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적인 경제… 허울좋은 개혁… 불안정한 북핵… 자질부족 정치
내년도 경제성장율 10개국 동아시아권중 최하위
작년도 경제성장율 4%… 저성장기조 고착 우려
대통령 失政을 국민에게 전가하는꼴
내년 6월 지방선거 또 다시 지역감정
지역 행정구조 개편 정치적 결단 필요
17대 국회 상극적인 구성… 태생적 한계 벗기 어려워
다수당 지위잃고 합당 꾀하는 공작정치 가능성 엿보여
현대 6천억 분식회계·한화 대생 인수 수사는 대 민주당 압박용
새해에도 한국의 정치에는 희망이 엿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은 한 언론과의 회견에서 “국민들도 미래를 좀 밝게 보시고 자신감을 갖고 임해 줬으면 한다”고 했지만 국민 다수의 비관적인 전망과는 거리가 있는 현실인식에서 나온 말이다. 무엇보다도 한해의 표류를 뼈 저리게 반성하고 미래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야 할 정치 지도자들이 이처럼 그렇고 그런 상투적인 말 잔치를 하면서 고단한 민생을 구할 실감나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구호만 요란하고 정치의 상극적 대립구도가 달라질 전망도 없어 보이고 대통령은 한반도의 가장 큰 불안정 요인인 북한 핵을 몇 달 안에 포기 시키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표명할 의지가 없어 보이는 것이다. 개혁 타령에 지친 민생
이제 국민은 개혁에 취해 갈팡질팡하며 비틀거린 한해에 이어 새해는 개혁숙취의 원년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숙취가 머리를 더 아프게 하듯이 더욱 힘든 한해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대통령은 “내년도에도 역시 제일 중요한 게 경제문제 아니겠는가, 기업들은 도전적인 운영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과연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인들을 신명나게 할 개혁으로 그가 한 일 중에 뽐낼 일이 무엇인지 자성해 볼 일이다. 아시아 개발은행(ADB)의 최근 아시아 경제모니터(AEM) 보고서를 보아도 어찌하다 나라가 이렇게 되었는지 탄식이 절로 나온다. 보고서는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동아시아 10개국 중 캄보디아를 제외하고는 최하위가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2004년 평균성장률은 7%를 넘어1997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였는데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4% 대에 그쳤고 2005년에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돼 이러다가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무슨 근거로 국민에게 자신감을 가지라고 하고 기업에 도전적 운용을 주문하는 것인지, 집권자는 말이 아니라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지역구도 혁파 의지 있나
집권자는 평론가가 아니다. 남의 말하듯이 현실을 개탄할 것이 아니라 뚜렷한 대책, 그것도 행정구조 개혁같은 근본적인 처방을 내놓고 국민의 협조를 구해야 옳다. 더욱이 2006년 6월의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도 그는 지금같이 영호남을 가르도록 묶은 광역 행정단위를 그대로 둔채 다시 선거를 치르고도 지역구도가 해소될 수 있을지 고민해 본 것 같지 않다. 일본은 봉건적 구획인 번을 폐지하고 현을 설치하는 페번치현(廢藩置縣)의 개혁으로 근대화에 나섰고 그후 군국주의 시대의 행정구조도 개편했다. 광역화된 지역주의는 이런 가운데에 뿌리내릴 수는 없다. 한국의 경우에도 오래 전에 정치적 결단을 내렸어야 했다.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를 기반으로 하는 광역의 향우회 따위 지역결사나 지역동류의식이 들어설 여지가 없도록, 전국을 100만쯤의 작은 도 40여 개로 분할하는 생활권 중심 행정단위로 개혁하고, 3단계 행정구조도 2단계로 줄이는 개혁을 했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비용이 들더라도 지역구도 해소를 위해 제도적으로 혁파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고작 내어놓았던 것이 대통령 선거 때 표를 긁으려고 충청도 사람들을 사기친 행정수도 이전 안이고, 위헌판단에도 불구하고 대안을 들먹이며 남은 그림자라도 또 울거 먹으려 하면서 그것이 지방분권의 묘약이라도 되는 것으로 권력이 자기최면에 걸려 있을 뿐 지역구도를 타파하려는 뚜렷한 제도적 대책이 없다. 더 이상 여야에 떠밀 일이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대통령 자신이 해야 할 일이다. 잘못 태어난 17대 국회 정치는 국회 중심으로 되어야 하는데 17대 국회는 상극적으로 구성된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선거 때부터도 여는 야를 수구구악의 소굴로 규정하고 해체 대상으로, 야는 여를 탄핵 대상으로 서로 공격했다. 이런 포퓰리즘 선동으로 고조된 흥분상태에서 편향적으로 구성된 정치적 기형아이기 때문에 상대를 경쟁상대로 존중하지 않고 괴멸의 대상으로 보아 상생의 여지가 애초부터 좁다. 여당은 권력을 좇아 모인 해바라기 세력이 불안하게 동거하는데다 국정현안에 대해 우왕좌왕하고 있다. 게다가 법원의 선거법재판으로 조만간 다수당의 지위를 잃게 된다. 그렇다고 순리에 따라 타협의 정치를 할 전망보다는 힘의 정치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공작적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다수당을 만들려는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울 것이란 말이다. 민주당과의 합당을 꾀해 정치공작에 나설 가능성이다. 그렇게 보면 대북송금 이외에도 현대의 6천여억원의 분식회계가 추가로 발견되어 고발이 불가피하다는 발표나 한화의 63빌딩 대한생명 인수과정에 대한 수사가 한참 되었는데도 알려진 내용이 없는 점은 구 여당인 민주당 압박용이기도 하다는 의심을 살만한 사안이다. 대통령은 신년에는 대화가 되는 정치가 됐으면 좋겠다고 여기서도 남의 말하듯 했지만 다수당이 무너지는 계기에 집권세력부터 심기일전하여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할지는 의심스럽다. 여당이 이렇게 자질부족이면 야당이라도 혁명적인 자기혁신의 바탕 위에서 도덕적 우위를 확보해야 하는데 현실안주, 무사안일, 투지부족의 불임정당이고 내부의 개혁동력 부족이라는 그 동안의 비판을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의 이름이나 바꾼다고 여당의 오만과 실정을 견제하는 새 힘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런 국회와 정당을 근본적으로 수술한 길도 마땅치 않으니 이대로는 새해에도 별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국제적 격랑 변고로 이어지나 외교안보에 관한 언급도 문제의 절박성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손 놓은 채로 엄청난 해일을 당한 나라들의 정치인들과 견줄만한 위기 불감증이다. 북한 핵은 감기 정도가 아니라 암과 같은 문제이다. 오래 놓아 둘 수가 없고 고통스럽더라도 앞날을 위해 도려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핵을 포기 시키겠다는 단호한 의지나 포기하라는 강력한 요구보다 미국과 일본의 발목을 잡겠다는 의지가 더 강하다. 그는 그것이 할말을 하는 것이라고 하나 북 핵이 자위용이라는 따위의 안 할 말을 하는 것이 문제이다. 설사 할 말을 한다고 해도 한국이 좌우할 변수가 적어 국제적 격랑에 표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제사회에 북한에 대해서는 규범 적용의 예외를 인정하라는 요구가 통할리 없고 유엔 또는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을 통한 조치 등의 수순으로 들어갈 경우 속수무책이나 다름없는 현실이다. 북한이 설혹 핵을 만들더라도 어떤 제재도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집하다가 최악의 경우 김정일 정권의 붕괴와 한국의 정치적 변고가 겹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까지 일각에서 입에 올리고 있는데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국제질서의 규범과 대세에 역행하는 것은 용감해 보이지만 사마귀가 수레를 막아서듯 하는 당랑거철(螳螂拒轍)의 만용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국정운영의 기조를 경제위주로 바꾼다고 하지만 내치에 대한 인식도 안일하고 속 시원한 문제 해결책 제시보다 문제나열에 급급하다. 신용불량자 문제를 건성 지나가듯 겉핥기로 언급한 것이 단적인 예이다. 그러므로 새해에도 민생고는 가중되고 정치는 더욱 혼미할 한반도에 북한의 선택이 잘못되면 격랑이 닥칠 전망이다. 그래도 우리는 변화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새해를 맞자. |