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 컴퍼니 설립 ‘뭉치돈 송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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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골프장 무차별 매입
합법 가장한 「불법 외화 반출기승」

합법 가장한 해외 부동산 취득 대대적 조사

지난 주 본보에서 기사화한 ‘부동산 경기 과열’로 인한 ‘무자격 에이젼트들의 범람, 또한 그와 관련된 ‘각종 사기사건 유형’ 기사가 나간 직후 피해자들의 제보가 본보에 빗발쳤다. 이러한 가운데 본국으로부터 불법 해외송금 및 외환 유출을 하는 일부 한인들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다들 긴장하는 눈치.

한국 금융 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연간 해외 송금규모가 10만 달러 이상인 송금자들의 명단과 송금액, 송금지역 등에 관한 자료를 은행으로부터 넘겨받아 우선적으로 조사한다”는 내용의 조사방침을 밝힌 것.

우선 1차적으로 특정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대규모 송금이 이뤄진 고객, 그리고 해외지사 등 명목상 이른바 ‘페이퍼 컴퍼니’를 차려 놓고 투자형식으로 송금하는 케이스 등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근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고 있는 ‘해외 부동산 구입’과 ‘골프장 회원권 구입’을 위해 한국은행에 신고하지 않고 송금한 경우에 집중 처벌한다는 방침.

금감원 측은 위법한 사실이 드러나 그 ‘해외 불법송금’ 금액이 크고 잦은 경우 ‘외환 거래정지’ 등과 같은 행정조치 및 형사 고발조치 등을 함께 취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향후 ‘처벌자’들이 누구일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알려진 바로는 금감원 측이 다각도로 검토하자는 취지에서 관련 협력부서들 간에 협조가 이뤄질 것으로 보여 ‘대대적 수사’가 예고되고 있다.

강신호<취재부 기자> [email protected]

10만불 이상 송금자 조사 발표해 LA 부동산 시장 긴장

여유자금 탈출 러시,“해외 부동산 투자로 몰린다”
한국정부에 대한 불신감 작용한 듯…

올 들어 해외로 빠져나간 돈이 5조 3,00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일본, 독일, 영국 등에 이어 OECD 가입 국가 중 상위권인 4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처럼 본국 내 부동자금이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 이유에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먼저 現 노무현 정권의 불안함에 대한 불신감을 필두로 정부의 부동산 보유세 인상조치, 그리고 기존 기득권 층에 신경을 건드리는(?) 현 정부의 강경정책 일색이 기존 부유층들로 하여금 ‘한국의 경제전망이 불안하다’는 이유로 ‘탈출러시’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평이다.
향후 노무현 정권이 ‘정치 및 경제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빠른 시간 안에 다잡지 못한다면 중산층 이상의 부유 계층들의 ‘탈 한국화’ 현상은 진정되지 않을 조짐이다.

각종 외환 관리법들의 규제 완화

3단계 외환 자유화로 인해 지난 2002년 7월부로 해외 유학· 체재· 이민 목적의 송금이 이미 자유로워진 상태다. 또한 증여성 송금에 대해서는 연간 1만 달러, 해외유학· 체재비 송금의 경우 1인 당 10만 달러 한도 내에서 누구든지 자유롭게 외환을 송금 할 수 있다.

‘3단계 외환 자유화’ 발표 전에는 해외 이주비의 경우 ‘4인 가족’ 기준으로 50만 달러까지 제한하는 상한선이 있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3단계 외환 자유화’ 정책에 따라 ‘해외 이주비 한도’가 풀려 출처만 확인되면 얼마든지 해외로 송금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이들 해외 거액 송금자들이 해외로 투자하는 금액은 대략 5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 정도 수준이다. 해외 거액 송금자들은 이 자금으로 주로 해외의 부동산이나 유명 골프장 회원권 등을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송금자 사례‘ LA 부동산 투자 제일 많아…

▲ 얼마전 문제가 된 바 있는 올림픽-세라노 부지.
ⓒ2004 Sundayjournalusa

이런 자금들의 중간 기착지로 이곳 LA가 자주 거론되는 것은 우선 한인들이 많아 비즈니스하기에도 편하고, 한국어-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인력 확보의 용이성, 또한 무엇보다도 부동산 매입과 매수에 관련된 자금의 유동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장점들을 모두 갖춘 LA 지역은 넘쳐 나는 ‘정체불명’(?)의 자금을 포함해 이 같은 해외 송금 러시로 말미암아 심한 부동산 인플레 현상마저 일어나고 있는 상태다.

지난 3월 본보 제451호에서 기사화한 바 있는 올림픽과 세라노에 위치한 한국 자산관리공사의 경매부지(1011, 1017, 1019, 1025, 1029 Serrano Ave.)와 관련해 감정 시가로는 2백만 달러에 불과했던 이 부지가 무려 3백 50만 달러가 넘는 금액에 낙찰되는 기현상까지 보이기도 했다. 타운 내 얼마 안 되는 노른자위 땅이라 인수과정에서 어느 정도 인수가격이 올라 가리라고는 예상했지만 거의 2배에 가까운 낙찰가격이 나온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이번 입찰을 따낸 수진 LLC는 본국에 있는 주식회사 한국 알코올 산업 회장의 조카이면서 울산 지역의 주류 도매업으로 큰 돈을 번 사업가로 알려져 있으며, 이미 오래 전부터 이번 입찰을 위해 상당한 자금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지의 인수에 나선 이른 바 한인 타운의 부동산 실세들이 모두 모여 경쟁이 치열했던 사실만으로도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윌셔가 점령군 데이빗 리 씨, 한인 부동산 업계의 대부 남문기 씨, 알부자로 소문난 하기환 씨 등 부동산 실세를 포함 총 12개 업체가 참여했던 이 부지 입찰은 약 353만 달러(린 76만 달러를 제외한 금액)에 매각되어 1스퀘어 피트 당 약 140 달러가 넘는 수준으로 최종 낙찰이 이뤄졌다.

부동산 과열 현상 전망 투자가 아니라 투기 열풍
투기성 유입 자금의 이동 경로

이처럼 부동산 열기가 과열이 아닌 사회적 이슈에 가깝게 변질되자 어떻게 이런 많은 자금들이 유입 될 수 있을까에 오히려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즉 미국에서 부동산 등을 투자개념으로 사들이면서 일부 한인들은 영주권·시민권을 가진 해외 친척 명의를 빌려 국세청의 감시망을 피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법규상 재외동포는 연간 10만 달러까지 돈을 출처증명 서류 없이 통장·여권만으로 송금이 가능한 점을 교묘히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여권과 예금 통장만으로 어떻게 혐의를 적용해 불법거래를 가려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전하며 “다만 은행 측에서 자금의 출처가 의심스럽다고 판단할 경우 ‘혐의거래’로 신고토록 되어 있지만 해당사례는 전무하다”는 설명.

근본적 해결책이 시급

▲ 본보가 지난해 집중적으로 기사화한 바 있는 (주)신한(대표 김춘환)이 팜스프링스 지역에 해외투자를 한다고 공시한 뒤 수년 동안 방치하고 있는 문제의 부지.
ⓒ2004 Sundayjournalusa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는 김 모 씨(41)에 따르면 “현지에 페이퍼 컴퍼니 형태로 지사를 세워 기업간 거래로 위장하여 송금하는 사례가 도를 지나서 너무 만연 돼 있다”며 현 상황을 꼬집었다.

과거 본보가 집중 보도한 ㈜신한 종합건설(종목코드 005450)의 김춘환 대표의 경우에서처럼 본국에서 법정관리 상태인 중견 건설업체를 헐값에 인수, 미국 자회사를 통해 리조트사업에 진출한다는 구실로 170만 달러에 달하는 회사 돈을 합법적으로 빼돌린 경우는 이 경우에 해당된다 하겠다.

주한미군의 점진적 철수가 가시화되자 ‘유동자금의 해외 탈출 러시’ 행령은 앞으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외환과 관련한 관련법규의 현실적인 재정비와 본국 내 투자환경의 개선에 따른 투자심리의 안정이 무엇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해부터 뜨겁게 달아오른 부동산 열풍은 미국 내 저금리 현상에만 기인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보다는 ‘본국의 탈 한국바람’에 힘입어 합법 혹은 불법적 자금들이 ‘탈출러시’를 하고 있다는 시각이 더 그럴듯한 설명으로 들린다.

▲ 본국의 유력인이 인수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던 캐슬 클릭 골프장.

본국의 정체 모를 거금들이 한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LA나 뉴욕 등지에 대거 유입되고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실제로 타지에서 거주하던 한인들 또한 한인들이 밀집해 모여 사는 곳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포착되고 있다.

이렇듯 한정된 코리아 타운 내에 점차 인구 밀집도가 높아지자 주택이나 콘도 가격이 높아지며 ‘부동산 투자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W은행의 K 이사장은 본국 출신 한인 투자자에게 ‘에스콘디도 지역 소재 캐슬 클릭 골프장을 약 7백 20만 달러에 매각’해 적잖이 놀라게 한 적이 있다.

당시 놀라웠던 대목은 매각 금액도 금액이었지만, 골프장 매입자가 ‘본국 투자가’라는 사실에 관심이 쏠렸던 것이다.

본국 투자가라고만 알려진 이 한인이 무려 7백만 달러를 끌어 들여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지녔다면, 그 한인은 엄청난 재력가 혹은 경제계 인사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것이다.

한국의 중산층 아니 상류층의 ‘여유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이들 자금의 상당 부분이 LA로 흘러 들어와 ‘투기 및 인플레 현상’을 한인사회에 불러 일으키고 있다. 자칫 ‘서민들의 공간’이 되어야 할 ‘한인타운’이 본국의 일부 눈먼 상류층들의 장난에 놀아나 ‘장사속’에 이용되는 대상으로 전락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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