 강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북한에도 강경카드는 있다. ‘핵무기보유선언’과 ‘핵실험실시’가 그것. 그렇지만 마지막 카드를 다 써버릴 경우 6자협의를 결렬시키고 유일맹방이던 중국을 분노케해 북한은 결정적으로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지고 만다.

결국 김정일정권은 강경카드는 제쳐두고 ‘핵포기’경우의 대가를 잘 획득하기 위해 <안전보장. 경제지원과 핵포기의 동시진행>이라는 당초목표를 기회있을 때 마다 내비치고 요구하며 시간을 버는 한편에서 비밀리에 핵개발계획을 계속 진행시키는 화전양면작전을 변함 없이 구사해 갈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전술의 값어치는 11월이 다가올수록 부시 대통령에게서 얻어낼수 있는 대가는 점차 줄어들고 말것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북핵협상의 해빙은 아직도 요원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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