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범 칼럼 – 본격적 정쟁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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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장악 시도 군사독재보다 더 심해
사립학교 사실상 국 공유화 기도 반발

열린우리당 4대 개혁법안 제출… 본격적 정쟁 예고
“좌파 개혁독재의 영구집권 「시나리오」 시작됐나”

이해찬 총리 「조선·동아」 발언은 新 언론탄압 전초전으로 해석

상향 발전으로 풀어야 할 과제 하향 평준화 ‘화풀이’
계산된 언론과의 전쟁…신문시장 점유율까지 간섭

▲ 국회가 또 다시 심한 냉각현상을 띄고 있다.
ⓒ2004 Sundayjournalusa

열린우리당은 299석의 국회에서 과반수보다 2석이 많은 박빙의 다수당 지위를 가지고 있는데 선거법위반 재판결과에 따라 과반수가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전방위 개혁작업”을 완료하자는 기세이다. 그들은 정권과 의회권력을 모두 바꾸었다는 자부심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해 왔다.

더욱이 야당을 수구적이고 부도덕한 기득권 세력으로 보며 경멸하고 있다. 그들은 도덕적이고 진보적인 “신식 혁명군”으로 자부하면서 “구식 관군” 같은 야당과 기성 사회질서를 합법적으로 해체하겠다는 나름대로의 비장함도 있어 보인다.

한풀이 정변 시동

한마디로 4대 법안은 기성사회 주도세력을 냉전에 찌든 반민족 세력으로 낙인 찍고 해체하고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다. 합법적 절차를 빌어 자신들의 영구집권을 가능케 할 한풀이 정변을 도모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여기서 그들 집권당은 청순하고 도덕적인가, 보다 직설적으로는 노무현 대통령이 과연 남을 손가락질할 만큼 도덕적인 삶을 살았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그는 1970년대의 유신독재 하에서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그 시절 현실에 영합하였고 판사로 잘 지낸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마치 유신에 저항하는 운동을 한 듯이 발언하고 그런 대중적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얼마 전 해외 민주화 관련인사들을 접견하는 자리에서는 “요즘 옛 독재정권을 돕거나 독재정권 편에 서서 인권탄압과 독재에 방관하던 단체들도 거의 아무 제약 없이 민주적 권리와 인권을 한껏 누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권 맡은 처지에선 그 사람들의 자유를 제한했으면 하는 생각도 없지 않지만 국민은 그런 자유를 허용하라고 해 역사가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이 독재를 방관했던 사실은 잊고 있는 것이다.

무력한 야당과 심각할 후유증

문제는 야당이 여기에 저항할 힘과 결의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다수당이 밀어 붙이는데 법은 이미 통과된 것과 같다. 그런 까닭에 야당이 의원직을 사퇴할 각오로 원외투쟁에 나서 결사저지의 투쟁을 할 것인가가 관심사인 것이다. 그러나 체질로 보아 한나라당은 단상을 점거하여 저지에 성공하거나 단합하여 가두로 나가 싸울 투지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전망은 비관적이다.

민간의 자율성을 줄이고 정부의 간섭을 늘리면 작은 정부가 아니라 큰 정부를 만드는 것인데 어려운 경제여건을 해결하는데 이것이 도움이 되는 일일까? 사립학교법과 언론관계법안은 정부의 간섭을 늘리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거청산형 개혁은 엄청난 저항에 직면하여 대부분 실패하였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일으킨 역사적 경험을 최근 여러 나라에서 목도했다. 추진세력이 도덕적으로 뚜렷한 우월성을 주장하기 어려운 현실 정치의 세계에서는 과거청산은 권력투쟁으로 비쳐져 갈등을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의 폐지도 왜 그리 서두는지 국민 다수가 납득하지 못하는데 밀어붙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표현의 자유는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이 있어야 제한할 수 있다(clear and present danger test). 표현행위와 해악의 발생 사이에 분명한 인과관계가 있고 또 위험이 현존해야 한다. 그런데 이 자유를 막연하게 또는 우려가 있다는 애매한 기준으로 제한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그러나 1991년 법개정으로 남용의 소지가 거의 사라졌고 그 법을 존치함으로서 생기는 상징성도 있다. 헌법재판소가 원용한 이익교량의 원칙(ad hoc balancing theory)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또 문제가 무엇인지 시간을 두고 논의하고 합의를 도출해 가도 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얼마 전에 공개된 자료상에도 지난 5년간 불고지죄를 적용한 예가 한 건도 없다. 남용된 사례도 필자가 아는 한 DJ정권이 야당을 먹칠하려고 조작한 이른바 총풍사건 뿐이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폐지에 반대하면 반개혁 반인권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지나친 일이다.

이렇게 군중 재판하듯 밀어대면 나라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심각한 후유증을 일으킬 것이다.

반민주적 반개혁적 ‘개혁’법안

미국수정헌법 제1조는 “의회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제한하는 어떠한 법률도 만들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언로를 막으면 민주주의는 작동할 수 없다는 역사적 경험에서 나온 헌법적 결단이다.

여기에 비추어 보면 자신들은 개혁이요 진보이므로 이를 비판하는 언론은 제한해도 된다는 여당의 언론관계법안은 반민주적이며 반개혁적이다. 언론기본법이니 언론윤리위원회법을 시도한 과거 우파 군사독재와 맥을 같이 하면서 더 심한 좌파 정권의 독선이다.

한 신문사의 시장점유율이 30% 이상이거나 상위 3개사 점유율이 60%를 넘으면 공정거래법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보고 규제할 수 있게 한 조항을 보자. 광고를 지면의 50% 이하로 제한함은 물론 국가권력이 언론시장에 간섭하고 신문부수를 인위적으로 조정하겠다는 발상은 시장경제 원리와 맞지 않는다.

점유율 규제는 어느 신문은 보고 어느 신문은 보지 말라고 독자에게 지시 명령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방송시장 점유율만을 제한한다. 방송은 소수사업자가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기 때문에 공정성과 공공성 원칙이 더 요구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공영방송이라는 KBS 등의 편파방송 시비가 그칠 날이 없는데 방송법 개정안에서는 SBS를 겨냥한 민영방송재허가 요건강화를 꾀하면서 이 부분에는 침묵한 채 신문에만 점유율 시비를 걸고 있다.

정부가 신문발전기금을 출연해 신문 공동판매ㆍ배달 법인을 지원할 수 있게 한 조항도 정부의 간섭을 늘리는 통로이다. 게다가 기금을 받는 신문은 관변으로 몰릴 텐데 어떻게 그 돈을 받아쓴단 말인가?

고위공직에 대한 저주와 욕설은 이미 거리에 넘치고 있다. 이 거친 민심은 정치를 잘해야 수그러들지 언론을 손본다고 잦아들지 않는다.

사립학교 국, 공유화하나

사립학교법도 당사자인 사학은 물론 여야 양쪽에서 야단이다. “이 나라가 사회주의 국가입니까?”라는 신문광고에서 사학법인들은 학교의 자진폐쇄까지 각오하며 저항하겠다고 선언했고 야당의 좌측은 재단의 교원임면권을 유지한 것에 불만인데 우측은 개악이라고 반대입장이다.

일부 사학의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모든 재단에 같은 잣대를 들이대거나 재단을 무력화하고 교육을 국 공유화할 만큼 국가의 재정이나 조직에 여유는 없다. 일부에서는 사학법 개정이 교육의 소비에트화라고까지 반발하는데 이를 강행하면 다 국유화하라는 소리가 나올 것이다.

사학이 그렇게 문제라면 사들여 국가가 직접 경영하는 것이 오히려 맞을 텐데 그러려면 300조원이 든다는 추산이다. 더욱이 많은 사학이 종교재단과 관계가 되어 있어 종교와 권력의 싸움으로까지 번질 전망이다.

가두투쟁 불사해야

이들 입법안이 표적삼고 있는 주제들은 하향평준화가 아니라 경제의 상향 발전과 미래지향적인 비젼과 목표제시를 통해 풀어야 할 일이다. 경제가 발전해 2만 달러가 넘는 국민소득이 달성되면 예컨대 토론의 여유를 가지고 한풀이 없는 역사 바로 세우기도 가능해질 것이다. 그런데 여당은 이미 귀를 막은 형국이다.

야당이 이제 기로에 섰다. 저지하지 못하면 의원직을 내던지고 가두에 나와 정권퇴진투쟁도 불사해야 하는데 야당이 해낼 수 있을까 주목된다.

본 칼럼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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