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회, 용천 참사 성금 UN주재 북한 대표부 전달
항의 시위 이해하나 성숙함 못 보여줘 아쉬움…
하회장‘돌출행동’으로 망신살 자초
LA 한인회(회장 하기환)가 좋은 일 하려다 오해(?)만 일으킨 채 난국에 빠져 들었다.
지난 10일 LA 한인회관에서는 북한 용천역 폭발 참사현장을 지켜본 이곳 한인들의 정성이 모인 성금을 건네는 ‘전달식’이 열렸다. 한인회가 모금한 5만 달러의 성금 중 2만 달러의 모금액을 ‘첵(Check)’으로 북측 대표부에 전달하는 뜻 깊은(?) 시간으로 볼 수도 있었다. 다소의 충돌이 예상되긴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보수단체들인 재향군인회 등 회원들이 이날 한인회관 앞에 배수진을 치고 격렬한 항의시위를 벌여 전 세계에 이 같은 모습이 타전 되는 망신 아닌 망신을 당했다.
더욱이 이들 보수단체들은 ‘입장을 표명하는 시위’차원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으나, 손님 격인 ‘북측 대표부 인사’에게 물세례를 뿌려대고 관계자들과 멱살잡이를 연출하는 등 비난의 소지를 스스로 샀다. 보수단체 회원들의 주장만을 살펴보자면 “북측에게 현금을 건네주면 절대로 안 된다. 그 돈이 용천 주민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고, 되려 총알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라는 것으로 대략 요약되었다. ‘의미’만큼은 되새겨볼 수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방법’에 있어 과격성을 드러내 비난을 면키 힘든 행동을 벌였다. 일부 시민들은 “돌이나 안 던진 게 그나마 다행이다”라며 그 동안 이들 보수단체들이 보여온 시위들을 비춰볼 때 ‘그만하기 다행이다’라며 애써 위안 삼는 눈치다. 아무튼 ‘용천 대참사’ 이후 이곳의 많은 한인들은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어린 학생들인 점 등 피해사례가 속속 보도되자 자신의 일처럼 안타까워 하는 등 진한 동포애를 전달하고자 그 여느 때보다 ‘범 커뮤니티적인 캠페인 활동’을 벌여 왔었다. 물론 이러한 모금 과정에서 당초 LA 한인회(회장 하기환), LA 평통(회장 김광남), 한인 상공회의소(회장 에리카 김) 등 이곳 대표 단체들은 ‘창구 단일화’를 운운하며 결집된 모습을 보여줄 듯 했으나 막판 상반된 의견을 보이며 ‘창구 단일화’에 실패하는 등 아쉬운 모습을 남기기도 했다. 사실 뉴욕 소재 UN 북한 대표부의 LA 방문 목적은 ‘제31회 LA 한국의 날 축제행사’와 관련해 ‘북한 예술단’의 공연 협의차 들르는 것이었다. 이미 몇 달 전부터 양 측은 공연문제로 협상을 벌여오던 중에 때 아닌 ‘용천 대참사’가 발생했고, 방문계획이 잡혀 있던 터라 이러한 기회를 활용해 ‘성금’을 직접 건네주는 자리가 황급히 마련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미묘한 사안을 안고 있던 ‘용천 성금 전달계획’은 전달과정에서 불미스런 일로 다소 의미가 퇴색되었고, 오히려 북한 박길연 UN대사의 불참으로 이뤄지는 등 이러다가는 본래 취지였던 ‘북한 예술단 공연’ 계획마저 불발탄이 될 가능성마저 포착되고 있는 상태다. 축제재단과 협의차 들른
모든 것을 차치하고라고 지난 10일은 참 의미 있는 날이었다. 북한 UN 대표부가 ‘문화교류’ 차원에서 논의차 LA를 처음 방문하는 계기가 마련되었고, ‘용천 대참사’로 실의에 빠진 북녘 동포들을 위한 해외 최대 한인밀집 지역인 LA 한인들의 정성스런 모금액을 전달하는 큰 의미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일부 단체장들의 그릇된 공명의식과 호기로 인해 자칫 두마리 토끼를 다 놓쳐 버리는 결과가 되었다. 모금을 전달하는 주최 측인 LA 한인회는 추후 전달한 성금이 용천 주민들에게 직접 전달되었는지 여부를 책임져야 할 굴레를 떠 안았다. 또한 ‘모금액 중 일부는이곳 시민권자가 아닌 한국 국적 소유자들의 돈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은 두고두고 문제의 소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차기 회장 내정자에게 ‘공을 넘긴 셈’이 되어 버렸는데, 이날 전달식에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어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아울러 이번 북한 대표부의 방문을 성사시킨 ‘LA 한국의 날 축제재단(이사장 김남권)’ 측은 단체 이사진 중 한 사람인 ‘하기환 LA 한인회장’에게 휘둘려 ‘대사를 그르쳤다’는 점에 있어 자칫 공언해왔던 ‘북한 예술단 공연’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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