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단소리 – 행정수도 이전이 “천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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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자비원 지안스님의 칼럼으로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

충남 계룡산 신도안 일대에는 조선 건국 초기 대궐을 지으려고 옮겨왔던 석재들이 지금도 남아 있다. 대궐평으로 불리는 곳이다.

태조 이성계는 즉위 원년 서울(한양)을 도읍지로 정했다가 돌연 계룡산으로 옮기기로 하고 거의 1년간 공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경기도관찰사 하륜 등이 풍수지리설을 내세워 계룡산 천도에 반대함에 따라 공사를 중지하고 한양으로 도읍지를 굳혔다. 왕조 교체기인 고려 말과 조선 초에는 이러고도 조정의 영(令)이 설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천도(遷都)와 환도(還都) 논의가 무성했고 국력 소모도 컸다.


14세기 후반 고려 공민왕부터 우왕,공양왕에 이르기까지 마지막 3대에 걸쳐 천도를 위한 궁궐 축조가 추진됐다가 중단되기 여러 차례였으며 실제로 한양 천도를 단행했다가 다시 개성으로 환도한 적도 있었다.

당시 천도 주장은 이미 기(氣)가 쇠진한 개성에서 도읍지를 옮겨 왕조를 중흥해야 한다는 풍수설에 입각한 것이었지만 그 배경에는 신·구세력간의 갈등과 헤게모니 쟁탈전이 깔려 있었다. 한양 정도 610년인 올해 신행정수도 논의가 천도론으로 확산되면서 찬반 주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 때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신행정수도 계획에 행정부는 물론 국회와 사법부까지 이전 대상 기관으로 포함된 것이 알려지면서 사실상의 천도에 반대하는 주장과 이전을 지지하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있다. 게다가 노 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 계획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약속한 사실이 확인돼 이미 제 16대 국회에서 통과된 특별법을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국회가 여야 합의로 특별법을 통과시켰으므로 국민투표를 실시할 이유가 사라졌다며 명운을 걸고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 균형 발전과 국력 낭비라는 상반된 시각에서 비롯된 수도 이전 찬반론은 정점을 찾지 못한 채 논쟁이 거듭될수록 간격만 벌어지고 있다. 언론사 등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역시 찬반 양론이 팽팽한 호각지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수도 이전 논란은 한양 정도 당시의 풍수설 대신 나름대로 각각의 근거를 지닌 국가 발전 전략을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그 배경에는 여야의 정략과 보·혁 간의 갈등이 내재돼 있다고 판단된다.

과연 충청권에 행정수도를 건설해야만 경제력과 인구의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국토의 균형 발전을 이룰 수 있는지 아니면 수도 이전의 비용을 아껴 기술 개발과 인재 육성 등에 투자를 늘려야 국가 발전에 효과가 있을 것인지는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국민 부담으로 남겨진 공적자금의 상환과 농어촌 특별대책, 자주국방과 주한미군기지 이전, 국가균형발전계획 추진 등에 엄청난 재원이 필요한 마당에 수도 이전까지 추진하는데 소요되는 많은 자금 충당은 기존 보유재산의 처분으로 충당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상태로 특별법에만 근거해 수도 이전을 추진한다면 오는 2007년 차기 대선까지, 또는 그 이후까지도 국론 분열이 이어질 우려를 배제하기 어렵다. 어쩌면 차기 대선에서 수도 이전이 가장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켜 이전 중단을 공약으로 내거는 후보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경우 수도 이전 문제가 지역적인 의견 대립과 맞물려 어느 쪽으로, 어느 정도 수위까지 확산될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막상 수도 이전이 새로운 집권세력에 의해 무산된다면 지역 주민들의 허탈감은 말할 필요도 없고 그동안 이전 추진에 들어간 국력 낭비와 국론 분열로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 뻔하다. 이런 우려와 부작용을 막을 해법은 국민투표에 달렸다. 어떤 식으로든 국민의 명백한 동의를 받아놓고 이를 근거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국민을 설득할 자신이 없다면 애당초 시작하지 말았어야 할 일이다. 수도 이전에 명운을 걸었다는 정부가 국민투표를 받아들이는 데는 대단한 결단이 필요하리라고 본다.

막상 국민투표가 부결될 경우 현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개혁조치들도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될 우려가 크다. 하지만 사업의 성공을 담보하려면 아무리 위험 부담이 크더라도 국민의 명백한 동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만 한다. 그러나 서울과 수도권의 인구가 전체인구의 절반에 가깝고 그 사람들은 미래보다 현재의 자기들의 이익에 우선하여 부를 택할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국민투표에 대한 위험 부담을 지기 느끼는 것이다.

이 부담됨이 싫다면 단 한 가지 방법은 있다. 가급적 사업 추진 일정을 앞당기는 것이 국론분열을 조기에 잠식하고 건축토목경기를 활성화시키며 많은 노동적 일자리가 창출되게 하는 것이다. 행정 입법 사법부가 옮겨가도 한국의 수도는 서울이다. 미국의 대도시인 뉴욕과 행정수도 워싱턴과 같은 모델이 될 것이다. 언젠가는 꼭 옮겨져야할 것이라면 “말나온 김에 생각난 김에”라는 말과 같이 모두가 뜻을 모아보자.

문의 : 자비원 (323)735-2784 / (213)268-2986
주소 : 1224 Crenshaw Blvd. LA 9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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