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범 전 국회의원의 한국으로부터의 4번째 통신.
본보 특약 “통치 철학도… 국가 방향도 없다”
태국통해 북한에 독가스 원료 70톤 거래하려다 적발
명백한 화학무기 금지협약
북과의 「민족 공조」인가… 국정원 「기강 해이」인가
국정원 「안보는 뒷전… 이권에 혈안」
외신들 「성능 실험위해 생체실험」보도
북한이 핵개발 문제로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어오더니 남한이 1962년에 플루토늄을 추출했고 2000년에는 우라늄 농축실험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남북이 함께 국제적 관심국가가 되었다. 좋은 일은 분명 아니다. 한국 정부는 별 것 아니라고 파문을 줄이려 하는데 이번에는 미국 언론에서 DJ 정권 때 농축된 우라늄의 순도가 이란의 경우보다도 높다는 보도가 튀어나왔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핵실험 준비 징후가 포착되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6자 회담의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는데 남북한이 화학무기 원료 거래를 둘러싼 국제적 물의에 함께 연루된 사건이 일어났다. “홀로 서 있는 나라” 한국 한국은 어찌 하려고 이러는가? 미하엘 가이어 주한독일대사는 2일 강연에서 한국의 대외 정치상황과 관련, “독일은 주변국이나 북미 대륙의 파트너 국가들과 정치적으로 밀접한 관계 속에 살아가고 있지만 한국은 통일을 염원하면서도 주변국들과의 관계에서 거의 홀로 서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는데 노무현 정권은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면서도 자주로 착각하고 홀로 설 참인가? 화학무기를 없애기 위해 체결된 화학무기금지협약(CWC: Chemical Weapons Convention)은 지난 1997년 4월29일 국제적으로 발효됐다. 한국은 이를 비준했지만 현재 북한, 리비아, 시리아의 경우 가입조차 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 이 조약에 따라 가지고 있는 화학무기를 폐기해야 하고 화학무기를 만드는데 쓰일 수 있는 물질을 수출입할 때에는 가입국 사이에서도 이 협약에 따라 사전에 승인을 받거나 감시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재를 받게 된다. 그런데 한국의 한 회사가 북한으로 가는 화학무기 원료를 수출한 것으로 드러났으니 돈이 국익보다 앞서서인가 아니면 정보기관의 기강이 해이된 탓에 일어난 것인가? 만에 하나 북한이 주변국들과의 협상에 위협용으로 쓰라는 해괴한 형태의 “민족공조”나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첫 보도는 일본에서 나왔다. 산케이 신문은 8월 27일 북한의 조선금강무역(Korea Kumgang Trading Corporation)이 지난 5월 한국의 모기업으로부터 태국의 한 화학회사를 통해 화학무기용으로 쓰일 수 있는 시안화나트륨(sodium cyanide) 70톤을 수입하려다 현지 수사당국에 의해 제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한국원산 북한 시안화나트륨의 경우 산에 의해 분해되어 무색의 독성이 강한 액체 또는 기체인 시안화수소(청산)를 발생시키며, 이 시안화수소가 화학무기용으로도 쓰인다. 사린가스로 알려진 치명적인 이 신경가스는 4.5kg만 살포해도 4분 안에 1천만 명 정도를 몰살시킬 수 있는데 옴진리교 교주가 일본 지하철에 뿌려 위력이 알려졌다. 한편 북한으로의 화학물질 수출과 관련해 독일의 시사 주간지 슈피겔은 2003년 5월 19일자에서 독일에서 싱가폴로 수송 중이던 시안화나트륨 30톤을 독일정부가 “북한으로 가는 밀수 물자라며 정지시켰다”고 보도했었다. 수천 톤의 화학무기를 비축하고 있는 북한은 1961년 “독가스와 세균은 전시에 효과가 있다”는 김일성의 교시에 따라 화학무기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장비와 물자를 독자적으로 개발했고 전방은 물론 부산과 목포까지 동시에 화학탄으로 공격할 수 있는 독자적인 화학전 공격능력을 갖추게 됐다. 화학무기는 생산비용이 낮고 사용 후에도 증거를 없애기 쉬워 효율성이 뛰어나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한 북한으로서는 매력적인 무기이다. 북한은 생화학 무기의 성능을 측정하기 위해 정치범들을 생체실험에 사용하기도 했다는 탈북자의 증언이 최근 영국 BBC방송에 보도되어 국제적 주목을 끌기도 했다. 그런데도 한국은 국제협약도 모르는지 제3국을 통한 독가스원료 거래에 기업이 연루되도록 모르고 있었다니 정보기관은 놀고 있었단 말인가? 국정원은 딴 짓에 바쁘니 안보와 관련된 일을 하라고 운영하는 기관이 국정원이다. 국정원은 2003년 5월 “첨단 산업동향을 중심으로 해외 정보수집 능력을 강화하겠다”며 경제단을 개편하고 국내담당차장 산하 대공정책실에서 해외담당차장 산하 국익정보실로 옮겼다. 그런데 경제관련 국내외 고급 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경제단의 주요 간부 등이 각종 이권에 개입하거나 향응을 받아온 사실이 밝혀져 최근에 징계처분을 받았다. 과거에도 국정원 경제단의 주요 간부들은 이용호 게이트 등 여러 비리 사건에 연루되어 물의를 빚기도 했으니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제 버릇 어디 주겠는가? 따져보면 당초 경제 쪽에 나서겠다는 발상이 잘못이었다. 경제정보라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누구보다도 잘 알게 마련이어서 기업인들이 수집하면 되는 것이다. 전문지식도 부족한 정보기관원이 경제에 기웃거리게 했으니 젯밥에나 관심을 두고 등이나 치도록 장을 벌여준 셈이다. 서투른 개혁이란 이런 것이다. 이렇게 엉뚱한 짓에 정보기관이 바빠 안보 기강이 해이해진 틈에 독가스 원료가 제3국을 통해 북한에 갈 뻔 했으니 한국은 어디로 가고 있으며 국민은 어디를 믿고 편안히 잠들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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