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 감도는 식품상 협회… “수습책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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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식품상 협회 분쟁 (Kagro)

한인식품상협회(KAGRO)의 내분은 오는 17일부터 20일까지 LA 코리아타운내 레디슨호텔에서 특별한 화해가 없는 한 총연합회(회장 구군서)와 가주협회(회장 한종섭)측이 생사를 겨누는 전쟁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필라델피아 식품상협회 등 지방협회 관계자들이 식품상 내분을 수습하기 위해 타협점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가주협회측은 LA총회에 참석하는 지역협회 대표자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주협회측의 한 관계자는 지난 12일 “가주협회측은 총회에 참석하는 지방협회 대표들과 접촉해 협회측의 주장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방침이다”라면서 “총연측의 가주협회 제명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상협회 분쟁에 대해 총연합회측의 한 관계자는 지난 11일 “가주협회측이 주장하는 총연합회에 대한 사항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면서 “그들은 식품상협회의 규정을 위반했다”고 말했다. 한편 양측은 본보가 지난 2회에 걸처 보도한 식품상협회 분쟁사태에 대해 뉴욕식품상협회측은 ‘기사 내용 중 일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식품상 분쟁 기사에 대한 전말을 소개한다

<성진 / 취재부 기자>

17-21 LA 레디슨 호텔서 총회 개최
타협점 찾지 못할시 또 다시 소송 가능성
뉴욕협회 “본보에 사실과 다르다” 항의

한인식품상협회는 미주한인사회에서 경제단체 중 최대 조직체를 구성한 단체이다. 전국적으로 한인식품상 업소가 25,000개에 이르며 매출액만도 150억 달러에 이르는 대단위 그룹으로 평가되고 있다. 막강한 세일파워와 바잉파워를 지니기 때문에 미주류업계에서도 한인식품상협회에 대하여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세계적인 기업인 코카콜라를 비롯한 음료회사들과 앤호이저 부쉬나 시그램 등을 포함한 주류회사들이 식품상협회 행사에 다투어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이다.

지난 1989년에 전국조직체를 구성한 식품상협회는 한국과의 경제교역에도 큰 역할을 할 정도로 성장했다. 지난 1월에는 전국총회를 한국의 제주도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전국조직인 총연합회는 이제 미국과 캐나다에 30여개의 지역협회를 둘 정도로 규모도 커졌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내부 분열이 발생해 전체 식품상협회 발전에 저해요소로 등장하게 됐다. 원래 총연합회는 가주협회에서 출발됐다. 가주협회의 회장을 지낸 사람들이 총연합회 회장을 맡게 될 정도로 총연과 가주협회는 밀접한 관계였다.

이 같은 식품상협회에서 총연과 가주협회가 ‘로고’ 문제를 명분으로 갈등과 내분이 야기되어 급기야 총연이 가주협회를 제명하기에 이르는 사태가 발생했다. 식품상협회는 이 과정에서 ‘가짜담배 사건’도 터져 어수선한 분위기였는데 이 문제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직체 내부 분열이 야기된 것이다. 이들 관련 단체들은 갈등과 내분을 해결하지 않은채 LA에서 전국총회를 예정했다. 총연합회가 정한 총회장소가 바로 분쟁 상대자인 가주협회 본부가 있는 LA라는 점에서 가주협회측이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본보는 이 같은 상항을 동포사회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식품상협회는 어느 개인의 조직이 아니다. 식품상협회의 고객은 바로 동포들이기 때문이다. 또 식품상협회는 한인사회의 최대규모의 경제단체이기에 공공의 이익단체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지난 6일자에서 본보는 LA총회에서 총연합회측과 가주협회측이 제명문제를 놓고 접전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실지로 가주협회측이 구축한 웹사이트에는 총연합회측을 공격하는 내용들이 주제 기사로 올라 있다.) 본보는 또 총연합회측이 이번 총회에서 현재의 가주식품상협회를 완전히 제명시키고 새 식품상협회를 가주에 설립할 계획이며 이에 맞서 가주협회측은 뉴욕협회측과 공조해 총연합회를 개혁 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기사는 가주협회의 한 실무자와 2회에 걸친 취재와 뉴욕협회 관계자들과의 전화취재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다. 가주협회의 한 실무 관계자는 기자에게 “오는 LA총회가 마지막 전쟁터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총연합회의 제명조치에 대한 가주협회의 전략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최근 가주협회 임원진들이 뉴욕협회 새임원진 취임식에 참석해 협력을 요청해 총회에 대응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뉴욕협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가주협회 임원들과 뉴욕협회측이 만나 서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가주협회는 지난 2002년 8월 로고 등록 갱신을 하면서 캘리포니아 주 정부뿐만 아니라 연방 정부까지 등록한 뒤 소유권을 제외한 사용권만 식품 총연과 각 지역 협회에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이에 총연합회측은 가주협회에 로고 양도 소송을 제기하고 지난 1월 제주도에서 열린 총회 때 가주협회측이 불참한 상태에서 제명하는 강경조치를 취해 물의가 야기됐다.

총연합회측은 이번 LA총회 때 제명된 가주식품협회의 대표자들의 참석을 봉쇄하고 ‘로고’문제를 총연합회에 귀속시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태를 앞두고 일부 지역 식품상협회가 중재에 나서고 있으나 양측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한인식품상협회는 법정소송과 함께 양분될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부 지역협회는 식품상협회의 내분을 우려하면서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이승수 필라델피아 식품협회장은 “우리와 시카고 협회에서는 총연이 가주 협회 제명 조치를 협회 정관에 맞게 처리 했는 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면서 “어떤 일이 있어도 회원을 대표하는 지역 협회를 제명하는 조치는 최대한의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한인식품협회측 분란에 대해 미주류 식품업계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두고 지켜 보고 있다. 코카콜라측의 한 관계자는 “소수계 중에서 최대 식품협회를 지닌 한인커뮤니티의 협회가 갈등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만약 협회가 양분될 경우 어느쪽을 상대해야 할지 걱정된다”고 밝혔다. 또 앤호이저 부시측의 한 관계자도 “양측이 대화로 합의할 수 있는 사항을 법적문제로 비화시킨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단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회원들의 이익을 고려치 않고 명분만 중요시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웹사이트 영어명칭 혼돈
양측 모두 kagro
명칭 사용

현재 가주협회는 kagro.net라는 독자적인 웹사이트를 개설해 총연합회측의 불합리성을 맹공격하는 글을 띄우면서 ‘로고’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주장을 계속 펴고 있다. ‘로고’ 문제로 분쟁하는 총연합회와 가주협회는 웹사이트 도메인 네임도 비슷하다. 총연합회는 www.kagro.org 인 반면 가주협회는 www.kagro.net이다. 양측이 모두 kagro라는 영어 명칭은 같고 다만 총연합회는 org로 표기하고 가주협회는 net로 표기했다. 웹사이트만 보고서는 어느편이 총연합회인지 가주협회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이들 웹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영어 명칭도 서로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가주협회의 영어 명칭은 Korean American Grocers Association로 ‘한미식품상협회’가 된다. 한편 총연합회 사이트에 가보면 영어 명칭이 National Korean-American Grocers Association로 ‘전국한미식품상협회’가 된다. 양측 조직규모에 비해 웹사이트 구축은 허술한 편이다. 그나마 가주협회가 약간 나은 편에 속한다. 총연합회측의 웹사이트는 영어로만 되어 있어 회원 서비스면에서 한국어 사이트도 제작됐어야 했다. 홈페이지 내용이나 산하 지역협회에 대한 링크 시스템도 부실했는데 연결 가능한 지역협회는 오레곤협회 뿐이고 매릴랜드와 필라델피아는 연결이 되지 않았다. 기타 총연합회 역사나 임원진 정보사항 등은 아주 부실한 편이다.

이에 비하면 가주협회 사이트는 그나마 회원들을 위한 법률 상식 정보란이 구축되어 있어 체면 유지가 되고 있다. 그러나 사이트에는 주로 협회에서 주관하는 골프대회 소식과 사진들이 크게 소개되어 있어 일반인들 보기에 식품상협회가 골프 클럽으로 오해를 받을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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