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군악대장” 할아버지… 아버지 이어 손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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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본보 정치비평 칼럼니스트 故 정호상 선생 일가의 “애틋한 군악대 사랑” 記

1월 타계한 고 정호상 선생 손녀 정 하야나씨 육군 소위 임관 화제
조부는 군악대 창설… 부친은 해군 군악대 오빠는 경찰 군악대에

“64년 아사히 신문입사 유신체제·군부독재 맞서 투쟁 3차례 투옥 80년 도미 선데이저널에 名 정치칼럼 집필 “

1986부터 1987년까지 본보에서 칼럼을 맡으셨던 원로 언론인 정호상(鄭乎相·79)씨가 지난 1월10일 새벽 6시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1925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공군군악대 창설 초대 군악대장 등을 거쳐 공군 중령으로 예편한 뒤, 국제신보와 동화통신사에서 편집부국장(1958~64년)을 역임했다. 지난 1964년 일본 아사히신문에 입사한 고인은 22년 동안 서울지사 기자로 활동했으며, 지난 70년대에는 유신체제에 맞서 언론 자유를 요구하다 3차례 구금되기도 했다. 도미한 후 선데이 저널지에서 칼럼을 재개하며 원로 언론인으로서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고인의 유족으로 장남 정병조 하얀포토 사장 등 1남4녀가 있다.

여군 소위로 임관 정하야나양
할아버지·아버지 이어
육군 악대 지휘


고(故) 정호상씨 가족에는 여느 가족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정호상씨의 3대에 걸친 군악대 사랑이 손녀로 하여금 대물림으로 ‘군악대(軍樂隊) 가족’을 탄생하게 한 것이다. 올해 초 육군이 실시한 군악대장 선발시험에 합격해 오는 25일 여군 소위 임관과 동시에 지휘봉을 잡은 정하야나(23)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정씨의 친 할아버지 고(故) 정호상씨는 클라리넷 연주자로 1947년 육군 군악대장을 지내다 1951년 공군 군악대 창설의 주역이 됐으며, 아버지 정병조(52)씨도 해군 군악대 대원으로 튜바를 연주했다.

정하야나씨는 올봄 이화여대 음대 기악과(클라리넷 전공) 졸업과 동시에 군악대장 합격 통지를 받았다. 그의 오빠인 민기(26)씨도 경찰악대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서 클라리넷을 공부하며 육군 군악대장 시험을 준비 중인데, 여동생이 오빠보다 먼저 ‘가업(家業)’을 잇게 됐다. 민기씨의 약혼녀까지도 공군 군악대장을 지망하고 있어 ‘군악대장 부부’도 탄생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 초대 군악대를 창설했던 정호상 선생과 조부의 뒤를 이어 이화여대 음대를 졸업하고 육군 군악대장 합격 통지를 받은 손녀 정 하야나(23) 씨.

정하야나씨가 군악의 길에 들어선 것은 집안 분위기의 영향이 가장 컸다.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가 쥐어준 클라리넷을 장난감 삼아 놀았고, 군악대 연주를 따라다니며 박자를 맞췄다. 군악대장 출신으로 일본 아사히 신문 기자를 지낸 할아버지 정호상씨는 생전에 손녀 정씨에게 연주와 지휘를 직접 가르쳐 줬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클라리넷을 연주하기 시작한 정씨는 선화예중·서울예고를 거쳐 이화여대 음대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에도 그녀는 음대 최우수 학생, 서울청소년 시립 교향악단 수석연주자 등으로 뽑히는 등 뛰어난 재능을 보여줬다. 정씨는 클라리넷뿐 아니라 플루트, 피아노, 오르간 등 웬만한 악기는 다 다룰 줄 알며, 특히 지휘를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정하야나씨는 음대 졸업을 앞두고 주변에서 유학을 권유하자 “음악을 통해 국가 보위에 힘을 보태는 군악대 일이 더 의미있을 것 같다”며 “내가 아직 어리지만 악단 하나를 지휘해 본다는 것은 음악인으로서도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라며 군악대장의 길로 나섰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그녀는 시험을 앞둔 1년 전부터 지휘 등 실기 연습에 몰두하는 것은 물론, 매일같이 등산로를 뛰며 체력을 다져 ‘군인’이 될 준비를 치밀하게 했다. 올해 초 3명을 선발하는 3기 육군 군악대장 선발시험에는 음대 출신의 쟁쟁한 젊은이들 30여명이 지원했다.

시험 치르기 바로 며칠 전 정하야나씨는 당시 미국에 살고 있던 할아버지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할아버지 뒤를 이어 꼭 군악대장이 될게요”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2차 체력시험을 하루 앞둔 지난 1월 10일, 할아버지가 별세했다. 그녀는 슬픔에 잠겨 ‘엉엉 울면서’ 체력시험을 본 끝에 꿈을 이뤘다. 정씨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군악대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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