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쩌다 이런 참변이…” 피납, 김선일 씨 끝내 참수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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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무장 테러조직에 납치됐던 김선일(金鮮一·34) 씨가 끝내 살해됐다.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먼저 아무 잘못 없이 이 세상을 의롭게만 살다간 故 김 선일 씨의 죽음에 심심한 애도의 뜻을 전하는 바이다.

본국 정부는 김 선일 씨의 구출에 온 힘을 다 했지만 앞 뒤 안 가리는 이라크의 테러조직 앞에서는 속수 무책 이었다. 국제사회는 김 씨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유감의 뜻을 표명했지만 주검으로 돌아온 김 선일 씨의 시신 앞에서 선 그의 가족에게는 평생을 지울 수 없는 깊은 상처로 남게 됐다.

이 사건으로 인해 이라크는 더 이상 국내외에서 그들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명분을 잃게 되었다. 그는 통역, 번역 대학원에 지원할 정도로 아랍어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신앙심도 깊어 신학대학을 다녔으며, 미군 군납업체인 가나무역의 회사원으로 지난해 6월 15일 이라크로 들어가 1년간 현지에서 일해왔고 아버지의 칠순 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다음달 귀국할 예정이었다.

<특별취재팀> www.sundayjournalusa.com

김선일 씨의 납치시점과 관련된
김천호 가나무역 사장의 엇갈린 증언

▲ 故 김선일 씨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비디오.

김선일 씨는 군납업체 가나무역 직원으로 6월 17일 납치 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납치 시점이 당초 알려진 6월 17일 보다 훨씬 이른 5월 30일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최영진(崔英鎭) 외교통상부 차관은 23일 의원 총회에서 밝힌 기자회견에서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이 납치 시점을 처음엔 6월 17일이라고 했다가, 두 번째는 6월 15일, 세 번째는 5월 31일이라고 진술을 번복했다”며 “김 사장의 세 번째 진술이 가장 정확한 것으로 보고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석방 교섭문제에 관해 협의했던 현지 아랍인 변호사가 10일 경 “납치 사실을 이라크 경찰과 한국 대사관에 알리지 않는 게 좋겠다고 권유해 외부에 일절 알리지 않았다”고 최 차관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알 자지라 방송이 나간 21일까지 3주 동안이나 김 씨의 피랍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론이 여야 정치권에서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한편 김천호 사장은 지난 22일 외교부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김선일 씨가 5월 30일 바그다드에서 팔루자 근처의 미군기지 리지웨이로 갔으며, 6월 10일 경 무장 단체에 억류돼 있음을 알았다”며 “김선일 씨와 동행했던 이라크 경호원 후세인은 아직 생사가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라크 현지 직원과 변호사를 동원해 자체적으로 석방교섭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무장단체 측이 지난 18일 김선일 씨 석방의사를 강력하게 피력하는 등 긍정적인 반응이 나와 대사관에 신고하는 것을 미뤘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김천호 사장이 본국 대사관에 먼저 이 사실을 알리고 정부와 함께 대처해 나갔더라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남는다.

김선일 씨는 납치 단체가 제시한 최종 협상시한 직후인 21일 월요일 오후 4∼5시경 살해됐다고 미군 군의관이 확인했다.

“제발 죽이지 말아달라” 던
김 선일 씨의 호소가 아직도 귀에 선한데

▲ 오열하는 가족들.

김선일 씨는 통역 대학원에서 아랍어를 공부할 학비를 벌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이라크로 달려가 일해 온 선량한 청년이다. 그에게 잘못이 있다면 중동에서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자신의 꿈을 이뤄보려 했다는 것뿐이다. “겟아웃 오브 히어, 히어, 히어!!”(여기서 떠나십시오. 여기서, 여기서!!) 알 자지라 방송에 의해 생생히 보도된 김선일 씨의 절규는 이곳 교민들의 가슴마저 찔렀다.

김선일 씨는 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테러리스트들에게 22일 동안 억류되어 죽는 그 순간까지 공포와 두려움에 치를 떨었을 것이다. 그가 몸담고 있는 가나무역(Cana General Trading Co.)은 이라크 곳곳에 산재한 미군 부대에 생필품을 납품하고 식당·이발소 등을 운영해 왔다.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에 따르면, 5월 30일 김선일 씨는 바그다드에서 서쪽으로 2백km 떨어진 미군기지 리브지 캠프에 물건을 전달하고 돌아오다가 납치되었다. 당시 동행했던 미국 KBR 소속 직원도 함께 납치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KBR는 핼리버튼 계열의 유명한 미국 군수·경호 업체다.

김 선일씨 추모 대규모 촛불
집회 버몬트 광장에서 열려
각계 인사등 추모행렬 200명 이상 참여

지난 22일 화요일 오후 7시 50분 윌셔와 버몬트 광장에서 故 김선일 씨 추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하기환 LA 한인회 회장, 김광남 LA 평통회장, 김봉건 재향 군인회 회장, 레잇 홀든 LA 전 시의원과 ABC, FOX, CBS 등 미 주류 언론들도 취재에 참여해 이 날 촛불 집회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행사는 한인 커뮤니티의 주도로 진행됐지만 김선일 씨 뿐만 아니라 얼마 전 이라크 무장세력의 참수로 세상을 떠난 미국인 닉 버그와 탐 존슨 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간이 함께 진행되어 참석한 모든 이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했다.

▲ 이곳에서도 촛불시위 등 추모행사가 열렸다.

추모식에 참여한 200여명의 한인들은 한 손에는 흰 국화꽃과 다른 한 손에는 촛불을 들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김선일 씨의 죽음을 슬퍼했다. 이 행사에서 한인회의 하기환 회장은 “어제 저녁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고 좋은 결과를 기대했는데 하루 만에 비극으로 끝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이 날 추모집회에 온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라크 무장세력의 반인륜적 처사를 규탄하며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을 것을 촉구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네티즌들의 반응은 더 극렬해서 한 네티즌은 “우리가 무엇을 그리 잘못했나. 한국을 우습게 본 모양이니 반드시 응징해야만 한다”고 적었고, 네티즌 최제신 씨는 “서희·제마 부대 철수하고 강한 전투부대를 보내서 테러집단을 싹 쓸어버려라”고 주장했다. 네티즌 김찬수 씨는 “마음속 깊숙이 복수심이 타오른다”고 적었다.

또 다른 네티즌도 “테러리스트들이 설치는 곳에 무슨 평화 재건부대인가. 전투병을 팔루자로 보내기를 원한다”고 썼다. 인터넷 게시판에서 한 네티즌은 “이런 사건마다 우리 정부는 빈소 방문과 사체 수습만 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 세계 곳곳에서 외교력을 키워 사태 수습에 좀더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정부가 돼 달라”고 썼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인질·살해·테러 등이 딴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우리도 이제는 예외가 아님을 깨달았다”며 우려했다.

남은 교민들의 안전과 향후 정부의 대응책이
더 큰 문제로 남아

▲ 현재 알 자위르키 등은 현상수배 포스터가 걸렸다.

김선일 씨 납치,살해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테러에 대한 국가적 대응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인도 더 이상 테러에 안전할 수가 없다는 것이 이번에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아직도 이라크 내에는 대사관과 무역관 필수직원 20여명, 가나무역 등 기업인 38여명, 기자 및 특파원이 15명 가량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게 제2의 김선일 참사가 일어 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지금이라도 한국 정부는 이들의 안전 대책을 만들고 조속한 철수계획 등을 세워 이와 같은 국가적 참사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한편 중동지역에는 현재 19개의 공관직원을 비롯해 상주하는 교민과 방문자 수를 합쳐 1만 명 정도의 한국인이 거주 중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이들의 안전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정부의 테러대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금 세계의 이목이 한국에 집중되고 있다.

우리는 IMF같은 국난을 딛고 이겨낸 저력이 있다. 의연하고 성숙된 모습으로 이 위기를 얼마나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느냐에 따라 앞으로 대한민국이 차지하는 국제무대 상의 위상도 정해 질 것이다.

이라크 저항세력, 군납업체를 노린다

이라크 저항세력이나 알 카에다와 연계된 테러조직에 피랍된 외국인 인질들은 출신국가의 파병 여부, 대응 방식, 납치조직의 성격, 체류 목적 등에 따라 운명이 엇갈렸다. 외국인 인질로는 처음으로 4월 14일 처형된 이탈리아인(人) 파브리지오 콰트로치(36)는 미국 보안업체 소속 직원이었다. 납치조직은 다르지만, 김선일 씨와 마찬가지로 수니파 거점인 팔루자에서 피랍됐다.

출신국인 이탈리아가 파병 국가이고 미국회사에 근무했다는 점에서, 파병 방침을 정한 한국의 미군 군수품 납품업체 직원인 김선일 씨와 상황이 비슷하다. 이탈리아 정부는 석방 요구 조건인 철군을 거부했고, 한국은 파병 방침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상태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강경 일변도로 대응하면서 또 다른 요구 조건이었던 그의 이슬람 비하발언 사과도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지난 4월 초 납치됐다가 8일 만에 석방된 일본 기자와 비정부기구(NGO) 회원 등 3명은 여러 가지 면에서 김선일 씨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양국 모두 파병국이지만 재건사업을 주임무로 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일본의 선례에 따라 종교 지도자 등 여러 채널을 통해 ‘협상’을 벌였다는 점에서도 같다.

지난달 11일 미국인 통신업자 닉 버그(26)를 참수 살해한 테러조직 ‘알 안사르 알 이슬람’은 구체적인 요구조건을 내걸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아부 그레이브 수용소의 이라크 포로들과 맞교환을 요구했으나, 미국이 거부 의사를 밝히자 곧바로 인질의 목을 베어 처형했다. 피해자가 유대인이라는 점과 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라는 결정적 배경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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