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령군에 대한 저항 죽을 각오로 계속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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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워싱턴포스트 보도

이라크 정부수립 배제된 「시아파」
점령군에 대한 저항 죽을 각오로 계속하라

“숙적인 수니파와 시아파가 반미 연합전선을 짜려 하고 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언론이 전하는 긴박한 이라크 현지소식이다. 부시 W. 미대통령이 상상하기조차 싫어했던 ‘악몽’이 시작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전문가들은 수니-시아파 연합이 구축된다면, 이는 일본군의 침공에 맞서 국공합작을 했던 중국 현대사가 이라크에서도 재연되며 향후 이라크전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알·사드르 軍 「시아파 거주지역 동시다발적 공격」… 美 군정 「알·사드르는 범법자 계속위해 총 공세

알-사드르, “점령군에
대한 저항 계속하라”

▲ 시아파게릴라 순찰.

최근 시아파 무장봉기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물론 미국이 의도적으로 이라크 정부 수립에서 배제한 시아파 강경파 지도자인 무크타다 알-사드르의 불만이 기폭제가 됐다. 게다가 미군정은 폭력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지난달 28일 알-사드르측 신문인 주간지 <알-하우자>에 대해 60일간 정간조치를 취했다.

이에 대해 알-사드르 민병대인 알-마흐디군은 그동안 미군에 동조적이었던 시아파 거주지역인 남부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연합군에 대한 공격에 나섰으며 그 가운데 주청사 건물과 경찰서를 점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미군정은 알-사드르를 범법자로 비난하면서 체포하기 위해 그가 있는 쿠트 지역에 대한 공세를 펼쳤지만 알-사드르는 나자프로 옮겨 한 사원에 민병대의 보호를 받으며 머물고 있다. 이 상황에서 알-사드르는 6일 재차 성명을 발표하고 “원칙을 위해 죽을 준비가 돼 있다”며 지지자들에게 “점령군에 대한 저항을 계속하라”고 촉구했다.

평화운동가들 지난해말 이미 ‘시아파의 민중저항’ 예고

하지만 시아파들의 강경 움직임을 단순히 최근의 상황변화만을 가지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전부터 변화 움직임은 감지돼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프레시안과 좌담회(2003년 12월 6일자)에서 임영신, 김박태식 등 이라크 현지에서 활동했던 평화운동가들은 그당시 이미 표면적으로는 미국에 대해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던 시아파들이 미국에 대한 극도의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전한 바 있다.

▲ 칼로 자해하는 시아파 교도 이라크 카르발리에서 23일 성지순례에 참가 중인 시아파 이슬람 교도가 종교 의식에 따라 자신의 이마에 칼로 상처를 내고 있다.

지난해 시아파 지도자들과 바그다드에서 인터뷰를 가졌던 임영신씨는 “그 사람들은 ‘미국은 데드라인에 서 있다. 우리가 여기까지 기다려온 것은 미국에 대한 공조가 아니라 그들이 우리에게 주권을 이양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는지 안하는지 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또 이라크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가지고 바그다드에서 토론을 할 당시 만난 시아파 정치학자 중 한 사람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직도 저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요컨대 “1920년-30년대에 영국 제국주의에 대해 시아파 남부 지역인 바스라, 나시리야 이런 지역에서 엄청난 조직적 저항이 일어나서 영국을 물리친 반제투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지금 사람들이 바깥에서 얘기하고 있는 테러사건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어마어마한 저항을 미국이 이 상태로 계속한다면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준엄한 경고였다.

임영신씨는 이와 관련,“미국이 이를 무시하고, 그리고 한국 등 또 다른 국가들이 전쟁의 근본적인 부분에 대해 얘기하지 않고 참여한다면 이라크 민중들이 훨씬 더 많이 죽을 뿐 아니라 세계 여러 사람들이 잘못된 점령으로 인해 다치게 되는 엄청난 유혈사태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그의 경고는 넉달 뒤인 지금 눈앞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서방“현재 시아파 봉기는
일부 강경파들의 봉기”라
주장하나…

물론 서방 일각에서는 “현재 시아파의 공격은 시아파 전체의 움직임이 아니라 강경 급진 시아파들만의 모습”이라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한 예로 영국의 BBC 방송은 지난 5일(현지시간) ‘점증하는 시아파의 불만’이라는 분석 기사를 통해 “이번 시아파의 봉기는 전체 시아파의 봉기가 아니다”고 분석했다. 요컨대 이번 봉기는 “알-사드르를 지지하는 10~15%에 불과한 강경 시아파들의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BBC 분석대로 전체 이라크 인구의 65%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시아파들 가운데 상당수는 온건 시아파인 아야톨라 알리 알-시스타니를 지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온건 시아파들 사이에서도 미군 점령에 대해 불만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BBC는 이에 대해 “현재 연합군이 직면한 중요한 임무는 바로 이들 소수파 강경 시아파들 사이의 분노가 시아파 전체의 불만으로 들불처럼 퍼져가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아파들의 불만 확산은 우선 오는 6월30일로 예정돼 있는 주권이양과 깊은 연관이 있다. BBC에 따르면 주권이양 과정에서 시아파들은 “우리가 속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아파는 이라크 국민 가운데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에 정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그러나 이들의 정권 쟁취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미국은 실제로 직접선거를 거부함으로써 그 가능성을 희석시켰다. 미국은 쿠르드족의 자치권을 인정하는 발판을 헌법에 마련했다. 이 또한 쿠르드족의 자치나 독립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시아파로서는 불만스러운 대목이다.
아울러 미국군의 이라크 장기주둔 움직임도 조기 독립을 원하는 시아파들을 불만스럽게 하고 있다. 이와 관련, BBC는 “그들은 미-영군이 자신들을 해방시켜 준 데 대해 고마워한다. 하지만 만일 미-영군이 떠나지 않는다면 이들은 미-영군을 살해하려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온건 시아파 태도 지난 몇달간
바뀌고 있어”

이처럼 향후 이라크 정세는 온건 시아파가 강경 시아파에 대해 과연 어떠한 태도를 취할지가 절대 관건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7일 보도에 따르면, 온건 시아파들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시아파는 그동안 점령군에 대해 용납하는 듯한 태도를 취해 왔으나 지난 몇 달 동안 이러한 분위기는 확연히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30대의 알-사드르와 시아파내 경쟁자 관계에 있는 70대의 아야톨라 알리 시스타니는 지난해 말에는 주권이양 및 임시헌법 제정과 관련해 미국 계획안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하기도 했다.

물론 온건파인 시스타니는 최근 사태에 대해 여전히 냉정을 찾으라고 촉구한 바 있으나, 지난 몇달간의 모습은 신정분리원칙을 강조해오던 시스타니로서는 변화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알-사드르가 체포되거나 그 과정에서 미군들의 공격으로 이라크 민간인들의 피해가 커진다면 반미 분위기는 온건 시아파에까지 감염될 것이며, 시스타니가 온건파로서만 머물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또한 이 과정에 시아파내부의 내분이 격화돼 미군 주도 연합군이 이 내분에 휘말릴 우려도 있다고 BBC는 분석했다.

시아파-수니파 ‘오월동주’ 선언

이같은 살얼음같은 상황에서 미군 등 연합군에는 악몽같은 소식까지 전해지고 있다. 그동안 정치적 종교적, 종족 문제 등으로 ‘앙숙’이었던 시아파와 수니파가 미국이라는 ‘공동의 적’을 앞두고 ‘오월동주’식 반미 연합전선 구축에 나섰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의 7일 보도에 따르면 바그다드에서 각각 거주해오던 시아파와 수니파가 ‘이슬람이라는 공동의 신념’에 바탕을 두고 공동전선을 꾸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일에는 바그다드 수니파 거주지역인 아드하미야 주민들이 시아파인 알-사드르 지지자들과 같이 행진을 벌였다.

일반 수니파들의 변화에 대해 WP는 “‘사드르는 단지 급진세력만을 대변하고 있으며 대중 투쟁에 대한 그의 호소는 단지 그의 지지자들 사이에서만 호응을 받을 것’이라는 미군 관리들의 평가가 도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바그다드 시아파 밀집거주지역인 카드히미야 주민들도 공공연히 “우리는 미국에 대한 신념을 잃었다”며 이들가운데 과반수가 사드르측의 저항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주민들은 하지만 평소 사드르 지지세력이 아니라 온건파인 시스타니 지지자들이다.

“모든 이라크, 우리는 한 몸”

이에 대해 알-사드르의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는 세이크 라에드 알-카자미는 “모든 이라크가 알-사드르를 따르고 있으며 우리는 한 몸이며 한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알-카자미는 “수니파 거주지인 아드하미야의 주민들이 미군 축출전선에 지지입장을 밝혔고 이와 함께 라마디와 팔루자, 북부 모술 주민들 역시 지지대열에 동참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또 일부 수니파 주민들이 알-사드르의 민병대에 가담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WP는 이어 수니파는 물론이고 “시아파와 미군과의 전투는 온건 시아파나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의 자제 요청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또한 이라크 일반 시민들의 사상자 규모도 급속히 늘어가고 있다.
한편 사드르측 대변인은 이날 “시스타니는 물론이고 주요 정파 지지자들이 자신들을 지지한다는 서한을 보내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라크의 안정을 위해선 매달릴 수밖에 없는 시아파들에게 버림받고 있는 미군으로서는 더없이 악몽같은 위기감과 고민이 시작되고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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