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범 칼럼 : “청와대가 한화그룹 감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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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수사… 정권주구… 공권력 남용 “검찰권 또 도마위에”
舊 집권세력 정치적 압박용 오해 피하려면 끝까지 수사해야

大生 인수관련 박지원 등 정치권 로비
청와대 비서관·재경부 차관도 개입

정치보복으로 얼룩진 검찰권 남용
大生그룹 인수관련 지각수사 논란

大生 매각에 DJ·박지원 등 정치권 실세 개입
청와대 김현석 비서관시켜 재경부 차관에 지시

사건 불거지자 김 비서관 미국 도피… 아직 귀국치 않아


어느 정권에서나 검찰권은 논란 거리였다. 편파수사 논란이 적지 않았고 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공권력을 남용한다는 비난이 높았다. 그래서 마침내는 ‘특별 검사제도를 상설화 하자’는 논의까지 나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검찰권은 어느 때보다도 독립되어 있다고 자랑한 노무현 정권 하에서 과연 검찰권은 독립되었고 공정하게 행사되고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가 않다.

달라지지 않은 검찰의 모습

대통령의 장인이 공산당으로 양민을 학살했다고 한 전직 의원의 발언은 죄가 되지 않는다고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사건에 대한 결심공판이 12월 7일 대전 고등법원에서 열렸다. 당초 선관위와 경찰이 불기소 의견을 냈는데도 검찰은 이원범 前 의원을 무리를 하며 기소했었다고 한다. 검찰의 과잉충성, 부끄러운 모습이다.

필자가 1999년 4월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연설하며 회원국 대표들과 국내 기자들에게 야당의 국영문 인권보고서를 배포하여 국정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5년이나 되어 기소한 사건도 그렇다. 필자는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고 국정원과 검찰은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그래서 12월 3일의 4차 공판에서는 3차 공판에 불출석했던 최 모 국정원 前 감찰실장 등의 증언을 들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국정원 관계자들은 출석하지 않았고 고소인인 감찰실장은 하루 전에 고소 취소장을 서울 중앙 지방법원에 제출했다.

고소인이 법정 증언을 기피하는 해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명예훼손은 반의사 불벌죄임으로 법원은 국정원에 사실조회서를 보내 의사를 확인하겠다고 하며 1월 12일을 5차 공판 기일로 정했지만 이쯤 되면 검찰이 공소를 취소해야 마땅하다. 증거도 없이 필자를 기소한 것은 검찰권을 남용한 정치보복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검찰이 과거와 다르지 않은 사례를 들자면 이들 사건만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를 둘러싼 의혹에 대한 검찰의 조사와, 익명의 투서로 벌어지고 있는 군 검찰의 이른바 진급관련 괴문서 사건 수사를 계기로 노 정권이 검찰권, 공권력을 과연 바르게 제대로 행사하고 있는 것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화그룹 제대로 조사할까?

▲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특혜의혹 문제가 계속된 의혹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미온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한생명(이하 대생)은 사옥인 국내최고 높이의 63빌딩으로 잘 알려진 기업이다. 한화그룹은 2002년 9월에 대생 인수자로 결정되었는데 검찰 관계자의 말대로 “한화의 대생 인수 과정에 대해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들은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겨져 왔다.

그러나 인수 직후부터 정권 차원의 특혜의혹이 제기되었고 한화의 회장은 대선자금과 관련하여 수사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대생 인수 의혹을 수사하는 것인가? 다른 정치적 동기가 있거나 면죄부를 주려는 것은 아닌가? 검찰의 지각 수사에 대한 여러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대생의 공개매각 결정에 따라 한화가 인수에 뛰어든 것은 2차 입찰 마감날인 1999년 6월이었다.

그러나 입찰이 세 차례 유찰된 후 한화는 2001년 12월 외국 회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재입찰에 나섰고 미국의 경쟁사인 메트 라이프가 인수의사를 철회한 뒤 2002년 9월에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의결을 받아냈다. 매각안을 통과시킬 때 공자위는 만장일치제의 관례도 깨고 표결을 강행했다.

유찰이 되면서 정부는 대생을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2001년까지 3조 5,500억 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했다.

이렇게 하여 건실한 상태가 된 대생은 2001년에 8천억 원의 당기 순이익을 냈는데, 10년 내리 적자에 그 해에만도 5,808억원의 적자를 냈고 부채비율이 200%를 넘었던 한화가 대생의 주식 51%를 불과 8천억 원에 매수해 자격 시비와 헐값 매각 시비가 일었던 것이다.

▲ 대한생명 매각추진 일지.

메릴린치가 대생의 가치를 9,790억 내지 1조 9,680억원으로 평가한 3개월 뒤의 일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더욱이 1997년의 외환위기 이후에 단기 차입한 자금을 외국에 되갚지 못해 종합 금융회사들이 무너질 때 한화그룹은 계열사였던 한화 종금에 공적자금 1조 5천억을 수혈 받고 떼어냈고, 또 계열사로 볼 수 있는 충청은행은 1조 5천억원의 공적자금을 받은 뒤 하나은행에 합병되었다.

이처럼 한화의 대생 인수는 부실기업이 견실한 기업을 비정상적으로 인수했다는 의혹을 살 여건을 두루 갖춘 것이었기 때문에 한화의 정ㆍ관계 로비의혹과 정권 핵심인 청와대의 관련 의혹이 나오게 되었다.

청와대 개입의혹 밝혀야

청와대와 당시 집권당인 민주당의 실세들에 대한 의혹은 2002년 9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형근 의원이 “한국화약이 대한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 민주당 공적자금특위 위원장 등에게 로비했다.

▲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한화 회장은 지난 4일 친분이 있는 청와대 김현섭 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대생 인수 작업을 매듭짓기 위해선 박 실장이 재경부 차관에게 직접 지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비서실장의 개입을 요청했다”고 제기한 이래 계속되었다.

물론 한화와 당시의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금년 국정감사에서 당시 금감원 상임위원이던 이종구 의원이 다시 인수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은 한화가 대선 전에 구입한 채권 중 30억 원이 로비자금인지 조사하고 있다고 하는데 한 관계자는 “한화 회장의 측근인 김 모 이사가 2002년 당시 청와대의 한 비서관을 통해 대생 인수를 위해 정치권 등을 상대로 로비했다는 첩보가 있다”고 확인하고 있다.

문제의 청와대 비서관은 워싱턴으로 가서 돌아오지 않고 있는 김현섭 씨이고 김 모 이사 또한 대생 인수 직후 캐나다로 가서 귀국하지 않고 있다. 김 이사의 캐나다 도피로 로비 자금의 규모에 대한 추측도 만발했고 김 비서관의 미국 행으로 자금을 건네고 숨겨놓은 곳이 해외일 가능성에 대한 구설이 일었다.

미국도피 비서관 송환했어야

현재 미국 어딘가에 있다고만 알려진 김 前 비서관은 실은 다른 사건으로 2003년에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람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미국 정부에 범인인도를 요구했거나 그를 한국으로 송환하도록 애쓴 흔적이 없다.

최근에 서울고등법원은 민주당 소속이던 설 훈 前 의원의 ‘이회창 총재 20만 달러 수수’ 주장이 허위사실이라고 집행유예를 선고했는데 이 사건의 배후 의혹을 수사한 서울지검 형사6부가 김 씨를 작년에 기소중지하고, 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및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서울지법에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던 것이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미국에 있는 김현섭 씨를 당장 소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기소중지로 처리했고, 설 의원 폭로에 관여한 혐의가 어느 정도 확인돼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다. 귀국할 경우 즉시 체포해 조사를 재개하게 된다”고 밝혔었다.

이에 따라 김 씨와 함께 한나라당으로부터 고발된 김한정 前 청와대 제1 부속실장(현재 김대중 前 대통령 비서관)도 핵심인물인 김현섭 씨 체포 이후 추가 조사하기로 하고 참고인 중지로 처리됐다. 설 의원이 법정에서 “(폭로는) 청와대 김현섭 비서관의 제보와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하면서 이들에 대한 처분이 불가피했을 것인데, 이제라도 검찰이 김 前 비서관을 체포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한화의혹 규명도 헛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검찰이 수사를 겉핥기로 하면 진상규명보다 구 집권세력을 정치적 목적으로 압박하려는 다른 저의에 장단을 맞춘다는 의심을 살 수도 있다. 이런 의심을 떨치기 위해서라도 수사는 끝을 보아야 하는데 검찰이 과연 그렇게 할까 두고 볼 일이다.

익명투서 수사하면 공직사회 황폐화

군 검찰이 10월 15일 단행된 군 장성 인사를 둘러싼 비리의혹을 파헤친다고 11월 22일 육본을 압수 수색한 것은 창군 이래 처음 있는 일인데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보아도 그렇게 난리를 칠 일이었는지 알쏭달쏭하다.

군 검찰은 무언가 있는 듯이 하면서도 그러나 익명의 괴문서에 대해서는 누군가를 음해하기 위한 악의적인 내용이 많아 수사에 별다른 참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것으로 수사를 시작해놓고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그렇다면 기껏해야 국방부 감사관실의 감사쯤으로 해결할 일에 검찰의 수사권을 들이댄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간다.

무책임하기 마련인 익명투서로 감사하고 수사하면 공직사회는 엉망으로 황폐화된다. 그런 부작용을 알기에 익명투서는 문제 삼지 말라는 지침이 나온 적도 있었다. 이런 공직사회 감찰의 기본을 알면서도 검찰권을 동원한 진짜 동기는 군 손보기인가?

국방부 장관이 “잘못된 점이 확인되면 고치고, 오해가 있다면 푸는 것이 군 사기와 기강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판단해 수사를 진행시켰다”고 말한 것을 보면, 무언가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결과가 공정할지도 의문이다.

지나치면 미치지 아니함만 못하다고 했다. 바르지 못한 검찰권도, 지나친 공권력 행사도 분노를 심고 키울 뿐임을 권력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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