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의 외손자, 흥사단을 탈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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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 안창호의 장녀 안수산 여사의 아들이며 도산의 외손자이기도 한 필립 커디(48, 한미전통유산재단 회장)씨가 미주 흥사단(미주위원장 백영중, LA위원장 송재승)을 전격 탈퇴해 충격을 주고 있다. 흥사단은 잘 알려진바와 같이 도산이 1913년 5월 1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한 정신수양 단체로 민족운동의 근본이고 이론가집단인 동시에 행동하는 단체다. 일제 식민지시절에는 독립운동의 정신적 모태가 됐으며 광복후에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지도자 양성을 위해 힘써왔다. 도산은 평생 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사명이 흥사단 운동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정도로 흥사단에 애착이 있었다고 한다. 바로 도산=흥사단인 것이다.

이러한 흥사단에서 도산의 외손자가 그 단체를 탈퇴했다는 사실은 심각한 사태로 볼 수 있다.

필립 커디씨는 지난 10일자로 흥사단 미주위원부 백영중 위원장과 LA 송재승 위원장 그리고 이창수 총무 앞으로 사퇴의사를 정식으로 통고했다. 커디씨는 사퇴통고서에서 “미주 흥사단이 행동실천에 있어 도산의 철학과 사상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흥사단 활동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번 그의 사퇴는 미주흥사단 지도부의 책임과도 관련이 있음을 지적했다. 커디씨는 사퇴서에서 “미주흥사단 지도부는 지난 15년 동안 많은 문제점을 내포해왔다”면서 “흥사단은 도산의 가르침을 따르는 프로그람들을 펼치지 못했고, 도산에 대한 존경심도 갖추고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외손자 필립 커디씨
지난 10일자로
사퇴의사 정식 통보

“미주흥사단은 도산의 철학과 사상을 실천하지 않고 있다”
국민회관 사료반출사건에 대한 흥사단의 미온적 태도 비난


현재 미주 흥사단과 LA흥사단의 임원들은 도산 외손자의 흥사단 탈퇴에 대해 매우 당혹스런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주 백영중 미주위원장은 직접 도산의 장녀 안수산 여사에게 전화를 걸어 사태 수습에 나섰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안수산 여사는 아들 필립 커디의 사퇴는 전적으로 당사자가 선택한 의지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LA 지역에서 흥사단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한 관계자는 “실지로 흥사단은 활동이념을 실천하는데 문제가 많은 것 같다”면서 “도산의 정신을 계승하는 활동을 찾아 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지난 3월10일은 도산의 서거 66주기인데 미주 흥사단은 이날을 잊어버렸다”면서 “지난해 11월9일은 도산의 125주년 생일인데 의미있는 행사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시애틀 지역의 한 흥사단 단우는 커디씨의 탈퇴에 “매우 놀라운 소식이다. 믿을 수 없다”면서 “흥사단 자체가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지로 미주흥사단이나 LA흥사단은 한인사회로부터도 “도산의 가르침과는 먼 단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지난 20여년 동안 미주한인 이민사와 도산사상을 연구해 온 필립 커디씨는 미주 흥사단이 한인사회로부터도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음을 안타깝게 여겨왔다. 흥사단의 영문 이름은 Young Korean Academy이다. 흥사단의 이념과 행동강령을 젊은세대에게 계승시켜 나가야 하는데 이를 외면해왔다는 것이다. 그는 미주흥사단이 최근 국민회관 사료 불법반출사건에 미온적인 자세를 취한 것을 두고 크게 분노를 표시해왔다. 그는 사퇴서에서 “흥사단은 국민회관 문제에 대하여 방관하는 자세를 취해왔다”고 지적했다. 커디씨는 오늘 날 국민회관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 미주흥사단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흥사단과 국민회는 서로 정신적 유대를 함께한 단체다. 흥사단도 국민회도 모두 도산의 지도력으로 출발한 단체이다. 따라서 국민회관에 보관된 사료들 역시 국민회와 흥사단의 역사 전통이 담긴 유물이 대부분이다.
지난 90년 초기 국민회가 해산하면서 흥사단에게 사료보전과 재정일체를 위임했으나 미주흥사단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그 결과 오늘날 국민회관에 관련된 金운하씨의 사료불법반출 사건도 발생하게 됐다는 것이다. 커디씨는 흥사단 지도부가 金운하씨의 불법반출사건을 인지하면서도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 “수치스러운 일”이고 “국민회를 모독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커디씨는 이번 국민회관 사료불법반출사건에 대해 한미사회 각계에 진상을 폭로하고 사료반환운동을 전국적으로 펼치기 위해 대학생 지도자들과도 캠페인을 조직 중이다. 또한 법적인 조치도 강구해 국민회관 사료불법반출사건을 두고 한국정부, 서울과 리버사이드의 도산기념사업회, 국민회관복원위원회, 나성한인연합장로교회,흥사단 등을 고발할 준비를 진행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립 커디씨는 지난동안 UCLA, UC산타바바라, UC샌디에고, 칼스테이트 등에서 순회특강을 통해 한국이민사와 독립운동사 그리고 도산과 흥사단 활동 등을 가르쳐 왔다. 지난 24일부터는 예일 대학교에서 개최되는 미전국한인학생지도자대회(KASCON)에서 초빙연설자로 참석 중이다. 그는 사퇴서에서 “나는 흥사단 사상을 따르지 않는 미주흥사단 회원으로서는 젊은 학생들 앞에서 차마 도산 사상에 대해서 말할 수 없다”면서 “나는 위선자가 되기 보다는 차라리 미주흥사단을 탈퇴하는 것이 내 양심에 떳떳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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