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불러놓고 “물벼락 세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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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한인회, 용천 참사 성금 UN주재 북한 대표부 전달

항의 시위 이해하나 성숙함 못 보여줘 아쉬움…
하회장‘돌출행동’으로 망신살 자초

LA 한인회(회장 하기환)가 좋은 일 하려다 오해(?)만 일으킨 채 난국에 빠져 들었다.

지난 10일 LA 한인회관에서는 북한 용천역 폭발 참사현장을 지켜본 이곳 한인들의 정성이 모인 성금을 건네는 ‘전달식’이 열렸다. 한인회가 모금한 5만 달러의 성금 중 2만 달러의 모금액을 ‘첵(Check)’으로 북측 대표부에 전달하는 뜻 깊은(?) 시간으로 볼 수도 있었다. 다소의 충돌이 예상되긴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보수단체들인 재향군인회 등 회원들이 이날 한인회관 앞에 배수진을 치고 격렬한 항의시위를 벌여 전 세계에 이 같은 모습이 타전 되는 망신 아닌 망신을 당했다.

박상균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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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0일 LA 한인회가 북한 유엔 대표부에게 직접 2만 달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보수단체들의 격렬한 반대시위에 부딪히는 등 한차례 충돌을 빚었다.
    ⓒ2004 Sundayjournalusa

    더욱이 이들 보수단체들은 ‘입장을 표명하는 시위’차원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으나, 손님 격인 ‘북측 대표부 인사’에게 물세례를 뿌려대고 관계자들과 멱살잡이를 연출하는 등 비난의 소지를 스스로 샀다. 보수단체 회원들의 주장만을 살펴보자면 “북측에게 현금을 건네주면 절대로 안 된다. 그 돈이 용천 주민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고, 되려 총알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라는 것으로 대략 요약되었다.

    ‘의미’만큼은 되새겨볼 수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방법’에 있어 과격성을 드러내 비난을 면키 힘든 행동을 벌였다. 일부 시민들은 “돌이나 안 던진 게 그나마 다행이다”라며 그 동안 이들 보수단체들이 보여온 시위들을 비춰볼 때 ‘그만하기 다행이다’라며 애써 위안 삼는 눈치다.

    아무튼 ‘용천 대참사’ 이후 이곳의 많은 한인들은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어린 학생들인 점 등 피해사례가 속속 보도되자 자신의 일처럼 안타까워 하는 등 진한 동포애를 전달하고자 그 여느 때보다 ‘범 커뮤니티적인 캠페인 활동’을 벌여 왔었다.

    물론 이러한 모금 과정에서 당초 LA 한인회(회장 하기환), LA 평통(회장 김광남), 한인 상공회의소(회장 에리카 김) 등 이곳 대표 단체들은 ‘창구 단일화’를 운운하며 결집된 모습을 보여줄 듯 했으나 막판 상반된 의견을 보이며 ‘창구 단일화’에 실패하는 등 아쉬운 모습을 남기기도 했다.

    사실 뉴욕 소재 UN 북한 대표부의 LA 방문 목적은 ‘제31회 LA 한국의 날 축제행사’와 관련해 ‘북한 예술단’의 공연 협의차 들르는 것이었다. 이미 몇 달 전부터 양 측은 공연문제로 협상을 벌여오던 중에 때 아닌 ‘용천 대참사’가 발생했고, 방문계획이 잡혀 있던 터라 이러한 기회를 활용해 ‘성금’을 직접 건네주는 자리가 황급히 마련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미묘한 사안을 안고 있던 ‘용천 성금 전달계획’은 전달과정에서 불미스런 일로 다소 의미가 퇴색되었고, 오히려 북한 박길연 UN대사의 불참으로 이뤄지는 등 이러다가는 본래 취지였던 ‘북한 예술단 공연’ 계획마저 불발탄이 될 가능성마저 포착되고 있는 상태다.

    축제재단과 협의차 들른
    방문에 물벼락을 맞고…

    ▲ 그래도 찾아온 손님에게 물벼락 세례를 끼친 것은 두고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2004 Sundayjournalusa

    모든 것을 차치하고라고 지난 10일은 참 의미 있는 날이었다. 북한 UN 대표부가 ‘문화교류’ 차원에서 논의차 LA를 처음 방문하는 계기가 마련되었고, ‘용천 대참사’로 실의에 빠진 북녘 동포들을 위한 해외 최대 한인밀집 지역인 LA 한인들의 정성스런 모금액을 전달하는 큰 의미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일부 단체장들의 그릇된 공명의식과 호기로 인해 자칫 두마리 토끼를 다 놓쳐 버리는 결과가 되었다. 모금을 전달하는 주최 측인 LA 한인회는 추후 전달한 성금이 용천 주민들에게 직접 전달되었는지 여부를 책임져야 할 굴레를 떠 안았다. 또한 ‘모금액 중 일부는이곳 시민권자가 아닌 한국 국적 소유자들의 돈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은 두고두고 문제의 소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차기 회장 내정자에게 ‘공을 넘긴 셈’이 되어 버렸는데, 이날 전달식에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어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아울러 이번 북한 대표부의 방문을 성사시킨 ‘LA 한국의 날 축제재단(이사장 김남권)’ 측은 단체 이사진 중 한 사람인 ‘하기환 LA 한인회장’에게 휘둘려 ‘대사를 그르쳤다’는 점에 있어 자칫 공언해왔던 ‘북한 예술단 공연’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박길연 대사 방문계획 취소 배경은?

    ▲ 하기환 LA 한인회장이 탈북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는 모습.

    이번 북한 UN 대표부 관계자의 LA 방문을 앞두고 뉴욕 UN 북한대표부에는 최근 무려 100여 통의 전화가 쇄도했다고 한다. 이들 전화내용 중에는 “정말로 성금이 용천 주민들에게 전달되는가… 무엇 때문에 LA에 오려고 하는가” 등등으로 북한 대표부 당국이 이 같은 전화폭주로 인해 스트레스에 빠졌었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전화폭주 탓인지 원래 북한 UN대사인 박길연 대사가 LA 한인사회를 방문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막판 건강 상의 사유를 들어 취소하게 된 배경이 되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 대사가 LA를 방문할 경우 코리아 타운에서 대규모 시위가 계획됐다”는 사전정보를 남한 정보당국이 북측에 흘려 박 대사의 일정을 취소케 했다는 소문도 있다.

    이번 북한대표부의 LA 방문은 친북 성향의 인사가 타운의 주무대로 나서고 싶은 기회와 한인회장의 기회주의적 발상, 그리고 한국의 날 축제재단 측의 과욕이 한꺼번에 맞아 떨어져 만들어 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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